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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네덜란드, 20년만에 유로2008 우승 넘본다

토털사커의 주인공
네덜란드 축구의 중흥기는 1970년 ‘선각자’ 리누스 미첼 감독의 부임과 궤를 같이한다. 전원공격, 전원수비로 회자되는 ‘토털사커’라는 새옷을 입은 네덜란드는 1974,78월드컵에서 연거푸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 상당수는 미첼 감독이 1965년부터 1971년까지 아약스를 정상으로 이끌던 시절, 그의 밑에서 토털사커의 기본을 익힌 수제자들이었다.


이후 크루이프를 중심으로 한 토털사커들의 주역들이 시나브로 은퇴함에 따라 네덜란드의 전성기도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1984년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미첼 감독은 ‘오렌지 삼총사’라 불리던 반 바스텐-굴리트-레이카르트와 함께 새로운 꽃을 피우게 된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네덜란드는 1988년 유럽선수권 트로피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당시를 제한다면 아직까지는 메이저대회 타이틀이 없으니 오렌지 군단의 ‘유일무이’한 영광의 역사로 기록된다.

1990년대 들어 네덜란드는 베르캄프, 다비즈, 클루이베르트 등의 활약 덕분에 매번 강력한 유럽선수권 우승후보로 거론됐지만 4강(1992년) 8강(1996년) 4강(2000년)에 그치며 일종의 ‘한계’를 드러냈다. 유로2004 역시 반니스텔루이, 로벤, 반 데 바르트 등을 앞세워 와신상담의 기회를 노렸지만 포르투갈에 덜미를 잡히며(1-2) 결승 문턱에서 또다시 분루를 삼켰다.

사수를 찾아 헤매다
유로2004가 끝난 뒤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게 된 반 바스텐 감독은 “공격적이고 매력적인 팀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대대적인 리빌딩 과정을 거쳤다. ‘젊은 피’ 쿠이트, 바벨 등이 새롭게 기회를 얻었으며 반 데 바르트, 슈나이더는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철저한 소신에 따라 선수를 기용했던 반 바스텐 감독이지만 때론 고집으로 인해 몇몇 선수들과 불협화음을 빚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반 니스텔루이다. 반 바스텐 감독과 반 니스텔루이는 2006월드컵을 기점으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월드컵 직후 반 니스텔루이는 클럽에서 연일 득점레이스를 이어갔지만 대표팀에 발탁되진 못했다. 2006월드컵 당시 포르투갈과의 16강전을 벤치에서 지켜보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데 이어 다시 한번 ‘연타’를 맞은 셈이다. 결국 반 니스텔루이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런 내홍과 함께 유로2008예선전은 새로운 공격 꼭짓점을 찾아 떠난 여정이었다. 일단 초반에는 훈텔라르를 중심으로 반 페르시, 로벤, 반 데 바르트 등 젊은 조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첫 상대 룩셈부르크를 간신히(1-0) 이기고 3차전 불가리아전을 1-1 무승부로 마치는 등 신통치 않은 행보가 이어졌다. 급기야 5차전 상대 루마니아와 득점없이 비기자 ‘반 니스텔루이 기용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결국 반 바스텐 감독은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결과는? 돌아온 반 니스텔루이는 불가리아와의 7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화끈한 복귀전을 치렀다. 이어 열린 알바니아전에서도 인저리 타임에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1-0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단 2경기만으로 반 니스텔루이가 주전자리를 꿰찼다고 보긴 힘들다. 아직 ‘최상의 공격력’을 위한 답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G조 2위로 본선진출권을 획득했지만 득점순위로만 따진다면 루마니아(26골) 불가리아(18골) 벨로루시(17골)에 이은 4위(15골). 확실히 반 바스텐 감독이 부임 초 호언장담한 ‘매력적인 공격축구’와는 거리가 멀다.

미풍 아닌 돌풍을 위해
따라서 네덜란드가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공격수들의 몫이 중요하겠다. 에레디비지에 득점왕 출신 훈텔라르를 축으로 반 니스텔루이, 반 데 바르트, 반 페르시, 로벤 등의 끊임없는 지원사격이 필요하다. 이들은 모두 소속팀에서 화려한 득점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나 상대적으로 국가대항전에서는 효용성이 떨어졌다. 2006월드컵 당시에도 네덜란드 공격진은 조별예선 3경기와 16강전에서 단 4골만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경기 당 1골이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반 바스텐 감독은 “예선에서 많은 골을 터트리지 못한 까닭은 단지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일단 낙관론을 펼쳤다. ‘골 찬스’를 만들 줄 아는 사냥꾼들이므로 본선 무대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호언이다. 반면 디펜스라인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네덜란드는 예선전에서 최소실점(5실점)을 기록하며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된 조직력을 자랑했다. 스페인 무대 적응 실패로 탈락한 ‘식인종’ 블라루즈의 공백이 아쉽지만 지금까지는 네덜란드의 자랑인 공격력보다 믿음직스럽다. 강호들끼리의 맞대결에서 특히나 중요한 것이 ‘방패’임을 감안할 때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반 바스텐 감독은 “2006월드컵 우승국(이탈리아) 준우승국(프랑스)과 나란히 한 조에 묶였다. 이들을 1,2차전에서 만난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비단 반 바스텐 감독의 견해만은 아닐 것이다. C조 구성 자체가 그대로 4강이라 한들 이상할 것 없는 조합이다. 고로, 매 경기 결승의 마음가짐으로 임해야겠다. 요원한 우승의 꿈은 고사하고 자칫 조별탈락의 망신도 간과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