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 클럽으로 이적할 때, 혈혈단신으로 입성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결혼을 한 상태라 와이프와 함께 한국에 오죠. 아이가 있는 경우도 많은데, 외국 아이들은 다들 인형같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외국 선수들 아기들은 팬들 뿐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죠. ^^

어쨌거나 솔로인 선수들은 여자친구를 대동해 동거를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지만 외국 선수들은 굉장히 결혼을 빨리 하고, K리그는 여러 해외 클럽들을 다니며 이름을 알리다 20대 중후반 쯤 되는 나이에 들어오게 되니 열에 아홉은 결혼을 한 상태이지요.


저는 여자다 보니 외국인 선수들의 부인들과 굉장히 친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동서고금과 국적을 막론하고 여자라는 같은 ‘성’이 주는 유대감은 굉장하죠. 섹스 앤더 시티 2에서도 UAE를 방문한 캐리네 4인방이 아랍 여자들과 만나자마자 통했던 것도, 여자이기 때문에. 이 한 문장만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고 봐요.

외국인 선수 부인들을 만나면 처음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럼 그녀들이 신기하게 여겼던 것들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1. 대중목욕탕
여자들이 집단으로 목욕하는 ‘시스템’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하네요. 단체로 옷을 벗고 단체로 같은 탕에 들어가고 때를 미는 풍경도 모두다 생경했다네요. 거기다 모르는 사람에 몸을 맡겨 때를 미는 장면은 너무 흥미로웠대요. 한번은 목욕탕에서 아가씨가 화장을 지웠는데 눈썹도 없어지고 인조속눈썹을 툭툭 떼는 장면에서는 깜~짝~ 놀랐다네요. 그래도 처음엔 목욕탕에 갈 때마다 자기만 바라보는 시선이 꽤나 불편했는데, 요즘은 하도 자주 가서 그런지 그런 시선도 없고 엄청 편하대요. ^^ 그래서 저한테도 자꾸만 가자고 조르는데... 저는 같이 못가겠더라고요. 너무 늘씬하고 기럭지가 남달라서 용기가 나지 않아서 늘 나중에, 를 반복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대안이 찜질방. 찜질방 문화까지 좋아하게 됐으니 이젠 한국문화에 정말 익숙해진 것 같아요.

2. 신기하고도 어려운 화장품의 세계
이번에 라피치 선수 여자친구가 고국 크로아티아로 휴가를 떠났을 때, 전날 저녁 라피치네 집을 방문했습니다. 짐 싸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라피치의 여자친구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샀다며 보여주더라고요. 그것은 다름 아닌 비비크림! 나타샤는 비비크림이야말로 한국 코스메틱계가 만들어낸 최고의 화장품이라고 극찬하더라고요. 파운데이션보다 피부에 좋고, 그러면서도 커버력이 있는 마법의 화장품이라면서요. 작년 겨울에 고국을 방문했을 때도 나타샤의 여자친구들이 난리가 났대요. 비비크림을 본 적이 없었기에 정말 신기한 화장품이라며 좋아했고 그때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이번에도 사가지고 간답니다.

사실 외국인 선수들 부인들은 화장품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해 신기해하곤 한답니다. 동유럽만 해도 수분크림 바르고 파운데이션 바르고 끝이래요. 선크림도 잘 안바르고 얼굴 지울 때도 비누로 거품 내서 닦는데요. 그런데 한국에 처음 와 화장품 가게에 갔는데 스킨, 로션, 수분에센스, 모공에센스, 탄력에센스, 미백에센스, 에멀전, 데이 크림, 나이트크림, 프라이머, 메이크업베이스 등 그 종류가 다양했고, 그 아래에는 또 다양한 제품군들이 줄지어 있어서 입이 딱 벌어졌대요. 설명을 들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정말 헷갈렸다면서요.

스킨도 안발랐던 외국인 선수 부인들이 요즘은 스킨 -> 에센스 -> 아이크림 -> 수분크림 -> 선크림 -> 비비크림을 순서대로 바른대요. 비약적인 발전입니다. ^^ 한국와서 가장 크게 배운게 화장하는 법이라니. 그래도 한국 여성들이 아이라인 짙게 바르는 것은 이해못하겠대요. 동양인 특유의 외꺼풀 눈이 얼마나 매력적인데 왜 그걸 아이라인으로 가리는지 모르겠다면서요. 그래서 김연아의 화장법이 굉장히 예뻐보이는데, 그래서 한국 여성들이 그 화장법을 따라하는 건 아니냐며 묻더라고요. ^^

3. 야밤에 돌아다니기
한국와서 또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늦은 밤에도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해가 지면 다들 집에 있고 집 앞 도로 앞으로도 잘 돌아다니지 않죠. 브라질에서는 다들 총을 가지고 다녀서 대낮에도 총싸움이 일어날 때도 있는데 밤은 더 위험하다네요. 크로아티아도 마찬가지였고요. 해가 지면 밖을 돌아다닐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새벽에도 돌아다니고, 술 먹고 돌아다니고, 뭐 먹고 싶다고 편의점 간다고 돌아다니고.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참 간이 크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좀 지내다보니 그게 아니라 안전한 나라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외국인 선수 와이프들은 다들 조심성이 많아 한번은 저녁을 먹고 저와 공원을 걷는데 반대편에서 웬 남자들이 걸어오자 그냥 집에 가자고 저를 재촉하더니 마구 뛰어가버렸답니다. 그래서 이상한 사람들 아니고, 여기 사람들도 많고, 가로등도 밝다고 하자 “한국이 아무리 안전해도 우리나라가 아니잖아. 나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해”라고 말하더라고요.

외국인 선수들 덕분에 저는 다른 나라의 국민성, 문화 등을 이해하게 되었고 가치관도 넓어진 느낌을 받습니다. 축구로 시작된 만남이지만 한팀에 있다보면 그 인연은 깊어서 우정을 교류하는 관계까지 발전하게 되요.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들이 이곳에서 코리안드림을 이루고 가는 날까지 ‘지란지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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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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