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와 수원삼성과의 K-리그 20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이상돈 선수에게 저는 웃으면서 "동생이랑 맞대결 펼치는 거 재밌을 거 같아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상돈 선수는 "왜 다들 그러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재밌겠지만... 저희는..."라며 말끝을 흐리더더군요.

형제간에 우애가 좋은 사람을 많지만 이상돈-상호 형제들은 참 남다릅니다. 예전에 이상돈 선수는 어느 기자와의 대화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대요. 경기 중에 상호는 나에게 태클할 수 있겠지만, 나는 차마 못하겠다. 상호가 다칠까봐 걱정되고 겁이난다, 라고요. 이상호 선수는 예전에 저와의 인터뷰 도중 형에 대해 이렇게 말했죠.

“축구부 훈련이 끝나면 항상 집에 와서 이 것 저 것 가르쳐줬어요. 그렇게 매일 형이랑 연습했어요. 저희 형이 정말 정말 착해요. 울산대에 제 친구들도 몇몇 있는데, 저야 대학생활을 안했으니까 궁금한 게 많잖아요. 그러다 형들이 괴롭히냐고도 한 번씩 물어봐요. 그런데 저희 형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 친구들도 저희 형이 참 좋고 착하대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저도 좋고 참 흐뭇해요.

난 형이 너무 좋아요. 중학교 때부터 정말 잘 챙겨줬어요. 어디 아프거나 힘들면 언제든지 형한테 전화하라고 해요, 전화하면 진짜 좋은 말 많이 해줘요. 축구하다보면 슬럼프 올 때가 있잖아요. 고등학교 때 어느 날은 코치 선생님께 야단을 심하게 맞은 적이 있었어요. 힘들어서 형에게 전화를 했죠. 운동이 왜 이렇게 하기 싫은지 모르겠다고 투덜댔어요. 그때 형이 그러더라구요. 다른 애들은 매일 욕먹으면서 한다고, 코치 선생님도 너가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다 잘되라는 마음에서 그러는 거라고. 그렇게 늘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외박 받을 때면 형에게서 항상 전화가 와요. 오늘 뭐하냐고 묻고, 특별히 할 게 없다고 하면 시내에서 형 친구랑 셋이 같이 놀자고 해요. 솔직히 형도 친구랑 둘이서만 만나고 싶잖아요. 그런데 저 때문에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그러는데 그게 참 고마워요.

경기가 있을 때면 항상 게임 잘 뛰라고 해주고, 끝나고 나서도 너 뛸 때 형이 너보다 더 떨면서 본다고,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걱정 많이 한다면서 도저히 가만히 앉아서 못 보겠다고 해요. 늘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신경써줘요. 또 제가 프로에 있으니 돈을 벌잖아요. 그래서 가끔 형에게 얼마 안 되는 돈 주려고 해도 형은 늘 거절해요. 괜찮다고, 형 돈 있다고 그래요. 형은 항상 그래요.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너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라고. 늘 나를 생각하고 챙겨주는 형이 고맙고 좋아요. 진짜 좋아요. 정말 많이 사랑해요. 우리 형.“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그러니까 이상호 선수가 막 20살이 됐을 때에요. 워낙에 동안인 상호 선수였기에 나이만 20살이었지 실제로는 고등학생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죠. 어린 소년 같은 이미지의 선수가 형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데, 저도 마음이 찡해지더라고요.

두 형제가 적으로 만나지만 그래도 그라운드에서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부모님께 오랜만에 아들 둘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밀양에서 부모님이 경기 전날 올라와서 상돈 선수 원룸에서 하룻밤을 잤지요.

“부모님은 사과 과수원을 하세요. 얼음골이라고 있거든요. 거기가 사과로 진짜 유명해요. 안에 꿀이 들어가 있어요. 사과를 쪼개면 꿀이 가운데 있는데 그게 싹 퍼져서 진짜 맛있어요. 얼음골 사과 유명한데 안 드셔보셨어요? 두 분 다 요즘은 저 때문에 어깨 피고 사신데요.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이 형이랑 저랑 신경 쓰느라 고생 많이 하셨거든요. 항상 제가 뛰는 경기는 거의 다 보러 와주시고, 정말 고생 많으셨죠. 아, 물론 어릴 때는 정말 말 안 듣는 장난꾸러기였어요. 뭐 하라 그래도 진짜 말 안 들었답니다.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학교까지 데려다 줘도 가기 싫다고 그냥 다시 집에 오고 그랬어요. (웃음) 또 제가 가루약을 진짜 싫어하거든요. 막 약 안 먹겠다고 뿌리칠 때마다 엄마, 아빠, 형, 누나가 제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잡고 입에 약을 넣어야했어요. 물론 가만히 있으면 다 먹은 줄 알고 놓아요. 그러면 탁 뱉어놓고 그랬죠. (웃음)”

이것 역시 상호 선수가 이야기 해준 어린 날의 추억 중 일부입니다. 과수원 농사를 뒤로 하고 강릉까지 올라온 부모님. 아들 둘 중에 어디를 응원할까, 궁금했는데 부모님은 그냥 웃기만 하시며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네요. 멀리서 오셨으니 티켓 걱정은 놓으라고 제가 티켓까지 준비했는데 형제의 부모님은 조용히 경기장에 들어가셔서 관람하셨다고 합니다.

역시 형제인지라 연이 남다르다고 생각한 이유는,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이상돈 선수에 맞서 수원은 동생 이상호 선수를 왼쪽 미드필더로 세웠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결국은 경기 내내 계속 부딪혀야했지요. 드리블 치는 동생을 막고 또 막는데, 너무 치열하게 공을 두고 다투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상돈-상호 형제가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튀거든요.







형제간의 우애를 뒤로 한 채 팀을 위해서만 뛰고 있던 두 사람. 전반 30분 쯤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선 박종진 선수와 스위칭을 하면서 둘의 대결은 잠시 멈췄습니다.



그러나 역시 후반전에도 이상돈-싱호 형제는 부딪혀야만 했습니다. 이상호 선수가 후반 43분 임경헌 선수가 교체되어 나가기까지 형제간의 대결은 계속됐습니다. 이상돈 선수는 경기 전날 웃으면서 경기장을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1-2 패배. 동생을 밀착마크하며 오른쪽 풀백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했지만 팀의 패배로 이날의 수훈은 희석되고 말았지요. 그래서 그랑블루에게 이적 후 첫 인사를 드리는 순간에도 표정이 밝지 못하였습니다.

그래도 다음날 다시 만난 이상돈 선수는 어제와 달리 평온한 표정이더군요. 동생과 경기 중에 대화는 나눴냐고 묻자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네요. 보통 상대팀 선수들과도 경기 중에 종종 대화를 나누는데,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건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일 듯 싶네요. 그렇지만 경기 중에 상호 선수와 눈빛으로 대화를 시도했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서 더 물어봤더니, 글쎄. 동생 상호 선수가 상돈 선수에게 윙크를 날려주었대요. 그리고 상돈 선수는 미소로 화답했고요.

사실 오른쪽미드필더로 출격해 형과 경기 내내 부딪히는 걸 피하고 싶었지만 팀 전술 때문에 왼쪽날개로 나섰고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치러야만 했다고. 그래도 부모님은 안타까운 마음보다 자랑스러운 마음을 느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 패배로 아들 둘의 희비는 엇갈렸지만 큰 아들, 막내 아들 모두 강원FC와 수원삼성이라는 두 클럽에서 매 경기 선발로 나서며 주전으로 활약 중이니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할까요.

그래서 이상돈 선수와 이상호 선수가 강원FC와 수원삼성에 몸담고 있는 한 강원과 수원의 대결은 형제더비로 불려도 좋을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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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수원의 서동현이 강원FC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팬들을 위한 서동현 특유의 세레모니를 직접 볼 수 있겠구나, 였습니다. 박건하 코치를 향한 존경의 표시였던, 유니폼 깃을 세우던 그 세레모니는 참으로 유명했죠. 이밖에 팬들을 위해 그때 그때 유행하는 최신 댄스를 세레모니로 보여주며 즐거움을 줬던 선수가 강원FC에 온다는 사실은 기쁨 그 자체였습니다.

