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범근

국대 은퇴 이운재, 이젠 밥 많이 드세요! 운명이었을까요. 1996년 K-리그 데뷔 이후 줄곧 수원에서만 뛰었던, 그리고 지금도 뛰고 있는 원클럽맨 이운재의 은퇴 경기는 수원의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이것 역시 운명이었을까요. 전반을 무실점으로 마감하며 슈퍼 세이브를 보고 싶었건만 전반 26분 나이지리아에 1골을 내주며 바로 정성룡과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전반 중반 교체되면 보통은 벤치에 앉아 경기를 보는 선수들이 많은데 이운재는 곧바로 락커룸으로 들어갔습니다. 웬지 눈물을 속으로 삭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맺히는 눈물을 보여주기가 싫어 락커룸으로 가고 있다고, 그의 뒷모습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10대 시절부터 축구를 보았던 제게, 이운재는 언제나 국가대표팀 골키퍼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에서 정성룡이 주전자리를 꿰차고 나왔.. 더보기
K-리그에는 동성애자가 정말 없을까? 그리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세상에 바뀌었다는 건 날이 가고 해가 갈 때마다 느낍니다. 트윗 상에서 내가 작성한 단문메시지가 나를 팔로우한 사람들의 핸드폰으로 전달되는 것도 신기하고 핸드폰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영상통화를 하는 것도, 제게는 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막연히 과학글짓기 대회 때, 수상을 목적으로 상상하여 적었던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 살게 됐으니까요. 몇년 전 커밍아웃을 하며 눈물을 줄줄 흘렸던 홍석천을 보며 왜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을 받으며 눈물을 흘려야했을까, 했는데 이제는 다시 공중파에서 볼 수 있게 됐고 또 동성애가 주말 드라마 소재로도 나오니, 조금은 세상의 인식도 과학 못지 않게 바뀌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축구블로그를 운영하.. 더보기
괴물 김영후가 밝힌 신인왕 수상의 비밀 지난해 K-리그 신인왕의 주인공. MBC 축구드라마 실제모델인 남자. 내셔널리그에서 3년간 절치부심하다 K-리그를 접수한, 인생역전의 사나이. 2009년 공격포인트 1위라는 기록에 걸맞은 괴물 공격수. 이제 겨우 K-리그 2년차에 접어든 아직은 신출내기이지만 김영후 선수를 수식하는 말들은, 어느새 이렇게 많아졌습니다. 그건 아마도 그의 존재가 그만큼 특별해졌다는 뜻이겠고 무게감이 점점 생겼다는 증거겠지요. 올 시즌에도 김영후 선수는 신인왕 징크스, 혹은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준수한 활약을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전남전에는 K-리그 데뷔 이후 첫 해트트릭에 성공했고 4월 수원전에서는 멀티골을 터뜨렸습니다. 유병수, 이동국에 이어 K-리그 국내 선수 득점 3위에 오르며 차근차근 정상을 .. 더보기
장애인과 춤추고 노래하는 감독님 보셨나요? 강원FC는 창단할 때부터 도민구단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도민을 위한 구단이 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매달 지역민들을 위해 선수단이 나서 봉사활동을 갖습니다. 년간 5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의무화하겠다고 최순호 감독님은 늘 말씀하시죠. 사실 지도자의 입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나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축구도, 봉사도, 소홀히할 수 없는게 바로 프로선수다, 라는 게 감독님이 내건 기치죠. 언젠가는 제게 나중에 내가 강원FC를 떠나더라도 이게 잘 정착되 매달 봉사활동하는 것이 '습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더군요. 겉치레 혹은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실천이라는 걸 깨달은 건 얼마 전 강원FC 선수들과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을 방문할 때였습니다... 더보기
때아닌 박주영 결혼설, 모두의 대처가 아쉬웠다 이번 월드컵에서 멋진 프리킥 골로 우리의 새벽을 뜨겁게 만들었던 박주영 선수가 프랑스로 출국했습니다. 8월부터 다시 시작되는 프랑스리그를 준비하기 위해 떠났는데요,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취소됐다는 소식만 전해졌습니다. 당초에는 출국 전 스탠딩인터뷰가 준비돼있던 터였습니다. 하지만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건 최근 그를 둘러싼 뜨거운 감자, 다름 아닌 ‘결혼설’ 때문이었죠. 프리미어리그 빅클럽으로의 이적설에 이은 결혼설이라. 축구선수 박주영이 아닌 인간 박주영으로서, 그러니까 축구가 아닌 것들로 관심을 받는다든 사실에, 박주영 선수는 늘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늘 축구 이외의 것들에도 관심을 갖곤 하죠. 대중의 관심이 그렇다는 이유.. 더보기
