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월3일 토요일) 왼쪽 위에 자리 잡고 있던 사랑니를 뽑았다. 뽑기 전부터 사랑니에 관련된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심히 들은 터라 치과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무지 심난한 상태였다. 마취 주사를 한 대 맞고 나서 잡지를 보며 10분가량 있었는데 점점 마취가 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불안했다. 다행히 1대를 더 맞고 나서야 제대로 마취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 양손을 꼭 붙잡고 입을 벌린 채 누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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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후 솜을 뺐는데 여전히 피가 멈추지 않아 다시 새 솜을 넣었다. 그리고 긴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이내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저녁 무렵 잠시 잠에서 깼지만 입안에 있던 솜뭉치를 뺀 뒤 잠이 들었다.
그래도 다음날, 경기장은 가야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죽을 먹고 집을 나섰다. 중간에 버스에서 배고프면 안 된다는 생각에 죽을 2그릇이나 먹었다. -.-; 왼쪽 뺨이 살짝 부어오른 것 같아 간호사의 지시대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베스킨라빈스에서 내가 좋아라하는 아몬드퍼지를 하나 산 다음(입을 크게 벌릴 수 없어 컵에 담은 뒤 수저로 떠먹었다) 유성행 버스에 올라탔다. 앗, 그런데 버스 안에 스포츠월드 김현기 선배가 있더라.
버스에서 김광진의 노래를 들으며(이상하게 2006년 이후로 늘 대전에 갈 때면 김광진의 노래를 듣는 듯하다.) 1시간 50분 가량 꾸벅꾸벅 졸다 유성에 도착했다. 선배와 함께 택시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 기자석에 올라가려는데 믹스트존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가 보였다.
“김광명 선수 아니세요?”
그를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으나 사진 속 얼굴과 실물이 많이 닮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부상 중이라고 했다. 포항과의 2군경기 당시 후반 교체로 들어가 골을 터뜨리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선했다. 그날 이야기를 꺼내자 “아! 누군지 알겠어요”한다.
“기원이 형이랑 인사하셨던 분이죠? 형한테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팬인 줄 알았어요. 기자인줄은 몰랐어요.”
다리가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 다음주 화요일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 올라가기 전에 소속팀 경기를 보기 위해 대전까지 온 것이고. 그에게 자이니치 기사 쓸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냐고 물었다. 다행히, 또 흥쾌히 도와주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개명이 아직 안됐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광명인데 여권을 만드는 과정에서 굉명이 됐다. 때문에 지금 연맹에도 김굉명으로 기록된 상황. 소속팀에서는 그의 의사를 존중해 김광명이라고 유니폼을 만들어줬지만 2군경기에서(지난 포항전) 경기감독관 이하 심판진들이 연맹 기록과 유니폼 이름이 다르다며 지적이 들어왔다고 한다.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여 김굉명이라는 이름으로 유니폼을 다시 맞춰야한다고 했다. “금방 이름 바뀔 건데 그냥 흰 테이프 붙이고 뛰면 안 돼요?”라고 뜬금없이 말하자 씩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면 가오가 안 살잖아요.” 그 대답에 난 또 하하하, 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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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헤어진 뒤 경기장에 들어섰다. 오른쪽에서 추리닝을 입고 뛰던 선수들 중에 낯익은 얼굴은 강기원 선수와 정윤성 선수뿐이더라. 고경준 선수는 오지 않은 듯했다. 아픈 걸까. 지난 2군경기에도 나오지 않은 그는 컵대회 수원전에서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기자석에 올라가려는데 황병주 선수가 인사를 꾸벅 한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듯 했다. 유니폼을 입은 것으로 보아 선발명단에 든 것 같았다. 올 시즌 대전에 처음 내려오는 것이라며 복귀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인사를 다시 한 번 꾸벅, 하는데 거의 90도 가량을 숙이는 것이었다. 그 예의바름에 마냥 웃음이 나왔다. 그렇지만 “축구선수 얼굴이 왜 이리 하얘요? 운동 안하죠?”라는 농담을 툭 던진 뒤 헤어졌다. 그 와중에 추 선생님이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경기 시작 10분 전, 어린이날 기념으로 에스코트 어린이들을 찍으려고 선수단 출입구 쪽으로 내려갔다. 혼자 벽 앞에 서서 몸을 푸는 김형일 선수가 보였다. 여전하더라. 그 시간을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 뒤에 조용히 서 있다가 아이들 손잡고 선수들이 들어설 때 뒤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동영상 카메라에 메모리칩이 없었다는 사실. ㅠㅠ
하여 재호씨에게 아이들 사진 좀 찍어 달라 부탁했다. 대신 나는 아이들에게 좀 웃어보라며 주문했고. 그러나 아이들은 웃지 않았다. 긴장이 컸던 걸까?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기자들을 바라보는데 그 와중에도 나는 연신 “얘들아, 우리 조금만 웃어보자!”라고 외쳤다. 그때 나와 눈이 마주친 김형일 선수가 씨익, 웃더라.
