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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돌아온 앙리, 프랑스를 유로2008 우승으로 이끌까?

3번의 전성기
프랑스는 유럽선수권에서 숫자 ‘3’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유로60, 유로84, 유로2000, 이렇게 도합 3번의 전성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첫번째 전성기는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년 대회였던 유로60에서 개최국 프랑스는 4강에 오르며 1958월드컵 4강에 이어 또 한 번의 쾌거를 이뤄냈다. 당시 준결승까지 살아남은 주인공은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 舊소련.



프랑스의 생존은 냉전 이데올로기가 팽배하던 1960년대 상황과 묘하게 맞물려 동구권에 맞서는 서유럽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으로 표상되기까지 했다. 비록 유고슬라비아에 4-5로 패하며 마지막 결승 문지방을 넘지 못했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던 대회였다.

프랑스의 두번째 전성기는 그로부터 약 20년 뒤인 1984년에 찾아왔다. 당시 히달고 감독의 지휘 아래 플라티니, 페르난데스, 지레스, 티가나로 구성된 ‘마법의 사각편대(Le Carre Magique)’는 야생마처럼 8강을 지나 4강으로, 이어 결승전까지 거침없이 질주했다. 이들 4인방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축구사를 수놓은 환상의 조합 중 하나로 회자된다. 결승전에서 스페인을 만난 프랑스는 플라티니의 선제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며 유럽선수권 참가 이래 첫 우승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후 프랑스가 맞은 제3전성기는 유로2000이다. 유로84에서 대회 득점왕(9골)에 오른 플라티니가 프랑스를 정상으로 이끌었다면 유로2000의 영웅은 단연 지단이다. 지단은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프리킥을, 4강 포르투갈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팀을 결승전에 안착시켰다.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와 만난 프랑스는 연장 13분에 터진 트레제게의 금보다 값진 골든골(2-1 승)로 다시 한 번 우승컵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명가 재건의 길
98월드컵 이어 유로2000까지 제패한 프랑스는 향후 몇 년 간 세계 축구계를 지배할 ‘왕좌’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2월드컵(조별예선 탈락)과 유로2004(8강 탈락)에서 거듭 부진하며 예상외로 추락하고 말았다. 반전의 기점은 2006월드컵이었다. 전망이 밝지 않았던 프랑스는 2006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다시금 부활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호성적은 유로2008예선에서도 이어졌다.

예선 2라운드에서 이탈리아를 만난 프랑스는 3-1 쾌승을 거두며 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결국 B조 2위(8승2무2패)로 유로2008 티켓을 손에 쥐었다. 비록 스코틀랜드에게 2번 모두 0-1로 패한 바람에 1위 이탈리아(9승2무1패/22골9실점)에 뒤졌지만 속까지 살펴봤을 때 가장 많이 넣고(25골) 가장 적게 내줬으니(5실점) 내용상으로는 알차고 실했다. 중원사령관 지단이 은퇴했지만 레블뢰 군단의 허리는 그의 공백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여전히 강하고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 비결은 바로 마케렐르-비에이라의 홀딩 미드필더 조합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의 막강 ‘허리 파워’ 덕택에 중원을 장악한 프랑스는 매 경기 공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더불어 리베리, 말루다, 나스리, 벤제마 등의 젊은 피들이 제 몫 이상을 해주며 공격의 물꼬를 틔워줬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아넬카의 복귀와 부활이다. 한동안 프랑스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던 ‘잊혀진 킬러’는 예선전에서 4골을 터뜨리며 도메네크 감독의 은혜에 보답했다. 도메네크 감독 또한 “내가 진정 보고 싶던 아넬카의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본선 무대에서의 활약도 기대할 수 있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정점을 찍는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평가받은 앙리는 아넬카의 복귀로 든든한 짝을 얻었다. 여기에 리용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벤제마와 고부가 가세했다. 특히 벤제마가 시선을 잡는다. 벤제마는 2007-08시즌 UEFA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활약과 득점포를 유로2008에서도 이어나가겠다는 기세다. 실력과 가능성을 공히 갖췄기에 프랑스發 스타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또한 예선기간 동안 최소 실점(5실점)만 허락했던 아비달-갈라스-튀랑-사뇰의 포백라인은 본선 무대에서도 ‘통곡의 벽’으로 굳건히 버틸 예정이다. 전체적인 짜임새 그리고 선수들의 면면을 볼 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한 프랑스다. 그러나 도메네크 감독에게도 말 못할 고민은 있다. 주전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보여주었던 탐탁지 않은 모습들이 문제다. 마케렐레는 체력에 부담을 느낀 듯 첼시에서 “앞으로 중요한 경기에만 출전하겠다”고 선언한지 오래. 대표팀 내 A매치 최다 출전자(138경기)인 베테랑 수비수 튀랑은 안타깝게도 바르셀로나에서 밀리토와 푸욜에 밀린 듯 한 인상이다.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앙리 역시 꾸준히 경기에는 나서고 있지만 골가뭄 탓에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련의 모습들은 경기 감각 뿐 아니라 자신감까지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더욱이 염려스러운 것은 프랑스가 죽음의 조로 명명된 C그룹에 속했다는 사실이다. 조추첨 후 “원치 않던 결과”라던 도메네크 감독의 발언에서 느껴지듯 우승을 향해 가는 길이 결코 녹록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따라서 프랑스는 루마니아와의 1차전부터 전력을 다해 ‘승점3’을 따내야한다. 요컨대 첫 판에 승부수를 띄워야한다는 이야기다.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함께 물고 물리는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인지라 실수가 용납될 틈이 없다. 백업요원들의 지원도 중요하다. 미드필드 진용의 툴라랑과 디아라, 수비진의 클레르, 에스퀴테 등의 젊은 피들이 몇몇 노장들의 예기치 않을 부상이나 부진을 커버해야 한다. 유로2000 결승전에서 교체투입 된 트레제게가 조국에 우승컵을 안겨줬듯 이들이 깜짝 놀랄 선물로 작용해 준다면 금상첨화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