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소식이 한국으로 날아왔습니다. 볼턴의 블루드래곤 이청용이 팀 동료들과 함께 뜻깊은 봉사활동을 가졌다네요.

이청용은 주장 케빈 데이비스, 게리 케이힐 등 볼턴 선수들과 함께 볼턴 왕립 병원의 소아병동을 찾아 환아들에게 직접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며 기쁨과 웃음을 주었다고 합니다.

전 맨유만 이런 특별한 활동을 하는 줄 알았는데 볼턴도 그렇더라고요.



이야기를 듣자하니 소아병동 방문은 볼턴 구단의 정기적인 봉사활동 중 하나라고 합니다. 선수들은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병원을 방문하여 어린이 환자들에게 선물을 주는데, 아이들이 평소 갖고 싶어하는 물건들 위주로 준다네요.

영국에서는 워낙에 축구가 인기가 많다 보니 지역 클럽 프로선수들은 그야말로 슈퍼스타입니다. 그런 슈퍼스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가 있는 병원에, 내가 갖고 싶은 선물을 들고 나타나다니요. 아픈 아이들에게 이만큼 기쁜 선물이 어디있을까요. 그들에게는 선수들이 곧 산타클로스겠지요.

시즌 중임에도 이날만큼은 훈련없이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 선수들은 봉사에 나섭니다. 볼턴의 샘 리케츠는 “오늘 행사는 우리 사회를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지요. 팬에게서 받은 사랑을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그 마음이 참 기특합니다. K리그에서는 상상도 못할 몸값의 선수들인데 말이지요.


맨유의 크리스마스 병원 방문은 이미 유명하죠. 사실 전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하고 나서야 맨유의 크리스마스 봉사활동을 알게 됐죠. 맨유 선수들은 12월이면 선수들이 조를 짜서 맨체스터 지역 병원들을 순회합니다. 선수들은 선물을 들고 나가 어린이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으며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길 도와줍니다.

박지성 선수도 팀에서 매년 갖는 행사라고 설명해준바가 있지요. 이날만큼은 악동루니도 아주 순진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이제는 이적한 C.호날두도 마찬가지였고요.

많은 이들에게 12월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돕는 달로 여겨지죠. 그래서 많은 봉사활동이 12월에 이뤄지는 편이고요. 하지만 K리그 선수들은 12월에 봉사활동을 갖기가 힘듭니다. 일년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달인지라 다들 전국으로 뿔뿔히 흩어집니다. 휴가를 받아 고향집으로 고고씽하거든요.

그러니 구단 측에서 이 선수들을 다시 소집하여 봉사활동을 하자고 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강원FC는 그랬습니다. 12월에 휴가중인 선수들을 불러냈죠. 그것도 태백으로요.

김영후와 곽광선을 만났던 작년 겨울이 생각납니다. 오후 4시에 만나기로 하였는데 제가 늦었지요. 10분 지각했으니 10만원 내라고 했던 곽광선. 지각하면 벌금이거든요. 팀에서는 무조건 시간약속이 칼입니다.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하는데 저한테도 그러더라고요.

가볍게 무시해주고 함께 태백으로 내려갔는데, 태백 가는 꼬불꼬불한 그 도로를 김영후가 너무 빨리 나서 무서워하며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저는 운전 초보인지라 조금만 빨리 달리면 덜컥 겁부터 내곤 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산너머로 달이 떴는데, 보름달이었습니다. 그리고 강원도라서 그런지 달이 무척 가깝게 느껴졌고 또 굉장히 크게 보이더라고요. 김영후가 “와, 달이다. 진짜 크다”하길래 봤는데 정말 크더라고요. 근처에 불빛 하나 없었고 어두운 도로를 헤드라이트에 의지하면서 갔는데, 달이 떠서 길을 밝혀주니 참 예쁘더라고요. 낭만적인 분위기도 났고요.

그래서 이 선수들과 헤어지더라도 이날 이 순간만큼은 꽤 아름다웠던 내 12월의 한순간으로 기억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밤 늦게까지 했답니다. 이제는 차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달을 보며 함께 태백으로 달려갔던 그날의 따뜻했던 그 순간의 장면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다음날 선수들이랑 같이 연탄배달을 하는데... 연탄이 무거운 줄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내게는 작게만 보였던 연탄이 실제론 제법 무거운 연탄이었고 2시간 가량 쉬지 않고 나르다보니 나중에는 연탄이 양팔에 수십개는 달려있는듯한 느낌이더군요. 팔이 무거워서 드는게 쉽지 않았지만 제가 나르지 않으면 공백이 생기는 관계로 열심히 날랐죠.


장난꾸러기 선수들은 제 얼굴에다가 연탄재를 묻히기도 하였고요. 연탄 잘 나르는 선수들은 역시 패스를 잘해서 연탄도 잘보내, 라는 농담을 던져주었고, 마지막에 차곡차곡 쌓는 역할을 하는 선수는 경기장에서도 그렇게 마무리 좀 잘하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하였고요.

그렇지만 올해는 12월에 따로 소집을 하지 않네요. 봉사활동 갈 곳은 참으로 많은데 휴가 중인 선수들을 불러내서 활동을 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선수들을 다시 강원도로 불러내는 것...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일년 중 유일하게 마음 푹놓고 쉬는 기간인데 미안해서 말이죠.

작년에도 해남에서 10시간 넘게 걸려서 온 선수가 있었는가 하면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선수도 있었습니다. 단 하룻동안 진행되는 봉사활동을 위해서 말입니다. 하여 이번 12월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대신 시즌 중에는 짬을 내서 더 많이 이웃을 위해 봉사의 땀을 쏟기로 약속하였고요.

12월에 봉사활동이 많지 않는 것은 축구선수들의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대신 시즌 중에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뭐든지 몰아서 하는 것보다는 계획적으로 또 정기적으로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강원FC가 내년에도 축구를 통해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다시 베푸는 아름다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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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운명이었을까요. 1996년 K-리그 데뷔 이후 줄곧 수원에서만 뛰었던, 그리고 지금도 뛰고 있는 원클럽맨 이운재의 은퇴 경기는 수원의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이것 역시 운명이었을까요. 전반을 무실점으로 마감하며 슈퍼 세이브를 보고 싶었건만 전반 26분 나이지리아에 1골을 내주며 바로 정성룡과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전반 중반 교체되면 보통은 벤치에 앉아 경기를 보는 선수들이 많은데 이운재는 곧바로 락커룸으로 들어갔습니다. 웬지 눈물을 속으로 삭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맺히는 눈물을 보여주기가 싫어 락커룸으로 가고 있다고, 그의 뒷모습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10대 시절부터 축구를 보았던 제게, 이운재는 언제나 국가대표팀 골키퍼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에서 정성룡이 주전자리를 꿰차고 나왔을 때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겠지요.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고요.

1994년 3월 5일 미국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이운재는 이번 나이지리아전까지 17년 간 붉은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A매치 공식기록은 132경기 114실점. 홍명보 감독(136경기)에 이어 최다 A매치 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국내 GK로서는 최초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며 화려하게 빛났었죠.

