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원FC 1년차 신인선수가 재직증명서와 소득증빙 서류를 떼달라고 부탁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전 웃으면서 그럼 있다 오후까지 처리해서 보내주겠다고 원본을 받으러 사무실로 오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지금 급하게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가는 길이라면서 은행에서 전화를 다시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사무실에 들릴 시간이 없다면서 은행에 도착해서 은행 팩스 번호를 알려줄테니 팩스로 바로 넣어달라하면서요. 


집안이 어려운 그 선수는 가계에 빚도 많았고 오늘 오전까지 갚아야할 돈이 있었나봐요. 갑작스레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던 그의 부모님은 고민하다가 아들에게 부탁을 한 거였죠. 사실 부모된 입장으로서 아들에게 어려운 모습을 보이며 손을 벌린다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은 얼마나 상황이 급하고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그런데 1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오지 않아 제가 전화를 걸었지요.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급하게 은행을 가는 길에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어서요.

"어떻게 된거야? 은행 도착했니? 팩스 번호 알려주면 지금 바로 보내줄게. 서류 다 만들어놓았어."

잠시 침묵하던 그 선수는 "아니에요. 안 보내주셔도 되요" 했습니다.

눈치없이도 저는 아무렇지 않게 "왜? 대출 안하기로 했어?"라고 바로 되물었죠.

역시나, 이번에도 잠시 뜸을 들이던 그 선수는 힘들게 말을 이었습니다.

"대출할 수 있는 자격이 안된대요. 사실 제 연봉만 보면 은행에서도 대출해주기가 힘들겠죠."

그 선수는 올 시즌 번외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소위 말하는 '연습생'입니다. 드래프트에서 6순위 안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 번외로 프로에 지명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 선수들은 모두 연봉 1200만원에 계약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한달에 10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되고 세금 떼고, 클럽하우스 숙식비를 떼면 80만원 정도가 통장에 들어옵니다.

88만원 세대보다 더 어려운 이들, 그들은 바로 프로 축구 연습생입니다.

100만원이라도 안되겠냐고 하자 은행에서는 거래 기간이 1년도 안되고 월급보다 많은 돈을 대출해줄 수 없다고 했네요. 그래도 아들이 프로구단에 있으니까 어떻게든 대출이 되지 않겠냐고 부모님들은 믿으셨을텐데, 하던 선수의 낮은 목소리가 내내 귓가에 울려펴졌습니다.

지금 6월은 뜨겁습니다. 거리엔 한국 축구의 승리를 기원하며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과 신나는 축구 관련 음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박지성의 연봉이 얼마고, 이청용의 이적을 위해 빅클럽에서 이적료 베팅에 들어갔다고 하고, 16강 진출에 성공했을 때 대표팀이 받게 되는 수당은 얼마고...

빛나고 비싼 이야기들만 가득합니다. 그속에서 전반기 일정을 마치고 함량미달로 짐을 꾸리며 떠나가는 선수들이 있는가하면 80만원 남짓하는 월급을 아껴가며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핸드폰비가 5만원이나 나왔다고 이번달 예산이 초과했다며 한숨을 쉬는 선수들도 있고요.

그야말로 명과 암, 빛과 그림자입니다.

모두의 눈이 왼쪽 가슴에 박힌 태극마크에 쏠려 있는 순간,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박수치는 순간에도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묵묵히 땀흘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이땅의 K-리그 연습생들. 저 역시 88만원 세대라는 이름 아래 살고 있기에 그들의 모습에 더 시선이 가고 마음이 아픈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부디 바랍니다. 그들이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고 끝까지 축구선수로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마치 제가 꿈을 포기하고 방황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들의 앞날에 건승만이 가득하길, 온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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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