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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강원도의 힘, 강원FC

봉사구단 강원FC, 중증장애인들과 온정나눠

강릉시 사천면 노동리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생활시설 <늘푸른마을>. 오전 9시 30분 강원FC 버스가 나타나자 <늘푸른마을> 내 장애인들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한 가득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짧은 인사 뒤에 시설을 돌아봤는데요, 그 중 한 장애인이 최순호 감독님의 손을 잡으며 “누군지 안다”고 좋아하더군요. 이어 이을용 선수에게는 “월드컵 대표”라고 말해 모두를 놀래켰구요. 그런데... 문제는... 바로 뒤에 발생했으니... ㅎ

최진철 코치님을 가리키며 누군가가 이 분은 아냐며 물었죠.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몰.라.요.


그때 선수들이 “이 분은 요즘 장안의 화제인 올레~! CF를 안 봤나 보다”며 농담을 던졌고 일제히 와, 하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늘푸른마을>에서의 봉사활동은 그렇게 기분좋게 시작됐죠.



선수단은 시설 내부를 둘러본 뒤 장애인들이 생활 중인 2층과 3층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닦기 담당 ▲쓸기 담당 ▲화장실 담당으로 나눠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장애인들의 공간을 쓸고 닦았습니다.

김정주 선수는 텔레비전 뒤 먼지를 닦다 카메라를 발견한 뒤 카메라용 미소를 짓기도 했고 김태호 선수는 정경호 선수가 창문 틀에 올라가서 유리창을 닦자 갑자기 카메라를 빌려 가 그 모습을 담은 뒤 구단 홈페이지에 꼭 올려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죠.

다들 바지까지 걷어올린 채 열심히 청소하더라고요. 냄새나는 화장실을 락스로 깨끗이 닦던 김준태 선수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김진일 선수와 김정주 선수, 김우경 선수는 장롱 위에 올라가 남은 먼지까지 다 닦았는데, 다시 내려가는게 무서웠나봐요. 간신히 내려오던 김진일 선수는 작년에 다친 아킬레스건이 아파온다며 너스레를 떨었고요 김정주, 김우경 선수도 힘들게 낑낑대며 내려왔죠. 경기장에서 보는 늠름한 모습과는 사뭇 달라 그 귀여움에 다들 웃음꽃을 피웠죠.



청소 후에는 2008년 8월 개관해 아직 휑한 주변을 꽃과 나무로 채우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백롱나무와 연상홍 묘목 200그루를 심기 시작 했는데, 묘목의 줄을 잘못 맞춰 뽑은 뒤 처음부터 다시 심는 난항(?)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심으면 안된다고 다 뽑고 다시 심자고 했을 때의 선수들 표정이란. 돌 밑을 파낼 때는 역시나 손 힘 좋은 현 선수가 나섰고요 오원종 선수는 묘목을 심을 곳을 깨작깨작(?) 파던 권순형 선수를 야단 치며 코칭하기도 했고요. ^^

성실함으로 무장한 선수들이었기에 200그루가 다소 많아 보였지만 약 1시간 10분 만에 모두 새 보금자리를 찾았습니다. 마지막 테이프는 기념식수 심기. 강원FC 김원동 대표이사와 최순호 감독이 마지막으로 수양꽃단풍을 심었고 <늘푸른마을> 측에서는 선수단이 꾸며준 화단에 ‘강원FC 꽃동산’라는 팻말을 붙인 뒤 ‘희망의 나무’ 심기 활동은 끝이 났습니다,



점심식사 시간에는 선수들이 혼자서는 밥을 떠먹기 불편한 장애인들 옆에 앉아 ‘1일 식사 도우미’로 나섰습니다. 아빠처럼 밥 한술, 반찬 한술씩 떠먹여주는 선수들의 모습에선 진심이 느껴졌어요.

이윤의 선수가 떠주던 밥을 먹던 여자 장애인은 연신 ‘커피’를 외치더군요. 커피가 마시고 싶었나봐요. 그러자 윤의 선수, 자꾸만 밥 대신 커피를 찾으며 고개를 돌리던 장애인에게 재치있게 말하더군요. “알았어요. 이거 다 먹으면 오빠랑 커피 한잔!” 그래서일까요. 그 테이블에는 이윤의 선수, 하정헌 선수, 이준협 선수, 이렇게 3명이 앉아 있었는데요 누가 제일 잘생긴 거 같냐고 제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말 대신 조용히 윤의 선수 왼팔을 잡더군요. 윤의 선수는 “내가 주는 밥이 제일 맛있었지요? 역시 미남을 알아보는군요”하며 웃었지요.

점심식사 후에는 설거지하기라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안성남 선수는 집에서도 매일 하는게 설거지라며 모두를 웃게 만들었죠. 하정헌 선수가 잔반처리에 나섰고 강원FC 막내라인 5인방 중 대표팀에 소집된 양한빈 선수를 제외한 이훈 선수, 고재민 선수, 김정주 선수, 김우경 선수가 설거지 담당이 됐지요. 역시, 카메라가 가까이 가자 김정주 선수는 윤준하 선수의 썩소를 흉내내는 여유까지 보여줬죠. ^^



이후에는 장애인들과 함께 노래자랑 시간을 가지며 교감했습니다. 감독님이 ‘아, 대한민국’을 불렀고요 박종진 선수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화답했고, 장애인들의 노래 뽐내기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황진이 멜로디에 맞춰 장애인들이 춤을 췄고 감독님과 선수들도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즉석에서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죠. 그렇게 선수단은 5월 13일을 그들 생애 가장 즐거웠던 날로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선수들은 그랬어요.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고 귀찮은 마음도 있었다고요. 그런데 봉사활동을 마치면서 그러더라고요. 그들의 해맑은 얼굴을 보며 많은 에너지를 얻고 간다고요.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늘푸른마을> 장애인들처럼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존재가 돼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면서 뿌듯한 웃음을 짓더군요.

강원FC 김원동 대표이사도 선수들에게 말씀하셨죠.

“우리가 하는 봉사활동은 격식을 차리고, 의례적으로 하는 단발성 활동이 아닙니다. 함께 땀 흘리고 몸을 섞는 봉사의 과정 속에 건강하고 씩씩한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부족한 것을 함께 나누고 실천하는 정신을 깨닫습니다. 당장 힘든 날들 속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려운 이웃을 향한 손길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들이 사회를 밝게 만드는 근원이 되는데,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솔선수범하여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선수들이 됩시다.”

나중이 아닌 지금 실천하기 위해 땀흘리는 강원FC 선수들.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