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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강원도의 힘, 강원FC

이상돈-상호 형제간 맞대결로 흥미로운 강원vs수원

창단 이후 강원FC가 유독 패하지 않던 팀 가운데 하나가 수원이었습니다. 진검승부를 걸겠다며 원투펀치를 날렸던 두 팀은 매번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며 K-리그 팬들의 관심을 모으곤 했습니다. 지난해 5월 강릉에서 열렸던 경기에서는 마사와 배기종이 사이좋게 1골씩 주고받으며 1-1로 비겼고요 9월 수원에서 열렸던 경기에서는 강원의 마사 1골, 김영후 2골, 수원의 배기종 1골 에두가 2골을 터뜨리며 3-3으로 비겼죠.

당시 김영후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며 아쉽게 무효가 됐고 해트트릭 기회를 놓쳤던게 기억이 납니다. 또 에두가 블루포토 기자단 중 하나인 신인기씨를 위해 감동적인 세레모니를 했던 것도 떠오르고요. 암투병 중에 힘들게 경기장을 찾았는데 골을 넣고 그분께 달려가 세레모니를 하는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로부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신인기씨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그날 일을 잊지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4월. 강원FC는 수원과 올 시즌 들어 처음 만났는데요. 그때도 김영후가 2골을 터뜨리며 수원을 2-1로 눌렀죠. 3경기 동안 김영후가 터뜨린 골은 합이 4골. 이쯤하면 수원킬러로 불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이처럼 언제나 수원을 상대로 지지 않는, 그러면서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줬던 강원FC였지만 지난 5월 29일 수원과의 컵대회 원정경기에서만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후반 13분 이상돈의 오른발에 터진 수원의 결승골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컵대회라 중계가 들어오지 않았고요 저 혼자서 열심히 경기장면을 촬영했죠. 당시 김대의 선수가 오른쪽 터치라인 쪽으로 볼을 보냈는데 흐르는 볼을 오버래핑하던 이상돈이 받자마자 바로 슈팅을 때렸고, 그게 그대로 골로 연결됐습니다. 결국 그골은 그날의 결승골이 됐고 이상돈은 맨 오브 더 매치에 뽑혔죠.



그러나, 운명과 역사는 도는 법이라고 했지요. 그 골이 이상돈의 운명을 결정지을 줄은 아무도 몰랐죠. 지난 7월 이상돈은 강원FC로 전격 이적을 했습니다. 이적 소감을 묻자 이상돈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강원FC에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했지만 오고 싶었어요. 강원FC가 축구선수로 성장하기에, 또 운동하기에 더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텔레비전이나 기사를 통해 느낀 강원FC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팀이었고 무엇보다 팬들의 응원과 열정이 정말 보기 좋았거든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오고 싶었죠.

제가 컵대회에서 강원FC와 만났을 때 데뷔골을 넣었죠? 제가 수비수로 뛰다보니 K-리그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과연 데뷔골을 넣을 수 있을지 늘 궁금했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강원을 상대로…(웃음). 당시 흘러나온 볼이 운 좋게 제 앞까지 왔고 슈팅하기 위해 발을 대는 순간 느낌이 좋았어요. 그날의 결승골 덕분에 제가 강원FC에 온 것 같아 제게는 운명을 결정지은 골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제는 수원에 다시 한 번 뼈아픈 패배를 안기기 위해 이상돈 나섭니다. 22번이 새겨진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선요.


이번 경기가 강원과 수원 팬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강원FC의 이상돈과 수원삼성의 이상호는, K-리그에서도 유명한 형제 축구선수입니다. 울산에서 함께 뛰던 두 사람은 이상호가 수원으로 이적하며 잠시 헤어졌는데 올 초 이상돈이 수원으로 이적하며 다시 만나게 됐고요. 지난 5월 29일 강원과의 컵대회 경기에서 이상돈과 이상호는 수원 이적 후 처음으로 함께 뛰었습니다. 여러모로 강원FC와 연이 깊은 상돈-상호 형제네요.

이상호는 지난 달 울산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호텔 회전문에 발뒷꿈치가 찢어지며 꽤 여러바늘을 꼬매야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강원FC와의 원정경기를 뛸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알겠지만 언제 다쳤냐는듯이 지금은 수원에서 훨훨 날고 있네요. 서울과의 한판승부에서도 한골을 기록하며 4-2 대승을 도왔고요.

이상돈과 이상호 두 선수 모두 일단 팀내 주축선수이기 때문에 선발출장이 확실합니다. 그래서 형제간 맞대결이 더욱 기대가 되네요. 무엇보다 늘 아빠처럼 상호를 돌봐주는 이상돈과 그런 형아를 가리키며 '천사'라고 눈물 짓는 이상돈의 하나 뿐인 남동생 이상호.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지만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멋지게 이룬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감동스런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두 선수 모두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아끼고, 또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벌써부터 이상돈과 이상호가 만날 강원-수원전이 기다려집니다. 

경기가 끝나고 누가 이기고 졌든지 간에 서로를 꼬옥 안아줄 두 선수의 모습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응원 열심히 할게요. 이상돈, 이상호 두 사람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