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늘 바쁜 법이겠지만 매년 11월과 12월은 제게 특히나 바쁜 달입니다. 매주마다 약속이 잡혀있는데요, 문제는 이게 죄다 결혼식이라는 것입니다.

축구는 리그가 깁니다. 야구 팬들은 가을에도 축구하자고 외치지만 축구 팬들은 겨울에도 축구하자고 외치죠. 챔피언결정전이 12월 한겨울에 열리기 때문인데요,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팀과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시즌은 보통 11월에 끝납니다.

그래서 저의 11월과 12월은 보통 사람들과 바쁠 수 밖에 없습니다. 리그가 11월에 끝나면 선수들은 그때부터 줄줄이 결혼을 하기 시작하거든요.

11월에만 3번의 결혼식을 뛰었고 12월에는 5번의 결혼식이 있습니다. 모두 축구선수들과 축구관계자들의 결혼식이에요.

그리고 저가 슬픈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남자친구 없는 솔로생활 중인 제게 사랑이 넘치는 결혼식은 슬픈 너의 결혼식이랍니다. ㅎ 축하를 받고 싶은데, 축하를 해줘야하고 함께 축하해주러 갈 사람조차 없으니까요.

요즘들어 부쩍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하자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제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언니는 강원FC 엄마잖아요.^^ 힘내요."

강원FC 관련 일을 많이 하다보니 어느새 저는 강원FC 엄마가 되있더라고요. 문득 올 초 강원FC 동계훈련 때 일이 생각났고요.

강원FC 동계훈련이 진행됐던 곳은 중국 쿤밍. 그곳에서 저도 취재 차 2주동안 선수들과 동거동락을 함께 했지요. 한번은 코치님들과 이야기 도중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코치님, 아이들이요..."

그랬더니 코치님이 정색을 하시면서 제게 묻더라고요. 지금 애들이라고 했냐고요. 어느 애들 말하는 거냐고요.

"강원FC 아이들 말하는 건데..."

코치님은 제게 애들이라고 말하면 안된다고, 선수라고 제대로 부르라고 따끔하게 말씀하셨답니다.

"이을용 선수나 정경호 선수는 너보다 나이가 많지 않니? 그런데도 너한테 애야?"

그 자리에서 저는 "네, 주의해서 말하도록 할게요"했지만 솔직히 아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제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지칭한 거였든요.

쿤밍에서 저는 유일한 여자였고, 여자였기에 모든 말과 행동을 주의해서 해야했고, 혼자 다른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런 저를 챙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요. 

하지만 전지훈련 기간 동안 저는 굉장히 큰 감동들을 많이 받았답니다. 겨울 전지훈련이 이렇게 강도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도 몰랐고, 그속에서 이뤄지던 경쟁도 참 멋졌고 강원FC 선수단이 보람된 땀을 흘리는 그 모습들을 현장 분위기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좋은 글과 사진으로 현장 이야기를 전해주자꾸나, 하며 스스로를 독려하며 피곤과 싸우며 기사를 전송했답니다. 물론 그러다 혼자 지쳐 호텔 밖에서 엉엉 울다 라피치 선수에게 우는 장면을 들키기도 했지만요.

그래도 저는 내 아이들이라 생각하고, 자식을 아끼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선수들을 바라보며 생각하자고 스스로에게 매일 말하며 다짐하고 일을 했어요. 그래서 그만 아이들이라고 말한건데 코치님은 그게 정말 싫었던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지 너 애는 아니잖아, 하시면서요.

물론 그때도 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죠.

"코치님. 저는 아직 결혼도 안한 20대 아가씨라 가끔씩 축구선수들과 같이 일하다보면 이해가 안 갈 때도 많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아요. 일반 20대 여성의 사고로 선수들을 바라보면 이해가 안갈 때가 더 많아요. 그렇지만 저는 이 일을 잘하고 싶고, 잘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해야하고 이해하기 위해선 엄마의 마음으로 바라봐야해요. 저는 앞으로도 선수들을 내 아이들로 생각하며 볼 거에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여전히 저는 K리그 선수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엄마들은 그렇죠. 내 아이가 밖에 나가 야단맞으면 일단은 먼저 안아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고 비난이라도 듣는 날이면 괜찮아, 엄마한테는 너가 최고야,  라며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게 되고 놀림이라도 받고 돌아오면 그 사람들의 생각이 어려서 그런 거라며 편을 들어주게 되고.

세상 모든 엄마들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도 K리그 선수들이 흘린 땀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팬들을 위해 뛰는 그 생각을 알아주지 못하고, 그들이 전하는 K리그 사랑과 가치가 전달되지 못하면 아쉽습니다. 그래서 더 선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미천한 능력이지만 글로서 아름답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아직 남자친구도 없고,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20대 아가씨에 불과하고, 그래서 엄마가 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세월이 남아있지만, -어쩌면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앞으로도 저는 K리그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내 사랑하는 K리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는 우리네 엄마같은 그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요즘은 내 아들이 다른 스포츠에 밀려 인정받지 못해서 아쉽지만, 엄마처럼 포근하게 안아주고 한없이 격려해줘서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K리그 엄마로 살아가기.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K리그의 좋은 엄마가 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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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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