1994년 월드컵 독일전에서 하프타임에 교체 출전해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데 이어 2002년과 2006년, 2010년 이렇게 4번의 월드컵을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 치렀습니다. 2000년과 2007년 아시안컵에서는 대한민국을 3위로 이끌기도 했고요.

우리가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이운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 다들 같을 것입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호아킨의 슈팅을 막아내고 씩 웃던 장면이요. 제가 기억하는, 이운재의 가장 섹시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

2007년에는 아시안컵에서는 이란과 8강전에서 마다비키아의 승부차기를 막아내 대한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고 3-4위전에서는 일본의 여섯 번째 키커 하뉴의 슛을 선방해 3위 트로피를 조국에 안겼죠.

위기의 순간마다 대한민국을 승리로 이끈 해결사 수문장이었지만 관심과 사랑이 컸던 만큼 비난과 구설수도 많았습니다.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는 때아닌 몸무게 논란이 일어 ‘돼운재’라는 별명과 함께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고요, 2007년에는 아시안컵에서 영웅이 되어 돌아왔지만 뒤늦게 음주사건이 터졌고 대표팀 자격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로서 서는 마지막 순간 이운재는 행복했다고 소회했습니다.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대한민국을 위해 뛰어서, 그리고 여러분의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습니다”라고요.

이제 파주에 소집돼 훈련을 소화하는 것도, 대표팀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가는 것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겠죠. 파주 가는 길도 며칠 전 그 길이 마지막 길이 되었죠. 그는 애써 참았지만 우리는 보았습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던 그 순간 이운재가 흘린 눈물을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17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대표로 뛴다는 건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했겠죠. 하지만 그 세월동안 늘 몸무게 논란이 꼬리표처럼 이운재를 따라 다녔고 자기관리가 부족한 선수라는 조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기관리가 부족한 선수가 17년 간 대한민국 골문을 책임질 수는 없었겠죠. 그 중압감에 무리한 다이어트로 2년간 결핵을 앓아야만 했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건너 뛰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얼마 전 수원에서 함께 뛰고 있는 한 선수가 제게 그랬습니다.

“운재 형을 보면 정말 안스러워요. 워낙에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식사시간에도 마음 놓고 밥을 못드세요. 저희가 먹는 딱 절반만 식판에 올려놓고 먹는 거 보면 저렇게만 먹고 배가 찰까? 운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데, 그런데도 형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시는 거 있죠.”

국가대표 선수라는 무거운 짐을 이제 내려놓았습니다. 물론 당분간은 K-리그에서 당신을 볼 수 있겠죠. 여전히 수원맨이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조금은 가져도 된다는 거에요. 그러니 먹고 싶은 음식들, 조금씩 드셔보세요. 여자 주먹만큼만 밥 먹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요.

마음껏은 아니더라도,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밥 먹는 이운재,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대한민국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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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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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세상에 바뀌었다는 건 날이 가고 해가 갈 때마다 느낍니다. 트윗 상에서 내가 작성한 단문메시지가 나를 팔로우한 사람들의 핸드폰으로 전달되는 것도 신기하고 핸드폰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영상통화를 하는 것도, 제게는 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막연히 과학글짓기 대회 때, 수상을 목적으로 상상하여 적었던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 살게 됐으니까요.

몇년 전 커밍아웃을 하며 눈물을 줄줄 흘렸던 홍석천을 보며 왜 이성이 아닌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을 받으며 눈물을 흘려야했을까, 했는데 이제는 다시 공중파에서 볼 수 있게 됐고 또 동성애가 주말 드라마 소재로도 나오니, 조금은 세상의 인식도 과학 못지 않게 바뀌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축구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나 세상 모든 스포츠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나 축구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지는 -축구를 하다 답답해도 그 공을 들고 뛰며 럭비가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죠- 럭비에도 관심이 많아요. 6년 전 럭비월드컵을 취재하러 갔을 때 영국 럭비대표팀 선수에게 이번 대회에서 호주와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의 플레이를 보고 반했다며 흥분하자 그 선수는 한쪽 입술을 올리며, 그러니까 썩소를 지으며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호주랑 뉴질랜드? 걔네 절반 이상이 게이야. 그래서 난 그쪽 나라 팀이랑 경기하는 게 정말 싫어. 럭비는 종목 특성 상 뒤엉키며 싸워야하는데, 게이랑 뒹굴면서 뛰어야하다니! 너무 더러운 거 아니야?"

단순히 라이벌팀이라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되는 억지논리를 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2008베이징올림픽 당시에도 동성애자 선수에 대한 뉴스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죠. 당시 로이터통신이 동성애자 웹사이트 조사를 통해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1만 여명의 선수 중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선수는 15명이라고 발표했지요. 그중에 9명이 여성이었고 남성은 단 1명, 호주 대표팀의 다이빙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실제 동성애자 선수는 1천명이 넘을 수도 있다는 맺음 때문이었죠. 그 기사를 읽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기란, 쉽지 않겠죠. 동성끼리 경쟁해야하는데, 동성을 사랑하는 선수라면. 개인 스포츠가 아닌 단체 스포츠라면, 함께 뛰는 선수들이 과연 그 선수를 팀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선수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서 언급한 호주 대표팀의 다이빙 선수는 매튜 미참 선수입니다. 그는 당시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이빙 남자 10m 플랫폼에서 호주에 금메달을 안겨주었죠.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며 했던 말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호주의 다이빙 선수로 알려지길 원한다. 내 삶에서 동성애와 다이빙은 완전히 분리돼 있다"라고요. 동성애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성적 취향이고 이것과 스포츠선수로서 임하는 태도는 별개의 문제라고 세간의 관심에 딱 잘라 말했죠.

최근에 다시 한번 스포츠와 동성애가 이슈에 올랐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불의의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한 발락의 에이전트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독일 대표팀을 'bunch of gays'라고 말했거든요. 해석하자면 게이소굴 쯤 되는데, 이 같은 발언을 한 미하엘 베커는 1999년부터 발락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으니, 독일에서는 나름 슈퍼 에이전트로 분류되는 사람이죠.

미하엘 베커는 이번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독일 대표팀 중 일부 선수들이 동성애자라는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전 독일대표팀 선수는 이 같은 사실을 밝히려고 했는데 문제의 그 선수는 바이(양성애자)였다고 하네요. 뭐, 사실 중년도 섹시할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며 훈남 감독 대열에 오른 요아힘 뢰브 감독도 월드컵 기간 중 동성애 소문이 돌았는데요 -남다른 패션 센스도 그의 게이설을 뒷받침한게 아닌가 개인적으로 추측해봅니다- 그 때문인지 부인과 찍은 사진을 몇 장 공개하기도 했죠. 사진 속 뢰브 감독 와이프는 약간 후덕한 중년의 독일 아줌마 포스를 마구 뿜아내고 있어, 저도 그 사진을 보며 이 아주머니는 전생에 도이칠란드를 구했나, 하는 생각도 했더랬죠.
사랑에 있어 신분과 국경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 평소 생각하며 살아온터라 성별 역시 전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 역시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성애를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동성애를 버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하지만 난 동성애자인걸, 이라고 인정하기까지 쉽진 않았겠죠. 그래서 저는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고 지지합니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더럽다며 경멸의 시선을 보내지만, 종교적 관점에서 생각하더라도 그 역시 조물주가 만든 소중한 생명체이고, 존중받을 권리는 당연히 있습니다. 돌은, 그렇게 쉽게 던지라고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가끔 국내 프로축구 선수는 모두가 이성애자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있어도 부정하고 말 못하는 게 아닐까,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감추고 이성애자의 가면을 쓴 채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아주 가끔 품어본 적도 있고요.

