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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함께해요 K-리그

K리그 별을 꿈꾸는 R리그를 아시나요?

축구팬들의 시선이 모두 K-리그의 초록빛 그라운드에 모이는 가운데, 다른 한 편에서는 ‘그들만의 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려 펴졌다. 3월 25일 K-리그 소속 15개 팀과 경찰청 등 총 16개 팀이 참가하는 R리그가 일제히 개막했다.

올 시즌에는 A조(강원, 인천, 성남, 서울, 수원, 대전, 전북, 경찰청)와 B조(전남, 제주, 포항, 경남, 부산, 울산, 대구, 광주)로 나눠 10월 7일까지 팀당 14경기씩 조별리그를 치르며 양보 없는 승부를 벌인다.


R-리그는 그간 K-리그 2군리그로 불렸던 대회다. 프로축구연맹은 1군 무대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이 이 대회를 통해 경기감각을 유지‧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준비’ ‘예비’ 등의 의미를 담은 ‘Reserve League(R-리그)’로 새롭게 이름 지어졌다.

그간 2군 리그는 유망주들에게 다양한 실전 기회를 제공했던, 살아있는 ‘K-리거 양성소’였다.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가 바로 ‘태양의 아들’ 이근호. 지난 2006시즌 2군리그 MVP인 이근호는 다음해 대구FC로 이적한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태극마크의 영광까지 누린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아직 K-리그 데뷔하지 못한 많은 선수들은 청운의 꿈을 안고 R-리그 무대를 밟고 있다.

“침착하게 해!"

고함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텅 빈 경기장이었지만 열정적인 플레이는 1군 못지않았다. 3월 25일 오후 4시. 성남제1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 성남일화와의 R-리그 개막전 풍경은 그랬다. 평일 오후였기 때문에 관중은 많아야 200명 정도에 불과했고 서포터스 또한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뿐이었다. 이처럼 관중의 열띤 응원도, 매스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없었지만 R-리그 개막전에 출전한 양팀 선수들에게는 사실상 올 시즌 첫번째 경기였기에 최선을 다해 구슬땀을 흘리며 뛰었다.

이날 경기가 더욱 관심을 모았던 까닭은, 지난달 27일 열린 K-리그 개막전에 이은 리턴매치였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강원FC에게는 형님들의 패배를 아우들이 갚아줄 절호의 기회였기에 리벤지 매치이기도 했다. 때문에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이었다.

어린 선수 육성과 기량 파악에 높은 관심을 보인 강원FC는 평균연령 22살의 신인 선수들을 대거 출장시키며 ‘옥석 가리기’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양한빈, 고재민, 김우경, 서보성, 김성균, 이훈 등 갓 20살을 넘은 어린 선수들 대거 출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원FC는 전반 22분 남궁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전반 44분 성남 정의도 골키퍼가 골 에어리어 안에 있던 까이용에게 파울하며 얻은 페널티킥을 김성균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성공시키며 1-1로 따라잡았다. 지난해 성남 유니폼을 입고 있던 김성균은 성남을 상대로 이적 후 첫골을 뽑아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그러나 후반에는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을 뿐 결승골이 터지지 않아 1-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경기 후 양 팀 선수들은 운동장 한 편에 놓여 있던 자신들의 장비를 챙겼고 나이가 제일 어린 막내 선수들은 아이스박스와 공 등 게임 운영에 필요한 장비들을 직접 들고 운동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처럼 R-리그의 현실은 1군 무대와 달리 열악했다. 선발라인업을 소개하는 영상도, 장내아나운서도, 볼보이도, 선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에스코트 어린이도, 특별한 식전행사도 없었다. 축구장의 꽃은 팬이라고 하는데, 평일 대낮에 치러지는 경기에 축구팬들의 발길이 닿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2군 선수들은 측은한 시선으론 보지 말라며, 당당한 K-리거를 꿈꾸며 온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경기 직전에 운동장에서 만난 김성균은 “1군에서 뛰고 싶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내 꿈을 이루고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당당히 선발 주전선수로 그라운드에 섰다. 2군리그 첫골도 그의 발 끝에서 터졌다. 경기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에도 그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힘찬 발걸음을 뗐다.

출전 시간은 한 순간이라도 상관없다. 이들에게 2군 리그는 단 1초도 멈추지는 않는 심장이다. 언젠가 당당한 주연이 되는 그날을 그리며, 꿈을 먹고사는 2군 리그. 꿈을 향해 달리는 도전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리고 또 앞을 향해 달려갈 2군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힘찬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모든 2군 선수들이 꾸준히 성장해, 사인까지 연습해야 할 정도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