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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축구가 있는 풍경

내셔널리그, 관중은 적지만 정은 넘쳤다

내셔널리그 전기리그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인천문학경기장 보조구장에 다녀왔습니다. 인천 코레일과 울산 현대미포조선과의 경기였죠. 미포조선 주전공격수 김영후 선수의 선제골에 힘입어 이날 미포조선은 3-1 대승을 거뒀습니다. 또한 ‘전기리그 무패 행진’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함과 동시에 우승컵을 거머쥐는 영광까지 누렸죠.



처음 가본 내셔널리그 경기장은 ‘적막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썰렁하고 또 휑했습니다. 관중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또 보조구장에서 치른 경기였기에 전광판조차 없었습니다. 때문에 골이 들어갈 때면 관계자들이 손수 숫자판을 바꿔 가는 ‘수고’를 들여야 했죠. 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통제하는 안전요원조차 없어 동네꼬마들이 트랙 위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바로 옆에서 선수들이 뛰고 있었음에도 말이죠.

미포조선이 우승이 확정지어지는 순간 반대편 좌석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몇몇 분들이 보였습니다. 팬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선수들 부모님들이더군요. 선수들은 그렇게 부모님들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 보이며 기쁨의 순간을 함께 했습니다. 비록 시상대조차 없어 트랙 위에서 약식으로 치러졌지만요.

시상식 후 전기리그 MVP 미포조선 유현 선수와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현 선수는 전기리그 13경기 모두 출장하였을 뿐 아니라 경기 당 0.46골만 허용하는 철벽 수비로 완벽하게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죠. 인터뷰 중 모 기자가 그에게 MVP의 영광을 누구와 함께 누리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수줍게 웃으며 “여자친구”라고 답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놀랐던 것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옆에서 인터뷰를 듣고 있던 미포조선 전성우 국장님께서 여자친구를 부르시더군요. 감동을 같이 누려야하지 않겠냐며 기념사진을 찍게 하신 거죠. 보통의 축구 현장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습니다.

기자들 역시 처음엔 다소 놀랐지만 이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유현 선수와 그의 여자친구의 모습을 빠르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처럼 내셔널리그는 말로만 ‘가족 같은’을 강조하는 형식적인 분위기가 아닌, 정말로 서로를 가족처럼 챙겨주고 헤아려주는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마감하더군요. 그 ‘정’이 정겨워 앞으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주 경기장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돌아왔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