몇년 전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상당히 유명한 선수였고, 그래서 인터뷰를 꽤 여러번 했기에 안면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조금은 편하게 축구가 아닌 다른 이야기도 하는 사이였거든요. 기자 대 선수가 아니라 다른 국적을 지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요. 그때 그 선수가 해준 이야기가 자신의 팀에 있던 코치가 양성애자였다는 겁니다.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양성애자였기에 동성에 대해 남다른 사랑의 감정도 꽤나 깊게 느꼈나봐요. 그걸 선수들도 조금씩 눈치챘는데 어느 날 락커룸에 앉았는데, 새로 들어온 이적선수 옆에 꼭 붙어 앉자마자 이야기하는 내내 그의 무릎과 허벅지를 만졌다지 뭐에요. 축구는 몸으로 부딪히며 하는 스포츠일 뿐 아니라 심장박동을 크게 느낄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흥분도, 열기도 대단한 스포츠고 또 무엇보다 팀 스포츠다보니 선수들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역시 남다르죠. 동료 선수가 골을 터뜨릴 때마다 얼싸안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곤 하는데, 때론 이게 남다른 애정표현처럼 보여 관련 사진들을 모아서 커플로 엮어 글을 쓰는 블로거들도 있죠.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는 기청용(기성용-이청용의 합성어, 브란젤리나 같은 합성어로 생각하면 되겠죠) 커플이 가장 유명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

어쨌거나, 그게 좀 파급이 셌나봅니다. 코치의 동성애적 기질을 선수들도 느꼈는데, 새로운 선수가 오자마자 직접적인 터치가 오가는 모습을 선수들이 목격했으니, 팀이 어수선할 수밖에요. 그래서 결국엔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고 하네요. 외국에선 동성애가 국내보다 관대한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스포츠계에서는 더 보수적인 것 같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저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선수들은 K-리그에 나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잔다르크가 아닌 이상 성정체성 증명보다는 스포츠인으로서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선수들이 대부분, 아니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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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서 멋진 프리킥 골로 우리의 새벽을 뜨겁게 만들었던 박주영 선수가 프랑스로 출국했습니다. 8월부터 다시 시작되는 프랑스리그를 준비하기 위해 떠났는데요,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취소됐다는 소식만 전해졌습니다.

당초에는 출국 전 스탠딩인터뷰가 준비돼있던 터였습니다. 하지만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건 최근 그를 둘러싼 뜨거운 감자, 다름 아닌 ‘결혼설’ 때문이었죠. 프리미어리그 빅클럽으로의 이적설에 이은 결혼설이라.

인터뷰 없이 굳은 표정으로 출국한 박주영 선수.

축구선수 박주영이 아닌 인간 박주영으로서, 그러니까 축구가 아닌 것들로 관심을 받는다든 사실에, 박주영 선수는 늘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늘 축구 이외의 것들에도 관심을 갖곤 하죠. 대중의 관심이 그렇다는 이유 아래서 말이죠. 그래서 그는 늘 미디어 앞에서 말을 아낍니다.

이번엔 참 갑작스럽게 결혼설이 터졌습니다. 서울 강남의 모 웨딩 전문 스튜디오에서 여자친구와 웨딩촬영을 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부터였죠. 마침 그때 즈음 치렁치렁,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듯한, 이마를 덮은 덥수룩한 머리가 예쁘게 다듬어졌고 살짝 펌도 들어갔더라고요. 기자들은 웨딩촬영용 머리라며 수군수군 댔죠.

결혼임박 기사가 나온 이후로 줄줄이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날 박주영의 에이전트는 핸드폰을 끄고 잠적했다는 사실이죠. 그런데도 출처도 없는, 또 박주영의 측근 혹은 지인이라는 내용으로 기사들이 쏟아졌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측근 중 기자와 통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박주영 선수와 그의 여자친구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요. 박주영의 여자친구는 “나 결혼해?? 양가 엄마 아빠 나 쭈가 날짜도 모르고 장소도 모르는데.. 그들에 의하면 우리가 결혼하는구나”라는 글을 올려 황당한 심기를 드러냈고요.

사실 박주영 선수는 그날 정몽준 회장이 초청한 월드컵 16강 기념 만찬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기자들과의 만남이 불편했던지 갑작스레 불참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출국을 앞두고도 스탠딩인터뷰를 취소했고요.

결혼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인데, 이게 왜 기자들의 취재거리가 되야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도, 또 그의 대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에이전트도 노코멘트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전 이번 박주영 선수의 결혼설을 보면서 일단 제대로 된 취재 없이 다른 기자들의 기사를 받아쓰고 돌려쓰는 기자들의 모습에 적잖게 실망했습니다. 일단 쓰고 보자는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워낙에 팬들의 관심 역시 컸으니까요.

일련의 보도들에 지친 박주영 선수의 여자친구가 미니홈피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는데, 몇몇 사람들은 공인의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경솔한 행동을 했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카더라 통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혼설과 관련해 마구잡이로 써내려간 기사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쨌거나 이렇게 사건은 이렇게 터져버렸고, 제가 만약 박주영 선수의 에이전트라면 핸드폰을 꺼버리는 대신 공식입장을 발표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세간의 관심은 박주영 선수의 결혼으로 향했고, 무작위로 써내려가는 기사를 막을 순 없을테니, 오히려 공식입장을 프레스에 전달해 정확한 이야기가 기사로 써내려가게 하는 거죠.

결혼을 한다면 지금의 여자친구와 하겠지만, 당장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등의 내용으로 말이죠. 추측성 기사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박주영 선수 결혼설과 관련해 모두의 대처방식이 상당히 아쉬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개인사가 아닌 그의 축구사, 기왕이면 화려한 골들로 빛나는 축구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뉴스를 통해 접하고 싶군요. 우리들의 축구천재, 박주영 선수의 새 시즌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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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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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던 지인들에게 그래도 월드컵 우승팀을 알겠지, 라는 생각에 이번 월드컵 우승팀을 물어보니 역시나, 정답을 빗겨난 대답들뿐이었습니다. 유로2008 당시 앙리 들로네컵에 이어 이번에는 월드컵까지 거푸 들어 올린 무적함대 스페인의 이야기는 그들에게 먼나라 이야기였죠.