역시나 서동현은 이적 후 첫골을 신고하던 지난 8월 대전과의 원정경기에서, 서포터스 나르샤를 위한 멋진 세레모니를 보여줬습니다. 그가 보여줬던 시건방춤은, 혹자에게는 아니 브아걸의 언제적 노래인데 이걸 세레모니로 보여주냐는 의아암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으나, 강원FC 서포터스 이름이 나르샤라는 걸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팬들을 향한 마음이 돋보이는 멋진 세레모니였죠. 나르샤를 위해 나르샤가 몸담고 있는 그룹 브아걸의 댄스를 보여준 거니까요.

지난 주말 수원과의 홈경기를 지켜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수원 선수들이 참으로 멋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멋진 골을 성공시켜서, 화려한 패스와 잘 짜여진 유기적인 축구를 보여줬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물론 아닙니다.

전반을 0-0으로 마감하고 후반 중반을 향해 갈 때까지 강원FC와 수원삼성은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그 추가 수원 쪽으로 기울어진 것은 후반 19분. 아크 오른쪽에서 호세모따가 슈팅을 시도했고 크로스바 아래쪽을 받은 볼은 그대로 골로 연결됐습니다.

호세모따는 골을 넣자마자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기 보단 S석으로 먼저 달려가는 것을 택했습니다. 먼 원정길도 마다않고 찾아와 응원해준 서포터스에게 인사를 드리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요. 열광하는 팬들과 함께 골을 성공시킨 기쁨을 나누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멋졌고 부러웠습니다.



그로부터 10분 뒤 다카하라 역시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으로 오른발로 팀 2번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다카하라역시 S석 쪽으로 달려가 그랑블루 서포터스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더군요. 그들을 향해 박수를 쳐준 뒤 나중에야 동료 선수들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더군요. 그 짧은 순간에도, 골을 넣은 기쁨에 휩싸이다보면 팬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S석에 있던 그랑블루의 존재를 잊지 않더군요.



나의 골이 아니라 너희가 있기에 가능했기에, 우리가 함께 넣은 골이라고 말하는 호세모따와 다카하라, 두 선수의 골 셀레브레이션은 봐도 봐도 멋져보이더군요. 이렇게나 온 마음 가득히 팬들을 향한 고마움으로 가득차있구나, 하는 생각에 수원 선수들이 참으로 멋져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요즘은 늘 수줍게 기뻐했던 강원FC 선수들도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바제는 이적 후 첫 골을 신고하자마자 N석에 있던 나르샤 앞으로 달려가 같이 환호하고 함께 기쁨을 토했습니다.



이렇게 팬들을 향한, 팬들을 위한,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세레모니를, 앞으로도 K-리그에서 많이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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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만 생각하며 성실하게 살았던 청년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선 어린 시절 꿈을 이뤘고 사랑하는 여자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의 새 아버지가 둘의 사랑을 반대했습니다. 그 남자는 당연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그녀와 결혼까지 생각했고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는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죠.

그런데 새 아버지의 반대는 심했고 그녀는 결국 새 아버지의 뜻대로, 아버지가 정해주신 남자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남자는 상처가 컸지요. 그렇지만 그녀와의 결혼이 자신의 꿈 전부가 아니었기에 마음은 아팠지만 깨끗이 잊기로 하고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훗날 그녀가 자신을 다시 보게 됐을 때, 누구보다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다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남자는 또 이런 생각도 했지요.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아름답게 성장한 자신을 모습을 보고 후회했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녀와의 만남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습니다. 그녀와의 대면을 앞두고 남자의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웠죠. 그렇지만 마음이 앞섰는지 그녀 앞에서 그는 100%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시 또 그녀를 만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헤어진 후 처음 가진 만남이었는데,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남자는 슬펐지요. 그래서 오래도록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을 속으로 삼켜야만 했지요.

축구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한 남자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이해가 안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원FC와 수원삼성의 K-리그 20라운드 경기를 보는 내내 저는 위와 같은 생각이 내내 들었거든요. 이쯤 하면 다들 짐작하시겠죠. 여기서 그 남자는 바로 서동현입니다.

2005년 건국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중도에 K-리그로 입성한 서동현은 2006년 수원삼성에 입단, K-리거로서의 인생을 시작합니다. 스쿼드가 화려하기로 소문난 수원에서 서동현은 26경기 2골 2득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시즌을 보냈지요. 그해 9월 30일 광주상무와의 홈경기에서 들어간지 3분만에 결승골을 터뜨렸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수원은 덕분에 13경기 무패행진을 벌이며 선두자리를 지킬 수 있었죠.

당시 서동현은 아시안게임 대표에 탈락한 것이 아쉽지만 2008년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대표팀에는 꼭 선발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보였고 저 역시 그 꿈이 이뤄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서동현은 35경기 13골 2도움을 올리며 프로 데뷔 이래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거든요. 그것도 조커로 투입 족족 골을 성공시켰으니 '서동현은 추꾸천재입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죠.

하지만 올림픽대표팀 마지막 공격수 카드가 자신이 아닌 팀 동료 신영록에게 돌아갔고 국가대표팀에서도 도장을 찍지 못한 이후 시련의 나날이 시작됐습니다. 2009년 15경기 1도움을 기록했지만 수원의 공격수로서는 다소 초라한 성적표였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팬들의 탄식과 원망 역시 거셌습니다.

그리고 2010년 여름 그는 고향팀으로 돌아왔습니다. 윤성효 감독은 애제자 박종진을 영입하기 위해 강원도 홍천 출신의 서동현을 고향팀 강원FC로 보냈습니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에 꽤 많이 혼란스러웠겠죠.

하지만 다행인 건 서동현은 이적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금세 팀에 적응한 모습이었습니다.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자신의 집으로 동료 선수들을 초대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서포터스 나르샤를 위해 이적 후 첫 골 세레모니는 그들을 위해 보여주겠다며 준비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기특했는지요. 워낙에 수원에 있을 적부터 팀 충성도가 높은 선수였던지라 여전히 수원을 그리워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뻐보이더라고요.

서동현은 수원과의 경기에서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복수심도 아니었고 증오심도 아니었습니다. 앞서 서두에 꺼낸 이야기처럼 자신을 아껴줬던 옛 팬들 앞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지요.

서동현은 이적이 확정된 후 “‘가야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저는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뒷모습만을 남기고, 지난 5년동안 함께했던 정든 이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라고 서포터스 그랑블루 홈페이지에 마지막 글을 남긴 바 있죠. 그래서 이번 수원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그래 이 모습이 우리가 열광했던 서동현이었어, 라는 기억을 남기고 싶어한 듯 싶습니다.

수원전을 앞두고 몇몇 수원팬들은 과연 서동현이 경기 종료 후 인사를 하기 위해 S석으로 올까요, 라는 글들이 올라왔던 것으로 압니다. 그 글을 읽으며 저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어요. 서동현은 이적 후 첫 경기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랑블루 팬들에게 경기 종료 후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거든요.

당시 박종진은 이적 후 친정팀과의 첫 경기에서 어떻게 인사를 해야할지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동현이 형은 경기 종료 후 인사하러 간다고 했는데, 너도 그렇게 인사해. 그런데 몸풀러 나올 때 한번 더 인사하는 건 어때? 그럼 팬들이 더 좋아할 것 같아, 라고 조언을 해줬죠. 착한 박종진은 다행히도 제 말대로 2번 인사를 하고 갔답니다. 나르샤 팬들이 굉장히 좋아했죠. ^^

경기는 1-2 강원FC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서동현은 경기 종료 후 잔디 위에 누워서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고요. 구단 직원이 다가가 그런 서동현을 일으켜세웠지만 반쯤 고개 숙인 채 한동안 가만히 있었습니다. 옛동료였던 수원선수들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토닥, 하고 갔죠.

그리고 N석으로 달려가 강원FC 서포터스 나르샤에게 인사를 드린 후 서동현은 발걸음을 S석으로 돌렸습니다. 옆에 있던 이상돈에게 상돈아, 가자, 라고 말하며 함께 걸어갔지요.

만감이 교차했던 서동현의 그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골골골골 서동현, 하는 그의 콜도 그날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죠. 영원히는 아니겠지만 당분간은 그랑블루가 부르지 못할 그 이름 서동현. 자신의 콜을 불러준 그랑블루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가는 서동현의 뒷모습이 지금도 마음에 밟힙니다.

