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쿼터제를 활용해 영입한 재일교포 3세 수비수 오까야마. 1997년 J1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후 2008년까지 리그통산 268경기에 출장한 관록있는 수비수입니다.

지금까지 거쳐간 클럽들로는 요코하마 마리노스(1997년~2000년) 세레소 오사카(2001년) 가와사키 프론탈레(2002년~2004년) 아비스파 후쿠오카(2005년) 가시와 레이솔(2006년) 베갈타 센다이(2007년~2008년)가 있는데요 클럽 네임만 봐도 J리그에서 보여줬을 그의 활약상이 절로 그려집니다.

제가 오까야마를 기억하는 건, 작년 10월 강원의 포항 원정경기에서였습니다. 그때 강원FC에는 마사라는 J리거가 있었는데요, 오까야마가 경기 시작 전 잔디를 밟으러 나왔을 때 마사랑 굉장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블로그글을 읽으면서부터였습니다. 하프라인을 넘어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와달라고 외쳤는데, 그게 효력을 발휘했는지 실제로 마사가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그 이후 오까야마를 향한 관심은 사라졌죠.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포항 서포터들이 있는 N석으로 달려가 확성기를 잡고 같이 응원을 했다는 뉴스를 읽고 나서 K리그에 재밌는 선수가 등장했구나,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역시 포항에는 큰 관심이 없던 저로서는 다시 잊고 말았죠.

그리고 다시 1년 뒤 오까야마를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강원FC 홈경기장에서였는데요. 이날은 강원의 마지막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라 공군의장대 특별공연이 열렸습니다.

근엄하죠?

2DT 안무도 멋지게!

이렇게 댄스를 추는데... 갑자기 관중들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른쪽 끝에 보이시나요? 바로 이 분 때문이었어요. ㅎ 그런데... 누구죠? 동네 아저씨일까요?

포항의 재일교포3세 수비수 오까야마였습니다.

다 추고 이제 가야지, 하는 오까야마.

포항서포터들을 향해 만세도 외쳐주고. ^^

다른 동료선수들에게 묻습니다. 나 잘췄어? 라고.


진짜 의장대 공연할 때 관중들이 엄청나게 큰 소리로 웃어대는데... 저는 왜 웃나했습니다. 그런데 오까야마의 댄스를 보는 순간... 저도 웃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오까야마의 그 모습이 더 대단하게 보였던 건... 춤을 췄던 그 장소가 홈이 아닌 원정이었다는 사실이죠. 보통 선수들은 홈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만 생각하는데... 그날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은 오까야마에게는 원정팀 팬들이었는데, 그래도 너른 의미에서는 축구를 사랑하는 K리그 팬이었으니, 그는 그 생각만 하며 춤을 췄던 것 같습니다.

사실 팬서비스... 열심히 뛰고 사인 잘하는게 전부 아니냐고 생각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오까야마가 2시즌동안 보여준 모습은 팬서비스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를 보며 모름지기 팬서비스란 팬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오까야마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강원FC 팬들은 상대팀 선수였던 오까야마에게 즐거웠다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답니다. 저도 춤을 추고 락커에 들어가는 오까야마에게 인사를 했는데요, 굉장히 행복해하는 얼굴을 하고선, 주름이 잔뜩 질 때까지 웃으면서 들어가더라고요.

이승철씨는 그런 사람 없습니다, 라고 노래불렀는데, 같은 화법으로 저는 그런 선수 없습니다, 라고 노래부르고픈 오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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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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