하나 우승팀 스페인은 몰라도 파울은 알더군요. 반칙의 영어 표현 Foul이 아니라 점쟁이 문어 Paul의 이야기입니다. 축구에 관심 없던 지인들도 파울이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 승패를 모두 맞힌 게 참 신통하다며 입을 모아 이야기하더군요.

독일에서 살고 있는 2살 반의 문어 파울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독일의 7경기와 스페인-네덜란드의 결승전까지 맞추며, 무려 8경기의 승리팀을 정확하게 예측한 덕분에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큰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사실 승패를 고르는 건 2분의 1의 확률이지만 8경기를 연속으로 적중시키는 확률은 256분의 1로 확 떨어집니다. 프로토의 달인이라도 8경기 연속은 불가능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문어 파울은 참으로 신통하게도 해냈습니다.

무엇보다 파울이 더욱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건 금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점친 펠레의 예언을 이겨냈다는 것이었죠. 알다시피 펠레는 늘 16강 진출팀을 시작으로 우승팀까지 매번 월드컵에서 열심히 지목하고 ‘설’을 풀어내지만 ‘펠레의 저주’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그가 지목한 팀은 늘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경기에 패하며 서둘러 고국행 비행기를 타야했거든요.

그런데 파울도 스페인을 우승국으로 지목했고 펠레도 지목했습니다. 결국 파울의 예지력이 펠레의 저주를 이겨낸 셈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더 열광했고 즐거워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습을 지켜보며,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편으론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선수가 스타가 아닌 동물이 스타가 된 월드컵이라뇨.

별들의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별보다 빛났던 스타의 쓸쓸한 뒷모습을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신예의 비상에 박수쳤습니다.

그러나 유독 이번 월드컵만은 조용하네요. 남아공월드컵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 거 예상했던 메시와 호날두는 침묵했으며 카카 역시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수아레즈의 신의 손 사건은 마라도나만 못했죠. 비야와 스네이더는 유로2008만 못했고요 외질과 뮐러, 수아레즈 역시 스타성에서는 2% 부족한 모습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앙리와 오언이 외려 더 강렬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최다골 2위에 오른 클로제도 호나우도의 아성을 이겨내진 못했고요 근래 들어 가장 기억에 남는 월드컵 스타 지단과 칸나바로만큼 빛을 발한 선수 또한 없었고요.

어쩜 빅클럽들간의 대항전, 챔피언스리그의 바쁜 일정 속에서 지칠 데로 지친 스타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고난의 행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쉴 틈 없이 바로 월드컵이 이어졌으니 팬들의 기대만큼 기량을 보여주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가운데, 언젠가 마라도나가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 중에 했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 시절의 우리는 축구를 했다, 라고요.

오늘날의 축구판은 빅클럽들의 선수영입 경쟁으로 뜨겁습니다. 그런 가운데 세계적인 선수들의 몸값은 자신들이 가진 기량을 넘어서 이미 천문학적으로 올라만 가고 있고요. 빅클럽들은 그 싸움에 이기기 위해 더 크게 옵션을 걸고 베팅을 합니다. 뷰티풀게임에서 머니게임으로 가고 있는 지금의 축구란... 본질은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는 것만 같아 서글퍼지는 마음을 참을 수가 없네요.

바라옵건대, 4년 뒤에는 진짜 축구를 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월드컵과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마라도나의 말이 자꾸만 생각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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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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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요르단과의 A매치가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기성용 선수에게 넌지시 물어봤죠. 그날 그의 단짝 이청용 선수가 데뷔골을 기록했는데 부럽지 않냐고요. 멋적을 때면 늘 고개를 살짝 위로 올린 채 수줍게 웃던 그는, 역시나 그 질문에 대답할 때도 천장을 바라보며 웃더군요. "너무 부럽죠"라면서 말이죠.

데뷔전도, 데뷔골도 늘 청용이가 빠르다며 아쉬워했던 기성용 선수. 그런 그가 북한전에서 홍영조의 PK골로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23분 김두현의 패스를 그대로 오른발 발리슛으로 성공시키며 한국에 동점골을 안겼습니다. 본인에겐 A매치 데뷔골이었죠. 그것도 2경기 만에 얻은 성과니 실로 값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요르단전에 이어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던 북한전까지. 허정무 감독은 기성용 선수에게 '공격적'으로 뛸 것을 주문하는 듯 했습니다. 특히 요르단전 때는 후반 말미 기성용 선수가 뛰던 공간은 거의 스트라이커와 다름없는 위치에 있었죠. 결국은 그의 공격적 움직임이, 찬스를 놓치지 않던 집중력이 벼랑 끝에 있던 한국대표팀을 구해냈군요.

북한전이 끝난 후 지인들에게서 꽤 연락이 왔습니다. 동점골을 성공시킨 저 샤방한 선수는 누구냐면서요. 경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기성용 선수는 축구선수(?) 답지 않게 고운 외모를 자랑합니다. 피부도 얼마나 좋은지 볼 때마다 저는 부럽습니다. 햇볕 아래서 뛰는 선수가 어떻게 여자인 나보다 피부가 더 좋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말이죠.


그랬던 기성용 선수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도움을 2개나 기록하는 등 날카로운 킥력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의 원정 첫 16강 진출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청용 선수 못지 않게 화제의 중심에 오른 기성용 선수. 모델보다 더 모델 같은 외모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엄친아로 등극한 그와 진행했던 화보사진을 살짝 공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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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촬영은 이청용 선수와 함께 했는데, 촬영 내내 두 선수가 티격대격하더군요. 배고플까봐 준비한 김밥을 내왔을 때 '빵'만 좋아하는 이청용 선수가 극구 사양하자 성의를 생각하면 먹어야되는게 아니냐며 화를 버럭내던 기성용 선수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답니다. ㅋ

늘 예의바르고, 또 수줍음도 많지만, 할 말은 하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는 기성용 선수. 그 모습을 지금처럼, 또 언제나처럼 간직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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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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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3일. 올림픽대표팀이 일본과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뒀던 그날, 훈련장에서 정성룡 선수를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정성룡은 포항에 적을 두고 있었고, 플레이오프에서 수원에게 아쉽게 패한 뒤였죠.