그래도 다음날 춘천에서 열리는 팬사인회 현장을 함께 가게 됐는데요, 분명히 제가 봤을 땐 눈이 빨갛게 충혈돼있었거든요. 그래서 어제 운 거 다 안다며 농담을 건넸는데 서동현은 끝까지 아니라며 오히려 제게 헬레나씨 술 마신 거 다 안다며 발끈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어제 자신의 콜 들었냐면서 이야기를 꺼내는데 어제 그 표정은 금세 사라지고 다시 밝아졌더라고요.

특히 그랑블루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준 콜 이야기를 꺼낼 때 표정은 나 이런 사람이에요, 라고 말하고 있었고요. ^^ 저는 일부러 놀려대며 기분을 업시켜주려고 골골골, 이 아니고 고고고, 아니냐고 빨리 가라고 그러네, 라고 말했고요. ㅋ

요즘 들어 서동현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잦았던 저로서는 서동현은 여전히 그랑블루를 사랑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뼛속까지 수원이었던 아이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도 이곳에서도 정을 붙이려고 노력하고 있기에 잘하든 못하든 이제는 우리 선수라, 라는 생각 하나만 갖고 품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누가 뭐래도 서동현, 당신은 축구천재이고요, 앞으로 강원FC 이곳에서 골 단비를 뿌려주세요. 이제는 강원의 레이메이커님.

덧. 그랑블루님들의 1박 2일 즐거운 강릉여행을 위해 수원구단을 통해 제가 50% 할인된 가격에 방 20개를 알선해주고 추가로 다른 모텔도 소개시켜줬는데... 다들 즐거우셨는지요. 새벽에 택지에서 돌아다니다가 만난 그랑님들. 인사는 못했지만 굉장히 반가웠고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워져있던 단체버스들도 넘 반가웠습니다. 손님맞이는 역시, 강원 정도되야 어디가서 신경 좀 썼다 듣는 것이겠지요? ^^

그리고 마지막. 이 영상들은 제 피와 땀이 서려있는 소중한 영상입니다. 제발 불펌하지 말아주세요. 주소 복사해서 올리는 건 괜찮은데, 기계로 이용해 통째로 복사해서 자신이 찍은 것인양 알싸에 올린 거보고 굉장히 충격받았습니다. 하여 이번 영상은 주소 복사도 막았습니다. 보고 싶으면 링크 걸어서 타고 넘어와서 보세요.



곽희주와 맞서던 참으로 낯설었던 서동현의 모습.



회심의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지나가자 고개 숙인 서동현.
그런 서동현의 머리를 쓰다듬고 가던 옛 동료 리웨이펑.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한숨을 쉬는 서동현.


경기 종료 후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던 서동현.



수원에서 함께 이적해 온 이상돈에게 같이 그랑블루 앞으로 가자고 말한 서동현.



서동현과 이상돈을 위한 콜 해준 서동현.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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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전반기를 마치고 휴식기 동안 수원은 강릉에서 짧은 여름 전지훈련을 가졌습니다. 그때 기회가 생겨 수원 스태프들과 만날 자리가 있었는데, 강원FC 성적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하자 왜 그러냐고 우리는 꼴찌라며 도리어 저를 위로해줬던 기억이 나네요.

6월 말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약 2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꼴찌 수원은 어느새 6위로 껑충 뛰어오르며 6강 PO, 그리고 이를 넘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생각하며 달려가게 됐습니다. 윤성효 매직이라는 말처럼, 윤성효 감독 체제 이후 수원은 달라졌습니다.

윤 감독 부임 이후 K-리그 9경기 무패(7승 2무). 성적만 달라진 게 아니더군요. K-리그 20라운드 강원FC 대 수원삼성의 경기를 관전하는 내내 깜짝 놀랐습니다. 그간 롱볼 축구로 일관하던 수원 선수들이 달라졌군요. FC서울과의 라이벌전에서 4-2 대승은 그냥 나온 결과가 아니더라고요. 경기 내내 짧은 패스와 세밀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중원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곽희주, 리웨이펑 이 두 센터백 조합이 보여주는 수비력은 그 전부터 대단했기에 놀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 두 수비수들은 여전하구나, 탐난다, 라는 생각만 내내 들 뿐.

김두현과 다카하라. 경기 내내 이 두 선수만 보였습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거둔 보물 다카하라와 무릎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복귀한 김두현. 두 선수의 합세는 확실히 큰 힘이 된 듯해 보였습니다.

아쉽게도 이날 신영록과 박종진은 이전 경기에서 보여줬던 힘과 스피드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습니다. 후반전 들어 주도권은 수원이 잡게 됐는데 호세모따 투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결국 후반 19분 아크 오른쪽에서 호세모따가 슈팅을 시도했고 크로스바 아래쪽을 받은 볼은 그대로 골로 연결됐습니다.

지난 4월 라피치의 턱을 팔꿈치로 가격하며 퇴장을 당해 강원FC와 한차례 ‘악연’을 맺은 바 있던 호세모따는 당시의 아픔을 멋진 골로 되갚아주더군요. 그리고 10분 뒤 다카하라의 추가골이 터지며 강원FC로서는 추격의 의지가 잠시 상실되기도 했습니다.

후반 29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오른발로 때린 슛은 낮고 빠르게 골대 왼쪽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골키퍼의 움직임까지 예측한 빠른 판단력이 돋보였고 왜 다카하라에 이토록 열광하는지 십분 이해가 되더군요.

후반 들어 수원은 4개의 유효슈팅을 시도했고 그 중 2개가 골로 연결됐습니다. 강원FC의 유효슈팅은, 슬프게도 전 후반 내내 한 개도 없었습니다. 오프사이드 트랩에만 6번이나 걸리며 너무나 좋았던 공격 타이밍이 무효화 됐고요 김영후, 서동현의 공격 기회는 리웨이펑과 곽희주에게 번번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던 수원의 두 외국인 선수 호세모따와 다카하라. 수원이 왜 선전하는지 절실히 깨달았던 경기였습니다.

리웨이펑은 강했습니다.

하지만 유현의 선방도 눈부셨죠.

친정팀 수원을 상대로 뛰었던 서동현.

후반 46분 터진 강원FC의 만회골.

이상돈-이상호 두 형제간 대결도 흥미로웠죠.

1-2 패배에 고개 숙인 서동현.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더군요.

그런 서동현을 위로해줬던 강원FC 선수들.

서동현을 위로해주는 김원동 강원FC 대표이사.

친정팀 수원팬들에게 인사하러온 서동현, 이상돈.

마지막으로 수원으로 간 그리운 박종진의 모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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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윤성효 매직, 강원전에서도 통할까
전반기 수원의 성적은 14위. 15개팀 가운데 14위니 거의 꼴찌나 다름없었죠. 그랬던 수원이 어느새 7위까지 올랐습니다. 2승1무8패를 기록 중이었는데, 벌써 4승 1무를 챙겼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차범근 감독이 떠나며 윤성효 감독이 새롭게 수원의 사령탑으로 부임했습니다. 그동안 수원은 정규리그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습니다. 윤성효 감독이 부임한 이후 얻은 성적은 9승 2무 1패인데요 정규리그에서 6승 2무, 컵대회에서 1승 1패, FA컵에서 2승을 기록하며 쉽게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지요.


이렇게 파죽지세로 달렸던 수원이 지난 수요일 성남과의 원정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잠시 주춤하는 모양세입니다. 물론 최악의 잔디 위에서 무승부를 거둔 것만으로도 어디냐고 하겠지만 최근의 수원은 멈출 줄 모르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무승부는 그 기세가 잠시 꺾이는 결과를 낳았죠.

더구나 삼일에 한번 걸려 원정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은 수원에게는 쉽지 않는 일정일 것입니다. 염기훈, 강민수가 부상으로 오지 않았고 황재원 역시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양상민은 경고누적으로 이번 강원과의 원정경기에 함께하지 못했고요.

팀의 주축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이 이탈한 상황입니다. 물론 워낙에 스쿼드가 두터운 수원이지만 1군 베스트 멤버가 있고 없고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요. 그래서 저는 이번 경기가 무척 기대됩니다. 강릉에서도 윤성효 마법이 통할까요?

