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축구계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도대체 왜 축구가 좋냐는 물음이었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보다 더 솔직한 스포츠는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나의 대답은 같았다. 하긴, 그 누군가도 그랬었지. 땀보다 솔직한 건 없다, 라고.

성장 호르몬에 문제가 있어 키가 안자라던 메시가 발롱도르를 수상할 수도 있던 것도, 거리의 부랑아로 지내던 앙리가 희망의 전도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170cm 밖에 되지 않은 열 아홉 민우가 쟁쟁한 선수들 틈에서 3골이나 터뜨리며 U-20월드컵의 ‘작은 거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가 축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여기, 축구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과, 내일에 대한 희망과, 사람을 향한 믿음을 얻은 아이들이 있다.

리더스 유나이티드. 소년소녀 가장, 결손 가정, 새터민 자녀, 왕따 청소년들로 구성된 유소년 축구팀이다. 2003년 정읍에서 카센터를 운영 중이었던 김명철 감독이 방황하던 아이들이 안쓰러운 마음에 사재를 털어 만든 축구단이다. 지금도 한달에 100만~150만원의 개인돈이 축구단 운영에 들어가지만 김 감독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더 많은 지원을 해주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세상과 단절됐던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전용 훈련장을 마련할 여건이 되지 않아 주말과 일요일에만 정읍지역 학교 내 운동장을 어렵사리 빌려 공을 차고 있는 와중에도 리더스 유나이티드가 올린 성적은 제법 준수하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전북도지사배 풋살대회와 정읍시 YMCA 청소년축구대회 우승컵을 손에 쥐었으며 올해에는 제2회 국민생활전국청소년축구대회에 나가 3위에 올랐다.

세상이 버렸다고 생각했던 문제아들이, 이제는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느새 그림자에서 빛이 된 아이들이 공과 함께 몸으로 쓰는 아름다운 이야기. 분명, 축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희망록.

16년도 더 된 고물차를 타고 이동하고, 비어있는 축구장을 찾아 떠돌고, 잔디가 아닌 흙먼지가 폴폴 이는 맨땅에서 공을 차야하지만, 그래도 리더스 유나이티드 아이들은 행복하다. 축구는, 패배의식만 가득했던 그들에게 자신감을 알려줬고 달릴 때마다 울리는 심장의 고동소리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줬으니까. 언제나 꼴찌를 도맡았고, 왕따였을 뿐 아니라 지도교사들도 포기한, ‘루저’라는 카테고리 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에게 사랑 받고, 또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줬다. 축구는.

김명철 감독은 말한다. 사고뭉치였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준다면 사회에 필요한 사림이 될 수 있다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겪는 방황은 인생의 긴 여정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밑줄 긋는다.

“이 아이들이 멈추지 않는 꿈을 갖고 사회의 리더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영웅, 홍명보 감독을 만나 즐거운 배움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꿈같은 하루였다. 아니 꿈에서도 겪어보지 못했을, 그런 날이었다.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축구를 몰랐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만남이었고 또 쓰지 못했을 이야기였다.

확실히, 축구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이 있다. 정읍의 아이들이 공과 함께 써내려가는 희망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어지리라. 그들이 만들어낼 기적 같은 이야기들은 멈추지 않는 공처럼 계속 되리라. 그것은 오직 축구만이 이뤄낼 수 있는 기적. 그래서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보다. 축구를. 우리들의 축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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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