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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축구가 있는 풍경

왜 기자들은 박지성 선수 여자친구에게 열광할까?

어제 오전 포탈 싸이트 순간 검색어 순위에 갑자기 박지성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박지성 데이트’였죠. 갑자기 왜 누리꾼들은 일제히 검색창에 ‘박지성 데이트’를 친 것일까요?

사실 박지성 선수처럼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도 찾기 드뭅니다. 그 같은 점은 특히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대중은 언제나 축구 선수 박지성이 아닌 인간 박지성으로서의 삶 역시 알고 싶어했지만 그는 늘 ‘축구로서만 말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자친구와 관련된 부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박지성 선수는 “아직은 여자를 만날 시기가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했죠. 물론 ‘그래도 남자인데 설마 없었을까?’라는 의심을 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는 지금껏 이렇다 할 스캔들 없이 묵묵히 공만 찼습니다. 그렇습니다. 순박해보이는 외모처럼 축구만 생각하는 성실한 청년, 바로 그가 박지성 선수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최근 맨체스터의 어느 백화점에서 묘령의 여인과 함께 쇼핑 중인 모습이 현지 교민들에 의해 발각(?)됐다고 하네요. 물론 그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믿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여자와 함께 백화점에 있었다는 제보를 처음으로 전해 들은 신문사는 ‘특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기사를 썼습니다.


[특종] 박지성, 여자친구 생겼나?...쇼핑하며 데이트 장면 목격
http://sports.media.daum.net/nms/worldsoccer/news/general/view.do?cate=23772&newsid=209063


이후 다른 신문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박지성 미모의 여성과 쇼핑! 여자친구?

http://sports.media.daum.net/nms/worldsoccer/news/general/view.do?cate=23772&newsid=2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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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기 접어든 박지성 '언제 결혼해?'

http://sports.media.daum.net/nms/worldsoccer/news/general/view.do?cate=23772&newsid=209336


사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팬들이 박지성 선수의 소식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07/2008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한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까지 ‘신형엔진’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 1월 복귀를 목표로 재활훈련 중이지만 확실한 건 그때가 돼서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니 기약 없이 그의 소식만 기다리고 있는 몇몇 팬들에게는 이런 기사마저도 반갑게 들릴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저는 그 기사를 읽으며 아쉽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팬의 입장에서 축구 선수들의 소소한 일상을 조명해주는 기사는, 재미있는 그래서 한 번이라도 다시 읽고 싶은 기사 중 하나입니다. ‘아, 이 선수에게는 이런 면이 있었구나’혹은 ‘이런 성격의 소유자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미처 몰랐던 사실에 대해 알수 있게 되니까요. 바로 이런 점이 그 같은 기사가 주는 또 다른 묘미이겠지요.


하지만 이번에 나온 기사는 단순히 포착된 어떤 하나의 풍경을 주제로 쓴 소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문득 고트비 코치가 이란으로 돌아가기 전 제게 해줬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특히 한국의 미디어는 보이는 이미지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선수의 외모나 머리 스타일, 혹은 연애사에도 관심이 많죠.”


물론 인터넷 문화 특성상 누리꾼들의 반응은 말초적인 부분에서 크게 나타나기 쉽습니다. 그 때문에 기자들은 종종 흥미 위주의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과도 만나게 됩니다. '더 많은 클릭 수'는 곧 '회사의 이익'과 연결되니까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박지성 선수 데이트 관련 기사는 많은 부분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 이 순간에도 기자들은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무엇보다 정확한 취재가 뒷받침되야합니다. 그것이 '기본'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번 박지성 선수 관련 기사는 그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쓰여진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했다더라' 그것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소설 속 이야기 아닐까요? 그런데 그것이 기사로 둔갑해버리는 현실이라뇨. 참으로 슬프지 않을 수 없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