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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World Football

철인축구선수들의 모임, 센추리클럽

기실 대다수 축구선수들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다. 단 한 번의 A매치 출전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자그마치 100경기 넘게 출장했다면 선수로서의 가치는 특별한 부연이 필요없을 것이다.

비록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 주먹을 가진 ‘마징가 제트’는 아닐지라도 꾸준함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점에서 센추리클럽은 ‘철인’으로 인정받는 일종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지표다.


철인 중의 철인
2009년 1월 현재 센추리클럽에는 157명의 남자 선수들과 115명의 여자 선수들이 가입돼 있다. 지난해 11월 이영표(대한민국)와 스턴 존(트리니다드토바고)이 100번째 A매치 경기를 치르며 센추리클럽에 ‘막내’로 합류했다.

이들 중 최다 출전기록을 가지고 있는 ‘철인 중의 철인’은 과연 누구일까.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 스타의 이름을 떠올렸다면 다소 의외의 결과가 될 수 있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골키퍼 모하메드 알 다에야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A매치 181경기에 출전하며 남자 선수 중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모하메드 알디에다

1990년 9월24일 북경아시안게임 방글라데시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월드컵(1994·98·2002)에 3회 연속 출전하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의 강호 자리를 굳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02월드컵 당시 독일전 8실점, 아일랜드전 3실점 등 많은 골을 헌납하는 바람에 멕시코 수문장 안토니오 카르바얄의 월드컵 최다실점(25골)과 타이를 이루는 등 부끄러운 기록 또한 동시에 갖고 있다. 때문에 2002월드컵 이후 한 물 갔다는 평과 함께 한동안 대표팀에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다행히 2006월드컵을 앞두고 ‘풍부한 경험’을 이유로 대표팀에 다시 승선했지만 2006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 전경기를 그저 벤치에 앉아 지켜봐야만 했다. 결국 월드컵 개막 전이던 2006년 5월11일 벨기에와 가진 평가전이 그의 마지막 A매치로 남게 됐다.

여자 선수로 넘어가면 모하메드보다 더 대단한 기록을 만날 수 있다. 미국의 ‘살아있는 전설’ 크리스틴 릴리는 2006년 1월18일 광저우에서 열린 4개국 친선 축구대회 노르웨이전에서 A매치 3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는데, 이어 현재까지 그녀가 세운 A매치 기록은 자그마치 340경기나 된다. 남자 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A매치가 적게 열린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더욱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올해 39세가 된 릴리(1971년생)는 지난해 출산을 이유로 휴식을 선언한 이후 아직 그라운드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은퇴’가 아닌 ‘잠깐의 휴식’이라 강조한 것으로 보아 그녀의 기록 경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크리스틴 릴리
위대한 선수들
센추리클럽 멤버들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동과 북중미 선수들이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최다출장자’ 모하메드 알 다에야를 위시로 클라우디오 수아레스(2위 177경기/멕시코) 호삼 하산(3위 169경기/이집트) 아드난 알 탈야니(4위 164경기/UAE) 코비 존스(4위 164경기/미국) 등 Top5 선수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쏟아졌다. 특히 미국은 앞서 언급한 코비 존스 외에도 제프 아구스(23위 134경기) 마르셀로 발보아(27위 128경기) 클라우디오 레이나(80위 111경기) 폴 칼리지우리(82위 110경기) 등 11명의 선수를 명단에 올려 센추리클럽 최다 회원국의 영광에 올라있다.

축구 본토 유럽대륙에서는 프랑스와 독일(동·서독시절 포함) 에스토니아가 가장 많은 6명의 선수를 배출했고 그 뒤를 영국(5명) 루마니아(4명) 스웨덴(4명) 이탈리아(3명) 네덜란드(3명) 터키(3명) 등이 잇는다. 유럽 출신 센추리클럽 멤버들에게는 특히 많은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이 세계축구계를 쥐락펴락했던 별 중의 별들이기 때문이다. 로타르 마테우스(9위 150경기) 위르겐 클린스만(94위 108경기) 프란츠 베켄바워(119위 103경기/이상 독일), 릴리앙 튀랑(16위 142경기) 마르셀 드사이(58위 116경기) 티에리 앙리(93위 108경기) 지네딘 지단(93위 108경기) 패트릭 비에이라(103위 106경기) 디디에 데샹(119위 103경기/이상 프랑스) 파올로 말디니(30위 126경기) 파비오 칸나바로(44위 121경기) 디노 조프(72위 112경기/이상 이탈리아) 데이비드 베컴(98위 107경기) 보비 무어(98위 107경기) 보비 찰튼(108위 105경기/이상 잉글랜드)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여전히 네덜란드대표팀과 맨체스터Utd.의 주전 골리로 활약하는 에드윈 반 데 사르(24위 130경기)도 빼놓을 수 없다.

