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독일에서 U-20여자월드컵에서 여자청소년대표팀은 3위에 오르며 남녀 축구를 통들어 FIFA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중에서 팀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지소연은 FIFA 주관대회에서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고 6경기 8골을 터뜨리며 실버부트와 실버볼을 동시에 차지했습니다.
남자축구 같은 지원도 대우도 받지 못하여 운동선수로서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처우가 좋은 여자배구나 여자농구를 선택하고 있을 때, 그래도 축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공을 차던 몇 안되는 소녀들은 눈물 나는 결과를 이뤄냈습니다.
헝그리정신이니, 투혼이니, 그런 말들을 쓰고 싶지 않지만 작금의 여자축구 환경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소연을 더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소연이 때아닌 안티팬들의 공격을 받고 있네요.
한 언론사에서 청와대를 방문하기로 돼 있지 않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지소연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일이 될 것 같다.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대통령에게 '셀카(셀프 카메라)' 찍자고 해볼 생각이다(웃음). 나중에 내 자식들에게 자랑할 것이다. 대통령께는 여자축구에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축구팀 창단을 늘려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 후배들은 우리와 선배들이 겪었던 열악한 환경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셀카는, 20살 어린 소녀의 순수한 답변이었습니다. 일반 사람 뿐 아니라 운동 선수들에게도 청와대는 쉽게 방문할 수 없는 곳이고, 특히나 운동 선수들에게 청와대는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왔을 때 갈 수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가슴이 설레는 건 당연할 거고 기념사진을 찍고 싶은 것 역시 자연스러운 감정이겠죠. 엄마로서 자식에게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상도 받고 국민들의 사랑도 받고 대통령도 이렇게 만났다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겠죠.
중요한 건 그 마음 멘트였습니다.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은 서두에 꺼내면서 말문을 연 것이고 지소연이 진실로 하고 싶었던 말은 여자축구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팀 창단도 늘리고 인적, 환경적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너무나 안타까운 건 지소연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묻히고 단지 대통령과 셀카를 찍고 싶다는 발언에만 일부 누리꾼들이 집중하고 악플을 단다는 것입니다. 나라가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는데, 운동만 하고 지내 사회를 잘 모르는 순수한 축구소녀가 대통령과 사진 찍고 싶다는 발언으로 악플에 시달린다는 건, 참으로 가슴아픈 일입니다.
이제 막 대중에 이름을 알렸고, 대중의 사랑에 기뻐하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연 지소연이 이번 일로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자신의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매일 같이 개재되는 일도 없었기에 기사도 읽고 그 밑에 달린 댓글도 읽어볼텐데 그러다 육두문자가 섞인 욕들을 발견한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축구를 할 때면 강심장으로 바뀐다는 지소연이지만, 악플은 주먹보다 더 아프고 큰 상처를 남깁니다. 이보다 더 힘든 일에도 묵묵히 공을 찼다고 하지만 이번 악플 사건은 꽤나 아프게 다가올 것입니다.
몇몇 누리꾼들은 노트북 갖고 싶다는 발언도 ‘공짜’를 위해서 일부러 한 게 아니냐는 말도 서슴치 않게 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런데, 전 정말 인터넷같은 데 그 내용이 나가게 될 줄 몰랐어요. 그냥 예전부터 해외에 나갈 때 노트북 필요했고, 운동 때문에도 여러번 필요성을 느꼈거든요. 그동안 친구들한테 빌려쓰면서 미안했는데, 이제 제 것이 생겨서 기뻐요. 아직 컴퓨터를 몇 개 받았는지는 몰라요. 여러 개 받게 되면 제 동생하고, 팀 동생들한테도 줄래요.”
이 내용이 기사로 전해져 실제로 선물로 들어올 예상조차 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에 필요한 걸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것이 이제는 악플로 되돌아오고 있네요.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읽지 못하는 우리야말로 악인이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5월이었나.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공항을 지나가는데 어떤 분이 '붉은악마'냐고 물으셨어요. 12년이나 축구를 했는데, 여자축구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해 이를 악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아니요. 대회 중엔 (맥주) 절대 안되죠. 콜라조차 안되요. 첫 경기 해트트릭 때는 그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제가 골을 많이 넣고 이겼다는 게 기뻤고요, 한국인 최초로 FIFA 대회에서 해트트릭 했다는 게 영광스러웠어요. 솔직히 저는 우리가 결승에 갈 줄 알았거든요. 우승할 줄 알았는데 독일에 너무 크게 져서 좀 속상했어요. 우리가 국내에서 대회 치를 때는 관중이 없는데, 그 날은 2만명도 넘는 관중이 야유를 막 해대니까 당황하고 긴장했어요.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절대 당황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많이 배웠죠."
