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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첫 태극마크, 아직은 무명인 하대성을 말하다


오랜만에 만난 하대성은 부쩍 키가 자라 있었다. 경험은, 확실히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가장 큰 원동력인 듯했다. 울산에 몸담았던 2005년, 2경기 출장이 프로경력의 전부였던 그의 이름을 외는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2006년 대구 이적 이후 매년 20경기 이상을 소화했고 이제는 어엿한 팀 내 구심점으로 거듭난 상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다시 만난 하대성은 태극마크 아래 서 있다. 생애 첫 국가대표 발탁. 늦가을 하대성에게 전해진 희소식이었다.



짧은 인사와 함께 자리에 들어선 하대성과 만난 순간 수원과의 시즌 21라운드 홈경기에서 터뜨린, 그림 같던 시저스킥이 생각났다. 공중에서 하대성의 두 발이 교차하던 찰나 대퇴근은 잘게 쪼개지며 드러났고, 그렇게 빠르고 강한 슈팅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K리그 전문 프로그램이 조사한, 팬들이 뽑은 해당 라운드 베스트골로 선정될 만큼 참으로 멋진 골이었다.

한데 당사자인 하대성은 칭찬이 머쓱해질 정도로 덤덤한 반응이다. 골은 넣었지만 경기력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더구나 팀은 1-2로 패했기에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면서.

“전반 초반부터 몸이 무거웠어요. 팀을 위해서라면 교체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도 변병주 감독님께선 끝까지 저를 믿고 기용해주셨죠. 덕분에 그런 골도 넣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경기 중 교체아웃 됐다면 정신적으로 무너졌을지 몰라요. (전임)박종환 감독님이 계실 적엔 자주 그랬거든요. 전반만 뛰고 라커룸에 들어갈 때면 이렇게 뛸 바엔 차라리 안 뛴 게 나았다며, 제 자신에게 실망했다며 자책을 많이 했었죠.”

사람은 믿는 만큼 자라기 마련인데 하대성의 경우가 꼭 그랬다.

“언젠가 변병주 감독님께서 ‘네가 마음먹고 뛴다면 어떤 선수도 절대 따라 잡지 못할 거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보다 더 힘이 되는 게 또 있을까요. 제겐 보약 같은 말씀이었죠.”

사실 하대성을 향한 변병주 감독의 믿음은 시즌 전부터 유달랐다. 변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 시즌엔 하대성을 주목하라. 분명 뭔가 해낼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만큼 하대성을 향한 감독의 기대는 컸고 그 역시 이를 모르진 않았다.

“물론 처음엔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책임감이 크게 다가오니까요. 그렇지만 이제는 팀에서 제가 갖고 있는 비중이 커졌기에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고 생각해요. 대전전(6월28일 1-1무) 때 발목 부상을 입고 2경기를 쉬어야만 했어요. 당시 감독님께서 인터뷰 도중 ‘우리 팀은 하대성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경기력의 차이가 크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좋게 봐주시는 마음에 감사드려요. 하지만 거기에 고무돼 안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중원에서 더욱 무게감 있는 플레이를 펼치고 싶거든요. 감독님 말씀대로 존재감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라도요.”

그의 이름을 한자로 쓰면 大成. ‘큰 대’자에 ‘이룰 성’자로, 풀어 설명하자면 ‘크게 이루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름처럼 살기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하대성이라면 어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교시절 부상으로 2년 간 운동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잊혀진 유망주는, 결국 보란 듯이 일어서 대표팀까지 입성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헤어지기 전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손끝에서 여운이 참 깊고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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