문어가 주인공이라 슬펐던 월드컵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던 지인들에게 그래도 월드컵 우승팀을 알겠지, 라는 생각에 이번 월드컵 우승팀을 물어보니 역시나, 정답을 빗겨난 대답들뿐이었습니다. 유로2008 당시 앙리 들로네컵에 이어 이번에는 월드컵까지 거푸 들어 올린 무적함대 스페인의 이야기는 그들에게 먼나라 이야기였죠. 하나 우승팀 스페인은 몰라도 파울은 알더군요. 반칙의 영어 표현 Foul이 아니라 점쟁이 문어 Paul의 이야기입니다. 축구에 관심 없던 지인들도 파울이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 승패를 모두 맞힌 게 참 신통하다며 입을 모아 이야기하더군요. 독일에서 살고 있는 2살 반의 문어 파울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독일의 7경기와 스페인-네덜란드의 결승전까지 맞추며, 무려 8경기의 승리팀을 정확하게 예측한 덕분에 이번 월드컵에서 가.. 더보기
모델포스 최고! 엄친아 기성용의 색다른 모습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A매치가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기성용 선수에게 넌지시 물어봤죠. 그날 그의 단짝 이청용 선수가 데뷔골을 기록했는데 부럽지 않냐고요. 멋적을 때면 늘 고개를 살짝 위로 올린 채 수줍게 웃던 그는, 역시나 그 질문에 대답할 때도 천장을 바라보며 웃더군요. "너무 부럽죠"라면서 말이죠. 데뷔전도, 데뷔골도 늘 청용이가 빠르다며 아쉬워했던 기성용 선수. 그런 그가 북한전에서 홍영조의 PK골로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23분 김두현의 패스를 그대로 오른발 발리슛으로 성공시키며 한국에 동점골을 안겼습니다. 본인에겐 A매치 데뷔골이었죠. 그것도 2경기 만에 얻은 성과니 실로 값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요르단전에 이어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던 북한전까지. 허정무 감독은 기성용.. 더보기
[코카-콜라 원정대]아픈 가정사 딛고 우뚝 선 정성룡에게 박수를. 2006년 11월 13일. 올림픽대표팀이 일본과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뒀던 그날, 훈련장에서 정성룡 선수를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정성룡은 포항에 적을 두고 있었고, 플레이오프에서 수원에게 아쉽게 패한 뒤였죠. “괜찮아요. 언제까지 그 게임만 생각할 수 없잖아요. 수원에게 진 건 마음 아프지만 이제 다음을 준비해야죠. 물론 아쉬운 마음은 조금 있지만요. 아직까지 한 번도 우승이란 걸 해보지 못해서 욕심은 있었어요. 작년 2군리그에서도 4강에서 떨어졌거든요. 그렇지만 올해 처음 1군에서 뛴 거잖아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에요.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제 막 시작했다, 며 예의 변함없던, 그 느릿느릿한 말투로 담담히 속 이야기를 털어놨던 정성룡이 떠.. 더보기
허정무 감독 사퇴, 악플러들 반성해야한다 박지성 선수가 2006 독일월드컵을 마치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팀의 결과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정말 축구를 사랑한다면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그들이 걸어온 여정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바라볼 수도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박지성은 바로 그런 점에서 당시 그런 이야기를 꺼냈던 거 같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대한민국은 사상 처음으로 원정에서 16강 진출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영광을 조금 더 맛보아도 좋으련만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의 열기가 아직 채 가시기도 전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습니다. 정상에서 박수칠 때 떠나자가 이유였지만, 퇴임 기자회견 중 나온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했습니다.. 더보기
[코카-콜라 원정대]대표팀 숨은 MVP는 이영표였다 “뭐? 진짜로 34살!!”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난 후 이영표 선수의 나이를 확인 한 후 저는 냅다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축구의 신이 있다면, 저 선수가 정말 34살이 맞습니까!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죠.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실린 프로필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1977년생. 우리나이로 34살. 초롱이 이영표 선수도 어느새 노장의 대열에 들어섰더군요.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이영표는 이번 월드컵에서 말해줬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뒤적였던 거죠. 34살이 24살처럼 뛸 수는 없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현장에서 직접 본 아르헨티나전. 현란한 개인기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했던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이것이 최순.. 더보기
