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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축구가 있는 풍경

대학생이 말하는 U리그는 이랬다


신록의 빛이 캠퍼스 곳곳에서 반짝이던 지난 5월 첫 출항했던 U리그가 6개월의 대장정 끝에 경희대의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시범리그였지만 U리그 ‘원년의 해’라는 대의 아래 서울·경기 지역 10개교(광운대 고려대 경희대 건국대 명지대 수원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가 참가, 대학축구 부흥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애쓴 이들은 선수 뿐이 아니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바지런히 뛰어다닌 ‘벌꿀’들이 있었다. 바로 U리그 명예기자단이다. 어느새 낙엽은 졌지만 그들이 기억하는 U리그는 여전히 봄날 한가운데 있었다. U리그 명예기자단들을 만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알콩달콩 U리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명예기자가 말하는 U리그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그런데 제가 군대를 다녀와 선수들보다 나이가 많거든요. 선수들이 “형”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온 덕분에 저도 편하게 대할 수 있었어요. (성현재/한양대)

같은 (체육교육)과 친구들이 선수로 뛰다보니 처음엔 존댓말로 인터뷰하는 게 어색했어요. 친구들도 당황스럽다며 웃더라고요. 그런데 시즌이 끝날 때 쯤 되니 기자와 선수로 만나는 상황에 서로 익숙해지더라고요. 나중엔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갈 정도로 발전했죠. (이해령/고려대)

광운대는 학교 운동장이 협소해 노원 마들공원에서 경기를 치렀어요. 학교 밖에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처음엔 다들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 시즌 말미엔 조금씩 관심이 생기는 눈치였어요. 내년엔 학교 운동장에서 할 수 없냐고 묻는 동기도 있었고, 최근에는 얼짱 축구선수와의 소개팅을 부탁하는 여자 후배들까지 생겼죠(웃음). (김윤환/광운대)

선수들 이름 외우는 게 어려웠어요. 그 때문에 실수를 하나 했죠. 시즌 초 U리그 책자에 들어갈 인사말을 싣기 위해 감독님과 통화한 적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서#덕 선수가 잘한다”고 하셨는데 통화 상태가 좋지 않아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서영덕이라는 선수가 있더라고요. 자신있게 서영덕이라고 썼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선수 이름은 ‘서용덕’이더라고요. 서영덕 선수는 고려대 축구부 소속이었고요. 나중에 경기장에서 서용덕 선수를 만났는데 자기 이름이 잘못 나왔다며 속상해하는 눈치더군요. 정말 미안했죠. (정광수/연세대)

전 후기리그부터 합류한 바람에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인터뷰도 축구협회에서 지정한 선수하고만 가능한 줄로 알았다니까요(웃음). (최태환/명지대)

이번 U-19아시아선수권 일본과의 8강전에서 우리 학교 최정한 선수가 결승골을 넣었어요. 그런데 이 선수가 참 재밌는 친구에요. U리그 기사 모니터를 하나 봐요. 한번은 “고려대 이재민 선수는 인터뷰 기사도 올라오는데 저랑은 인터뷰 안 하나요?”라고 묻더라고요. 또 얼마 전에는 “이번에 청소년대표팀에서 아르헨티나와 친선경기를 갖는데 혹시 오시나요? 그럼 제 플래카드 부탁합니다”라는 이야기로 저를 웃게 만들기도 했고요(웃음) (정광수/연세대)

감독님들도 기사를 챙겨보시는 것 같아요. 한번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졌다며 기분 나쁜 표정으로 인사도 없이 경기장을 나선 적이 있어요. 그 모습에 실망하여 기사에다 일갈했는데 바로 다음 경기에서 선수단 전체가 확 달라져서 나타났더라고요. 여전히 관중은 적었지만 그들 앞에서 즐겁게 골 세레머니를 펼쳤고 끝인사도 잊지 않았어요. 알고 봤더니 감독님께서 제가 쓴 기사를 보고 나서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 열심히 하라”며 야단쳤다고 하더라고요. (성현재/한양대)

U리그, 이점이 아쉬웠다
개막 전만해도 학교 측에서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홈페이지 접속할 때마다 U리그 안내 팝업창 뜰 정도였으니까요. 한데 개막전 이후로는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 모습이더라고요. 홍보에 소홀해지자 관중 역시 자연스레 줄어들고 말았죠. (이해령/고려대)

명지대도 전기리그 때까진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플래카드가 걸리곤 했어요. 그런데 후기리그부터는 그마저도 없어졌어요. (최태환/명지대)

아무래도 한창 수업 중인 3시에 경기에 열리다 보니 보러 가는 학생이 거의 없어요. 관중 대부분이 선수 부모님들이죠. 그 때문에 “한양대 파이팅!”하는 외침보다 운동장 옆 음대 건물에서 들려오는 소프라노 목소리가 더 클 때가 많아요. (성현재/한양대)

후기리그 때 일정 변경이 잦았어요. 경기 에 맞춰 시간표를 짰는데, 나중엔 잦은 변경 때문에 학사일정에 지장이 생기더라고요. 여기에 하나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기장 내 의료시설이 열악하다는 사실이에요. 경기 때마다 의사가 상주하지만 선수들만 전문적으로 진료한 선생님이 아닌지라 관련 지식이 부족해요. 엊그제도 경기 중에 한 선수가 실려 나왔는데, 처음에는 근육 파열로 판단하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뛰던 중에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면 분명 인대 파열이라고 말해서 그제서야 큰 병원으로 선수를 보냈어요. 결국 그 선수는 감독님 말씀대로 인대 파열 판정을 받았는데, 부상 정도가 심해 독일에서 수술해야한대요.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앞으로 경기장 내 의료시설이 좀 더 확충되고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진 촌각을 다투는 위험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김윤환/광운대)

지금의 U리그는 너무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요. 입장할 때 선수들은 FIFA 페어플레이기와 함께 에스코트 어린이 손을 잡고 운동장에 들어서요. 형식은 그럴싸하죠. 그렇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실상 그렇지만도 않아요. 잔디구장이 없어 비 온 뒤 질퍽거리는 흙바닥에서 시합을 치르는가 하면, 볼보이도 부족해 공이 바깥으로 나갈 때마다 골키퍼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여요. 겉 보다는 속이 꽉 찬 U리그가 됐으면 좋겠어요. (성현재/한양대)

그러나 장점도 있었다
그런 반면에 좋은 점들도 분명 있죠. 일단 감독님들은 매주 경기가 열리다 보니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씀 하세요. 선수들을 다양한 포지션에 돌려가며 기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여러 전술을 사용할 수도 있어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하세요. (김윤환/광운대)

보통 전국대회에서는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고학년 위주로 경기에 나서잖아요. 그런데 U리그에서만은 달라요. 각 학교 감독님들 대부분이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고루 경기에 내보내세요. 선수들에게는 감독님 눈도장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죠. 그 덕분에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선수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죠. (최태환/명지대)

한 대회가 끝나면 다음 대회가 있기까지 한두 달 시간이 있잖아요. 그때 선수들이 자칫 몸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운데, 올해 U리그에 참가한 선수들은 그럴 수 없었대요. 아무래도 매주 경기를 치러야하다 보니 순간의 나태함이 곧 경기력 저하로 나타나기 쉽잖아요.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U리그를 통해 1년을 내다보며 체력관리하는 법을 배웠대요. 또 리그제를 미리 경험함으로써 예비 프로리거로서의 자세 또한 기를 수 있어 좋았다고 하네요. (이해령/고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