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님을 떠나보내는 장례미사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성당 앞마당은 물론이요 성당 옆 카톨릭회관 앞마당까지 가득 매운 카톨릭신자들은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추기경님의 선종을 애도하며 그 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봤죠. 차분한 마음으로 추기경님이 성당을 떠나시는 모습까지 지켜본 뒤 성당 앞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참으로 씁쓸한 순간과 만나게 됐습니다. 군중들이 떠나는 모습을 찍고 있던 한 방송사 아나운서가 카메라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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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우는 사람이 없네?”
어쩜 그렇게 그 순간을 바라보던 시각이 극명하게 갈렸을까요. 꺽꺽 우는 사람을 찾아 찍으며 더 좋은 그림을 만들 순 없을까? 그래서 화제뉴스로 포장할 순 없을까? 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 아나운서를 바라보며 한동안 할 말을 잃었습니다. 대단한 직업정신이라고 칭찬이라도 해줘야하나요.
이번 추기경님의 장례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명동 성당을 찾아 조문을 드렸습니다. 수많은 신자들은 30분 간격으로 진행되는 미사에 참석했고 연도를 바쳤죠. 저와 플라이뭉치맨 역시 조문을 위해 여러 번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 가운데 만난 사람들 중 존경하는 추기경님을 더 이상 이 땅에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여럿 있었기는 하였으나 여느 상가집에서처럼 펑펑 우는 사람을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평생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없는 이들과 약한 이들과 가난한 자들을 위해 애쓰신 추기경님을 떠나보냈다는 사실은 분명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얻으셨기에, 또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사랑과 화해, 용서를 온몸으로 설파하고 가셨기에 우리는 슬픔 보단 희망을 읽습니다. 또한 천주교의 관점에서는 죽음이란 끝이 아닌 시작이요, 아버지의 나라에서 영원을 얻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선종’이란 표현을 쓰며 차분하고 경건한, 그리고 신성한 마음으로 추기경님의 떠남을 맞이하지 않았던 가요. 그런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방송사라는 곳에서 단순히 이슈화를 위해, 시청자들의 시각적 집중을 위해 펑펑 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면으로 잡으려는 생각만 하다니요. 그런 사람들을 찾기 위해 카메라를 연방 바삐 돌리는, 그리고 나선 우는 사람이 없다 말하는 모습. 솔직히 보기 싫었습니다. 숙연함으로 젖어있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텐데 말이죠.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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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례기간 동안 ‘명동의 기적’이란 표현을 써가며 ‘엄청나게 길게 늘어선 줄’을 부각시킨 언론의 선정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 같아 마음은 꽤나 편치 않았습니다. 부디 복되신 추기경님의 선종을 더럽히지 마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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