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오후 3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울산현대와 대전시티즌과의 6강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렸습니다. 단판 승부로 준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결정짓기 때문에 이날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습니다.
후반 40분 경 페널티에어리어를 향해 돌진하던 고종수 선수가 울산 선수의 파울로 인해 넘어졌습니다. 대전에 프리킥이 주어지자 대전시티즌 서포터스 퍼플크루는 왜 페널티킥이 주어지지 않았냐며 항의의 표시로 그라운드에 물병을 투척합니다.
그런데 김영광 선수가 물병을 다시 서포터스를 향해 던지고 말았습니다. 이를 목격한 대전 서포터스는 도발하고 말았죠. 물병은 끝없이 쏟아졌고 몇몇 흥분한 팬들은 그라운드에 난입하려 했습니다. 결국 물병을 던지며 상대 서포터스를 자극했다는 이유로 김영광 선수는 퇴장을 당하고 맙니다.
2-0. 이상호 선수의 선제골과 박동혁 선수의 결승골로 6강 플레이오프는 울산현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모든 것이 조용히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주차장 앞에서 또다시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경기장 밖에는 대전 서포터스의 원정차량들이 빼곡이 주차돼 있었죠. 15대가 넘는 버스를 대절하며 울산원정까지 온 그들은 버스 앞에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자며 응원곡 ‘대전의 아들’을 부른 뒤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울산 서포터스 남자 두 분이 한 대전 서포터스 남자 분에게 다가가 “우리 경기장 앞에서 응원곡을 왜 불렀냐? 왜 장외 서포팅을 하느냐?”며 따졌습니다. 처음엔 양 쪽 모두 거칠게 서로를 밀치며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울산 서포터 한 분이 그만 주먹으로 대전 서포터의 얼굴을 때리고 말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양 쪽 서포터스가 뒤엉키며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다행히 울산과 대전 서포터스 대표들이 나타나 중재하는 덕분에 큰 싸움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마음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말입니다.
최근 K-리그에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정환 선수의 관중석 난입 사건을 모두들 기억할 것입니다. 프로답지 못한 그의 행동은 분명 반성해야하겠지만 “2군 리그에서 뛰니 좋냐?” “반지 세레모니 하지 그래?”라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던 FC서울 서포터에게도 면죄부를 주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9월 22일 문학경기장에서도 역시 부끄러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수원의 에두 선수와 인천의 임중용 선수가 경기 중에 서로의 얼굴에 침을 뱉고 말았죠. 전재호 선수는 중계 카메라에 욕설을 뱉었고요. 그러나 그날 심판은 에두 선수가 침을 뱉은 현장을 목격하지 못하는 바람에 임중용 선수에게만 퇴장 명령을 내렸지요. 결국 인천 팬들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날계란과 오물을 투척하고 맙니다.
뿐만 아닙니다. FA컵 전남과의 경기에서는 방승환 선수가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유니폼을 벗어던졌습니다. 그는 이 일로 인해 자격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6강 플레이오프 울산과 대전과의 경기에서도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네요. 대전 서포터스의 물병 투척에 발끈한 김영광 선수가 서포터스를 향해 물병을 던지고 말았으니까요. 그는 경기 종료 후 프로답지 못한 행동에 반성한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쪽에서는 프로선수 답지 못한 그 행동에 추가징계가 내려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들려옵니다.
그러나 심판판정에 항의하며 그라운드에 물병을 던졌던, 그리고 그로 인해 경기를 지연시킨 대전 서포터스 역시 잘못을 반성해야할 것입니다. 김영광 선수에게만 반성의 모습을 강요해서는 안 되겠죠. 뿐만 아니라 대전 서포터스에게 “왜 장외 서포팅을 하느냐?”며 먼저 다가와 싸움을 걸었던 울산 서포터스 역시 함께 반성해야할 것입니다.
어느덧 2007년 시즌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실의 계절 가을, 우리들의 K-리그는 멍들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K-리그. 저를 비롯한 모든 축구팬들의 슬픈 자화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