사인볼 던지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작년 어린이날 받았던 깜짝 선물이 문득 생각나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기도.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는데 김민수 선수가 안녕하세요, 하며 나를 향해 인사를 했다.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인사를 하더라. 대전 선수들은 어쩜 그리 예의가 바를까.
우승제-김용태가 좌우날개로 출전했고 중앙공격수는 언제나처럼 박니. ^^ 공격형MF로 에드손, 수비형MF로는 황병주, 이성운 선수가 출장했다. 최근식-김형일-이동원-나광현이 플랫4를 구축했다.
경남은... 음... 잘 모르겠다. 김동찬 선수가 센터포워드인 것은 확실히 알겠다. 김진용 선수도 스트라이커로 나온 게 맞긴 한데 서상민 선수와 공오균 선수가 헷갈린다. ㅠ.ㅠ 수비는 박재홍-산토스-이상홍 선수가 맡았으나 이렇게 됐을 때 김대건 선수, 김성일 선수, 김효일 선수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도통 기억이 안난다......................
어쨌거나 전반 5분만에 황병주 선수가 선제골을 넣어서 어찌나 놀랐던지. 마침 그때 황병주 선수가 90도 가량 숙여 어쩔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언니들에게 해주고 있을 때 헤딩으로 넣은 것이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문전 혼전 중에 넣은 골이라 더욱 값졌다. 김형일 선수와 껴안은 채로 뒹굴 때는 우리끼리 우아, 야한데~~ 라며 농담을 하기도. ^^ 데뷔골이라 기쁨이 더 컸겠지. 벤치로 다가가 코치님들과 악수한 뒤 감독님께 다시 한번 꾸벅 인사하는데, 그 예의바름은 경기중에도 여전했다.
후반전 때 공오균 선수가 나오고 정윤성 선수가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후반기만 못하더라. 뽀뽀와 까보레 특수를 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용병이 워낙 날고 뛰었기에 수비수들이 그 두 선수에 집중할 때면 자유로운 상태라 폭발적인 득점행진이 가능한게 아닐까. 물론 자신감이 플러스 됐기에 결정력과 슈팅력도 배가 됐겠지.
김동찬 선수의 플레이는 처음 봤는데 후반 19분 터진 프리킥은 정말 깔끔하더라. 전반전까지는 그냥 열심히 뛰기만 한 선수로만 생각됐는데. 중앙공격수로 뛰기엔 키가 다소 작고 제공권도 약한 것 같아 다소 의아하기도 했지만. 후반 32분 김진용 선수가 나오고(그는 여전히 부상 후유증에 빠진 듯 하다. 2005년 울산에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 축구선수로서 딱 좋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노력파라고 들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김영우 선수가 들어왔다.
24번 김영우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 같았는데. 아, 맞다. 그 아이가 말했던 그 잘생긴 영우 형? 얼마나 잘할까 궁금한 마음에 지켜봤는데, 기어이 일을 해내고 말았다. 추가시간이 5분이나 주어졌는데 후반50분, 그러니까 종료 20초 전 결승골을 터뜨리고 만 것이다. (물론 도움은 김동찬 선수가!)
경기 종료 후 KBSN과 MBCESPN의 인터뷰 후 신문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아, 정말 말 잘하더라. 일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듣는 기자들은 연신 흐뭇해하며(대답 하나 하나가 다 기사거리였으니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가 거의 끝날 즈음 나도 질문 2개를 던져 보았다. 1. 롤모델이 있냐. 2. 김호 감독님과 조광래 감독님도 그간 라이벌 의식이 알게 모르게 있는데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었나. 경기 전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믹스트존에서 대전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던 중 김형일 선수가 가장 먼저 나왔다. 주변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개를 살짝 숙이며 버스에 올라탔다. 이동원 선수도 마찬가지였고. 첫 번째 프리킥을 내준 게 이동원 선수였지. 훔. 아쉬워라. 그래도 선제골이자 데뷔골을 기록했던 황병주 선수와는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대답은 너무나 겸손됐다는 것. ㅠ.ㅠ 김동찬 선수는 뭐랄까. 대답이 너무 짧아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결국 버스 올라타야한다며 황급히 가버렸다.
난 김귀화 선생님께 축하드린다며 인사 드린 뒤 회사 차 타고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5시간을 보내다 겨우 집에 도착했다. 저녁은 휴게소에서 짬뽕 우동 몇 가닥을 씹다 아이스크림으로 겨우 연명했고. 그래도 고마운 사진기자는 집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사랑니 때문에 아파서 식사도 제대로 못한 제 사정을 배려해주느라. 참, 올라오는 길에 LG vs 두산 경기를 라디오로 들었는데 김동연 아나운서가 야구도 맡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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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같이 해설하시는 분이 거의 막장해설을 하는데 그 와중에도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시는 바람에 우리는 차안에서 박장대소하며 즐겁게 올 수 있었다. 나중에 어록이 있는지 꼭 찾아봐야겠다.
20080504 대전 vs 경남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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