우루과이전,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읽은 경기였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 후반 들어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남아공에서 뛰던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던 한국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그 비를 맞으며 선수들은 뛰었고 넘어졌고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섰고 그들을 보며 지구 반대편에 있던 우리는, 그들이 온몸으로 맞고 있던 그 비를 맞으며 응원했습니다. 경기는 졌지만 그들 가슴에 새긴 투혼, 이란 두 글자가 어울리던 경기였습니다. 뭐 비단 16강전만 그랬던가요.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보여줬던 경기는 투혼과 끈기가 어울렸고, 그들은 90분 내내 포기하지 않았으며 실로 아름다운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예전과 달리 빠른 패스로 공격의 주도를 잡았고, 문전을 향한 저돌적 플레이는 결국 동점골을 낳았습니다. 당황.. 더보기
대표팀 병역혜택? 즉흥적인 축구협회가 문제다 축구선수들을 자주 만나다보면 그들의 고민의 늘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군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알다시피 축구선수들은 보통 30대 초반에 은퇴를 하게 됩니다. 물론 몸관리를 잘한 선수들의 경우 -강원의 이을용, 경남의 김병지, 포항의 김기동 등이 대표적이겠지요-30대 중반을 넘어 40을 바라보는 나이에게도 현역에서 선수생활을 하지만 실제 K-리그 대다수 선수들의 이야기는 아니죠. 최근에는 오히려 선수단 평균 연령이 점점 젊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말은 곧 30살을 넘은 ‘준노장’ 선수들의 은퇴가 많아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프로선수들은 꽤 많은 돈을 손에 쥡니다. 그래도 그들은 늘 불안합니다. 축구단은 그들에게 평생직장이 아니니까요. 또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에 2년이.. 더보기
월드컵 선배들이 대표팀에 보낸 감동편지 다들 하루종일 월드컵 16강 진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행복하하셨죠? 축구가 우리모두의 삶을 이렇게나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웃던 하루였습니다. 그 가운데 지난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뛰었던 선배 선수들이 현 대표팀 선수들에게 감동어린 격려편지를 보냈습니다. 다들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을 하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가슴 졸이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우리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나이지리아에 선제골을 헌납했을 때 마치 현장에서 뛰던 선수들처럼 마음 안타까워하며 중계를 시청했고 또 응원했습니다. 국민들에게는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자 내게는 참으로 멋진, 그래서 아낄 수 밖에 없는 후.. 더보기
지옥에서 천당으로 간 대표팀 4인방은 누구? 대한민국 대표팀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원정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죠. 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같은 시간 그리스를 2-0으로 이긴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그 역사의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기쁘네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얼싸 안으며 기쁨을 표했고 이청용, 김동진, 이영표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두다 천국에 있는 기분으로 그라운드 위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이정수, 박주영, 김남일, 기성용 이 4인방의 기분이 더욱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그리스전과 비슷한 위치에서 이정수는 기성용의 킥을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마치 데자뷔와도 같았는데요, 수비수로서 팀 내 최다골.. 더보기
대패 속에서도 북한 김정훈 감독의 리더십은 빛났다 44년만의 꿈은 그렇게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갔습니다. 21일 케이프타운 그린포티인트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북한은 포르투갈에 0-7로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2002년 월드컵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0-8로 패한 이후 근래 들어 가장 큰 점수 차로 패한 경기로 남게 됐습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은 아시아국가 중 최초로 8강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포르투갈을 3-0으로 앞서 나가며 4강 신화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쓸 뻔 했지만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했던 북한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후 흑표범 에우제비우에게만 4골을 내주며 3-5로 역전패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이 보여준 모습은 호평을 받기도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44년 만에 다시 세계무대에 나.. 더보기
