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와 전북현대와의 리그 13라운드가 열린 토요일 저녁. 경기 시작 전 기자들은 모두 전북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지난 11라운드 울산과의 경기에서 4-3승, 성남과의 12라운드에서 4-1승을 거푸 거두며, 그것도 2경기 연속 4골이라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인 강원이지만 그래도 전북에게는 어렵지 않겠냐가 중론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전북이다, 가 이유였습니다. 부활한 킬러 이동국을 축으로 최태욱과 루이스가 보여주는 빠른 돌파에 이은 정확한 슈팅력은 가히 일품이었으며 중원에는 킬패스와 프리킥의 달인 에닝요와 가끔씩 보여주는 위협적인 중거리슛이 인상적인 하대성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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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루 전 강원 주무에게 선수들 컨디션을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언제나처럼 좋다는 대답이 들여왔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대답은... "그런데 전북 선수들 컨디션이 더 좋아보여요." 아무래도 5시간이 걸리는 원정은 강원 선수들에게 부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자들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죠. 솔직히 울산이나 성남은 예전만 못한 팀이 아니겠냐. 감독이 교체되며 팀이 리빌딩되는 시점이라 올 시즌 두 팀의 성적과 경기력은 과거 명성만 못한게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런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예견됐던게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래저래 강원에게 전북은 어려운 상대였고 엔트리 명단이 나오자 모 기자는 명단 속 이름을 찬찬히 살핀 뒤 이렇게 말했답니다. "강원 주전들 중에서 전북가서 선발로 뛸 수 있을만한 선수는 한 명도 없겠구만. 오늘 경기는 3-1 전북의 승리다."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기자들의 생각이 그러했듯, 강원에게 전북은 어려운 상대였고 쉽게 넘기 힘든 상대였던 것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고비만 잘 넘어간다면 진정 K-리그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였기에 강원 선수들은 초반부터 거세게 전북의 골문을 향해 달려가더군요.
시작은 이을용의 발끝에서 시작됐습니다. 전반 4분 전북 수비 뒷공간을 노린 이을용의 롱패스. 그리고 아크 정면에서 그 공을 받은 오원종은 침착하게 오른발로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그뒤 전북의 이동국와 최태욱, 루이스와 에닝요는 번갈아가며 시종일관 강원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한 골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까닭인지 너무 힘이 들어간 모양새였습니다. 공은 계속해서 떴고 크로스바 위를 훌쩍 넘기기 일쑤였죠. 전반 41분 괴물 공격수 김영후의 2번째 골이 터지며 전반을 마감했습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하대성의 만회골이 터졌고 이어 후반 18분 오른쪽 윙어로 교체출전한 서정진의 도움으로 정훈이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이대로 전북의 기세로 경기가 지배되는가 싶었으나 후반 25분 박종진의 투입이후 강원은 중원에서 볼을 점유하며 공격 에어리어를 넓히기 시작했고 공격의 속도 역시 경기 초반 당시처럼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26분 영혼의 파트너 김영후와 윤준하의 작품이 나왔습니다. 아크 정면에서 볼을 받은 윤준하는 욕심 대신 실리를 택했고 김영후에게 내준 볼은 그대로 전북의 골망을 출렁였습니다. 그후 4분 뒤 오른쪽 측면에서 전북 수비수의 태클을 완벽하게 피한 박종진은 빠른 돌파 후 골 에어리어 안에 있던 윤준하에게 올렸고 윤준하는 침착하게 오른발로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경기는 순십간에 4-2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끝났을까요? 후반 30분 4-2로 리그하고 있는 상황에 많은 팀들은 수비지향적 전술을 쓰기 쉽습니다. 2골이나 앞서기 때문에 골문을 잘 지키기만 한다면 쉽게 승리로 경기를 마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강원은 달랐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은 공격앞으로를 외쳤고 후반 43분 박종진의 택배크로스는 이창훈의 머리를 향해 그대로 정확하게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골!
5-2 완벽한 강원의 승리였고, 토요일밤 전주성은 화끈한 공격축구로 달아올랐습니다. 경기 종료 후 최순호 감독님께 "판타스틱한 밤이지 않냐"고 웃으면서 인삿말을 건네자 감독님은 "강릉 홈이 아니기 때문에 아쉽다"는 대답을 들려주셨습니다. 다소 흥분할 법도 한 상황에서 홈경기장을 찾아와주는 강원도민들을 먼저 생각한 그 마음에 저는 또 한번 놀랐고 또 감동받았죠. 게다 먼 곳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제 어깨를 토닥토닥해주시기까지.
고마운 마음에 저는 아름답고 또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끝인사를 드린 뒤 집으로 총총 달려왔습니다. 경기 시작 전 전북의 승리를 점쳤던 기자들은 K-리그 다른 구단들도 강원FC의 경기를 보고 배우며 또 반성해야한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여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대박 경기를 중계하지 않은 방송사들은 안타까워해야한다고 말했고요. 이날의 경기는 기록 대신 기억으로만 남게 됐지만, 이날의 경기를 본 사람으로서 전 참으로 복 받은 K-리그 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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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K-리그 경기가 재미없다고 했을까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강원FC 경기를 보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군요. ^^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전반 초반 첫 골을 성공시킨 강원 FC 오원종이 이성민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전반 초반 첫 골을 성공시킨 강원FC 오원종이 골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 전반,강원 FC 김영후(왼쪽)가 이날 팀의 두번째 골이자, 자신의 첫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김영후는 두 골을 기록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강원 김영후가 환호하고 있다.
전북의 첫번째 골을 성공시킨 하대성이 이동국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전북의 동점골을 성공시킨 정훈이 동료들에게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강원 FC 윤준하(왼쪽)와 전북 현대 정훈이 치열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후반 강원 FC 5-2 승리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강원 윤준하가 환호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후반 강원 FC 5-2 승리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킨 강원 윤준하가 관중석을 향해 골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골이 터지지 않자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싼 채 좌절하던 이동국.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후반 강원 FC 5-2 승리의 세번째 골을 성공시킨 강원 김영후(가운데)가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 후반, 골 기회를 놓친 전북 이동국(왼쪽)이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오른쪽은 강원 김영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후반 강원 FC 5-2 승리의 세번째 골을 성공시킨 강원 김영후(가운데)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후반 강원 FC 5-2 승리의 다섯번째 골을 성공시킨 강원 이창훈이 환호하고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있은 전북 현대와 강원 FC 경기에서 후반 강원 FC 5-2 승리의 다섯번째 골을 성공시킨 강원 이창훈(가운데)이 김영후(오른쪽)의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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