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해. 불쌍해. 남일 같지가 않아. 눈물나네요.”

윤기원 선수의 자살 소식. 비보를 접한 강원FC 골키퍼는 저와의 통화 중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됐지요. 골키퍼들의 스트레스에 대해.

강원FC는 5월 5일 어린이날 홈경기에서 부산에 0-2로 패했습니다. 부산의 2번째 골은 실수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공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나왔다가 놓쳤고 그대로 골문이 비워진 상태에서 추가골이 터졌습니다.


그날 유현 선수는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하네요. 자신의 실수로 팀이 패했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요.

개인적인 가정사 때문인지, 축구선수로서 지낸 시절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강원FC 골키퍼들은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로서의 스트레스도 그를 더 힘들게 했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일반인 뿐 아니라 함께 뛰는 선수들조차 알지 못하는 스트레스라고 하면서요.

최전방에 외로이 서있는 골키퍼.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뒤에 골키퍼가 있지요. 팀의 패배는 상대보다 얼마나 많은 골을 넣었는가, 혹은 많은 골을 헌납했는가. 이것에 갈립니다. 하지만 무실점 패배는 많이 없죠. 주로 골을 상대보다 많이 허용했을 때 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고스란히 골키퍼에게 돌아가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으로 팀이 이기더라도 결국에 공은 멋진 골을 성공시킨 스트라이커에 돌아갑니다. 반면 수비 실책으로 골을 허용하더라도 결국 제일 마지막 골문 앞 책임자가 골키퍼이기에 골키퍼의 실수가 곧 팀의 패배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경우가 대다수죠.

수비수의 경우 보통 3명에서 많게는 5명이 골문 앞을 지키게 되고 골을 허용하더라도 동료 수비수들이 있기에 책임을 함께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골키퍼는 혼자이기에, 가장 마지막 순간 마지막 위치에서 골문 앞에 서 있는 존재이기에 한 골을 허용했다는 것은 곧 자신의 실수, 자신의 잘못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자신의 방어률로 계산이 되고요. 가장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 그리고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포지션. 그것이 바로 골키퍼입니다.

2009년에도 독일 분데스리가 하노버의 골키퍼였던 로베르트 엔케가 자살하며 축구계에 큰 충격을 주었죠. 바다 건너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K리그에도 발생했고 많은 선수들이 슬픔을 표하고 있습니다.

윤기원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젊은 날,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지는 모릅니다. 우리는 ‘그’가 아니기 때문에 자살의 원인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윤기원 선수의 트윗을 보면 마음이 아프네요. 이렇게나 밝고 긍정적이었던 사람이었는데요.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데, 왜 평범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희망사항일 뿐! 노력하자 생각하자 약 10일 전

외로워도 힘들어도 버텨온게 나니까 언제라도 좋아 난 준비 돼 있으니까. 불타는야망 이글거리는 눈. 반복되는 과정에서 깨우치는 법 반복 훈련만이 유일한 연습. 한숨과 걱정은 시간낭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실패의 가르침이 없다면 무엇이 나를가르치리 약 14일 전

나를한번되돌아볼수있었던하루. 항상감사하게생각하고 초심잃지말자고 잠자리에 누우며 몇번이고 되새겨말한다.. 내가 가야할길은 아직반도가지못했다. 포기란없다 더연구하고 더노력하자 언젠간 빛을 바랄것이다! 굿밤♥ 약 22일 전

쓴소리달게삼키는법을모른다 그치만 내가어떻게해야하는지는알것같다. 내가올라가야할곳은어마어마하게높은곳이다 정녕정상까지못간다할지라도 후회하지않게.. 고개숙이지마 내가최고야..그라운드안에서만큼은내가최고야 약 25일 전

오늘하루를 반성하며 나 자신에게 채직질을 해본다. 깨달아야한다. 아 잠못이루는밤.. 32일 전.

날씨가좋지않군.. 내일은 좋았으면하네 약 34일 전

내일도 해가 뜬다지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렵니다. 한주 마무리잘하세요..! 약 46일 전

오늘경기에 와주신 그리고 응원해 주신 모든팬들께 감사드립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아서 마음이 불편하네요. 비난하신 팬분들 있을수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경기 치뤘습니다. 미숙한점을 보완하여 매경기 최선을 다할것입니다. 믿고 응원해주시고 지켜봐주세요 약 61일 전

3월5일 드디어 K리그가 개막합니다. 다른팀들도 준비를 많이 했겠지만, 우리팀 또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올시즌을 위해 많은 준비했습니다.공은 둥급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죠, K리그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인천유나이티드팀에도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약 63일 전

어쩜 이것 역시 섣부른 추축의 하나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번 비보를 들으며 골키퍼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강원FC 골키퍼들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들보다 더 뒤에 있을테니 부디 힘을 내라고, 늘 응원하겠다고.

큰 힘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유현 선수는 말하더군요. 지난 2년간 최다실점을 한 골키퍼였고 올 시즌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날들 속에 있었지만 그래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가족의 존재였다고요. 유현 선수는 작년 11월에 결혼해 새신랑이 되었고 최근에는 아내가 임신했다는 기쁜 소식도 들렸습니다. ‘축복’이의 탄생을 기다리며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생각은 그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가족의 존재의미는 사랑이고, 그 사랑 덕분에 유현 골키퍼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선수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응원이겠죠. 옆에서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경쟁 속에서 늘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살았을 윤기원 선수. 부디 그곳에서만큼은 마음 편히 쉴 수 있기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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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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