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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축구가 있는 풍경

아마추어 축구선수들의 꿈을 아시나요?






올 한해  몇 번이나 경기장을 갔는지 궁금해 다이어리를 꺼내 하나 하나 세어봤습니다. 정확하게 72번이더군요. 많기도 하여라. ^^ 그래도 제 머리와 가슴은 그 모든 경기들을 기억하고 있답니다. 어쩜 다이어리와 이곳 블로그에 후기를 끄적인 덕분인지도 모르겠죠.


그 수많은 경기들 중 저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뛰었던 경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도 제 머릿 속에는 텅빈 운동장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모습이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 자리 잡아 있네요. 경기장이 너무 조용한 나머지 관중석에 앉아있던 제게도 선수들이 하는 말이 또렷이 들려 언젠가는 멋쩍어하며 웃었던 기억도 나는군요.


올 한해 대학 축구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면 늘 경기장에 가곤 했습니다. 8월에는 안동까지 가서 뙤약볕 아래서 경기를 지켜보다 일사병에 걸려 쓰러지기도 했고(승부차기까지 갔거든요! 140분 동안 햇볕 아래 있었으니 몸이 축날 수 밖에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10월의 어느 날에는 찬 바람을 쐬며 수원종합운동장에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학축구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양구까지 내려갔고요.


가끔 사람들은 묻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리도 열심히냐고요. 전국을 헤매면서까지 봐야만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냐면서요.


물론 그때마다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치열함 때문에요."


치열함.


그렇습니다. 전 그저 그들의 지독한 치열함이 좋아서 그럴 뿐입니다.


경기장에 서 있을 때면 그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때론 상대를 향해 욕을 하고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맙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곧 일어섭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달리지요. 공 하나를 향해 뛰는 그들을 바라볼 때면 저는 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단지 힘들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려는, 늘 잘할 수 있을까? 라며 자주 주저앉은 제 자신에 대해 말이죠.


하지만 그들은 그런 저와 다릅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저 공을 향해, 공과 함께 뜁니다. 단지 비장한 각오가 있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희망, 바로 희망 때문이지요.


언젠가는 관중들로 가득 찬 경기장에서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말입니다.


공과 잔디, 그리고 땀방울 하나 하나가 바로 그들이 품는 품입니다. 그렇게 온마음으로 키워내는 꿈이지요. 저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치열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배운답니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서 저는 그들과 잠시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보라고 말했지요. 그랬더니 선수들은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렇지만 마음 속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하더군요.


“이번 경기만 그러는 게 아니라 일단 예선, 16강, 심지어 결승에 가도 가족들이나 선수들 주위 사람들 이외에는 경기를 보러 안 오세요. 항상 마찬가지에요. 이번 경기는 수도권에서 했는데도 주위 사람들 외에는 안 오더라고요. 좀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저희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뛰고 있는데 많이 안 오시니까 속상하죠.”


“K-리그 가기 전까지의 성장과정이라 보면 되요. 저희가 대학에 있으면서 이런 대회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하거든요. 그러고 나서 K리그에 가게 되면 더 잘하게 되는 거죠. 성장과정이라 보면 되요.”


저희가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다보니 K-리그보다는 경기 흐름도 조금 늦고 재미없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K-리그보다 인기가 없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그렇지만 저희 열심히 하고 있어요.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K-리그에 나가기 전의 성장과정 속에 있는 거니까 가끔 보게 되더라고 큰 응원 부탁해요.”


“오늘은 좀 많이 온 건데… 관중 없는데서 많이 뛰어봤어요. 관중이 많으면 신나겠지만 아마추어는 어쩔 수 없이 적잖아요. 그래서 프로에 가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 많은데서 뛰고 싶은 마음에,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게 되죠. 앞으로도 죽어라 해야죠. 관심 갖고 많이 지켜봐줬으면 좋겠어요. 대학 축구도 한국 축구인데 프로만큼 실업만큼은 아니더라도 관심 가졌으면 좋겠어요.”


좀 실감이 안 나죠. 관중들이 없으니까. 아마추어 축구라도 많이 보러왔으면 좋겠어요. 많이 오면 뛰는 우리도 재밌어요. 아마추어 축구도 똑같아요. 프로축구처럼 박진감 넘치고 파워있고 스피드 있고… 프로랑 틀릴 게 없어요. 그러니 프로축구만 사랑해주실 게 아니라 아마추어도 많이 보러 와서 응원해주면 저희가 더 힘을 받고 열심히 할 것 같습니다.”


“관중이 없어요. 그렇지만 프로랑 별 차이 없어요. 압박이나 스피드도 좋고요. 프로에 있는 선수들도 다 아마추어 리그를 거친 뒤 가는 거랍니다. 그러니 아마추어 축구도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스타들이 다 거치고 가는 곳이에요. 박지성 선수도 여기에서, 이런 아마추어 무대에서 뛰다 프로에 간 거잖아요. 좋은 선수들 아마추어 리그에도 진짜 많아요. 많이 봐주세요. 아마추어 경기를 많이 봐줘야 저희도 발전되고 그렇게 많이 응원해주신다면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열심히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들도 다 이렇게 아마추어 리그를 거치고 갔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아마추어 축구도 재밌고 스피드 있고 압박 부분에서도 프로랑 별 차이 없으니까 많이 봐주세요(웃음).”


선수들은 제게 말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달라고요. 스타는 갑자기 탄생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렇게 작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자라는 법이니까요.


물론 그들은 딱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없을 지라도 묵묵히 제 몫을 해낼 것입니다. 달릴 때만큼 행복한 순간은 또 없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이 가장 잘하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끝없이 노력하겠지요.


그렇지만 칭찬해주세요. ‘그들만의 리그’에서 ‘모두의 K-리그’에 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세를 말이에요. 그리고 격려해주세요. 언젠가는 한국을 빛낼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요.


박지성 선수도, 설기현 선수도, 또 이천수 선수와 박주영 선수 또한 이렇게 텅빈 운동장에서 뛰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그들 역시 한때는 대학무대를 빛냈던 선수들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시선을 낮춰 바라봐주세요. 


별은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그들 이마 위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처럼 그렇게 반짝반짝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