이적생들의 혈투
이번 강원FC와 수원삼성과의 경기 중 흥미로운 건 이적생들의 대결입니다. 지난 7월 서동현과 박종진이 맞트레이드를 했죠. 홍천 출신의 서동현은 고향팀으로 돌아왔고 박종진은 숭실대 시설 은사 박성효 감독과 다시 만났습니다. 프로 데뷔를 했던 수원을 상대로 서동현은 골을 넣어야하고 박종진 역시 K-리그 데뷔전의 꿈을 이루게 해준 강원FC를 상대로 달려가야합니다.

이제는 수원의 박종진.


이제는 강원의 서동현.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둘의 번호가 똑같이 11번이라는 사실입니다. 강원과 수원 두 11번 선수가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강원에서 사랑하던 종날두 박종진과 수원에서 사랑하던 레인메이커 서동현이 전 소속팀 선수들에게 패배의 쓴 눈물을 안길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형제간 맞대결
이상돈과 이상호는 K-리그에서도 유명한 형제 축구선수이지요. 그동안 울산과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느라 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던 두 선수가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다행히 오른쪽 풀백 이상돈과 오른쪽 측면공격수 이상호는 둘다 팀의 오른쪽 라인을 책임지기 때문에 경기 내내 부딪힐 일은 없지만 그래도 그 둘의 만남은 여러모로 관심을 모으게 합니다.


마침 형제의 첫 맞대결을 보기 위해 밀양 얼음골에서 과수원집을 하시던 부모님이 강릉까지 올라왔습니다. 아들 이상돈의 집에서 하룻밤 잔 뒤 경기장에서 두 아들이 뛰는 경기를 보시기로 돼있는데요, 아들 두명이 다른팀에서 뛰게 됐으니 어느 한 팀을 응원하기가 힘들겠죠. 두분은 무승부를 원하실까요? ^^ 이상돈은 제게 경기가 끝나고 웃으면서 경기장을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승패보다는 두 형제의 아름다운 대결에만 시선을 두고 싶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하지만 이상돈, 이상호 모두 제가 좋아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한골씩 기록하고, 경기는... 강원FC가 이겼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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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창단 이후 강원FC가 유독 패하지 않던 팀 가운데 하나가 수원이었습니다. 진검승부를 걸겠다며 원투펀치를 날렸던 두 팀은 매번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며 K-리그 팬들의 관심을 모으곤 했습니다. 지난해 5월 강릉에서 열렸던 경기에서는 마사와 배기종이 사이좋게 1골씩 주고받으며 1-1로 비겼고요 9월 수원에서 열렸던 경기에서는 강원의 마사 1골, 김영후 2골, 수원의 배기종 1골 에두가 2골을 터뜨리며 3-3으로 비겼죠.

당시 김영후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며 아쉽게 무효가 됐고 해트트릭 기회를 놓쳤던게 기억이 납니다. 또 에두가 블루포토 기자단 중 하나인 신인기씨를 위해 감동적인 세레모니를 했던 것도 떠오르고요. 암투병 중에 힘들게 경기장을 찾았는데 골을 넣고 그분께 달려가 세레모니를 하는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로부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신인기씨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그날 일을 잊지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4월. 강원FC는 수원과 올 시즌 들어 처음 만났는데요. 그때도 김영후가 2골을 터뜨리며 수원을 2-1로 눌렀죠. 3경기 동안 김영후가 터뜨린 골은 합이 4골. 이쯤하면 수원킬러로 불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이처럼 언제나 수원을 상대로 지지 않는, 그러면서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줬던 강원FC였지만 지난 5월 29일 수원과의 컵대회 원정경기에서만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후반 13분 이상돈의 오른발에 터진 수원의 결승골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컵대회라 중계가 들어오지 않았고요 저 혼자서 열심히 경기장면을 촬영했죠. 당시 김대의 선수가 오른쪽 터치라인 쪽으로 볼을 보냈는데 흐르는 볼을 오버래핑하던 이상돈이 받자마자 바로 슈팅을 때렸고, 그게 그대로 골로 연결됐습니다. 결국 그골은 그날의 결승골이 됐고 이상돈은 맨 오브 더 매치에 뽑혔죠.



그러나, 운명과 역사는 도는 법이라고 했지요. 그 골이 이상돈의 운명을 결정지을 줄은 아무도 몰랐죠. 지난 7월 이상돈은 강원FC로 전격 이적을 했습니다. 이적 소감을 묻자 이상돈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강원FC에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했지만 오고 싶었어요. 강원FC가 축구선수로 성장하기에, 또 운동하기에 더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텔레비전이나 기사를 통해 느낀 강원FC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팀이었고 무엇보다 팬들의 응원과 열정이 정말 보기 좋았거든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오고 싶었죠.

제가 컵대회에서 강원FC와 만났을 때 데뷔골을 넣었죠? 제가 수비수로 뛰다보니 K-리그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과연 데뷔골을 넣을 수 있을지 늘 궁금했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강원을 상대로…(웃음). 당시 흘러나온 볼이 운 좋게 제 앞까지 왔고 슈팅하기 위해 발을 대는 순간 느낌이 좋았어요. 그날의 결승골 덕분에 제가 강원FC에 온 것 같아 제게는 운명을 결정지은 골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제는 수원에 다시 한 번 뼈아픈 패배를 안기기 위해 이상돈 나섭니다. 22번이 새겨진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선요.


이번 경기가 강원과 수원 팬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강원FC의 이상돈과 수원삼성의 이상호는, K-리그에서도 유명한 형제 축구선수입니다. 울산에서 함께 뛰던 두 사람은 이상호가 수원으로 이적하며 잠시 헤어졌는데 올 초 이상돈이 수원으로 이적하며 다시 만나게 됐고요. 지난 5월 29일 강원과의 컵대회 경기에서 이상돈과 이상호는 수원 이적 후 처음으로 함께 뛰었습니다. 여러모로 강원FC와 연이 깊은 상돈-상호 형제네요.

이상호는 지난 달 울산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호텔 회전문에 발뒷꿈치가 찢어지며 꽤 여러바늘을 꼬매야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강원FC와의 원정경기를 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알겠지만 언제 다쳤냐는듯이 지금은 수원에서 훨훨 날고 있네요. 서울과의 한판승부에서도 한골을 기록하며 4-2 대승을 도왔고요.

이상돈과 이상호 두 선수 모두 일단 팀내 주축선수이기 때문에 선발출장이 확실합니다. 그래서 형제간 맞대결이 더욱 기대가 되네요. 무엇보다 늘 아빠처럼 상호를 돌봐주는 이상돈과 그런 형아를 가리키며 '천사'라고 눈물 짓는 이상돈의 하나 뿐인 남동생 이상호.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지만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멋지게 이룬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감동스런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두 선수 모두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아끼고, 또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벌써부터 이상돈과 이상호가 만날 강원-수원전이 기다려집니다. 

경기가 끝나고 누가 이기고 졌든지 간에 서로를 꼬옥 안아줄 두 선수의 모습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응원 열심히 할게요. 이상돈, 이상호 두 사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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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강원FC와 수원삼성의 '포스코컵 2010' 3라운드가 펼쳐진 수원월드컵경기장. 이날 경기는 강민수와 이상돈의 연속골로 수원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강원FC를 아끼는 마음이 크기에 패배는 쓰라렸지만 골이 터질 때 수원 선수들이 보여준 세레모니는 참으로 감동적이었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오는 6월 6일 컵대회 조별예선 전북현대와의 홈경기를 끝나고 수원의 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말씀하신 차범근 감독님. 떠나는 차범근 감독님께 잊지 못할 선물을 드린 수원선수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드립니다.





강민수 선수가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뭔가를 펼치라며 제스처를 취하던 수원의 주장 조원희 선수. 아니나다를까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뭔가를 건네더군요. 그것은 다름아닌 차범근 감독님께 선수들이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적힌 플랭카드였습니다.

