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돌아오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2000년 이후 외국인 감독들의 독무대였던 대표팀 감독 자리가 7년 만에 국내파에게로 다시 돌아왔네요.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수장으로 가기 전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전남 드래곤즈 선수단과 함께 2박 3일동안 의식개혁 및 인성에 관한 교육을 받았거든요.
그곳에서 가장 재밌던 풍경은 모든 사람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10시까지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었습니다. 경기장에서 멋진 모습만 보여줬던 선수들이 학생처럼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저 웃음만 나오더군요. 그 와중에 조를 나눠 방과 식당 청소도 직접 했답니다. 이는 청소에 손을 뗀지 이미 오래인(?) 고참 선수들 역시 빠질 수는 없었습니다.
자, 짐작하시겠죠? 왜 제가 재밌어했는지요. 허정무 감독 역시 청소에서는 해방될 수 없었답니다. 처음 모든 사람들이 청소를 해야만한다고 했을 때 ‘설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후에 허정무 감독이 선수들 틈에 섞여 식당 테이블을 닦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수긍됐죠. 그리고 조금 놀라기도 했고요.
이곳의 규칙이라고 하지만 감독이라면 충분히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허정무 감독은 “모두가 해야하는 것이라면 솔선수범하겠다”며 열심히 청소를 했답니다. 물론 막판에는 청소감독 역할을 하며 살짝 빠지는 모습을 보였지만요.
이때만 해도 K-리그에서 계속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허정무 감독을 내년부터는 대표팀에서 만나게 되네요. 이렇게 하여 지난 8월 베어벡 감독이 사퇴하며 4개월 동안 공석으로 있었던 대표팀 감독 자리도 드디어 주인을 찾았습니다.
사실 그간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허정무 감독은 잠그기 전술만 일관하는 재미없는 축구의 선봉주자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만난 허정무 감독은 누구보다 선수들을 생각하며 늘 고민하고 공부하는 지도자라는 인식이 더 강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칙을 중요시하죠. 그것은 곧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의지를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허정무 감독을 믿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열심히 청소를 하던 그 모습을 생각해서라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