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대표로 아시아 정벌에 나선 포항과 전남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두팀 모두 오로지 우승을 목표로 야심차게 2008AFC챔피언스리그에 뛰어들었지만 조별리그 3라운드 현재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아시아의 벽이 높아진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무너진 것일까. 2007K리그 챔피언(포항)과 2007FA컵 최강자(전남)는 우승은커녕 8강 진출조차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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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리다
조별리그 3차전까지 마친 포항과 전남은 현재(4월18일 기준) 나란히 1승2패를 기록 중이다. 포항은 호주의 애들레이드Utd.(3월12일/0-2패) 중국의 장춘 야타이(4월9일/0-1패)에 연이어 패한 뒤 베트남의 빈 두옹(3월19일/4-1승)을 상대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3경기를 남겨둔 현재 포항은 1승2패(4골4실점)로 애들레이드Utd.(2승1무/4골1실점) 장춘 야타이(2승1무/3골1실점)에 이어 E조 3위에 랭크돼 있다. 앞길이 막막하다.
전남도 상황은 비슷하다. 1, 2라운드에서 호주의 멜버른(3월12일/0-2패) 일본의 감바 오사카(3월19일/3-4패)에 연패를 당해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은 전남은 4월9일 태국의 촌부리FC를 홈으로 불러들여 1-0으로 누르고 실로 힘겹게 첫승을 올렸다. 그러나 탈꼴찌를 면하진 못했다. 1승2패(4골6실점)를 기록 중인 전남은 감바 오사카(2승1무/9골7실점) 촌부리FC(1승1무1패/4골3실점) 멜버른(1승2패/6골7실점)에 뒤처져 순위표 가장 밑바닥에 웅크려 있다.
그래도 포항과 전남 모두 아직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과거 조별리그 역사를 보면 2패를 당하고도 끝끝내 살아남은 팀이 의외로 여럿 있었다. 2006년 알 카라마(시리아) 2005년 알 사드(카타르) 2004년 전북현대가 바로 그 대표적 예다. 특히 알 카라마는 당시 결승까지 진출해 전북과 우승컵을 놓고 다퉜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조별리그에서 단 ‘2패’만 허용했다는 사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2패의 쓴잔을 연거푸 마신 포항과 전남이 앞으로 패(敗)나 무(無)를 허용한다면 8강 진출의 희망은 물거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결국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야한다는 이야기다. 두 팀 모두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K리그 클럽들은 홈&어웨이 방식이 채택된 이후 매년 4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2004년에는 전북이 4강, 성남이 결승에 진출했으며 2005년에는 부산이 조별예선 6전 전승의 기염을 토하며 역시 4강에 올랐다. 2006년에는 울산이 4강, 전북이 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했으며 지난해에는 성남이 4강에 오른 바 있다. 만약 올해 포항과 전남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면 AFC챔피언스리그가 홈&어웨이 방식으로 틀을 갖춘 2004년 이래 K리그 클럽이 예선에서 모두 탈락하는 수모를 처음으로 겪게 된다. 바짝 정신 차려야 할 때다.
원인은 내부에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4월18일 기준) 포항과 전남이 처한 상황은 비슷하다. K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에서 동반 부진에 빠져 있다. 포항은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영광의 칭호가 무색하게도 2008시즌 초반 5경기에서 승점 5를 취하는 데 그쳐 9위(1승2무2패)에 머물고 있다. 전남은 12위(1승1무3패)로 바닥권에 있다. 덧붙이자면 전남은 개막 이후 5경기 만에 겨우 첫 승(4월13일 경남전/1-0)을 올렸다. 그렇다면 이같은 부진의 근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그간 용병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은 바 있는 포항은 스토브리그에서 데닐손과 남궁도, 2명의 검증된 공격수를 영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K리그 우승의 주역이자 MVP수상자 따바레즈는 브라질 명문클럽 인터나시오날로 떠났다. 문제는 바로 따바레즈의 대체자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있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김재성(애들레이드전)과 김기동(창춘 야타이전)에게 따바레즈의 역할을 맡겼지만 내용과 결과 모두에서 기준치를 밑돌았다. 이들은 중원에서 볼을 제대로 배급해주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공격수들의 골 가뭄으로 연결됐다. 포항은 조별리그 상대 중 최약체로 거론된 베트남 빈 두옹과의 경기에서만 겨우 골을 성공시켰다. 뿐만 아니다. 포항 공격의 주요 루트였던 왼쪽 날개에도 문제가 생겼다. 박원재는 재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애들레이드Utd.와의 첫 경기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하며 전력에 손실을 끼쳤다. 수비라인도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노출됐다. 김성근이 떠나고 황재원이 부상과 개인 신상문제로 방황하는 사이 김광석과 신형민이 그 자리를 채웠지만 관록과 경험 부족 탓에 무게감은 떨어졌다.
전남은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때문에 울상이다. 사실 조별리그 2라운드에서 감바 오사카와 격돌, 3-4로 아쉽게 패한 것도 곽태휘 고기구 산드로 슈바 송정현 등 주전 대부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영향이 크다. 당시 박항서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아 경기를 꾸려나가기조차 힘들다”며 어려움을 성토했다. “산드로와 슈바의 결장이 특히 아쉽다”고 토로한 박 감독의 말처럼 무엇보다도 주전 공격수들의 공백이 가장 뼈아프다.
스스로 타개하라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파리아스 포항 감독과 박항서 전남 감독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들 사령탑의 결연한 의지 덕분인지 두팀은 부진의 충격을 털어내고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우선 포항은 간판공격수 데닐손이 3월29일 인천전에서 이적 후 첫 골을 신고한 데다 최근 몸놀림이 가볍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데닐손이 살아나야 팀의 공격력이 탄력을 받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슈퍼 조커’ 이광재와 유럽무대를 찍고 돌아온 ‘히든카드’ 노병준의 컨디션이 날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도 파리아스 감독에게 힘을 준다.
전남은 송정현과 고기구가 부상에서 복귀, 희망을 밝히고 있다. 고기구는 4월13일 경남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시즌 첫 승에 일조했다. 슈바, 산드로의 복귀가 늦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고기구라도 돌아와 그간 시몬 혼자 고군분투 하던 공격진에 숨통이 트였다. 시몬-고기구 콤비는 조별예선 3라운드 촌부리FC와의 경기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고,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전남은 뒤늦게 첫 승의 감격을 맞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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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도 어느덧 절반을 돌아 이제 3경기만 남았다. 포항이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애들레이드Utd.와 장춘 야타이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 4월23일 포항은 장춘 야타이를 홈으로 부른다. 그런데 마침 이날 중국국가대표팀이 LA에서 엘살바도르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따라서 두 젠유, 왕동, 종 라이 등 장춘 야타이 소속 선수들이 차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데 이는 포항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용병들은 고스란히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 경기에서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포항에 패배를 안긴 다 자디, 나이지리아 청소년대표팀 출신이자 분데스리가 경험을 가진 미드필더 더 멜캄, 온두라스 국가대표 출신의 노장 수비수 사무엘 카바레는 포항이 경계해야할 선수들이다. 전남이 속한 G조는 그야말로 혼전이다. 촌부리FC는 감바 오사카와 1-1무승부로 기록하더니 멜버른에 3-1 대승을 거두며 2위에 올라섰다. 그런가하면 전남은 G조의 다크호스 촌부리FC를 1-0으로 누르고 승점 3을 챙겼다. 이렇듯 물고 물리는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는 G조에서 전남이 남은 3경기 전승의 쾌거를 이룩한다면 8강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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