미아햄과 아이들
남미와 아프리카 출신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 페루가 3명의 선수를 배출했고 콜롬비아(2명) 파라과이(1명)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2010월드컵 남미지역예선에서 에콰도르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 중인 이반 후타도(8위 155경기), 삼바 군단 공포의 양 날개였던 카푸(16위 142경기)와 호베르투 카를로스(33위 125경기), 아르헨티나대표팀의 오랜 주장으로 활약했던 하비에르 자네티(27위 128경기)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이집트가 6명으로 제일 많은 회원을 배출했는데, 리고베르 송(37위 124경기/카메룬)이 그중 눈에 띄는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아시아에서는 단연 대한민국이 돋보인다. 홍명보(20위 136경기) 유상철(39위 123경기) 차범근(44위 121경기) 이운재(72위 112경기) 김태영(114위 104경기) 황선홍(119위 103경기) 이영표(146위 100경기) 등 무려 7명의 선수들이 A매치 100경기 이상의 출장 기록을 세웠다. 그 뒤를 사우디아라비아(6명) 아랍에미리트(4명) 쿠웨이트(4명) 이란(3명) 중국(3명) 일본(2명)이 따른다. 주요 선수들로는 알 자베르 사미(6위 163경기) 모하메드 알 킬라위(13위 143경기) 마예드 압둘라(19위 139경기/이상 사우디아라비아), 알리 다엘(12위 149경기) 알리 카리미(93위 108경기/이상 이란) 마사미 이하라(40위 122경기) 가와구치 요시카쓰(58위 116경기/이상 일본) 등이 있다.

여자축구 쪽에선 1990년대 말 미국 여자축구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이른바 ‘미아햄과 아이들’의 기록이 눈에 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크리스틴 릴리의 뒤를 이어 미아 햄(2위 275경기) 줄리 포우디(3위 271경기) 조이 파우켓(4위 239경기) 등 미국 선수들이 상위 여덟 자리를 줄지어 휩쓸고 있다. Top10 중 非미국인은 판 윤지에(공동7위 192경기/중국)와 비르기트 프리츠(10위 188경기/독일)가 유이하다.

여자축구 센추리클럽이 남자축구의 그것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국가별 센추리클럽 선수 숫자와 피파랭킹(2008년 12월 기준)이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센추리클럽 선수를 많이 배출한 나라로는 미국(22명, 1위) 독일(15명, 2위) 스웨덴(12명, 4위) 노르웨이(11명, 6위) 중국(10명, 13위) 프랑스(6명, 8위) 캐나다(4명, 11위) 순인데, 살펴보면 피파랭킹 순위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전은 계속된다.
A매치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대항전은 클럽 경기에 비해 열리는 횟수가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나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선수들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는 기록이 무조건 실력의 척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선수자원이 취약한 축구 변방에서는 한 선수가 오래도록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전 경쟁에서 오는 압박과 자기 관리의 부담을 이겨내며 ‘꾸준함’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센추리클럽 선수들은 진정 철인으로 인정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센추리클럽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철인’을 향한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센추리클럽에 가입했지만 안타깝게 다시 탈락한 경우도 있다. 국제축구연맹이 월드컵 본선 및 예선, 대륙간컵 본선 및 예선, 친선 경기, ‘A매치로 간주되는’ 올림픽 본선 및 예선 등으로 A매치의 기준을 제한한 가운데 일부 친선경기가 A매치로 인정되지 못하는 바람에 100경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생 강원FC 사령탑에 오른 최순호 감독(113→95)을 비롯해 요제프 보즈식(헝가리/101→96) 카지미에즈 데이냐(폴란드/103→85) 한스 위르겐 되너(동독/100→96)


아리 혤름(핀란드/100→93) 그제고츠 라토(폴란드/100→95) 보리슬라프 미하일로프(불가리아/102→98) 모르텐 올센(덴마크/102→98) 사독 사시(튀니지/110→90) 요아킴 스트라이히(동독/102→98) 등이 비운의 주인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