“괜찮아요. 언제까지 그 게임만 생각할 수 없잖아요. 수원에게 진 건 마음 아프지만 이제 다음을 준비해야죠. 물론 아쉬운 마음은 조금 있지만요. 아직까지 한 번도 우승이란 걸 해보지 못해서 욕심은 있었어요. 작년 2군리그에서도 4강에서 떨어졌거든요. 그렇지만 올해 처음 1군에서 뛴 거잖아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에요.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제 막 시작했다, 며 예의 변함없던, 그 느릿느릿한 말투로 담담히 속 이야기를 털어놨던 정성룡이 떠오릅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포항에 왔을 때만해도 2군에서 게임 뛰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김)병지 형이랑 (조)준호 형도 있었고, 저까지 합해 골키퍼가 5명이나 있었거든요. 전 그저 형들 게임하는 거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건요, 그가 결국엔 꼭 4년 전 제게 말했던 그 꿈을 이뤘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제가 원래는 스위퍼였는데 중2 때부터 골키퍼로 뛰었거든요. 그때가 마침 프랑스월드컵 기간이었는데, 네덜란드전에서 보여줬던 병지 형 모습에 반했어요. 우리나라가 5-0으로 졌지만 형의 움직임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부터 좋아하게 됐어요. 그 후 제주도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제주도에서 잉글랜드와의 친선경기가 열렸어요. 그때 볼보이한다고 골키퍼 뒤에 있었는데 그 골키퍼가 병지 형이었어요. 평소 존경하던 선수가 바로 제 옆에서 뛰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되겠다고 다짐했죠. 열심히 해서 꼭 형처럼 국가대표 골키퍼가 되겠다고 제 자신과 약속했어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형이랑 같은 팀에서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기뻤어요. 그게 더 운동에만 전념하게 된 계기가 됐고요.”

그날 정성룡이 해줬던 이야기 중에는 가슴 아픈 가족사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체구는 크지만 눈이 참 슬퍼 보인다고, 눈물이 많은 사람 같다고 말이죠.

“눈물이요? 원래는 많았어요. 음… 많았는데… 아버지 돌아가시던 날, 그날 다 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젠 눈물이 안나요. 중학교 3학년 때 서귀포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어요. 저 혼자 제주도로 갔어요. 부모님은 분당에 계셨고요. 그런데 제주도 간지 얼마 안돼서, 그러니까 막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였어요. 어느 날 갑자기 선생님께서 저희 집에 같이 가자고 하셨어요.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따라 갔죠.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하시더니 저를 장례식장으로 데려가시더라고요.”

“음… 원래 몸이 안 좋으셨는데… 갑작스럽게… 그러니까 참으로 갑작스럽게 그렇게 떠나셨어요. 그날 병원 뒷길에서 엉엉 울었어요. 한참 울다 이제 내가 가장이니까 강해져야겠다. 성공해야겠다. 그렇게 다짐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프로 갈 때만해도 계약금이라는 게 있었거든요. 계약금 받은 걸로 어머니께 집도 사드리고, 빚도 갚았어요. 음… 그렇지만 그걸로 효도했다 생각하진 않아요. 지금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거든요. 늘 제 뒷바라지만 하셨어요. 그런데도 전 항상 제 생각만 했고요. 용돈 달라고 떼도 많이 쓰고. 그렇지만 저희 어머니는 참 강한 분이세요. 모든 어머니들이 다 그렇겠지만요.”

어떻게 보면 청소년대표팀을 거쳐 올림픽대표팀, 그리고 이제는 국가대표팀까지. 이 정도만 듣다보면 엘리트코스만 밟은 신의 아들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2004년과 2005년 박주영의 유명세 때문에 유독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청소년대표팀에 몸을 담고 있었을 때는 차기석의 그늘에 가린 2인자였습니다. 프로 데뷔전도 입단 3년 만에 치러야 했으니 꽤 늦은 셈이었죠.

“항상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 기회는 오니까. 그런데 자주 오지 않는 그 기회를 놓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매일 준비하며 기다렸어요. 기분이요? 그냥 덤덤했어요. 아직 더 많이 경험을 쌓아야 하잖아요. 좋아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K-리그 데뷔전을 마친 소감이었는데요, 이번에 월드컵을 치르며 느낀 소감과 참 비슷하지요? 이때 정성룡은 A매치 데뷔전도 어서 빨리 치르고 싶다며 간절한 소망도 드러냈었죠.

“저도 A매치 뛰고 싶죠. 진짜. 뛰어보고는 싶지만 무슨 일이든 쉬운 건 없잖아요. 조금 더 노력하고 기다려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에 대표팀에 있으면서 쟁쟁한 선배들 밑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언젠가는 제게도 기회가 오겠죠. 어떻게 보면 아주 큰 경쟁의 장이잖아요. 그 경쟁 속에서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어야죠.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또 과감하게.”

지난 십년간 이운재라는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수문장 자리. 이번 월드컵에서 그는 그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을까요? 아마도 그는 결과에 상관없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그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었겠지요. 어쩌면 은퇴하는 그날까지 그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연습에는 장사없다던 미니홈피 속다짐처럼 땀 흘리며 준비했겠죠.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정성룡 활약 영상>

“나이지리아전이 끝나고 16강을 확정짓던 순간 아버지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4년 전 꿈을 이룬 지금, 이제는 4년 후의 더 큰 꿈을 떠올립니다.

“열심히 했어요. 경기 내용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아쉽긴 하지만 아쉽다고 그 경기만 생각할 순 없잖아요. 이제 또 다음을 준비해야하죠. 앞으로도 많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다시 인사드릴게요. 그땐 지금보다 더 많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17살의 봄, 엄마를 지켜드려야겠다고 다짐하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소년은 그렇게 껍질을 벗고 채 자라지 않은 생살을 드러내며 세상과 싸웠고요. 그래서 꿈을 이룬 지금 이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럽게 여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지낸 세월의 굴곡만큼, 앞으로는 그의 말처럼 웃는 일들만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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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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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선수가 2006 독일월드컵을 마치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팀의 결과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정말 축구를 사랑한다면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그들이 걸어온 여정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바라볼 수도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박지성은 바로 그런 점에서 당시 그런 이야기를 꺼냈던 거 같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대한민국은 사상 처음으로 원정에서 16강 진출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영광을 조금 더 맛보아도 좋으련만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의 열기가 아직 채 가시기도 전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습니다.

정상에서 박수칠 때 떠나자가 이유였지만, 퇴임 기자회견 중 나온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했습니다.

“잘못해서 비판받는 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인식공격성 댓글이 지나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힘들다. 조금은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허정무 감독은 인터넷 댓글을 안 본지 10년이 넘었다고 덧붙였죠. 10년 전 허정무 감독의 부친이 돌아가신 그때, 관련 기사에 달린 고인을 향한 악의적인 댓글을 읽고 허 감독은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전혀 댓글을 보지 않는다고 하니 당시 받은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그랬기에 허 감독은 가족들이 더 이상 축구인인 자신으로 인해 상처 받는 일도, 아파하는 일도, 또 힘들어하는 일도 없기를 바랬겠죠. 영광의 순간을 더 만끽하고 싶은 마음도 컸겠지만 가족의 평화 역시 바라는 마음 역시 컸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퇴임을 결정하는데 또 다른 영향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허정무 감독의 부인 최미나씨도 최근 “가족들이 그동안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고 친분이 두터웠던 기자에게 속내를 비추기도 했으니까요.

아마도, 대다수 축구인들은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겁니다. 몇 년 전 터진 기성용 선수의 미니홈피 사건이 문득 떠오릅니다. 당시 기성용 선수는 올림픽대표팀이 연일 졸전을 펼치자 급기야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을 향해 “답답하면 너희들이 축구하던지”라는 글을 메인화면에 쓴 적이 있었죠.

