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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맨유의 챔스 2연패, 가능할까?











쏟아지던 빗속에서 펼쳐진 승부차기 끝에 맨체스터Utd.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선연한데, 어느새 2008-09시즌이 시작됐다. E조에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석권한 맨체스터Utd, 프리메라리가 2위로 깜짝 등극한 비야레알, 스코틀랜드리그 절대강자 셀틱, 덴마크 슈페리가 챔피언 올보르그가 만나 16강행을 결정짓기 위한 일대 격전을 펼치게 된다. 일단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력 누수가 크게 없는 맨체스터Utd.가 조1위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남은 티켓 1장의 향방인데, 1998년 1부리그 승격 이후 고속성장 중인 비야레알의 우세가 점쳐지는 판세다. 하나 꾸준히 꿈의 무대에 얼굴을 내민 관록의 셀틱과 덴마크 특유의 힘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올보르그 역시 결코 만만히 볼 수만은 없는 형국이다.

2연패에 도전하는 레드 데블스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최근 2연패를 기록한 팀은 AC밀란으로, 10여 년의 시간(1988-89, 1989-90)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별들의 전쟁에서 트로피 방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싶은 맨체스터Utd.는 일찌감치 올 시즌 목표를 ‘챔스 2연패’로 세워놨다.

하지만 시작부터 돌부리가 가로막았다. 팀 공격의 절반이라 일컬어도 과언이 아니었던 호나우도가 이적설에 이어 ‘노예’ 발언으로 한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퍼거슨 감독의 오른팔 케이로스 수석코치마저 포르투갈 대표팀으로 떠나고 말았다.

다행히 1990년대 초반 맨체스터Utd.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필란을 새 수석코치로 임명하며 재빨리 ‘난 자리’를 메웠고, 호나우도를 붙잡은데 이어 이적시장 문이 닫히기 전 베르바토프를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베르바토프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 전쟁에서 얻은 가장 귀한 전리품으로서, 그의 합류는 곧 루니-호나우도-테베스-베르바토프로 이어지는 ‘新판타스틱 공격 4인방’의 탄생을 가능케했다. 지난 시즌 26골을 합작하며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던 루니와 테베스 투톱에, 날로 진화 중인 호나우도를 지켜냈다는 사실도 든든한데, 여기에 패싱력 키핑력 결정력을 고루 갖춘 불가리아산 병기 베르바토프까지 더했으니, 퍼거슨 감독의 말을 빌려 적자면 실로 “환상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조 추첨 결과 정도쯤 되겠다. 퍼거슨 감독은 “이동 거리가 멀지 않아 다행이다”며 추첨 결과에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간 맨체스터Utd.는 셀틱과 비야레알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친 바 있다. 특히 비야레알과의 만남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일 정도다. 2005-06시즌 조별예선에서 비야레알과 처음으로 대결을 펼친 맨체스터Utd.는 홈과 원정 모두 득점 없이 비겼고, 결국 1승3무2패를 기록하며 예선탈락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해 겨울 맨체스터Utd.가 조 최하위에 머물며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반면 비야레알은 해를 넘겨 4강까지 진출하며 승승장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른 국면이다. ‘더블’의 영광을 이뤄낸 스쿼드를 그대로 지켜낸 맨체스터Utd.이기에, 무패행진(9승3무)으로 우승까지 이룬 지난 시즌의 기세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3년 만의 나들이
별들의 무대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내민 게 2005-06시즌이니, 무려 3년 만에 재입성한 비야레알이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를 뿐 아니라 스쿼드 면면에서도 부족함이 없기에 맨체스터Utd.의 독주를 저지할 E조 내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양웅 중 하나였던 바르셀로나를 일찌감치 제치고 2위에 올랐던 자신감이 이번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 시즌 29골을 합작했던 공격조합 니하트와 로시가 부상으로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나 바야돌리드에 영입한 킬러 요렌테와 미국 유망주 알티도어, 노장 프랑코가 그 공백을 고루 메울 예정이다. 중원은 ‘만능살림꾼’ 세냐가 변함없이 지키고 있으며, 마요르카에서 활약했던 ‘Great passer’ 이바가사와 스피드가 좋은 카솔라가 활발한 측면공략으로 챔피언스리그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이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강력한 구심점, 페예그리니 감독의 지도력도 눈여겨봄직하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2004년 부임 이래 2004-05시즌 리그 3위, 2005-06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2007-08시즌 리그 2위 등의 호성적을 거두며 비야레알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게다 지난 시즌에는 UEFA컵에 출전, 리그와 유럽대항전을 병행하며 운영 감각을 익혀왔기에 선수단 지도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 미드필더 피레스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2위로 예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탈락하고 말 것이다. 주의 깊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발언을 남겼다. 요컨대, 선수단 전체가 16강 진출을 위해 경계심을 늦추고 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같은 자세라면, ‘노란 잠수함’의 항해는 32강에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의 강호와 도깨비팀
셀틱은 레인저스와 함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양강’으로 분류되는 저력의 팀이다. 리그 1,2위를 오가는 호성적 덕분에 거의 매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자산이다. 최근엔 2시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E조 최강으로 분류되는 맨체스터Utd.를 상대로 이겨본 경험(2006-07시즌 32강 2차전/1-0승)까지 갖고 있기에 마지막까지 16강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 예상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난 시즌 득점왕(25골) 맥도널드가 사타구니 부상으로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프리킥의 마술사’ 나카무라와 아일랜드의 ‘호나우딩요’ 맥기디의 측면공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덴마크의 올보르그는 베일에 가려진 ‘도깨비’ 같은 팀이다. 1998-99시즌 덴마크 리그 우승 이후 9시즌 만에 리그 정상을 차지하며 실로 오랜만에 꿈의 무대를 밟게 됐다. 처음으로 참가했던 1995-96시즌에는 1승1무4패라는 최하위 성적으로 조별예선에 탈락, 높은 벽을 실감했고 1999-00시즌에는 3차예선에서 디나모 키예프와 접전을 벌였으나 합계 3-4(홈1-2, 원정2-2)로 패하며 32강 문턱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물론 선수단 면면으로 살펴 봤을 때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6-07시즌 조별예선에서 맨체스터Utd.(1-0)와 셀틱(3-1)을 홈에서 꺾으며 덴마크 축구의 매운 맛을 보여준 바 있는 FC코펜하겐처럼 덴마크 특유의 조직력을 살린다면, 또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