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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함께해요 K-리그

플레이오프 진출이 처절한 시민구단

지난해 대전이 보여준 뒷심은 무서웠다. 전반기를 11위(2승7무4패)로 마친 대전은 후반기 ‘8승5패’라는 확 달라진 승률로 6위를 차지하며 6강PO 막차에 올라탔다. 경남 역시 후반기부터 ‘항서매직’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는데, 공격트리오 까보레(18골) 뽀뽀(10골) 정윤성(6골)이 연달아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인 덕분에 정규리그 4위로 일치감치 6강PO행을 결정지었다. 기실 넉넉지 못한 예산 때문에 A급 용병, 혹은 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하기 어려운 시민구단이다. 그러나 그런 형편 속에서도 시민구단들은 특유의 뚝심과 조직력으로 매 시즌 예상을 뒤엎는 성적들을 올렸다. 리그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현재 인천(6위) 경남(7위) 대구(11위) 대전(12위)은 나란히 랭크돼 있다. 올해도 시민구단들의 6강PO 진출은 영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창을 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은 대전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3월9일 수원전을 시작으로 4월19일 성남전까지, 대전은 3무3패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리그 순위표 최하단으로 미끄러졌다. 다행히 5월 들어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대전은 5월11일 부산원정에서 2-1로 승리를 거둔 이후 7월20일 제주전까지 7경기 무패행진을 달렸다. 무엇보다 안정된 수비진 덕이 컸다. 전반기 대전이 기록한 실점은 15실점으로, 수원(10실점) 성남(13실점) 다음으로 적다. 다만, 적게 내준 만큼 적게 넣었다게 문제다. 전반기 동안 대전은 11골을 기록하는데 그쳤는데, 이는 14개 팀들 가운데서 가장 적은 수치다. 결국 부족한 골 결정력이 대전을 ‘10위’에 묶은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해 공격을 책임졌던 브라질 삼총사 데닐손(14골) 슈바(8골) 브라질리아(3골)가 합작한 골은 모두 25골로, 대전이 기록한 전체 34골 중 자그마치 74%나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은 2008시즌을 앞두고 모두 적을 옮겼고, 그들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용병농사는 유난히 박복했다. 까스톨 에드손 등 야심차게 영입한 대포들은 성능불량으로 판명돼 짐을 싸야만 했고 그중 에릭은 다행히 잔류에 성공했으나 단 2득점에 그치며 한숨을 낳았다. 그 때문일까. 후반기 대전의 전력보강은 ‘창’에 집중됐다. 우선 브라질 세리에A에서 경기 당 0.9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골잡이’ 바우텔과 K리그 4년 차 용병 셀미르를 영입했다. 여기에 김형일을 포항에 내주는 대신 권집을 데려와 고종수의 뉴파트너로 맺어줬다. 권집으로 하여금 중원을 강화시켜 고종수의 활동 폭을 좀 더 넓고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내준 수비의 핵 김형일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는 아직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동원과 민영기를 제하면 눈에 띄는 센터백 자원이 없는 대전으로선, 트레이드로 인한 공백을 메울 대안이 필요하다.

공격축구의 결말은
지난해부터 K리그에 불기 시작한 화두는 다름아닌 ‘공격축구’. 올 시즌 대구가 보여준 축구가 꼭 그러했다. 대구는 전반기 동안 성남 다음(35골)으로 많은 득점(31골)에 성공하며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비록 팀의 주포 루이지뉴가 떠난 뒤 영입한 알렉산드로와 조우실바가 정규리그 무득점으로 기대만 못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다행히 이근호(9골) 장남석(8골) 에닝요(6골)가 고루 활약하며 화력에 힘을 실었다. 공격본능은 비단 공격수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수비수 황지윤은 3월16일 부산전에서 2골을 넣는 ‘원맨쇼’로 ‘전원공격’의 진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많이 넣었지만 또 많이 내주는 바람에 리그 최다 실점(37골) 팀이라는 멍에도 썼다. 대전과 반대다.