당시 언론과 팬들은 기성용 선수의 이러한 행동이 경솔했다며 몰아세웠습니다. 그때 전 기성용 선수가 K-리거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무명이었을 때 인터뷰를 한 덕분에 나름 안면이 있었습니다. 워낙에 애어른 같던 선수였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왜 그랬냐며 이것 또한 곧 지나갈 거니까 힘내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워낙에 안팎으로 부침이 심해 답장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침 답장이 왔더군요. 하고 싶은 말을 문자에 다 담기에는 부족했나봅니다. 그가 보낸 멀티메일 속 이야기를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축구를 못한다면, 저 하나만 몰아세우고 욕하고 비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왜 그들은 저희 아버지, 어머니를 거론하며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가족들이 악플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기가 힘들었어요. 제가 경기에 나서 기대에 못 미친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못했다고 제 가족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들을 한 네티즌들도 어느 정도는 잘못하지 않은가요? 축구를 못해서 제가 마음에 안 든다면 저한테만 욕했으면 좋겠어요. 축구를 하면서 못해서 욕먹는 건 감당할 수 있어도 제 가족들이 저로 인해 상처받는 모습은 볼 수가 없어요.”

악플과의 싸움. 언제부턴가 축구선수들 역시 이름이 알려지고, 누구나 알만한 공인이 되면 언제고는 한번쯤은 치러야할 통과의례고 연례행사인 듯합니다. 인터넷의 시대는 그렇게 축구선수들에게 피하고 싶은 ‘태클’을 안겨주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 한일전에서 모 선수가 자살골을 넣었던 적이 있죠. 그때 그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가장 먼저 했던 게 뭔지 아시나요? 버스에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호텔 방까지 달려가 미니홈피 방명록을 닫았던 일이라고, 누군가가 웃으면서 해줬던 일이 생각납니다.

당시 그 선수의 나이는 겨우 스물셋. 어린 나이였지만, 감당하기 힘든 말들이 쏟아질 것을 알았던 거죠. 어떤 이들에게는 코믹한 상황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그 선수에게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 악담들을, 어린 마음에는 감당하기 힘들었기에 그는 스스로 방명록을 닫는 것을 택한 거죠.

차범근 감독도 얼마 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마이크로블로그에서 한 네티즌이 무릎팍 도사에는 출연할 계획이 없냐고 물었죠. 최근 팬들의 질문에 진솔하고 재치있는 답변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던 만큼, 무릎팍 도사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간 차범근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겠죠.

“우리 식구들이 남 앞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맘 놓고 하기에는 아직 가슴에 쌓여있는 게 너무 많아... 아직도 우리식구들은 98년을 기억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화제에 올리질 않거던…

그때 배운 게 무고한 일로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지. 지난번 우리 범석이 일을 지켜보면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거던… 이런 일에 휩싸이면 우선 본인이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팀이 망가져버려.

98년 내가 할 때도, 최용수가 불교라서 안뛰게하고 기독교인 김도훈이가 대신 뛰어서 졌다고 우기는데 돌아버리겠더라고…… 사실 김도훈은 염주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 불교신자고, 최용수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는데 말이야… 황선홍 선수도 마지막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난감해 죽겠는데, 내가 황선홍을 시기해서 안 뛰게 한다는 거야.

문제는 이럴 때 기자들이 알면서도 입을 닫는다는 거야.

그때 한국축구가 좀 될려면 바로 이럴 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구나 생각하기도 했어… 그 후 나한테 늘 미안해하던 최용수는 2002년 월드컵팀 고참으로서 팀 막내 두리한테 아주 잘해줘서 고마웠지.

팬들은 그럴 수 있어. 그러나 대표팀에 해가되는 오해나 억지는 적극 풀어줘야 팀이 건강하게 꾸려지는 거야. 나나 우리가족은 그때 받은 상처 때문에 여성지나 토크쇼에 단 한 번도 출연을 안 하고 있어

두리가 반박자 늦어서 골 찬스를 줬을 때 나는 숨이 멎는 거 같더라고. 온몸의 피가 쏵 발밑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물론 두리 , 이럴 때는 차두리 선수라고 불러야겠다. 차두리 선수 개인의 문제도 아버지 입장에서 걱정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리마저 주저앉으면 오른쪽이 없다는 거야.

우리 범석이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생각해 봤어? 어린 나이에 그런 중압감을 이겨내기가 쉽겠냐고!!!! 통화할 때마다 범석이 좀 잘 다독거리고 위로하라고 이르기는 하는데 핵폭탄을 맞은 상처가 쉽게 회복되겠냐고!!! 두리가 실수 이후에 그냥 주저앉아 버리지 않고 경기에 집중을 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은 했지

우리선수들도 다 여러분들의 동생이나 친구 같은 나이야. 아버지나 선생님한테 야단맞아도 슬프고 화나고 그러잖아. 그런데 융단처럼 쏟아지는 비난을 그 어리고 작은 가슴으로 받는다고 생각해봐. 나는 마음이 너무 아퍼.

두리더러 한번 안아주라고 하면 분명 지 힘자랑 하느라 헤드락을 걸어버릴테니 범석이가 더 힘들 거고....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 미안해하자고. 오케이?”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의 요지는 허정무 감독의 사퇴 뒤에 악플이 직접적인 원인이었기에 반성하자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축구선수들이,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근거 없는 비난과 악플 때문에 힘든지를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습니까. 최선을 다하더라도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넘어질 때도 있고요. 2등도 아닌 정상에 멀리 떨어진 채 서 있는 자신을 볼 때도 있습니다. 자신은 충분히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말이지요.

다시 시계를 돌려봅시다. 학창시절로요.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라던데, 중간고사 성적 하나만으로 나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고 가치가 매겨지고 1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쓸 모 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그런 경험을 다들 한번쯤은 해봤을 거라고 봅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우리는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단지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부적격자 취급을 받았고 부모의 문제로 확대해석하는 경우와도 만나야만 했습니다. 특히나, 너희 부모님이 너를 그렇게 가르치시던, 너희 어머니는 이런 너를 낳고 미역국을 드셨을까? 식의 발언을 들을 때면 정체감이 상실되다 못해 모멸감까지 느꼈을 것입니다.

많은 축구인들이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10대 말에서부터 20대 중후반까지, 사회 초년생에 해당되는 어린 나이에 그들은 참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형편없는 경기력을 선보였으니까요. 단 한 번의 패스미스로 골을 헌납했으니까요. 무수히 많은 찬스를 허공에 날려보냈으니까요. 바보같이 자책골을 기록했으니까요. 쓸데없는 반칙으로 상대팀의 선제골을 도왔으니까요.

