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전 김두현 선수가 좋았습니다. 경기 중 관중석을 바라보며 간간히 보여주던 환한 눈웃음과 그때마다 가지런히 빛나는 하얀 치아가 좋았습니다. 팬들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먼저 인사해주던 그의 성품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김두현만의 자신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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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초 다음과 같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올해도 K-리그 베스트11에 뽑힐 수 있겠어요?”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죠. “올해도 작년처럼 열심히 하면 3년 연속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열심히 뛰는 것만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게 그저 '열심히'만 뛰던 이 사람은 결국 해냈죠. 2006 K-리그 MVP의 최종 주인공은 우리들의 영원한 꾀돌이 김두현 선수였습니다.
다시 1년의 시간이 흐르고 2007년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그때도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지요. "올해도 열심히 해서 4년 연속 K-리그 베스트 11에 꼭 뽑히겠어요. 지켜봐주세요"라고요. 그리고 2007년 그는 또 다시 K-리그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실력을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입증했죠.
그런데 그가 중대한 결심을 했다고 고백하더군요.
“모따가 종종 제게 말했어요. 왜 아직도 여기 있냐면서요. 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거라며 꼭 도전해보라고 조언해 줬어요. 그런 말들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자극도 많이 받았고요. 그러다 2006년 말 K-리그 우승컵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면서 생각했죠. ‘그동안 K-리그에서 뛰면서 참 많은 것을 이뤘구나. 이젠 나가야할 시간이다’라고요. 제겐 큰 전환점이 된 순간이었어요.”
그는 K-리그 경험을 발판으로 더 크게 도약하겠다고 말했죠.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테스트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하더군요.
“누군가는 그랬어요. K-리그 MVP 출신이 테스트를 받으면서까지 가야하겠냐고요. 그렇지만 전 그런 자세로는 절대 해외진출에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축구 종주국이 아니에요. 월드컵 4강에 올랐지만 그렇다고 아직 축구 강대국도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K-리그 선수들의 실력은 아직 검증받지 못한 상태죠. 속상하지만 이를 인정해야해요. 그리고 하루 빨리 우리 스스로 수준을 높여야겠죠. 그래야 비디오 혹은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 하나만으로 뽑히는 날이 올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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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다들 아시죠? 입단 테스트를 통과한 김두현은 그로부터 6개월 후인 지난 5월 결국 웨스트 브롬위치와 2년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웨스트 브롬위치가 프리미어십에서 우승하며 1부리그에 진출했으니 드디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5번 째 선수가 됐군요. 그 사실만으로도 대단한데 이번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골가뭄에 허덕이던 한국대표팀에 ‘단비’가 돼줬네요. 문득 인터뷰 도중 그가 제게 했던 말이 생각합니다.
“중학교 때 숙소 앞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어요. 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때까지 참고 견디며 노력하자. 그 문구를 보며 운동했는데 정말로 현실이 돼서 나타났어요. 정말 기분 좋았죠. ‘나도 이제 대표구나’ 하는 사명감도 생겼고요. 경기가 끝났는데도 다시 뛸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넘쳤어요. 늘 그때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며 뛰려고 해요.”
지금도 김두현 선수는 처음 국가대표가 됐던 순간, 태극마크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A매치에 데뷔했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의 해트트릭 비결은 바로 ‘초심’에 있는 게 아닐까요? 물론 그의 해트트릭은 공수를 아우르는 기동력, 너른 시야, 남다른 슈팅력 등등 그가 가진 장점들이 잘 어우러진 덕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전 ‘처음의 마음’을 지금도 잊지 않는 김두현 선수만의 근성이 지닌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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