게다 수비수들의 잦은 부상도 눈에 밟혔다. 양승원과 윤여산, 조홍규가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미드필더 진경선이 수비라인까지 내려오는 등 수비진 운용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은 결국 7월5일 성남전(4실점)과 7월12일 경남전(4실점)에서 대량실점을 하게 된 계기가 됐고 대구는 9위로 하락하며 중상위권 경쟁에서 한발자국 밀려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변병주 감독은 휴식기동안 수비수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성남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던 수비수 김종경과 외인 수비수 레안드로를 영입했다. 최근엔 윤여산이 부상에서 회복, 팀에 합류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6강PO 진출이 목표인 대구로선 공격력 못지 않게 수비조직력을 탄탄히 쌓는 게 가장 큰 관건이겠다.


그늘에서 벗어나
시즌 초 경남FC의 선전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었다. 지난해 돌풍의 주역들인 박항서 감독, 뽀뽀, 까보레가 자리를 옮겼고 주전 골키퍼 이정래마저 군입대로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개막전에서 대구를 상대로 무려 4골을 몰아치며 첫 승에 성공했지만 광주, 수원에게 연달아 덜미를 잡히며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다행히 7월 한 달 동안 무패행진을 이어나간 덕분에 6위(6승3무6패)로 전반기를 마감하며 6강PO 경쟁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내밀었다. 이러한 결과 뒤에는 무엇보다 이광석과 박재홍 두 노장의 공로가 컸다. 이광석은 주전 골리 이정래의 군입대 공백을 무난히 메웠고 박재홍 또한 체력저하로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여준 산토스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이번 시즌 경남이 거둔 일대 수확은 뽀뽀와 까보레, 두 외인 공격수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있다. 두 공격수와의 작별은 초반 전력에 반짝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서상민 김영우 인디오 등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유도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돌아온 골잡이 김진용이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늦깎이 신인 김동찬도 공격포인트를 늘려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경남은 창끝을 더욱 날카롭게 갈았다. 새 용병 공격수 알미르와 브라질 유학파 출신의 공격형MF 이상민, 날개 공격수 박윤화를 영입, 공격자원을 한층 강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창에만 신경 쓴 나머지 상대적으로 방패에는 소홀히 한 경향이 없지 않다. 역시나 문제는 수비인데, 이상홍 산토스 박재홍을 제외하면 현 경남의 스쿼드에서 믿음직한 수비자원을 찾기가 어렵다. 남은 후반기 경남의 발목을 잡을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만은 없다.

중원을 장악하라
지난 시즌 ‘고난의 행군’ 끝에 아쉽게 6강PO 티켓을 놓친 인천은 잉글랜드 유학을 마친 장외룡 감독과 함께 ‘인내 희생 노력’의 정신으로 새 시즌에 임했다. 일단 분위기는 좋았다. 드래프트를 통해 안재준 안현식 이호진 등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대거 영입한 것도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초반 3연승으로 돌풍을 일으키는가 싶었지만 이후 서울 울산 수원 등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7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물론 그 와중에 결실은 있었다. J리그에서 임대복귀한 ‘미운오리새끼’ 라돈치치가 전반기 10골을 터뜨리며 ‘백조’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라돈치치는 어느새 2005년 13골을 터뜨렸던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에도 근접했다. 한 마디로 개과천선이다.


여기에 출장정지 징계가 풀린 방승환도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휴식기 동안 파이터형 수비수 이정열이 성남으로 떠났지만 임중용 김영빈 안재준 안현식 등 기존 선수들이 무난한 활약을 보이고 있기에 전력공백은 없을 전망이다. 그런 인천에게도 고민은 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연결되는, 단조로운 긴 패스 위주의 공격이 여전하다는 사실 말이다. 미드필더진에 대한 아쉬움이 일어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준영 김상록 보르코 등 측면 자원들이 활발히 움직이며 매듭을 풀어주고는 있으나 한계가 있어 보인다. 2005년 당시 중원에서 아기치가 보여준 활약 그대로를 십분 기대하는 것은 아니나 6강PO 진출을 위해서라면 앞으로 미드필더들의 분전이 좀 더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