팀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크고 깊은 만큼, 선수들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팬들의 실망감 역시 큽니다. 그래서 더 비판하게 되고 쓴소리를 하게 됩니다. 압니다. 저 역시 그런 순간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들도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아들이고, 아버지고, 남편이고 혹은 남자친구입니다. 그 소중한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욕지거리를 듣게 되고 비난을 받는다면, 그들의 가족은 어떤 마음으로 그 선수를 바라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카테고리에 묶여 함께 비난을 받을 때 그 선수의 마음은 또 어떨까요. 그 자괴감과, 상실감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진정 축구를 사랑한다면 경기력으로만 판단하고 애정 어린 비판을 할 수 있는 우리이기를 기대합니다. 부디 축구를 축구로만 생각하는 우리 모습을 그려봅니다. 다음 월드컵에서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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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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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짜로 34살!!”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난 후 이영표 선수의 나이를 확인 한 후 저는 냅다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축구의 신이 있다면, 저 선수가 정말 34살이 맞습니까!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죠.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실린 프로필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1977년생. 우리나이로 34살. 초롱이 이영표 선수도 어느새 노장의 대열에 들어섰더군요.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이영표는 이번 월드컵에서 말해줬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뒤적였던 거죠. 34살이 24살처럼 뛸 수는 없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현장에서 직접 본 아르헨티나전. 현란한 개인기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했던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이것이 최순호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선수들의 플레이구나, 라며 정신없이 지켜보고 있을 때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플레이가 너무 대단해 저는 우리가 대패하고 있다는 생각도 잠시 잊었습니다- 또 한 선수가 저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영표 선수였습니다.

아무도 메시를 막지 못하고 있을 때, 그때마다 이영표 선수는 로이스 기자를 구하던 슈퍼맨처럼 쨘, 하고 나타나 메시를 봉쇄했습니다. 이영표의 밀착마크에 막혀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패스를 할 수밖에 없던 메시의 모습을 저는 꽤 여러 번 봤습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이영표 활약상>


허정무 감독 역시 아르헨티나전를 마치고 메시 봉쇄법의 열쇠를 이영표가 갖고 있었다고 말씀하셨죠. 물론 전담 마크맨은 아니었지만 메시가 측면에서 문전을 향해 적극적으로 드리블할 때마다 이영표의 수비가담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메시에게 공간도, 슈팅도 내주지 않던 이영표의 맨마킹은 칭찬 받을만 했습니다.

이영표 역시 “(내가 마크할 때면) 메시가 슈팅을 많이 하지 못했다. (나는) 쉽게 공간을 주지 않았고 돌파를 허용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찬스 역시 많이 가지지 못했다”며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스러운 평을 내렸죠.

오버래핑 후 복귀 시간도 20대 전성기 시절 못지않게 빨랐으며 크로스 역시 꽤 정확했습니다.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에서 이정수 선수가 터뜨린 팀 첫 번째 골 역시 시작은 이영표 선수였다는 거, 이제는 다들 아시죠? 기성용 선수의 정확한 프리킥과 이정수 선수의 위치선정도 훌륭했지만 이영표 선수가 파울을 얻어내지 못했다면 이 모든 것들은 꿈속의 장면으로만 끝날 수도 있었죠. 그것을 현실로 나타날 수 있도록 첫 스케치를 그린 사람이 바로 이영표 선수입니다.

나이지리아와 2-2 동점으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같은 시간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2-0으로 이긴 덕분에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이영표 선수는 울었습니다.

월드컵 4강에 오르던 그 순간에도 초롱초롱한 눈에는 그저 함박웃음만 가득했는데, 늘 웃기만 하던 이영표 선수가 울었습니다.

원정에서 치른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16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맛봤기에, 그 감동이 커서 그랬던 것인가. 나름의 추측을 했습니다. 후에 저는 그 눈물의 의미를 알게 됐죠.

“축구를 하는 동안 2가지 기적을 맛보고 싶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2002년 월드컵 당시 이룬 4강 진출이었고 다른 하나가 원정 16강 진출이었습니다. 오늘 그 소원을 다 이뤘습니다. 한국 축구가 저에게 요구한 사명을 오늘 경기를 통해 완수했다는 기쁨에 눈물이 났습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이룬 2002 황금세대 중 하나로서 책임감을 느낀 듯 했습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그는 16강 진출을 위해 뛰었습니다. 그것이 그가 받은 부름이었고 한국 축구가 그에게 맡긴 임무였습니다.

처음 축구화를 신었던 그날부터 꿈꿨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그 중심에 동거동락했던 23명의 선수들이 있었다고 말했죠.

나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이 참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감동은 바로 다음 멘트에서 이어졌죠.

“오늘은 모든 걸 잊고, 마음껏 즐기며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오늘만큼은 우리 선수 중 어느 누구도 비판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비판한다면 단호하게 오늘만큼은 그 비판을 거부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페널티에어리어에서 불필요한 반칙으로 PK골을 내준 김남일 선수를 두둔하여 한 말 같았습니다. 누군들 김남일 선수들 두둔하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경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의욕이 불러낸 안타까운 실수라고 선수들은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나 십자가를 메고 막아줄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대신 김남일 선수를 위해 방패막이 돼 주는 말을 할 수 있다면, 박지성 선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다들 나이가 어리거나 나이가 많아도 첫 번째 월드컵이었던 선수들이 많았으니 김남일 선수를 두둔하니까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박주영, 염기훈 선수가 그를 두둔하기엔 이미 지쳤기에 -지난 예선 2경기 동안 이미 축구팬들의 비난에 심히 시달린 선수들이었으니까요- 그들은 라커룸에서 조용히 “형, 괜찮아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런 가운데 오늘만큼은 비판을 거부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던 이영표 선수의 마음이 저는 참으로 멋졌고 감동이었습니다.

팀 내 캡틴은 박지성 선수이지만 뒤에서 그 캡틴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나무 같은 사람. 그가 바로 이영표 선수였습니다.

이영표 선수가 없었다면 우리는 16강 진출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16강 진출은 대표팀 선수들이 함께 이룬 기적이지만, 이영표 선수가 없었다면 그 길이 조금 더 험난했을지 모릅니다.

대표팀의 포백을 책임졌던 이정수, 조용형, 차두리, 오범석 선수 모두 수비수로 나선 첫 번째 월드컵입니다. 만약 이영표 선수가 없었다면 조직력과 호흡으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우리 대표팀의 플랫 4는 금이 가다 못해 쓰러졌을지도 모릅니다. 3번의 월드컵과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리그를 거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그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이번 월드컵에서 쏟아냈고 토해냈고 전수했습니다.

