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 6월11일 체코(1) VS 포르투갈(3) 4년 전 유로2004에서 나란히 4강까지 올랐던 포르투갈과 체코는 객관적으로 A조에서 8강 진출이 가장 유력한 국가로 꼽혔다. 맞대결에 앞서 각각의 서전도 승리로 장식했던 터였으니 보다 흥미로운 일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분위기가 같지는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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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와 내용 모두 완벽에 가까웠던 터키전 승리 후 포르투갈은 자신감이 충만했고 만족스럽지 않은 과정 속에 어렵사리 개최국 스위스를 꺾었던 체코는 무언가 불안했다. 더군다나 포르투갈에는 호나우도라는 걸출한 플레이어가 있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포르투갈에는 호나우도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체코의 수비라인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선제골을 허용했을 때 자칫 쉽게 무너질 수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불과 10분 뒤 코너킥을 통해 동점을 만들며 균형추를 돌려세웠다는 점이다. 실상 이후 한동안은 밀고 밀리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짚자면, 밀었던 포르투갈에 체코가 밀리지 않았을 뿐이다. 데코를 축으로, 호나우도가 거침없었던 포르투갈의 공세는 그야말로 파괴력이 넘쳤으니 이를 버터냈던 체코의 수비력과 수문장 체흐의 능력에도 박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후반 18분 데코의 패스에 이은 호나우도의 슈팅으로 체코와 체흐는 무너졌다. 인저리타임 콰레스마의 추가골로 3-1 종료. 포르투갈은 2연승으로 8강행을 확정지었고 체코는 답답해졌다.
6월15일 터키(3) vs 체코(2)
포르투갈의 진출과 스위스의 탄락이 확정된 상황이었기에 이날 맞대결의 승자가 8강행 티켓을 거머쥐는 외나무 승부였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아무래도 이름값을 견줄 때 체코가 다소 유리하지 않겠냐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는 동일한 압박감에서 이름값보다 중요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기세’였다. 앞서 포르투갈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체코. 반대로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역전골로 기사회생했던 터키. 분위기는 사뭇 달랐고 이것이 결국 성패를 갈랐다. 실상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던 체코다. 전반 34분 콜레르가 축복받은 신체를 앞세운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은 것이 컸다. 더구나 후반 17분에 플라실이 추가골까지 기록했으니 이것으로 끝났다는 느낌이 강했다. 공격 쪽으로의 조직력은 미흡했으나 여전히 막아내는 견고함은 흠잡을 데 없었던 체코의 전력을 감안할 때 2골차는 터키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예기치 않은 전개가 흐르기 시작한다. 후반30분 2차전의 ‘신데렐라’ 아르다가 만회골을 터뜨리며 일방적이던 물줄기를 차단했다. 새내기의 패기는 행운까지 불러왔는데, 종료 3분을 남기고 철옹성 같던 체코 골키퍼 체흐의 실수를 틈타 니하트가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하는데, 다잡았던 승리가 물거품 되자 체코는 심히 흔들렸고 다시금 니하트의 비수에 꽂힌 지난 대회 4강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B조
6월8일 독일(2) VS 폴란드(0)
2006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맞붙었던 질긴 인연이 유로2008에서도 계속되며 독일-폴란드는 B조 예선 중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지난 월드컵 때와 다르지 않았다. 독일은 우승 후보다운 짜임새를 과시하며 한 수 위의 전력을 선보인 반면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 속에 깜짝 이변을 노린 폴란드는 전차군단 앞에서 또 한번 분루를 삼켜야 했다. 차대전 당시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유태인 학살로 인해 ‘유럽의 한일전’이라 불리는 라이벌전답게 양 팀은 경기 시작과 함께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전반 20분, 0-0의 팽팽한 흐름을 깬 건 ‘운명의 장난’처럼 폴란드 태생의 클로제와 포돌스키였다. 클로제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는 발락의 패스를 이어받아 포돌스키에 연결, 선제골을 만들어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독일의 ‘세밀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선제골을 빼앗겼지만 폴란드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벤하커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며 부진했던 주라프스키를 빼고 브라질 출신으로 대회 직전 귀화한 게레이로를 투입한 것. 게레이로는 투입과 동시에 날카로운 패싱력을 선보이며 폴란드의 공격에 숨을 불어넣었지만 독일의 골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폴란드의 역공도 잠시, 포돌스키는 환상적인 발리슈팅으로 또 한번 폴란드의 골망을 흔들었고 그의 ‘또 다른 조국’은 그대로 쓰러졌다.