[코카-콜라 원정대]남아공에서 정대세 선수 어머니를 만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공항에서 우연히 정대세 선수의 어머니 리정금씨를 만났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앉아 담소 중이었는데 조심스레 다가가 인사를 드린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얼마 전 정대세 선수 어머니가 북한과 브라질과의 조별예선을 경기장에서 관람한 뒤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죠. 당시 '이겨라! 천리마'라고 쓴 두건을 쓰고 아들의 한글이름이 새겨진 담요를 덮은 채로 -지금 남아공은 무척 춥답니다. 저는 겨울 패딩 점퍼를 입고 응원을 해야 했답니다. ㅠㅠ- 응원을 했던 어머니는 “대단히 잘 싸웠다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로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아들은 내 자랑”이라며 감격스러워 했죠. 브라질전만 보고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던 정대세 선수 어머니는.. 더보기
[코카-콜라 원정대]12년만에 월드컵 무대 밟은 이동국, 현장에선 어땠을까 1-4 대패에 가려졌지만 아르헨티나전은 이동국 선수에게는 참으로 의미 깊었던 경기였습니다. 1998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이후 12년만에 월드컵 경기에 나선 뜻깊었던 날이었으니까요. 후반 35분 경, 몸을 풀고 있던 이동국 선수를 벤치에서 부르더군요. 교체로 투입되는 듯 했습니다. 중계 카메라에는 그 모습이 잡히지 않을 것 같아 제 카메라는 계속해서 이동국 선수를 따라갔습니다. 얼굴에서는 약간의 긴장도 느껴졌어요. 안정환 선수가 쓱 오더니 잘하라는 의미로 엉덩이를 툭툭 치더군요. 그리고 대기심 옆에 서서 교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럴 수가. 또 골을 허용했습니다. 이과인의 해트트릭. 1-4로 스코어는 더 벌어졌습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이동국 선수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출전 시간.. 더보기
현장서 본 아르헨전, 처참했고 가슴아팠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예선 2차전의 패배의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습니다. 1-4패. 1998프랑스월드컵 당시 네덜란드에 0-5로 패한 이후, 근래 들어 국제대회에서 가장 큰 스코어차로 진 경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이청용의 만회골로 1-2로 전반을 마칠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는데 말이죠. 많은 분들이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에 질책하고 쓴소리를 하시는 걸로 압니다. 현장에서 직접 본 저는 참으로 처참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메시와 이과인, 테베즈의 빛나는 플레이에 우리 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했으니까요. 답답하기도 했고 상심도 컸습니다. 대한민국을 응원하러 왔는데 빛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플레이를 넋 놓고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슬펐고 가슴아팠습니다. 현장에 있지 못한 분들을 .. 더보기
이정수의 선제골이 특별한 이유 전반 7분. 코너 근처에서 이영표가 그리수 선수의 파울을 얻어 낸 뒤 기성용이 프리킥을 차올렸습니다. 문전에서 올라오는 볼을 보던 이정수가 그리스 수비수들 사이로 뛰어 올리며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2002년 월드컵 3-4위전 터키전에서 이을용이 터뜨렸던 우리나라 대표팀 월드컵 최단시간 골을 2분이나 단축시킨, 시원한 선제골이었습니다. 이정수. 그는 사실 대한민국 대표팀의 베스트 11은 아니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애제자 조용형 - 곽태휘 두 센터백 콤비의 그늘에 가려진 제 3의 수비수였죠. 처음부터 선발을 장담하던 멤버는 아니었으나 곽태휘의 부상과 조용형의 대상포진 증세로 이정수는 그 공백을 메울 대안이었고, 덕분에 월드컵 출전이라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이정수는 기회란 노력한 자만 붙잡을 수 있다.. 더보기
월드컵 '선배'들이 그리스전 승리를 강조한 이유 강원FC에는 월드컵을 빛낸 스타들이 많이 있습니다. 최순호 감독이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터뜨린 동점골은 영국 일간지 타임스가 선정한 역대 월드컵 베스트골 50위 중 29에 뽑힌 바 있죠. 최진철 코치는 2002년과 2006년 대한민국 대표팀의 수비의 핵으로 활약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대표 선수가 됐지만, 이렇게 훌륭한 선수를 왜 이제야 발견했냐며 모두의 박수를 받았고 2006년 스위스전에서 보여준 붕대 투혼은 모두를 눈물흘리게 만들었죠. 이을용 선수는 또 어떤가요. 2002년 미국전에서 PK를 실축했지만 3-4위전에서 보란듯이 프리킥골을 터뜨리며 든든한 ‘믿을필더’로 활약했죠. 