수수원을 상징하는 청, 백, 적을 나타낸 그랑블루의 세레모니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참으로 오랜만에 이관우 선수가 뛰는 모습도 보았어요. 그의 프리킥은 예전만큼 날카롭진 못했으나 별보다 밝은 남자, 이관우 이관우~ 하던 그랑블루의 콜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상돈 선수의 결승골. 이날 이상돈-이상호 형제 선수가 함께 뛰는 경기를 처음 보았습니다. 예전에 이상호 선수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인터뷰 내내 우리 형만 생각하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요, 하면서 울먹울먹하더군요. 축구가 힘들 때마다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걱정해주던 형의 멋진 결승골을 보며 이상호 선수는 또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이번에는 선수들이 차범근 감독님께 달려가 단체로 감독님을 껴안으며 감사의 기쁨을 표하더군요. 2연승도 기뻤겠지만, 감독님을 위한 선수들의 마음이 느낄 수 있었기에 차범근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도 흐뭇했을 것 같습니다.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차범근 감독 기자회견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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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엎치락 뒷치락 하는 강원과 수원 때문에 빅버드를 찾은 관중들은 마지막까지 "달려!" "포기하지마!"를 외치며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어느 팀이 이길지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가늠하지 못했을 만큼 참으로 흥미롭던 공방전이었습니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에두의 공격이 시작됐고 강원 역시 김영후를 축으로 매섭게 달려들었습니다. 전반 8분 김영후의 슈팅이 오른쪽 포스트 하단을 맞으며 튕겨져 나가는데 아, 너무 아쉽더군요. 첫 득점은 강원 킬러 배기종의 발끝에서 나왔습니다. 강릉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 동점골로 강원FC를 뼈아프게 했던 배기종은 이날도 선제골을 쏘아올리며 강원의 간담을 서늘케 했죠.

그러나 강원에는 최근 급성장한 김영후가 있었습니다. 전반 29분 전원근의 패스를 받은 김영후는 침착하게 왼발로 차 넣으며 1-1 동점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나 동료 직전 에두가 라피치에게서 얻은 프리킥은 너무나 멋진 곡선을 그리며 강원의 왼쪽 골망을 갈랐습니다. 골키퍼가 미처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구석을 파고든 멋진 골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4분 김영후가 PA에 있던 마사에게 패스했고 마사는 멋지게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하지만 공격의 공격을 거듭했던 강원은 후반 14분 안성남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성공시킵니다. 축구에서 가장 재밌다는 펠레스코어가 나온 거죠. 하지만 더 극적이었던 것은 후반 44분 에두가 높이 떠오르며 헤딩 동점골을 성공시켰다는 사실에 있었죠. 빅버드는 그야말로 무너질 것만 같은 함성으로 가득했죠. 강원에게는 너무나 속상했던, 그러나 수원에게는 기적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양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김영후와 에두. 두 선수 모두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진정한 공격축구의 진수가 무엇인지 알려줬습니다. 위기의 K-리그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과 수원 선수들의 노력들 -쥐가 나는 다리를 붙잡고, 침으로 피를 뽑아내는 아픔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뛰고 또 뛰며 데드볼 타임을 줄였던-은 K-리그의 성장과 희망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고, 무엇보다 정용훈 선수의 추모경기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수원 선수들에게 축하 인삿말을 전합니다.

선수들이 들어옵니다.

정용훈 선수의 추모 걸개...

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있는 선수입니다. 당시 눈물을 펑펑 쏟던 수원 선수들의 모습도 생각나구요.

질주본능 김영후.

1-1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하늘을 향해 세레모니를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중원의 든든한 젊은 살림꾼. 권순형 선수입니다.

강원FC의 유명한 가발부대. ^^

2-2 동점골을 터뜨린 재팬특급 마사입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엄지를 들어보이는 마사.

동료 선수들에게 축하 인사도 받고. ^^ 마사가 너무 어린이 같이 보이네요. ^^

김영후의 역전골로 3-2로 앞서 나가는 강원입니다.

완전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큰형님 을용 형님. ㅎ

그러나 44분 에두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고개 숙인 채 경기장을 나서야했습니다.

멀리 수원까지 원정 나온 강원FC 팬들. 버스가 무려 4대나 떴답니다.

정용훈 선수 추모경기에서 마법같은 무승부를 이뤄낸 수원 선수들.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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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강원루니’ 윤준하 수원전서 6호골 쏜다!

올 시즌 강원FC가 낳은 또 다른 슈퍼루키 윤준하가 오는 9월 6일(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삼성과의 원정경기에 앞서 시즌 6호골을 성공시키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밝혔습니다.

사실 윤준하는 수원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남수원중과 수원고를 거치며 사춘기 시절 대부분을 수원에서 보냈기 때문입니다. 윤준하는 중고교 시절 수원삼성 홈경기 때마다 볼보이로 활동하며 훗날 K-리거로 성장할 자신의 모습을 그렸답니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에도 볼보이로 나서는 등 수원은 그의 학창시절 축구인생 전부를 지배했던 특별한 도시라고 하네요. 수원이 아시아클럽컵을 제패했을 당시에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볼을 던져주었고, 2002년 월드컵 이후 수원서포터스 그랑블루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연일 만원관중을 돌파했을 때도 윤준하는 코너킥 라인 옆에 서 있었답니다. 언젠가는 저 선수들과 함께 뛸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죠.

3월 8일 강원FC의 역사적인 개막전 당시, 2만 2000여명으로 가득찬 경기장에서 윤준하는 급하게 교체로 출전하게 됩니다. 안성남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미처 몸 풀 새도 없이 투입된 것이죠. 신인선수에게는 당황스럽고, 또 두려운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한데 윤준하는 긴장 없는, 참으로 담담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섰고 투입된지 꼭 2분만에 데뷔골을 터뜨렸습니다. 그의 첫 번째 골이었을 뿐 아니라 강원FC의 첫 골이기도 했지요. 그리고 그날의 결승골이었고요.

후에 그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볼보이 시절 수원의 수많은 팬들의 함성과 환호에 이미 단련돼있었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마음이 참 편했다고요. 그 얘기를 들으며 그랑블루 분들에게 감사인사라도 드려야겠다고, 볼보이마저 단련시켜준 고마운 서포터스라고 말하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일까요. 윤준하는 오는 6일 자신의 꿈을 키워준 그곳에서 멋지게 골을 터뜨려 K-리거로서 완벽한 성인식을 치르겠다고 벌써부터 다짐하고 있네요.

최근 팀 내 소문난 단짝인 ‘영혼의 파트너’ 김영후가 지난 광주전에서 11호골을 터뜨리며 공격포인트 1위(17)에 오른 반면 윤준하는 6월 27일 전북전 5호골을 마지막으로 7경기 째 골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준하는 “팀을 위한 플레이가 우선이기 때문에 특별히 골 욕심이나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수원전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축구를 처음 시작했던 곳인만큼 멋진 골로 잘 자랐다는 인사를 대신 하고 싶다. 그간 보여줬던 (김)영후 형과의 콤비 플레이로 수원의 골문을 노리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 말대로 수원성에서 멋진 골로 모두에게 잘 자랐노라는 신고식을 치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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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2년 전, 2006년 11월이 생각납니다. 성남과의 결승 2차전. 당시 수원은 1차전 0-1 패배를 극복하지 못한 채 홈에서도 패하며 안방인 '빅버드'에서 성남의 우승 세레모니를 지켜봐야했습니다.

수원 선수들에게는 지금도 잊고 싶은, 꽤나 아픈 기억이죠. 그러나 절치부심했던 시간들 덕분이었을까요.




에두의 선제골, 정조국의 PK 만회골에 이어 수원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옵니다. 키커는 수원의 주장 송종국 선수. 그러나 송종국 선수의 킥은 골키퍼 김호준 선수에 막히고 마네요. 그러나, 결자해지라고 송종국 선수는 튕겨 나온 볼을 향해 재차 슈팅을 시도했고 결국 역전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수원 선수들은 중원에서부터 확실하게 서울을 봉쇄했고 경기는 2-1 수원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2004년 이후 4년 만에 만난 우승컵 아래서 수원 선수들과 차범근 감독은 활짝 웃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죠. 다음은 결승 2차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관중석에 앉아 찍은 영상입니다.