6월12일 크로아티아(2) vs 독일(1)
1차전에서 똑같이 승점 3점을 획득했건만 독일은 폴란드를 상대로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을 선보였던 반면, 크로아티아는 한 수 아래 오스트리아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따라서 전차군단으로 승부의 추가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독일을 물리쳤고 세간의 예상이 틀렸음을 보란 듯이 증명했다. 강력한 수비조직력과 중원에서의 우세가 빚어낸 값진 승리였다. 1차전과 동일하게 꾸려진 크로아티아의 포백라인은 전차군단의 예봉을 철저히 무력화시켰고 공격시, 모드리치의 볼배급을 기반으로 빠른 역습 전개를 시도하며 전차군단의 수비진을 당황케 했다. 반면 독일은 유난히 무기력했다. 최전방에 투입되는 패스는 번번이 차단당했고 세트피스와 중거리 슈팅에 의존한 채 공격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전반 24분 프라니치의 크로스를 받은 스르나가 기습적인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전반을 리드한 채 끝마쳤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뢰프 감독은 얀센을 제외하고 오돈코를 투입,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오히려 후반 17분 올리치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패배의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워졌다.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포돌스키의 만회골로 추격의지를 불태웠지만 경기를 뒤집기에 크로아티아의 수비력은 매우 촘촘했다. 1998월드컵 8강에서의 완승(3-0)에 이어 또다시 메이저무대에서 전차군단을 물리친 크로아티아의 8강행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C조
6월9일 네덜란드(3) VS 이탈리아(0)
무려 30년 동안 ‘낮은 땅’을 지배한 징크스가 있었다. 네덜란드는 1978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단 1번도 이탈리아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선기간 네덜란드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공격력을 떠올리며 오렌지군단의 ‘아주리 징크스’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카테나치오’로 월드컵을 제패한 이탈리아를 상대로 3골이나 뽑아내며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모든 것은 전반26분 PA 왼편에서 슈나이더가 보낸 낮고 빠른 패스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반 니스텔루이 발에 맞고 들어감과 동시에 분위기는 네덜란드 쪽으로 기울었다. 5분 후 반 브롱코스트의 다리에서 시작해 쿠이트의 머리를 거친 패스를 슈나이더가 환상 발리슛으로 마무리 지었을 때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강하고 빨랐던 네덜란드에 반해 이탈리아는 시종일관 무거웠고 또 무력했다. 토니는 외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고립됐고 이따금씩 머리를 향해 올라오는 크로스를 보며 뛰기 바빴다. 그러나 오이에르와 마티센, 두 센터백에 가로막히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AC밀란이 자랑하는 중원의 삼총사 가투소 피를로 암브로시니는 중원장악에 실패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이탈리아의 중요한 패인으로 분석됐다. 가투소의 터프한 장악력을 찾을 길이 없었고 악전고투하던 피를로는 안쓰러움마저 자아냈다.
6월17일 프랑스(0) VS 이탈리아(2)
개막 전만 해도 우승 후보 간의 만남으로 이목을 끌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벼랑 앞에서 가진 대결이었다. 도메네크 감독은 지난 네덜란드전에서 무려 4골이나 허용한 수비라인에 변화를 줬다. 체력저하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튀랑 대신 아비달에게 중앙수비를 맡긴 것. 이에 맞서는 이탈리아는 카사노-토니 투톱으로 공격에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도메네크 감독의 무리한 용병술은 결국 ‘화’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센터백’이라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아비달은 불편해보였고 계속해서 토니에게 뒷 공간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선보였다. 급기야 전반 23분에는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만든 토니에게 무리한 반칙을 가한 뒤 레드카드로 경기장을 떠나고 말았다. 키커로 나선 피를로는 빠르고 강한 슈팅으로 선취골을 기록했다. 실점도 실점이나 전반 10분 리베리가 부상으로 교체된 데 이어 아비달까지 레드카드로 잃었으니 프랑스 입장에서는 전의를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프랑스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17분 데 로시의 프리킥이 벽을 쌓았던 앙리의 발을 맞고 굴절되며 이탈리아의 2번째 골로 연결된 것이다. 같은 시각 루마니아를 2-0으로 누른 네덜란드의 ‘덕’까지 보태 이탈리아는 조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고 지네딘 지단의 은퇴 이후 첫 메이저대회에 나선 프랑스는 총체적인 부진 속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D조
6월10일 스페인(4) VS 러시아(1)
‘에이스’ 아르샤빈이 지역예선 최종전에서 퇴장을 당해 본선 2경기에 나설 수 없었고, 2007-08UEFA컵 득점왕 포그레브니야크는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V.베레주츠키의 부상으로 줄곧 손발을 맞춰온 플랫3 대신 익숙지 않은 플랫4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러시아는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필드에 나서야했고 그러한 약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물론 스페인은 조직력이 정비되지 않은 러시아의 약점을 놓치지 않고 유효적절하게 공략했다. 스페인이 기록한 4골 모두 상대공격 차단 후 기습적인 역습에 의한 카운터 펀치였다. 전반20분 카프데빌라가 수비진에서 단박에 넘겨준 볼을 토레스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비야에게 이어주며 첫골을 만들어냈고, 전반44분 카프데빌라-이니에스타-비야로 연결된 단 2번의 패스로 골 폭죽을 쏘아 올렸으며, 후반30분에는 파브레가스가 센터서클 부근에서 넘겨준 원터치 패스를 비야가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러시아의 혼을 빼놓았다. 4번째 파브레가스 골 역시 비야의 저돌적인 역습돌파가 시발점이었다. 물론 러시아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전반23분 시체프의 크로스를 지리아노프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포스트를 맞추는 등 불운도 따랐다. 그때 ‘정점’을 찍어줬더라면 결과가 이렇게까지 참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참이나 늦은 후반41분 코너킥을 파블류첸코가 헤딩골로 연결했지만 러시아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6월14일 스웨덴(1) VS 스페인(2)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온 호적수끼리 대결답게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일단 먼저 폭발한 쪽은 스페인이었다. 전반15분 실바의 크로스를 토레스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발에 맞추며 자신의 유로대회 1호골을 터뜨렸다. 허나 전반24분 '위험지역의 파수꾼' 푸욜이 발바닥 부상으로 알비올과 교체되어 나가며 암흑의 그림자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흔들리기 시작한 수비진은 10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를 자초했는데 상대 풀백 스투르가 오른쪽 측면에서 넘겨준 볼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 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힘없이 골문을 열어주고 만다. 하지만 암초가 드리운 건 스웨덴도 마찬가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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