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박주영의 프랑스리그1 2호골이 터졌다. AS모나코 입단 후 첫 경기였던 9월14일 로리앙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펼쳤던 박주영은 르하브르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4분 2호골을 터뜨렸다. 데뷔전부터 8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박주영에겐 그간 계속됐던 골침묵의 부담을 말끔히 씻어낸 경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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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포메이션에서 리카타와 함께 투톱으로 나선 박주영은 상당히 날랬고 또 AS모나코의 전체적인 공격을 주도할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전반 12분과 13분에는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23분과 25분에는 오른쪽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이에 탄력받은 AS모나코는 쿠프레(전반20분)와 리카타(전반40분)의 연속골로 2-0으로 전반을 마감했다.
그러나 후반 3분 르하브르의 네스토르와 알레사네의 헤딩 패스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만회골을 작성했다. 삽식간에 골을 허용하며 무너지는 듯 했으나 박주영의 ‘해결사’ 기질은 AS모나코에서도 여전했다. 실점 1분 만에 박주영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알론소가 올린 크로스를 골로 연결시켰다. 세컨 스트라이커 위치에 있던 박주영은 특유의 순간 스피드를 활용, 문전 앞으로 쇄도하며 벼락같이 2호골을 성공시켰다.
변함없이 기도 세레모니를 한 뒤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기쁨을 나눴던 박주영의 표정과 선수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여보는 제스처에서 어느새 팀에 자연스레 녹아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중석을 향해 자신의 등번호를 가리키는 모습에선 여유마저 느껴졌다. 확실히 데뷔골 당시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이번 골은 많은 의미를 낳는다. 프랑스U-21대표팀 주전이자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인 니마니가 11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는 동안에도 그의 발끝은 침묵 중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박주영을 향한 히카르도 감독의 신임은 변함없었다. 데뷔전에서 후반 35분 교체아웃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경기 선발출장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골로 박주영을 향한 벤치의 신임은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포지션 경쟁자 피노가 8경기 무득점, 아두가 5경기 무득점이라는 사실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
박주영의 결승골로 AS모나코는 3경기 무패행진(10월25일 툴루즈전 0-0무, 10월28일 낭시전 3-1승)을 이어나가며 4승4무4패(승점 16점)로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르 하브르는 현재 리그1에서 19위로 리그 꼴찌 소쇼와 앞서거니 뒷거니 하는 하위 클럽이다. 지난 시즌 2부리그 챔피언에 오르며 승격한 르 하브르는 개막전에서 니스(1-0)를 제압하며 승격팀 돌풍을 일으키는가 했지만 이후 8경기 무승행진을 기록하며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11R까지 마치며 8골로 리그 최소득점 중인 빈약한 ‘창’도 문제지만 18골을 내주며 리그 최다실점팀에 오른 ‘방패’가 보여준 허점은 더 심각하다. 리그 꼴찌 소쇼보다 실점이 더 많다(16골)는 것은 분명 반성해야만 한다.
알다시피 리그 하위권, 그것도 빈약한 수비력이 문제시 되고 있는 팀을 상대로 얻은 골이기에 박주영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본다. 특히 다음 상대는 리그 7연패라는 프랑스 리그1 역사상 전후무후한 기록을 세운 절대강자 리용이다. 지난 시즌 득점왕(21골) 벤제마와 프랑스대표팀 고부가 이끌고 있는 공격진,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주닝요와 제레미 툴라랑, 장 마쿤이 버티는 중원도 막강하다. 여기에 부동의 레프트백 그로소와 장 알랭 붐송이 버티고 있는 포백도 꽤나 끈끈하다. 덕분에 리용은 올 시즌에도 일찌감치 1위를 달려가고 있는데다 리그 최다골(16골)과 최다실점(8골)팀에도 동시에 올랐다.
그런 리용을 상대로 박주영이 얼마만큼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가, 그리고 얼마나 팀의 공격력에 보탬이 되는가에 따라 향후 프랑스리그1 내에서의 박주영의 입지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까지 박주영이 받은 성적표는 꽤 괜찮다. 올 시즌 프랑스리그1에서 새롭게 선보인 뉴페이스들의 활약을 비교해봐도 그렇다. 한 시즌만에 다시 1부리그로 올라온 낭트가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클라스니치는 9경기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스타드 렌이 우디네세로부터 영입한 가나대표팀 출신의 아사모아 기안은 부상 암초에 걸려 넘어지며 활약을 잠시 뒤로 미뤘다.
케즈만도 문제다. 파울레타와 결별을 선언하며 공격진 세대교체에 나선 파리 생제르망이 페네르바체에서 야심차게 데려왔지만 9경기 1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 중 선발출장은 2경기 뿐이며 풀타임 출장은 단 1경기도 없다. 게다 케즈만의 유일한 골은 페널티킥에 의한 득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동양의 작은 나라 ‘코리아’에서 날아온 박주영은 아직까지 그들에게 꽤나 인상적인 ‘원더보이’임이 틀림없다. 그의 활약이 리그 최강자 리용과의 경기에서도 이어진다면 팀 내 주전을 넘어 AS모나코의 ‘얼굴’로서 완벽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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