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은 그룹 <스파이스 걸스> 출신 빅토리아를, 애슐리 콜은 <걸스 얼라우드>의 멤버 셰릴을 아내로 맞았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시절 방송인 최미나와 결혼했으며 안정환과 김남일은 미스코리아 출신 이혜원, 아나운서 김보민과 각각 웨딩마치를 올렸다. 옛말에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는데, 능력있는 축구선수는 미인이 따르는 모양이다. 이런 논리가 참이라면, 인천Utd.의 이준영도 능력있는 선수다. 마음까지 예쁜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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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준영의 여자친구에겐 여느 축구선수들의 ‘그녀’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 이준영의 아내가 될 오수정씨는 바로 전직 축구선수 출신으로, b11이 오늘 들려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축구선수가 축구선수를 만났다’는 문장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롤로그
“제 여자친구가 축구선수 출신이라 하면 다들 한 번씩 놀라더라고요. 그렇게 신기한가요?” 전화로 인터뷰 시간을 잡던 중 이준영이 불쑥 던진 질문이다. 아무래도 축구선수가 축구선수를 만났다는 사실은 극히 드문 일이기에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순간, 수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저희가 일반적인 커플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단지 제 여자친구 직업이 다른 이들의 여자친구들과 달랐을 뿐이죠.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만나서 얘기해요.” 그리고 다음날 이준영 오수정 커플과의 접선 장소가 정해졌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신혼집. 그곳에서 결혼식 준비로 바쁜 와중 어렵게 시간을 낸 두 사람을 만났다.
만남, 그리고 시작
“이래봬도 7년 째 연애 중인 장수커플이에요. 대학 때 처음 만났어요. 그때 전 경희대 여자축구부 소속이었죠. 2001년 3월 초로 기억해요. 대통령배에 출전한 남자축구부를 응원하고자 여자축구부원들과 경기장을 찾았어요. 낯선 선수가 선발로 뛰고 있었는데, 문전 움직임이 유독 남달라 눈에 띄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에게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신입생 이준영이래요. 그때부터 눈여겨보게 됐죠.” (오수정)
“제 여자친구가 저보다 한 학번 위 선배다 보니 처음엔 대하기 어려웠어요. 한번은 저녁식사 후 남자축구부와 여자축구부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미니게임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같이 운동하고 밥 먹으며 자연스레 친해졌죠. 당시 제가 새내기라 시간표 짜는 것부터 수강신청 하는 것까지 어렵고 서툰 게 참 많았는데, 그때 여자친구가 옆에서 많이 챙겨줬어요. 그러면서 차츰 호감이 생겼죠.” (이준영)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건 2001년 11월부터다. “우리 만나면서 하루씩 날짜를 세볼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민망한 ‘작업멘트’와 함께 이준영이 용기를 냈고 이를 수정씨가 화답하며 정식으로 교제가 이뤄졌다. 물론 두 사람의 연애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감독님께서 선수들끼리 만나는 걸 싫어하셨어요. 아무래도 운동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을 하신 거죠. 그런데 제게는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됐어요. 여자친구랑 같이 산도 뛰고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또 패스연습도 했는데, 저희에게는 운동이 곧 데이트였거든요.”
함께 운동하며 붙어있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지만 두 사람 사이의 연애전선을 감지하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소문에 조심하며 주의를 기울였는데, 워낙 완벽했던 탓에 나중에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단다. “어느 날 후배 녀석이 고민이 있다며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여자축구부에 좋아하는 누나가 있는데 형이 중간에서 다리를 놔주면 안 되냐면서요. 그런데 그 여자선수가 글쎄 제 여자친구였던 거예요. 처음엔 저도 당황해 아무 말도 못했죠. 차라리 다행이었어요. 더 이상 속여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에게 공표하게 됐으니까요. 반응이요? 다들 <식스센스>에 버금가는 반전이라며 깜짝 놀라던 걸요(웃음).”
사랑은 축구를 타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03년, 이준영은 학업을 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안양LG(現서울)에 입단했고 그때부터 캠퍼스 커플이던 두 사람은 장거리 연애에 돌입하게 됐다. “프로선수는 주말에 경기가 있어 바쁘지만 대학선수들은 그때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날이에요. 그러다 보니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데이트를 자주 할 수 없었지요. 그래도 평일 저녁시간마다 짬을 내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곤 했어요. 숙소 근처 강변역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여자친구 집이 있는 오산까지 가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 오고 가는데만 2시간이 걸려요. 숙소 통금시간까지 있어 30분 정도 잠깐 얼굴만 보고 돌아올 때가 많았어요.”
축구선수 여자친구를 위한 이준영의 남다른 지극정성은 예서 다가 아니다. “K리그는 여름에 잠깐 휴식기를 갖잖아요. 마침 그때 여자친구가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 전국대회에 출전 중이었어요. 저도 선수이다 보니 더운 여름날 텅 빈 경기장에서 뛴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화천까지 달려가 시원한 음료수 사주며 잘하라고 응원해준 적도 있어요.”
그때까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정씨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당시 저희 팀 선수들이 얼마나 절 부러워하던지요”라는 말과 함께 웃었다. 다음은 수정씨가 전해준 ‘친절한 준영씨’ 이야기의 후편이다.
“대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인대가 파열됐어요. 안쪽 근육을 잡아주는 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1년을 고스란히 날려 보내고 말았죠.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했지만 그러면 선수 생명이 끝날 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는데, 그거 아세요? 운동보다 더 힘든 게 재활이에요.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던 당시 남자친구가 옆에서 참 많은 힘이 되어줬어요. 자신도 프로에서 자리 잡느라 힘들었을텐데 내색 한번 없이요. 항상 병원에서 재활 중인 저를 먼저 생각해줬어요. 언젠가 한번은 제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냈는데, 고마운 마음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행복한 축구선수 커플을 꿈꾼다
이준영의 한없는 격려 덕분이었을까. 결국 수정씨는 재활에 성공했고 실업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지금도 그녀는 말한다. 자신을 향한 믿음과 격려가 없었다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은퇴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고. 서울시청(2004~2005)과 충남일화(2006)에서 보낸 실업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축구선수로서 유종지미를 거둘 수 있었기에 수정씨는 지금도 만족한다. 그리고 고마워한다. “실업에서 몸담고 있던 시절엔 남자친구에게 고마움을 많이 표현하지 못했어요. 운동 때문에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축구선수가 아닌 축구선수의 아내니까, 그동안 못해줬던 것들 하나하나 채워주며 잘해주고 싶어요.”
이번에는 옆에 있던 이준영이 거든다. “제가 더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죠. 여자친구가 운동을, 그것도 같은 종목에 몸담았던 사람이다 보니 누구보다 축구선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여자친구의 조언이 제게 도움이 될 때가 참 많아요.
예를 들어 술이 운동선수에게 안 좋다는 걸 몸소 체득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휴가 때면 옆에서 못 마시도록 자제시켜준답니다. 경기에 나서기 위해선 한 자리를 두고 3~4명의 선수들과 싸워야하는데, 이렇게 흐트러진다면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면서 말이죠. 이보다 더 든든한 지원군이 또 있을까요? 그런 사람이 제 아내가 된다는 건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죠. 앞으로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좋은 남편이자 또 멋진 축구 선수로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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