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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국대 형님보다 나았던 아우 청소년대표팀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알찬 성과들을 거둔 ‘아이들’이 있다. 아시아선수권 및 세계대회에 출전한 각급 청소년대표팀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파주트레이닝센터 청운구장과 새싹구장을 오가며 푸른 꿈을 꾸었던 떡잎들은, 봄과 여름내 흘린 땀방울이 부끄럽지 않는 결과들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 어린 선수들이 지난 가을 맺은 열매들을 되돌아본다.



내용도 알찼다
지난 10월 U-16남자대표팀을 시작으로 U-19남자대표팀 U-17여자대표팀 U-19여자대표팀 등이 연달아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 U-16대표팀과 U-19대표팀은 각각 4강과 준우승의 성적을 거둬 내년 열리게 되는 세계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어린 태극낭자들 역시 낭보를 전해왔다. U-18여자대표팀은 U-19아시아여자선수권 예선에서 파죽의 5연승으로 본선진출에 성공했으며, U-17여자대표팀은 U-17여자월드컵에서 강호 브라질, 잉글랜드를 거푸 연파하면서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최초로 국제대회 조별예선 통과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결과 못지않게 내용도 좋았다. U-19남자대표팀은 조별예선에서 시리아에 신승(1-0)을 거두고 UAE에게 역전패(1-2)를 당하는 등 중동바람 앞에 다소 힘겨운 모습이었지만 와신상담, 이라크를 2-0으로 꺾은데 이어 일본과의 8강전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3-0 압승을 거뒀다. U-17여자대표팀은 첫 상대 나이지리아에 패(1-2)하며 어려운 걸음을 뗐으나 부상 투혼을 발휘한 지소연과 소녀 ‘앙리’ 이현영의 활약에 힘입어 축구강국 브라질(2-1)과 잉글랜드(3-0)에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U-16남자대표팀 또한 콤팩트 축구를 구사하던 일본을 상대로 2-1 통쾌한 역전승을 거뒀는데, 무엇보다 안정된 경기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U-18여자대표팀은 아시아 여자축구의 변방 필리핀에 20-0, 싱가포르에 24-0 대승을 거두며 여유롭게 아시아선수권 본선티켓을 따냈다. 참고로 예선 5경기 동안 무려 66골을 몰아넣었은데, 실점은 단 1골도 없었다.


확실히 달라졌다
이번 U-19남자대표팀은 이청용 기성용 신영록 등이 활약했던 지난 대표팀과 달리 프로와 대학 선수들이 고루 섞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름만 나지 않았다 뿐이지 모두 알토란 같은 선수들이다. 국가대표팀에 집중하라는 차원에서 기성용(서울)이 제외됐지만 서정진(전북) 구자철(제주) 유지노(전남) 이범영(부산) 등 K리그에서 주전급으로 활약 중인 선수들이 합류했고 조영철(요코하마FC) 김동섭(시미즈) 등 해외파들도 눈에 띄었다. 김승규(울산) 윤석영(전남 유스) 등 클럽 유스 시스템이 키워낸 선수들 또한 뽑혔다. 여기에 2007U-17대표팀 출신 오재석(경희대)와 2008춘계리그 득점왕 최정한(연세대) 등 프로 못지않은 실력의 대학선수들도 눈에 찼다.

U-16남자대표팀은 그간 한국 축구가 진행 중이었던 ‘유소년축구 육성’ 시스템의 중간 결과를 몸소 말해주고 있었다. 일단 23명의 선수들 중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K리그 클럽 유스팀 소속이다. 골문을 나눠 지킨 김태성(전남 유스)과 권태안(수원 유스)은 뛰어난 집중력으로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었고 주장 임창우(울산 유스)와 이동녘(서울 유스)은 안정감 있는 수비력을 과시했다. 이강(뉘른베르크 유스)은 결승전에서 만회골을 터트리며 해외파의 힘을 보여줬다. 준우승에 그쳤음에도 대회 MVP를 수상한 이종호(전남 유스)는 AFC가 선정한 ‘올해의 유망주’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U-17여자대표팀과 U-18여자대표팀의 성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이들은 과거의 ‘언니’들이 다른 종목으로 운동을 시작한 뒤 중간에 축구로 전향했던 것과는 다르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선수로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첫 세대’다. 이전 선배들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는 까닭도 다름 아닌 어린 시절부터 착실히 쌓은 기본기가 가장 큰 몫을 했다. 2006피스퀸컵 당시 여고생 국가대표로 주목을 끌었던 정혜인과 지소연은 각각 U-18여자대표팀과 U-17여자대표팀의 ‘키 플레이어’답게 한국여자축구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번 여자청소년대표팀이 호평을 받을 수밖에 없던 보다 큰 이유는 탄탄해진 팀워크를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그간 여자 축구는 또래들 중 도드라진 특정 선수의 플레이에 의존했고, 종종 1명을 위해 10명이 움직이는 우스꽝스런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하나 이번 여자청소년대표팀은 달랐다. 특정 선수가 아닌, 공격 전방위 선수들이 두루 득점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공격루트를 개발했고, 한결 끈끈해진 조직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탈고교급 선수로 평가받는 여민지가 무릎부상으로 U-17여자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전력 부분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또 다른 시작
국제대회를 마친 U-17여자대표팀을 제외한 나머지 3팀은 다시 새로운 여정에 나서게 된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세계대회 출전권을 따낸 남자 U-19대표팀과 U-16대표팀은 이제 월드컵 준비에 들어간다. 나이지리아에서 열릴 U-17월드컵은 현재 아시아 4국(한국, UAE, 이란, 일본)과 개최국 나이지리아만이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으며, 이집트에서 열리게 될 U-20월드컵은 아시아 4국(한국, 우즈베키스탄, UAE, 호주)과 유럽 6국(독일,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잉글랜드, 스페인) 그리고 개최국 이집트가 본선행 티켓을 예약한 상태다. ‘동생’ U-17여자대표팀이 최근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쏘아올린 만큼 ‘오빠’들 역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오는 겨울 전지훈련을 시작으로 대회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U-18여자대표팀은 내년 가을 U-19아시아여자선수권(장소 미정)에 참가하게 된다. 일본, 북한, 중국이 본선에 직행한 가운데 호주, 태국, 베트남, 대만 등이 우리나라와 함께 예선 무대를 통과했다. 내년에 출범할 U-19여자대표팀을 향한 기대가 큰 까닭은 이번 U-17여자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이 U-19여자대표팀으로 자연스레 흡수되기 때문이다. U-17여자대표팀의 김용호 감독은 대회를 마치며 “처음보다 200% 이상 성장한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칭찬처럼 어린 나이에 쌓은 국제무대 경험은 U-17여자대표팀 선수들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 U-17여자대표팀 선수들이 징검돌을 밟고 건너갈 U-19여자대표팀을 향한 관심은 그래서 당연하고 또 클 수밖에 없다.

매년 청소년대표팀이 꾸려질 때면 항상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다. 이제는 20년도 더 된 올드 스토리, ‘멕시코 4강신화’가 그것이다. 신화 재현을 바라는 마음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준비 이후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아닐까. 자고로 압박과 부담 아래 성장이란 이뤄질 수 없는 법이다. 아시아와 세계무대를 호령한 젊은 태극전사들이 내년에는 얼마나 더 자라 우리를 놀라게 할지, 일희일비하기 보단 조용히 지켜보는 모습을 보고 싶다.





U-19대표팀 훈련 도중 찍은 영상입니다. 다친 바람에 훈련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어린 선수의 모습이 너무 안스러워 오랫동안 제 카메라는 이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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