"남자대표팀이 파주에 들어오면 여자대표팀은 있을 수 없어요. 그래서 훈련 중 파주에서 잠시 인근 호텔로 옮겼어요. 당연히 기분이 좋진 않죠. 우리 여자팀도 똑같은 대표팀이니까요. 이해해야 하지만 왜 그럴까 하는 불만은 있어요. 그런데 지금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남자 대표팀과 여자 대표팀은 규모 자체가 다르니까요."
남자대표팀이 트레이닝센터에 들어오면 숙소를 옮겨야하고,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붉은악마로 착각하고, 늘 관중 없이 뛰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만원관중의 야유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잘했다며 소녀들의 선전에 박수보냈지만 지금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어떤 환경 속에서 뛰었는지는 모릅니다. 관심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독일 가기 전에는 월드컵을 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는데 돌아오니 우리한테 관심이 많이 쏠려서 깜짝 놀랐어요. 돌아오자마자 인천공항에 기자분들이 정말 많이 오셔서 놀랐죠.”
지소연은 지금의 관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한순간에 썰물처럼 사라질까봐 두렵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여타 비인기종목들이 그간 좋은 성과를 안고 돌아와도 다 한때일 뿐 다시 그림자 생활을 하는 것처럼 여자축구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허리가 아픈 엄마를 위해 찜질방 딸린 집을 사드리고 싶고, 노트북 선물이 들어오면 동생과 후배 선수들에게 주겠다며 자신의 욕심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뛰는 지소연의 순수한 마음을요.
그러니 이 어린 소녀가 상처 대신 희망과 용기를 안고 그라운드에서 뛰어다닐 수 있도록 악플 대신 격려를 보내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자축구 같은 지원도 대우도 받지 못하여 운동선수로서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처우가 좋은 여자배구나 여자농구를 선택하고 있을 때, 그래도 축구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공을 차던 몇 안되는 소녀들은 눈물 나는 결과를 이뤄냈습니다.
헝그리정신이니, 투혼이니, 그런 말들을 쓰고 싶지 않지만 작금의 여자축구 환경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소연을 더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소연이 때아닌 안티팬들의 공격을 받고 있네요.
한 언론사에서 청와대를 방문하기로 돼 있지 않냐고 질문을 던졌는데, 지소연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일이 될 것 같다.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대통령에게 '셀카(셀프 카메라)' 찍자고 해볼 생각이다(웃음). 나중에 내 자식들에게 자랑할 것이다. 대통령께는 여자축구에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축구팀 창단을 늘려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 후배들은 우리와 선배들이 겪었던 열악한 환경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셀카는, 20살 어린 소녀의 순수한 답변이었습니다. 일반 사람 뿐 아니라 운동 선수들에게도 청와대는 쉽게 방문할 수 없는 곳이고, 특히나 운동 선수들에게 청와대는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왔을 때 갈 수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가슴이 설레는 건 당연할 거고 기념사진을 찍고 싶은 것 역시 자연스러운 감정이겠죠. 엄마로서 자식에게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상도 받고 국민들의 사랑도 받고 대통령도 이렇게 만났다며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겠죠.
중요한 건 그 마음 멘트였습니다.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은 서두에 꺼내면서 말문을 연 것이고 지소연이 진실로 하고 싶었던 말은 여자축구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팀 창단도 늘리고 인적, 환경적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너무나 안타까운 건 지소연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묻히고 단지 대통령과 셀카를 찍고 싶다는 발언에만 일부 누리꾼들이 집중하고 악플을 단다는 것입니다. 나라가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는데, 운동만 하고 지내 사회를 잘 모르는 순수한 축구소녀가 대통령과 사진 찍고 싶다는 발언으로 악플에 시달린다는 건, 참으로 가슴아픈 일입니다.