대한민국 대표팀의 첫 경기 그리스전을 앞두고 최순호 감독님, 최진철 코치, 이을용 선수 등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더보기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주의해야할 심판판정 2010남아공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심판들에게 가이드라인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월드컵 심판 가이드라인을 인지하는 것은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K-리그에서는 묵인된 것들이 국제대회에서까지 용인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심판 강습회에서도 월드컵을 앞둔 만큼 월드컵에서 요하는 가이드라인을 선수들에게도 요구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예년보다 심판 판정이 엄격해지고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카드가 내려졌습니다. 연맹의 5mm 정책도 물론 한몫을 했지요. 1. 거친 태클을 강력하게 처단하라 FIFA는 거친 태클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강한 규제를 내려리고 했습니다. 1998월드컵을 기점으로 예전에는 백태클에 대해 규제가 강했지만 -당시 멕.. 더보기
은행에서 대출 거절당한 K-리그 연습생 이야기 어제 강원FC 1년차 신인선수가 재직증명서와 소득증빙 서류를 떼달라고 부탁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전 웃으면서 그럼 있다 오후까지 처리해서 보내주겠다고 원본을 받으러 사무실로 오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지금 급하게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가는 길이라면서 은행에서 전화를 다시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사무실에 들릴 시간이 없다면서 은행에 도착해서 은행 팩스 번호를 알려줄테니 팩스로 바로 넣어달라하면서요. 집안이 어려운 그 선수는 가계에 빚도 많았고 오늘 오전까지 갚아야할 돈이 있었나봐요. 갑작스레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던 그의 부모님은 고민하다가 아들에게 부탁을 한 거였죠. 사실 부모된 입장으로서 아들에게 어려운 모습을 보이며 손을 벌린다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에게 도움을.. 더보기
차범근 감독 위한 선수들의 감동 세레모니 강원FC와 수원삼성의 '포스코컵 2010' 3라운드가 펼쳐진 수원월드컵경기장. 이날 경기는 강민수와 이상돈의 연속골로 수원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강원FC를 아끼는 마음이 크기에 패배는 쓰라렸지만 골이 터질 때 수원 선수들이 보여준 세레모니는 참으로 감동적이었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오는 6월 6일 컵대회 조별예선 전북현대와의 홈경기를 끝나고 수원의 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말씀하신 차범근 감독님. 떠나는 차범근 감독님께 잊지 못할 선물을 드린 수원선수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드립니다. 강민수 선수가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뭔가를 펼치라며 제스처를 취하던 수원의 주장 조원희 선수. 아니나다를까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뭔가를 건네더군요. 그것은 다름아닌 차범근 감독님께 선수들이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적힌.. 더보기
이번 월드컵에서 김정우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가상의 아르헨티나였던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우리 대표팀은 0-1로 석패했습니다. 공-수에 걸쳐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던 캡틴 박지성의 부재 속에서도 유로2008의 챔피언 스페인을 상대로 잘 싸웠습니다. 이번 스페인전은 박지성이 없을 때의 대비책인 플랜B의 조합을 실험할 수 있었던 경기였고 그 가운데서 우리는 김정우의 재발견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김정우는 유난히 가늘고 마른 몸매 때문에 우리에게는 약골 이미지가 강합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은 그에게 뼈정우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지요. 하지만 갸날픈 체격과 달리 체력과 활동량 만큼은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박지성 못지 않습니다. 패스와 중거리슈팅 역시 정확하고 남다르죠.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센스 하나만은 타고 났다”며 동료들의 부러움을 .. 더보기
축구선수들의 지독한 체중관리에 대하여 지난 1월. 강원FC 선수단 저녁식사 자리. 선수들은 훈련 후 허기를 채우려는 바쁘게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지만 골키퍼 유현은 일찌감치 수저를 놓은 채 식사 중인 선수들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휴가 기간 중 체중이 2kg 늘었거든요. 감독님께서 겨울 전지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원래 몸무게를 만들라고 하셔서 식사량을 줄이고 있는 중이에요.” 배가 불러도 앞에 음식이 놓여 있으면 절로 젓가락이 가는 저에게, 고픈 배를 잡고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던 유현 선수는 인간의 경지를 넘어 신의 영역에 도달한 ‘탈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수면욕’ 만큼이나 참기 힘든 게 ‘식탐’ 아니던가요. 하지만 유현 선수는, 적정체중을 만들기 위하여 참고 버티었고, 결국 2주일 만에 원래 몸무게로 복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더보기