경기 종료 후 수원 선수들을 만났습니다. 송종국 선수는 중원에서 키맨으로서 제 역할 이상을 해줬죠. 조원희 선수의 투지가 빛났던 것은 중원에서 볼 배급을 원활히 해줬던 송종국 선수의 존재 덕분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물론 조원희 선수 역시 기성용 선수와의 1대 1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비단 기성용 선수 뿐 아니라 서울의 패스를 바로 바로 커트하는 등 1차 저지선으로서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에두 선수는 또 어떻고요. 서울의 데얀 선수가 마토-곽희주 두 센터백에 연방 밀리며 아무런 힘도 보여주지 못할 때, 에두 선수는 측면에서 중앙을 향해 폭넓게 움직이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이 에두 선수과 데얀 선수의 차이였죠.

노장 김대의 선수는 효과적으로 공격 시발점이었던 이청용 선수를 막아냈고 홍순학 선수 역시 1차전에서의 부진을 거울삼아 횡으로 활발히 움직이던 아디 선수의 오버래핑을 막는데 주력했습니다. 마토-곽희주 콤비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겠죠. K리그 최고의 수비수들이라는 걸요. 저는 풀백으로 나섰던 이정수 선수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부상 때문에 근 몇달을 결장했던 그는 사실 정규리그 말미에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몸이 돼있었답니다. 그러나 혹시 또다시 부상이 재발해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 못할 일이 발생할까봐 벤치를 지켰고 결국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 복귀하며 모두를 깜짝 놀래켰죠. 최성환 선수가 이정수 선수의 공백을 잘 메웠다고 생각하나 그래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측면에서 돌아들어가며 공격을 노리던 서울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마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은 이정수 선수가 세우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과 실력이 더해져 수원은 결국 2008 K리그 우승팀의 영광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이 모든 공을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에게 돌리던 선수들의 따뜻한 마음이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09년 아시아의 챔피언 수원삼성을 기대해봅니다.

마지막으로 1년 동안 2008시즌만 생각하며 뛰었던 K리그 모든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그동안 멋진 경기를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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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챔피언결정전은 늘 빅매치일 수밖에 없겠지만 근래 들어 이보다 더 큰 빅매치는 없을 듯 합니다. 12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8 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FC서울과 수원삼성과의 경기가 바로 그랬죠.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최다 관중인 3만9011명이 몰렸으니 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방증이겠죠.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어 푸드코드에서 식사하는 데만 40분의 시간이 걸렸답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상대적으로 빅매치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서울이 수원에 다소 밀리는 듯한 양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골이 모든 것을 말하죠. 전반 21분 기성용 선수가 왼쪽 코너킥 라인에서 찬 공을 아디가 솟구쳐 골대 오른쪽을 향해 밀어 넣었습니다. 수원 수비수들과 이운재 선수 모두 손 놓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손써볼 틈도 없이 선제골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승기는 서울이 잡은 듯 했죠. 중앙에선 조원희 선수가 전방에선 에두가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중원에서 패스미스가 계속 됐고 볼배급이 원활하지 못하자 에두-신영록 투톱이 할 수 있는 건 없었죠. 에두는 계속해서 움직이며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 듯 했지만 신영록 선수는 안타깝게도 의욕만 앞서는 듯 하더군요.

한골을 헌납한 뒤 수원은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고 전반 내내 수원의 플랫4는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부상에서 회복해 오랜만에 출전한 이정수 선수는 다행히 시간이 지날 수록 안정된 수비력을 펼치더군요. 옆에 있던 전남 송정현 선수는 이정수 선수를 가리키며 후반전에는 더욱 나아진 움직임을 선보일 것이라 평하더군요.

후반 들어 서울은 데얀을 뺀 뒤 이을용 선수를 투입하며 4-4-2에서 4-5-1로 전형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나 수원은 배기종, 이관우, 최성현을 차례로 투입시키며 적극적으로 ‘공격 앞으로’을 외쳤죠. 그 덕분이었을까요. 후반 34분 마토의 헤딩슛을 서울 김호준 골키퍼가 쳐냅니다. 그리고 튀어 나온 공을 곽희주가 재차 넣어 극적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그리하여 1-1 무승부로 챔피언결정전 1차전 혈투는 끝이 났죠.

경기 종료 후 양팀 감독과 양팀 수훈선수인 곽희주 선수와 기성용 선수의 공식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이날 기성용 선수가 제일 마지막에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요, 많이 힘들었는지 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앉아 있더군요. 옆에 있던 구단 프론트는 열심히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고요. 남은 마지막 힘을 쏟아내며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으니 기운이 없을 수 밖에요. 괜히 안쓰럽더군요. 그런데 그 와중에 차범근 감독은 “이청용은 전반 잠깐 반짝했지만 기성용은 나중에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죠.

잠시 후 기성용 선수에게 차범근 감독의 혹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담담히 오늘 몸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더군요. 하나 속은 꽤나 쓰렸을 듯합니다. 후반 89분  자신이 시도했던 중거리슛이 그대로 결승골로 연결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자, 이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는 일요일 2차전에서 우승 트로피의 향방이 갈리게 되는군요. 어느 팀이 마지막 순간 웃을지 무척 궁금하고 또 기대가 큽니다. 블로그 독자들을 위해 오늘 현장에서 건진 따끈따끈한 영상, 편집해서 올려드립니다. ^^






경기장에 3시간 동안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리털 파카와 목도리, 장갑을 챙겨가지고 왔지요.

기자들에게는 치킨과 라면이 제공됐답니다.

그런데 기자들에게 나눠준게 또 하나 더 있었어요. 뭘까요?

바로 바로 소녀시대 포스터! 이걸 왜 나눠줬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ㅋ 후배는 완전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ㅋ

K리그 우승컵입니다. 작년부터 이 모델을 사용하죠. K리그 엠블럼을 상징해서 만든 우승컵입니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관중이 참 많이 왔어요.

건너편에도 관중이 정말 많더라고요.

줌 기능을 이용해서 찍어보니... 역시 많군요.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도 많았어요. 정신없이 깃발 흔들며 응원 중입니다.

중무장한 꼬마도 보였어요. 어찌나 FC서울을 열심히 응원하던지요.

이렇게 아들과 같이 온 어머니도 보였습니다. 유니폼을 나란히 입고 응원하는 모자의 모습이란. ^^ 저도 부럽더군요.

FC서울 구단에서 팬들에게 빳빳한 종이를 나눠줬는데 이렇게 접으면 부채가 되더군요. 잡고 흔들면 소리가 났어요. 아이디어 굿~

나눠준 종이를 펴면 요렇습니다.

출전선수 명단. 정규리그와 컵대회 멤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었죠.

FC서울에서 깃발섹션을 펼쳐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면 종이가 아니고 깃발임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수원 그랑블루는 역시나 언제나처럼 멋진 카드섹션을. ^^

그랑블루가 '패륜송'을 부르자 '메롱'이라 적힌 판넬을 들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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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2008컵대회 포항과의 준결승전이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배기종은 “오랜만이에요”라는 인사와 함께 웃었다. 사실 배기종과 난 만나면 참 격없는 기자와 선수 사이다. 2년 전, 어리버리했던 기자와 또 역시 갓 프로에 뛰어 들어 어리버리했던 신출내기 선수는 인터뷰를 이유로 처음 만났다. 당시 배기종과의 인터뷰를 위해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가는 강행군을 했어야했는데, 내가 식사도 못한 채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을 알고선 참 많이 미안해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됐건만 그는 인터뷰 내내 “배 안 고프세요?” “안 피곤하세요?” 그렇게 부러 안부를 묻던, 참 착한 청년이었다. 배기종은.  


2005년 겨울 그를 부르는 프로팀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간신히 대학시절 감독님 소개로 대전시티즌에 입단할 수 있었다. 번외지명, 그러니까 지명 외 선수로 들어간 그에게 매달 쥐어진 돈은 85만원에 불과했다. 그 적은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건만 그는 국민연금까지 낸다며, 국민연금공단 아가씨가 “배기종 선수, 내년에는 연봉 올려서 다른 선수들처럼 연금 많이 내세요”했다며 하하 웃었다. 그만큼 참 심성이 맑은 선수였다.

