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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챔피언스리그 숨은 빅매치, 샬케04 vs 바르샤

긴 여정도 어느 덧 끝을 향해 달려간다. 오는 5월21일이면 드디어 러시아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2007-08UEFA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가려진다. 이제 8팀만 남았다. 프리미어리그 클럽(아스날-리버풀)간의 격돌 때문에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나 눈에 띄는 매치업이 있다. 바로 샬케04와 바르셀로나의 8강전이다. 이들은 각각 분데스리가와 프리메라리가를 상징하는 전통있는 클럽이자 이번 시즌 유일하게 자국리그를 대표해 살아남은 팀이다.


유난히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바르셀로나와 첫 8강 진출 쾌거를 이룬 샬케04. 얼핏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보이지만 그 깊은 곳에는 프리메라리가와 분데스리가간의 뜨거운 자존심 대결이라는 사실도 숨어있다.

샬케04의 첫경험
유럽무대 우승경력은 1997년 UEFA컵 우승이 전부다. 하여 챔피언스리그 초반만 해도 모두의 관심 밖이었다. 시작 역시 미약했다. 조별예선에서 2승2무2패를 기록했으나 그 중 2승은 조별 최약체로 거론된 로젠보리를 상대로 거둔 승리다. 샬케04가 예선에서 기록한 5골 모두 로젠보리 골문에서 터졌다. 경기당 0.83골(5골)로 상당히 저조한 기록이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압도적이지 못했다. 16강 진출도 로젠보리 덕을 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판 로젠보리가 발렌시아의 발목을 잡아 어부지리격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16강에서는 강호 FC포르투를 만났으나 다행히 1차전에서 K.쿠라니의 초반 선제골을 잘 지켜 1-0 승리를 거뒀다. 2차전에서는 종료 4분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1-1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골키퍼 M.노이어의 활약으로 4PK1로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샬케04는 현재 11승8무5패 승점 41점으로 분데스리가 5위에 올라가 있다(3월16일 기준).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보장되는 3위와는 승점 2점차.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자격도 능히 따낼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직 이번 챔피언스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태라 볼 수 있겠다. 비록 3월14일 뒤스부르크에 힘겨운 역전승을 거뒀으나 앞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열리기 전까지는 비교적 쉬운 상대들과 만난다. 4월12일에 맞붙을 브레멘을 제외하고는 헤르타, 칼스루어SC, 한자 로스토크 등 중하위권 팀들과의 경기만 남았다. 샬케의 최대 강점은 수비력에 있다. 특히 골키퍼 M.노이어가 지난 FC포르투전 이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호재다. 포백수비에서는 M.보르돈이 중앙에서 굳건한 수비벽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새 얼굴 H.베스테르만이 가세, 포백라인에 날개를 달았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무릎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한 왼쪽 풀백 C.판더르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웠다. 이렇듯 M.보르돈을 중심으로 H.베스테르만, M.크르스타지치, 하핑야 등이 만드는 수비 조직력은 샬케가 자랑하는 얼굴이다. 샬케의 공격은 독일 A대표팀 출신 K.쿠라니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쿠라니는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9골, 챔피언스리그 2골로 팀 내 최다득점자이다. 그러나 문제는 쿠라니와 짝을 이룰 마땅한 공격수가 없다는 데 있다. G.아사모아, H.알틴톱 등이 쿠라니의 파트너로 나서지만 부족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만약 바르셀로나의 강력한 수비진이 쿠라니를 봉쇄할 경우 샬케는 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큰 경기에 강하다
2007-08시즌을 앞두고 바르셀로나는 T.앙리, E.아비달, G.밀리토 등을 영입하며 정규리그와 UEFA챔피언스리그 동시 석권을 노렸다. 그러나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선두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 채 2006-07시즌 아쉽게 내줬던 리그 타이틀에서 다시금 멀어지고 있다. 최근 A.마드리드, 비야레알 등과의 경기에서 연달아 패하며 ‘2위 굳히기’에라도 들어간 듯하다. 때문에 레이카르트 감독, 호나우딩요, T.앙리를 향한 팬들의 비난은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2006-07시즌 분데스리가 챔피언 슈투트가르트와 르 상피오나 챔프 리용과 한 조를 이뤘지만 무패행진(4승2무)을 기록하며 조 1위에 등극했다. 조별예선 레인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무득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 경기 2골 이상을 뽑았다. 특히 셀틱과의 16강 1차전, 리용과의 조별예선 5차전, 레인저스와의 조별예선 4차전에서는 경기 시작 10분 이내에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초반부터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판타스틱 4’로 명명된 T.앙리, S.에토, 호나우딩요, L.메시가 번갈아가며 고른 활약을 해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뿐만 아니라 8강에서 수월한 팀이라고 할 수 있는 tif케04를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챔피언스리그 일정 도중 자국 리그에서 상대할 팀들 역시 베티스, 헤타페, 레크레아티보 등으로 비교적 부담이 적은 상대들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바르셀로나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된다. 특히 조별예선에서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챔피언 슈투트가르트를 이겼다는 사실도 상당한 자신감으로 다가 온다. 그러나 현재 바르셀로나에는 때 아닌 ‘부상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L.메시가 셀틱과의 16강전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당분간 출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팀 내 가장 높은 활약도를 보였던 메시의 결장은 바르셀로나에게는 가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다. 중원에서 자물쇠 역할을 담당했던 투레 또한 허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개인적인 문제로 무너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가장 크게 T.앙리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리그에서 ‘21경기 2골’이라는 저조한 기록은 여전히 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T.앙리는 최근 이에 관한 언론의 기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이혼 후 딸을 자주 보지 못하는데서 오는 향수 때문일 뿐”이라 반박하기도 했다. 물론 바르셀로나가 앞서 언급한 균열들에 의해 쉽게 무너질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전통적으로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에 강했다. 이번 8강 진출 팀들 중 바르셀로나는 맨체스터Utd.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자랑한다. 이는 리버풀(5회)에 이어 2번째로 많은 횟수이며 그 외의 팀들은 아직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인연이 없다.

전통의 강호 vs 이변의 주인공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바르셀로나와 샬케04의 8강전은 전통의 강호와 이변의 주인공의 맞대결이자 프리메라리가와 분데리스가를 대표하는 클럽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샬케04가 FC포르투를 물리치고 8강까지 올라왔지만 바르셀로나보다는 아직 한 수 아래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바르셀로나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대진운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나 바르셀로나 수비수 L.튀랑은 “샬케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대진운이 좋다고 하지만 약한 팀과 만났다는 것은 아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샬케의 수비진들이 바르셀로나의 초호화 공격진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가 이번 대결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화려한 테크닉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호나우딩요, 보얀, 이니에스타 등의 공격수를 샬케의 수비진 베스테르만, 크르스타지치 등이 어떻게 대처할지도 두고 볼 일이다. 또한 그간 쿠라니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높았던 샬케가 바르셀로나전에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도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지켜볼 것은 슈퍼스타의 부활 여부이다. 아스날에서 ‘킹’으로 군림하던 시절을 과거에 묻어버린 T.앙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과연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기사회생하느냐 하는 점도 이번 8강전에서 눈여겨 볼만한 주요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