이제 막 대중에 이름을 알렸고, 대중의 사랑에 기뻐하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연 지소연이 이번 일로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자신의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매일 같이 개재되는 일도 없었기에 기사도 읽고 그 밑에 달린 댓글도 읽어볼텐데 그러다 육두문자가 섞인 욕들을 발견한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축구를 할 때면 강심장으로 바뀐다는 지소연이지만, 악플은 주먹보다 더 아프고 큰 상처를 남깁니다. 이보다 더 힘든 일에도 묵묵히 공을 찼다고 하지만 이번 악플 사건은 꽤나 아프게 다가올 것입니다.
몇몇 누리꾼들은 노트북 갖고 싶다는 발언도 ‘공짜’를 위해서 일부러 한 게 아니냐는 말도 서슴치 않게 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런데, 전 정말 인터넷같은 데 그 내용이 나가게 될 줄 몰랐어요. 그냥 예전부터 해외에 나갈 때 노트북 필요했고, 운동 때문에도 여러번 필요성을 느꼈거든요. 그동안 친구들한테 빌려쓰면서 미안했는데, 이제 제 것이 생겨서 기뻐요. 아직 컴퓨터를 몇 개 받았는지는 몰라요. 여러 개 받게 되면 제 동생하고, 팀 동생들한테도 줄래요.”
이 내용이 기사로 전해져 실제로 선물로 들어올 예상조차 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에 필요한 걸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것이 이제는 악플로 되돌아오고 있네요.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읽지 못하는 우리야말로 악인이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5월이었나.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공항을 지나가는데 어떤 분이 '붉은악마'냐고 물으셨어요. 12년이나 축구를 했는데, 여자축구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해 이를 악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아니요. 대회 중엔 (맥주) 절대 안되죠. 콜라조차 안되요. 첫 경기 해트트릭 때는 그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제가 골을 많이 넣고 이겼다는 게 기뻤고요, 한국인 최초로 FIFA 대회에서 해트트릭 했다는 게 영광스러웠어요. 솔직히 저는 우리가 결승에 갈 줄 알았거든요. 우승할 줄 알았는데 독일에 너무 크게 져서 좀 속상했어요. 우리가 국내에서 대회 치를 때는 관중이 없는데, 그 날은 2만명도 넘는 관중이 야유를 막 해대니까 당황하고 긴장했어요.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절대 당황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많이 배웠죠."
"남자대표팀이 파주에 들어오면 여자대표팀은 있을 수 없어요. 그래서 훈련 중 파주에서 잠시 인근 호텔로 옮겼어요. 당연히 기분이 좋진 않죠. 우리 여자팀도 똑같은 대표팀이니까요. 이해해야 하지만 왜 그럴까 하는 불만은 있어요. 그런데 지금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남자 대표팀과 여자 대표팀은 규모 자체가 다르니까요."
남자대표팀이 트레이닝센터에 들어오면 숙소를 옮겨야하고, 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붉은악마로 착각하고, 늘 관중 없이 뛰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만원관중의 야유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잘했다며 소녀들의 선전에 박수보냈지만 지금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어떤 환경 속에서 뛰었는지는 모릅니다. 관심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독일 가기 전에는 월드컵을 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는데 돌아오니 우리한테 관심이 많이 쏠려서 깜짝 놀랐어요. 돌아오자마자 인천공항에 기자분들이 정말 많이 오셔서 놀랐죠.”
지소연은 지금의 관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한순간에 썰물처럼 사라질까봐 두렵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여타 비인기종목들이 그간 좋은 성과를 안고 돌아와도 다 한때일 뿐 다시 그림자 생활을 하는 것처럼 여자축구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허리가 아픈 엄마를 위해 찜질방 딸린 집을 사드리고 싶고, 노트북 선물이 들어오면 동생과 후배 선수들에게 주겠다며 자신의 욕심보다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뛰는 지소연의 순수한 마음을요.
그러니 이 어린 소녀가 상처 대신 희망과 용기를 안고 그라운드에서 뛰어다닐 수 있도록 악플 대신 격려를 보내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헬레나의 꿈의 구장 > 축구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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