전반기만 해도 대전시티즌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여타 신인들 사이에서 단연 도드라졌고 신인왕 No.1으로 꼽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스타전 이후로 배기종의 컨디션은 점점 하향곡선을 그렸다. 골은 침묵하기 시작했고 모 구단과의 사전접촉과 태업파문에 얽히는 것으로 모자라 결국 임의탈퇴까지 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잘될 거라고 믿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배기종은 다행히 맞트레이드 형식(황규환 +조재민)으로 수원에 입단하게 되었고 대전과의 개막전에도 인상깊은 모습을 보였다, 쏟아지던 빗속에서 거침없이 골문을 향해 드리블하던 오른쪽 날개 배기종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물론 그 이후 크고 작은 부상들로 인해 1군과 2군을 오갔지만 결국 배기종은 컵대회 결승전에서 보란 듯이 해냈다.

그 멋진 슛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나 결승전 때 꼭 오라고 했나보다. 전반 11분 전남 풀백 유지노를 등진 채 돌며 터뜨린 선제골은 그날의 베스트골로 선정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후반 33분 터진 에두의 결승골도 시작은 특유의 날랜 드리블로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린 배기종의 발끝에서였다.

경기 후 MVP로 선정돼 잔뜩 긴장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모습을 보며, 배기종의 어머니는 얼마나 기뻐하며 눈물을 흘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2년 전 배기종과 처음 만나 인터뷰 했던 그날의 녹취록을 블로그에다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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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시죠?” “피곤하시겠어요.” “저 때문에 고생하시는 거 아니에요?” 인터뷰 내내 배기종이 제일 많이 했던 말이다. 그렇다. 이제 막 프로무대에 선 그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질문에 답할 때도 한참을 생각한 뒤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요즘이 제일 기쁘고 가장 행복해요.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는 기뻤던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지금 이렇게 잘되라고 그때 많이 힘들었나봐요.”

살짝 미소 짓는 얼굴에서 숨겨놓았던 슬픔이 묻어났다.

아버지. 이제는 담담하게 부를 수 있는 그 이름, 아버지. 오늘처럼 따뜻했던, 막 열한 살이 됐던 어느 봄날, 아버지는 가족 곁을 떠났다. 그리고 아버지의 부재와 함께 배기종의 축구인생도 시작됐다. 그런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뒤늦게 야식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어린 기종이 새벽운동을 나갈 때 어머니는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깨 위론 긴 밤 고단함을 켜켜이 쌓은 채로.

그때 배기종은 결심했다. 어른이 되야겠다고. 내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어른이 되야겠다고. 그 뒤론 얼마 안 되는 용돈을 쪼개고 모아 축구화를 샀고, 어머니의 단잠을 위해 오후에는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눈물을 처음 봤던 열여섯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을 다 알아버린 아이. 그때부터 오직 어머니를 위해 공을 찼던 아이, 배기종. 그리고 지금,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빨리 어른이 되길 기도하던 그 아이는 어느덧 대전을 빛내는 별로 자랐다.

배기종, 그는 매일 그라운드 위에서 희망을 쏜다. 그렇다. 그의 발끝에서 터지는 것은 골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 희망이다.

-작년 한해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제 축구인생이 그래요. 잘 하다 갑자기 뚝 떨어지고 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대학 1학년 때는 잘했어요. 게임 때마다 좋은 모습 보여줬고 그래서 늘 자신감에 차있었어요. 그런데 4학년 때 동계훈련이 거의 끝날 무렵,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어요. 다행히 11월에 마카오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 대표에 뽑혔지만, 1분도 뛰지 못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여 참 많이 속상했어요. 사실 처음 대학에 왔을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늘 자신감을 갖고 있었는데 그렇게 되니 제 자신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어요.

당시 드래프트 결과를 전화로 듣고 핸드폰을 껐죠. 혼자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요. 그날 눈도 많이 왔는데. 다음날 코치 선생님께서 “괜찮으니까 다시 잘 하라” 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잡고 고등학교에서 운동하기 시작했어요.

드래프트 당시 어떤 팀에서도 저를 뽑아주지 않았을 때, 주위 많은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라. 넌 꼭 갈 수 있다” 라고 말해줬어요. 물론 그때마다 ‘이렇게 속이 바싹바싹 타는 기분을 알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많이 힘들었어요.

-프로진출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던가요.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부터는 ‘축구부 회비’ 라는 게 있어요. 그런데 가정형편상 회비를 낼 수가 없었고, 그래서 중학생이 되면서 축구부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때 다행히 중학교 코치 선생님께서 면제를 해주셨고, 그 덕분에 계속 할 수 있었죠. 그때부터 쭉 고 1때까지 면제 받았어요.

중학교 3학년 당시 운동하면서 많이 맞았어요. 어린 마음에 그게 싫어 3학년 초에 친구 한명과 팀을 나왔어요. 나중에 어머니께서 “제발 다시 운동하라” 고 하셨고 코치님께 “용서해주고 다시 받아 달라” 며 우셨어요. 그때 이후로는 한 번도 그만두거나 도망간 적 없어요.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도 이유 없이 형들에게 맞고 그랬지만 단지 맞는 게 싫다는 이유로 그만두는 것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꾹 참고 계속 운동했죠.

그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후배들과 운동하며 지난 12월 한 달을 보낼 때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제는 후배들에게 희망이자 귀감인 선배가 됐네요.
아직은 아니에요. 이제 겨우 시작인데요. 작년 12월 한 달 동안 고등학교 후배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많이 친해졌죠. 그 때문에 나중에 연습생으로 프로에 가고 나서도 후배들이 신경 쓰였던 것이 사실이에요. 지금도 종종 후배들에게 연락이 와요. 용품 달라고 할 때마다 준다고는 하는데 막상 크게 줄 게 없어, 요즘은 그게 참 미안해요.

-축구는 어떻게 해서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 감독님이 절 찾아왔어요. “축구 잘한다고 소문났는데 축구부 들어올 생각 없냐”고 물어보셨죠. 그 시절 제가 본 축구부는 매일 맞고 뛰는 이미지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축구부 같은 거 하면 안 되겠다’ 는 생각이 들어 거절했죠. 그런데 저희 외삼촌이 축구를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제게 축구 해볼 생각 없냐며 권유하셨고, 마침 그때가 학교에서 축구부원을 뽑는다며 무작위로 아이들을 뽑아 축구부에 넣을 때였거든요. 선생님이 일부러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중에 저도 있었어요. 그렇게 축구부에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축구를 시작하게 됐죠.

-어머니 홀로 힘들게 배기종 선수와 여동생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그때부터 어머니는 외삼촌이 하시는 야식집에서 일하세요. 밤새 음식 만드시다 매일 새벽에 들어오는데도 혹 제가 신경이라고 쓸까봐 한 번도 힘든 내색 하지 않았어요. 그 때문에 학교에서 운동하다 무슨 일 때문에 집에 전화하려해도 어머니 주무시는 거 아니까 전화를 못 걸 때도 많았고요.

아버지하고는 연락이 안돼요. 고등학교 때는 몇 번 찾아오셨는데 어느 순간 안 오시면서 연락이 끊어졌어요. ‘프로에 와서 내가 잘 되면 아버지께서 연락하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역시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요. 아버지가 찾아오시면 만날 수야 있겠지만 전처럼 좋아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그저 ‘꼭 성공해서 어머니 호강시켜드리자’ 는 생각뿐이에요.

프로 첫 데뷔전을 마치고 MVP를 탔어요. 어머니께 부상으로 받은 100만원 상품권을 드렸죠. 마침 그때가 어머니 생신이었거든요. 특별한 것을 준비 못해 그걸 선물로 드렸는데 어머니께서는 뭘 이런 걸주냐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고맙게 받으셨어요.

요즘은 “경건해져라” 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매스컴에서 제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것에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하세요. 참, 밥 잘 먹으라는 말씀도 많이 하세요. 밥을 많이 먹어야 힘이 난대요. (웃음)

-어떻게 프로에 적응 중인지 궁금합니다.
어머니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서 잘하면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이라고 충고해주셨어요. 첫 연습게임 때 포워드로 뛰었는데, 지켜보시던 최윤겸 감독님이 안 되겠다며 미드필드로 내려가라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미드필더로 뛰게 됐는데, 처음 보는 자리라 힘들었어요. 지금도 힘들지만 그때는 더 힘들었죠.

