인기인들이 일반인을 만날 때 가장 많이 하는 게 뭘까요? 바로 사인해주기죠. 유명한 사람,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다가가서 말하죠. “사인해주세요”라고요.

오늘은 강원FC 선수들이 펜을 든 날입니다. 2011시즌을 맞아 새로운 선수들이 강원FC 식구가 되었고 새로 꾸려진 선수들의 사인볼을 새롭게 제작해야했습니다. 그렇기 위해선 모든 선수들의 사인을 새로 받아야했죠.


기존 선수들은 이미 자기만의 사인이 있어 30초 만에 사인을 멋지게 종이 위에 남기고 식당을 향해 갔습니다. 그러나 회의실에는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바글바글댔어요. 모두가 올해 입단한 신인선수들이었죠.

한번도 사인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이 어린 선수들은 펜을 들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종이 위에 사인을 하는게 아니라 그리다보니 어느새 흰 종이는 까맣게 변하고. 옆에 있는 친구에게 이 사인이 낫냐 저 사인이 낫냐 물어보고.


어떤 선수는 대신 사인을 만들어달라고 부탁까지 했어요. 그래서 보다 못한 제가 이름에 맞춰 사인을 대충 하나 해줬더니, 이게 맘에 든다며 올 시즌 자신의 사인으로 택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선수의 사인은 비공개입니다. 내년에 누구인지 알려드릴게요. 크크.


그랬더니 다른 선수들도 종이를 들고와서 사인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거 있죠. 그래서 몇몇 선수들의 사인을 제가 만들어주는 일이 갑자기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선수들이었으니까 그랬겠죠?

제가 만들어준 사인 시안. ㅋ




그리고 식사를 하러 갔는데 그때까지 아직 사인을 만들지 못한 선수는 일단 밥을 먹고 사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식사 후 나머지 사인공부반 선수들은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서 수학문제 풀 때처럼 머리를 싸매고 절망하며 사인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기존 선수들은 아직도 사인 때문에 고민이냐며 웃으며 갔고 을용 형님은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줬고 곽광선 선수는 신인시절의 자기 모습을 보는 거 같다며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죠.



보다못한 서동명 코치님이 사인하기를 도와주기도 하였고 다른 남자 직원도 달라 붙어서 도와주었어요. 참 사인 만들기... 쉽지 않더라고요. 유명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사인을 쓱싹하는지 신기하다고 다들 부러워하는 반응.


하지만 그들도 신인시절에는 사인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골방 책상에 앉아 흰 종이에 사인만 수십개를 했을 수도 있죠.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하며 고민하던 선수들처럼요. 그리고 자신의 꿈을 멋지게 이루고 나서는 한명 두명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사인을 하게 됐고 이젠 그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처럼 습관화 되어 저렇게 멋진 사인을 금방 쓱싹 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신인선수들에게 어려운 일이 또 하나 있다는 걸. 오늘 사인받기를 통해 저는 또 하나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풋풋한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이들 중에는 K리그를 주름잡는 스타가 나타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부와 명예를 손에 쥐고 어깨가 올라가더라도 이렇게 풋풋하고 귀여웠던 젊은 날을 기억할 수 있기를. 그 옆에서 매직을 들고서 함께 멋진 사인을 만들어보자며 고민하던 누나의 모습 또한 잊지 않기를.

‘ 저는 이렇게 또 미련한 곰처럼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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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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