축구팬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기다림의 미학 성남일화와의 시즌 개막전을 시작으로 4라운드 포항전까지, 4경기 동안 강원FC가 거둔 성적은 1무 3패. 지난해 이맘 때 쯤 거둔, 참으로 찬란했던 성적 2승 1무와는 사뭇 대조되는 행보였다. 추가시간까지 계속되던 끈끈한 압박,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던 공격의 간결함, 투터치 안에 패스를 전개하면서도 볼을 내주지 않던 정확성 등을 볼 수 없다며 강원FC만의 특유의 색을 잃어버렸다는 혹평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지난 블로그 포스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무래도 강릉에 닥친 때 아닌 폭설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날들의 영향이 컸다고 말하고 싶다. 잔디가 깔린 훈련장이 아닌 체육관에서 운동을 해야했으니 제대로 된 미니패스 훈련, 전술훈련, 세트피스 훈련 등을 할리가 만무했다. 맞춤형.. 더보기
<독점> '맨땅에 헤딩' 실제모델은 강원FC 김영후! “떨거지 차봉군이 FC소울 선수가 됐다구!” - 맨땅에 헤딩 2화 中 MBC 수목드라마 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자연스레 수원삼성 차범근 감독과 FC서울이 연상되죠. 실제로 차봉군이 데뷔전을 치렀던 경기장은 FC서울이 홈으로 삼고 있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이고 드라마 중간 나오던 서포터들은 FC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이었습니다. 그러나 내셔널리그에서 고군분투하다 극적으로 K-리그에 입성, 데뷔전을 치른 후 시나브로 팬들에게 강렬히 이름을 기억시킨다는 차봉군의 이야기는 올 시즌 K-리그서 많이 본 누군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대요. 그러니까 아무리 어둡고 캄캄해도… 무서워하면 안 돼. 조금만 기다리면 해가 뜨니까… 어두울수록 빛이 가까운 거니까.” - 맨땅에 헤딩 2화 中 숙.. 더보기
위기의 울산vs강원, 탈출구는 있을까? 예로부터 수확이 시작되는 9월을 선인들은 결실의 계절의 시작이라 불렀습니다. 이는 프로축구단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어, 9월은 봄과 여름 소중히 쌓아놓았던 승점을 바탕으로 서서히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열매를 얼추 따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강원FC와 울산현대에게 9월은 시련의 나날인 듯 싶습니다. 9월 2일 수원전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을 때만해도 올 시즌 최고의 경기, 혹은 EPL 부럽지 않은 높은 수준의 경기였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넓게 윙에서부터 시작되는 공격의 공격, 강한 압박과 미드필드에서 보여주는 짧고 빠른 패스는 APT(실제 경기시간)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고 덕분에 관중들의 눈은 즐거웠습니다. 신생팀 답지 않은 저력이란 바로 강원을 두고 하는 말이라며 K-리그 누리꾼들은 극찬을.. 더보기
수원의 정용훈 추모전이 더 특별했던 이유 지난 8월 30일 수원삼성과 강원FC와의 경기는 수원에게 있어선 고인이 된 정용훈 선수를 추모하는 경기였습니다. U-17대표팀과 U-18대표팀을 거쳤던 1998년 수원에 입단했던 유망주는 K-리그 통산 64경기 5골 3도움이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2003년 8월 31일... 교통사고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죠. 당시 펑펑 울던 조병국 선수의 얼굴이 저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정용훈 추모경기였던 그날이 더 특별했고 아름다웠던 이유는... 함께 정용훈 선수를 그리워하며 자비로 국화 꽃을 준비했던 강원FC 서포터스 나르샤의 마음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반 44분 2-3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수원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송종국의 크로스를 받은 에두가 껑충 뛰어 올라 헤딩슛을 시도.. 더보기
EPL 부럽지 않았던 수원 vs 강원 경기 엎치락 뒷치락 하는 강원과 수원 때문에 빅버드를 찾은 관중들은 마지막까지 "달려!" "포기하지마!"를 외치며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어느 팀이 이길지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가늠하지 못했을 만큼 참으로 흥미롭던 공방전이었습니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에두의 공격이 시작됐고 강원 역시 김영후를 축으로 매섭게 달려들었습니다. 전반 8분 김영후의 슈팅이 오른쪽 포스트 하단을 맞으며 튕겨져 나가는데 아, 너무 아쉽더군요. 첫 득점은 강원 킬러 배기종의 발끝에서 나왔습니다. 강릉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 동점골로 강원FC를 뼈아프게 했던 배기종은 이날도 선제골을 쏘아올리며 강원의 간담을 서늘케 했죠. 그러나 강원에는 최근 급성장한 김영후가 있었습니다. 전반 29분 전원근의 패스를 받은 김영후는 침착하게 왼발로 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