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골을 터뜨린 라돈치치의 ‘원맨쇼’로 인천Utd.가 온두라스 올림픽대표팀에게 2-1로 승리했습니다.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는 한국 올림픽대표팀에게 아주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온드라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과 조에 묶여 있습니다. 때문에 이날 경기는 전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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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Utd.는 3-4-3 전형으로 나섰습니다. 라돈치치를 중심으로 방승환과 보로코과 날개공격수로 뒤를 받쳤습니다. 스피드가 좋은 전재호(왼쪽)와 파워 넘치는 이준영(오른쪽)은 윙미드로 중앙에는 박창현과 주장 노종건이 나왔고요, 안현식-안재준-김영빈 젊은 수비수들이 플랫3를 구성했습니다.
온드라스는 4-4-2 전형으로 맞섰습니다. 사무엘 카바예로(Samuel Caballero)와 퀴아롤 아르주(Quiarol Arzu)가 플랫4 수비를 이끌었습니다. 양 풀백으로는 에릭 노랄레스(Erick Norales)와 다비드 몰리나(David Molina)가 나섰죠. 중앙 미드필더로는 마빈 산체스(Marvin Sanchez) 조지 카를로스(Jorge Claros)가, 윙 미드로는 에밀 마르티네스(Emil Martinez) 리조베르토 파딜라(Rigoberto Padilla)가 선발됐습니다. 최전방은 라몬 누네즈(Ramon Nunez) 카를로스 파본(Carlos Pavon)이 맡았죠.
10번 누네즈와 8번 파딜라는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며 전방과 중원에서 쉬지 않고 스위칭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때문에 경기 초반에는 이들이 위치한 오른쪽 측면에서 모든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와일드 카드 중 하나인 7번 마르티네스의 키핑력과 개인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기로 인천 선수들을 따돌리며 끝까지 볼을 살리는데 왜 그가 와일드 카드로 선발될 수밖에 없는지, 십분 이해가 가더군요. 마치 온드라스의 ‘다비드 실바’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번 카바예로는 지난 4월 포항 홈에서 열린 장춘야타이와의 AFC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경기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선수입니다. 184cm 84kg라는 체격조건에서도 알 수 있듯 타고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중앙에서 거대한 '벽'처럼 온드라스를 지키고 있더군요. 라돈치치 역시 힘 하나는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카바예로는 그보다 더 강하게 보였습니다. 라돈치치와 부딪혀서 흔들림 없던 카바예로의 모습은 사실 조금 무섭기도 했답니다. 외려 인천 선수들이 부딪힐 때마다 툭, 튕겨져 나가더군요. 경기 종료 후 라돈치치는 이에 동의한다며 한국 수비수들보다 힘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아, 참고로 카바예로 역시 와일드 카드입니다.
또 다른 와일드 카드 중 하나인 9번 파본은 움직임이 최전방에서만 국한됐는데, 이렇다 할 위력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한데 장외룡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파본을 위협적인 선수로 거론하더군요. 베이징올림픽 조별예선에서 또 다른 '무기'를 선보일지 모를 일이죠.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듯 합니다.
후반에 온드라스는 파본-누네즈 전방 투톱 대신 14번 제퍼슨 베르날데스(Jefferson Bernardez) 11번 루이스 로다스(Luis Rodas)를 투입시켰습니다. 또 전방과 중원을 아우르며 왕성하게 뛰던 오른쪽 윙 미드 파딜라 대신 17번 다비드 알바레즈(David Alvarez)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후반 거의 끝날 무렵 마르티네스가 결국 다리를 잡고 쓰러지더군요. 쥐가 난 듯했습니다. 경기 내내 가장 열심히 뛰었던 탓이겠지요. 결국 6번 에릭 노랄레스(Erick Norales)와 교체되며 나갔습니다. 참, 마르티네스가 쥐가 나자 인천의 김영빈이 다리를 잡고 쥐를 풀어줬는데 이를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은 승부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풍경이라며 박수를 쳤답니다. 김영빈이 PA 안에서 위험한 태클로 온드라스에게 PK를 줬는데 그 PK를 성공시킨 선수가 마침 마르티네스였죠.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기'를 누른 마르티네스에게 '사심'을 버리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김영빈은 많은 박수를 받을 만 했습니다.
하프타임 때 만난 박성화 감독, 이근호, 오장은, 김진규는 모두 약속이라고 한 듯 “측면을 노린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하더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온드라스의 풀백들은 뒷공간을 수차례 놓치는 등 돌아 들어가는 공격수들을 좀체 막지 못했답니다. 인천의 2골 모두 오른쪽 사이드에서 보르코가 올려준 크로스에서 시작됐죠. 올림픽대표팀에서는 그 역할을 오른쪽 미드필더 이청용이 능히 해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뭐, 문제는 언제나처럼 최전방 공격수들이 해결을 짓느냐, 못 짓느냐겠지요. 그런 점에서 박주영 이하 대표팀 공격수들이 어깨가 무거울 듯합니다.
참, 동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라돈치치가 결승골을 넣고 유니폼을 벗는 ‘누드’ 세레모니를 펼쳐 보였습니다. 그 덕분에 경고를 받았는데요, 최명용 주심이 노란 카드를 집어 들자 90도로 꾸벅 숙여 인사를 하더군요. 라돈도 어느새 한국 사람 다 됐나봅니다. ^^; 이날, 경기 후 주차장으로 가던 중 인천 여고생들의 사인세례를 받는 라돈의 모습을 봤답니다. ‘미운오리’ 또는 '말썽꾸러기' 취급받던 그의 지난날이 떠올라 괜시리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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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지막으로 안현식-안재준의 신인 수비수들의 선전도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안현식의 대인마크 능력은 정말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육상선수 출신답게 빠른 스피드도 인상적이었지만 지능적으로 수비를 마크하는 모습은 정말 최고더군요. 반면 김영빈은 아직 덜 다듬어진 ‘옥석’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비수로의 보직변경이 쉽지는 않겠지만 좀 더 가다듬어야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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