사실 대학 때는 오는 공만 받고, 만들어주는 것만 해결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패스도 줘야하고 더 많이 움직여야하고, 지금도 그런 게 완전히 익혀지지 않은 상태라 아직은 힘든 게 사실이에요. 솔직히 아직까지 가끔 헤매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잡아주시고 가르쳐주세요. 다들 알고 계시지만 감독님 참 좋으신 분이에요. 보잘 것 없는 상태로 왔는데도 저를 믿어주시고 이렇게 기회까지 주셨어요.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어요.

참, 데뷔전 때는 체력안배를 잘못해 숨 쉬는 게 힘들었어요. 그때 정말 ‘이래서 프로무대가 높다는 말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요. 지금은 그래도 많이 적응한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말이 많이 늘었어요. 첫 게임 때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는데, 제가 할 말은 다하더라고요. 저도 놀랐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늘은 것 같아요. 다행이죠(웃음).

-그러고 보니 데뷔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지난 2006년 3월15일 부산전 때 데뷔하며 골까지 기록하셨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경기에 투입돼 뛰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와, 힘든 거예요. 호흡이 내려갈 생각을 안하더라고요.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당황했죠. 골 넣고 나서도 너무 힘들었어요. 형들도 제가 헐떡헐떡 숨 쉬는 것 밖에 안보였대요. (웃음)

그때 데뷔전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날 밤 혼자 누워서 이게 운일까, 실력일까, 생각했어요. 오늘 있던 일이 진짜였을까, 다시 떠올려보기도 했고. 골을 넣었다는 사실에 기뻐 잠이 안온건지 모르겠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어요. 그날 새벽 2시까지 잠 못 이룬 채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데뷔전 이후 ‘힘들게 프로에 왔지만 열심히 하니까 나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자신감이 많이 생겼죠. 형들이 그래요. “너는 게임이 안 풀리면 무조건 들어간다. 그러니까 항상 들어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몸을 만들어라.” 계속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올해 세운 목표가 있다면요.
처음 프로에 왔을 때 (강)정훈이 형이 해주신 말씀이 생각나요. “네가 못해서 연습생으로 들어온 게 아니니까 열심히 해. 열심히 하면 잘될 수밖에 없어.”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물론 프로에서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에요. 다들 경기에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요. 그 속에서 저 역시 항상 배우는 자세로 꾸준히 노력하고 싶어요. 쉽게 오지 않았잖아요. 어렵게 온 만큼 더 열심히 해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처음 프로에 왔을 때 세운 다짐들 기억하며 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언젠가 (이)관우 형이 잡지 인터뷰에서 그랬어요. "오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겠다" 고. 저도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모두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선수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할 테니 이제 막 시작하는 저에게 많은 관심과 충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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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배기종이 내게 했던 말, 2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말을 마지막으로 긴 글을 마칠까 한다.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세요. 항상 겸손하라고. 이제 막 시작인 아들이 프로무대에서 자칫 흔들릴까봐 걱정되나봐요. 매일 기도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하라고만 하세요. 어머니 말씀 새기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해요. 자신감을 갖고 하자. 그리고 처음처럼, 처음 그 마음 잊지 말고 열심히 하자. 아직 부족한 것들, 스스로가 잘 아니까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들 신경쓰지 않고 계속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참, 착한 아들 배기종은 컵대회 MVP 소감을 묻자 수요예배 때문에 경기장에 못 나오신 어머니가 제일 많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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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18경기(15승3무) 무패행진을 이어오던 수원이 FC서울에 0-1로 패하며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FC서울은 전반에 터진 이승렬의 결승골 덕분에 컵 대회 7경기만에 첫승을 거뒀을 뿐 아니라 수원전 5연패의 사슬까지 함께 끊었죠. 지난 경기에서 귀네슈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 출전정지를 받은 까닭에 벤치를 지키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선수들에게는 '힘'으로 작용, 마지막까지 수원에 1골로 허락하지 않는 뒷심을 발휘하게 만들었지요.

아무래도 라이벌로 비교되는 FC서울에게 당한 패배였기에 더 속상했나봅니다. 종료 직전 이정수 선수는 이대로 패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온 몸을 아래로 떨군 채 있더군요. 그런가하면 경기 내내 FC서울의 골문을 노렸지만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했던 수원의 젊은 공격수 서동현과 신영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라커룸으로 들어갔습니다. 김대의 선수는 기자들 앞에서 열심히 목소리 높여 경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모습에서 아쉬움이 읽혀졌습니다. 통곡의 벽 마토를 비롯해 곽희주, 양상민 등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왼쪽 풀백으로 나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김대의로서는 그럴 수밖에요.

수원 선수들의 슈팅은 끝없이 이어졌지만 지독히도 운이 따라주지 않더군요. 또 무엇보다 FC서울의 두 선수, 수문장 김호준과 센터백 김진규이 너무 잘했습니다. 그들의 몸을 날리는 선방이 있었기에 FC서울은 실점하지 않았죠. 경기 후 만난 김호준 선수는 “너무 기분 좋아요. 오늘 최고에요”라고 말하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더군요.


FC서울 주전 이청용 선수는 “그동안 킥으로 시작되는 공격에서 주로 당했는데 오늘은 그 부분을 보안했습니다. 덕분에 경기력에서 밀리지 않았고 볼 점유율면에서도 저희가 더 높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수원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었기에 우리가 이를 끊고 꼭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컸고 때문에 다른 경기보다 더 많이 집중했습니다”라고 덧붙였죠.



참, 오늘은 후반전에 통증을 호소하며 풀썩풀썩 쓰러지는 선수들이 다른 때부터 많았답니다. 덕분에 추가시간이 무려 '7분'이나 주어졌죠. 지금껏 제가 본 수많은 경기들 중에서 가잔 길었던 추가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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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박지성 선수의 선제골과 박주영 선수의 PK골로 전반 2-0으로 앞서갔지만 후반에 내리 2골을 내주며 결국 2-2 무승부로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

동점골이 터지자 하산 압델 파타는 유니폼까지 벗어 던지며 기쁨을 표현하더군요. 2골 모두 자신의 발끝에서 터졌으니 그럴 수밖에요. 때문에 경고 카드를 받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듯 했습니다.


믹스트존에서 우리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요르단 선수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렸습니다. 요르단 선수들은 일부러 보란 듯이 믹스트존에 있던 문을 활짝 연 다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더군요. -.-;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우리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 고개를 푹 숙인 채 갔고 기자들 역시 그 마음을 이해하는지라 꼭 멘트가 필요한 선수들에게만 가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지막에 나타난 박지성 선수는 대부분 기자들이 김남일 선수에게 몰린 틈을 타 조용히 가려했으나 결국 그를 발견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해야만 했지요.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박지성 선수의 인터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동영상을 확인해보세요. 마침 박지성 선수가 제 앞에 자리를 잡은 덕분에 정면에서 박지성 선수의 멘트를 딸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떠난 후 믹스트존을 나서려는데 요르단 축구협회 관계자 분께서 우리 한국 기자들에게 요르단 기념품을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제 재킷 왼쪽 깃에다가는 특별히 요르단 배지를 달아주시더군요.



물론 선물을 주는 그 마음에는 감사했으나 2-2라는 스코어 때문에 씁쓸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나섰습니다. 열심히 뛰었으나 막판 뒷심 부족으로 2골을 헌납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은 또 오죽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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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수원삼성의 질주가 무섭습니다. 지난 주말 수원은 서동현, 박현범의 연속골로 제주를 2-1로 제압했습니다. 이로써 8연승(컵대회 포함) 및 10경기 연속 무패(9승1무)로 새롭게 기록을 갱신했죠. 그간 K리그 최다 연승기록은 2002년 성남이 세운 9연승입니다. 수원이 이 기록을 깰 수 있을지도 자뭇 궁금합니다.



전문가들은 수원의 이같은 연승행진 비결을 '안정된 포백(송종국-곽희주-마토-이정수)'과 '신인(조용태, 박현범) 및 준신인(서동현,신영록)의 활약'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장을 찾은 저는 또바른 비결로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꼽고 싶군요. 차범근 감독도 이를 인지했는지 경기 후 갖은 인터뷰에서 "오늘 우리가 이길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원삼성을 향한 수원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동영상으로나마 전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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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