만약 저에게 대표팀 선수들 중 MVP를 주라고 한다면 저는 이영표 선수 앞으로 달려가 FIFA컵보다 더 밝게 빛날 트로피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 모든 골 뒤에는 이영표, 당신이 있었고 화려하게 스스로 빛나기 보단 팀을 위해 마지막 하나까지 아낌없이 태우는 그런 당신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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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Tag 16강 진출 병역면제, 16강 진출 병역혜택, 1966 월드컵, 2010월드컵, 4.25팀, FC서울, WBC, 가와사키, 경계인, 곤잘레스 이과인, 국방부, 기라드, 기성용, 기성용 프리킥, 김남일, 김남일 반칙, 김영후, 김정우, 김정훈 감독, 나이지리아, 남아공 월드컵,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병역논란, 대표팀 병역혜택, 대한축구협회, 디디에 드록바, 라이언킹, 리정금, 마라도나, 마라도나 사위, 마르체라노,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메시, 바르셀로나, 박주영, 박주영 골, 박주영 자책골, 박주영 프리킥, 박지성, 박지성 정대세 박카스 CF, 북한, 북한국가대표팀, 북한대표팀, 수와레즈, 수원삼성, 시망, 아게로, 아르헨티나 패배, 아르헨티나전, 아르헨티나전 패배, 에우제비오, 염기훈, 염기훈 노골, 오범석, 우루과이, 우루과이전 패배, 월드컵, 월드컵 16강, 을용타, 이과인, 이과인 해트트릭, 이근호, 이동국, 이동국 MVP, 이동국 득점왕, 이동국 월드컵, 이동국 월드컵 12년, 이동국 월드컵 한, 이동국 프랑스월드컵, 이영표, 이영표 눈물, 이을용, 이정수, 이정수 골, 이청용, 이청용 골, 자이니치, 정경호, 정대세, 정대세 어머니, 정성룡, 정성룡 득남, 정성룡 선방, 정이세, 정해성, 조국통일 세레모니, 조선학교, 조용형, 조중연 회장, 주장 박지성, 지윤남, 차두리, 차두리 눈물, 차미네이터, 차바타, 차범근, 차정혁, 천리마, 최순호, 최진철, 카르발뉴, 코카콜라 원정대, 테베즈, 티티아나, 한민족, 한반도, 호나우도, 호나우두, 호날두, 홍영조, 황선홍 밴드, 흑표범
우루과이와의 16강전. 후반 들어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남아공에서 뛰던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던 한국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그 비를 맞으며 선수들은 뛰었고 넘어졌고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섰고 그들을 보며 지구 반대편에 있던 우리는, 그들이 온몸으로 맞고 있던 그 비를 맞으며 응원했습니다.

경기는 졌지만 그들 가슴에 새긴 투혼, 이란 두 글자가 어울리던 경기였습니다. 뭐 비단 16강전만 그랬던가요.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보여줬던 경기는 투혼과 끈기가 어울렸고, 그들은 90분 내내 포기하지 않았으며 실로 아름다운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예전과 달리 빠른 패스로 공격의 주도를 잡았고, 문전을 향한 저돌적 플레이는 결국 동점골을 낳았습니다. 당황하는 대신 짧고 긴 패스를 혼용하며 기선을 잡으려는 침착함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무엇보다 돋보였습니다.

얼마 전 최진철 코치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가 열렸던 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보고 있자니 그대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고요. 관중 대다수가 홈팬인 우리 국민들었음에도, 나서 자란 대한민국에서 열린 월드컵이었지만 그래도 긴장은 컸다고 합니다. 그 거대한 긴장과 두려움이 주는 무게에 눌려 빨리 경기를 마치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경기 시작 전부터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달랐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득점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롱패스를 보여줬던 과거 ‘뻥축구’는 볼 수 없었습니다. 넓은 시야와 패싱력이 돋보이는 조용형을 시발점으로 해서 후반 들어 계속 됐던 정확한 전진패스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졌지만 이긴 것과 다름 없는 경기였다는 호평도 많았습니다. 이렇듯 우루과이전에서 우리는 희망을 봤습니다. 그러나 풀어야할 숙제도 있었죠.

수아레즈에서 선제골을 허용할 당시 정성룡의 판단 미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돌아 들어가던 수아레즈가 노마크 상황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그랬습니다. 3번째 골 상황이 오프사이드였기에 오심에 피해를 입은 결과가 됐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당시 이과인을 마크하던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특히나 자주 보였던 장면은 메시에게 볼이 갈 때마다 2명, 3명의 선수들이 그를 마크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빈공간을 향해 달려들어가던 선수들에게 위험한 상황을 자주 연출했다는 것입니다. 위험지역에서 너무나 쉽게 상대공격수를 놓쳐버리곤 말았죠.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시작했을 때부터 누차 지적되던 수비불안은 여전히 대한민국 대표팀이 해결해야할 숙제입니다.

우루과이전에서 박주영은 의욕을 갖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만들어가는 과정일 얼마나 좋았던지 간에 공격수는 골로 말합니다. 많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그 찬스는 모두 크로스바를 맞고 나가거나 허공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AS모나코에서 주전 공격수로서 유럽무대를 휘젓고 있다는 박주영지만 그는 2% 부족했습니다. 대한민국대표팀의 다른 공격수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아레즈는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시켰죠. 결정력과 집중력의 수준이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상대가 극단적으로 전원수비를 하고 있다하더라도 그 속에서 골을 만들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실력의 척도입니다. 우리가 운이 없었기에 동점골을 터뜨리지 못했다고 하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처럼 유명한 말이 운도 실력이라는 말 아니던가요.

최순호 감독은 수비숲을 뚫고 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이 좋아야한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희망적인 것은 예전과 달리 축구지능과 테크닉이 뛰어난 이청용, 기성용에서 알 수 있듯 대표팀 내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입니다. 다행히 입때껏 누차 지적되던 골 결정력 부족도 이번 월드컵에서는 많이 희석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축구계를 쥐락 펴락하는 축구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창을 더 날카롭게 보완해야겠지요.

우루과이전 후반 이청용의 동점골이 터진 이후 우리 대표팀은 공격과 수비의 전환이 빨랐고 강한 압박과 짧고 정확한 패스웍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3선의 균형도 제법 잘 맞았습니다. 때문에 우루과이 선수들은 적잖게 당황했죠. 상대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경기를 월드컵에서 본 적이 있었던가요. 아마 손에 꼽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전 희망을 봤습니다. 그리고 풀어야할 숙제 또한 함께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기에 보완을 통해 성장할 것입니다. 그래서 더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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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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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들을 자주 만나다보면 그들의 고민의 늘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군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알다시피 축구선수들은 보통 30대 초반에 은퇴를 하게 됩니다. 물론 몸관리를 잘한 선수들의 경우 -강원의 이을용, 경남의 김병지, 포항의 김기동 등이 대표적이겠지요-30대 중반을 넘어 40을 바라보는 나이에게도 현역에서 선수생활을 하지만 실제 K-리그 대다수 선수들의 이야기는 아니죠. 최근에는 오히려 선수단 평균 연령이 점점 젊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말은 곧 30살을 넘은 ‘준노장’ 선수들의 은퇴가 많아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프로선수들은 꽤 많은 돈을 손에 쥡니다. 그래도 그들은 늘 불안합니다. 축구단은 그들에게 평생직장이 아니니까요. 또 군대를 가야하기 때문에 2년이나 돈을 벌지 못하니까요. 그들에게 2년은 꽤 큰 시간입니다. 대학 졸업 후 24살에 프로에 왔다고 봤을 때, 만약 32살에 은퇴를 한다고 한다면, 그는 프로에서 8년을 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나 여기서 군대에서 보내는 2년의 시간을 빼야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6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지요. 만약 결혼을 일찍 한 선수라면 아내와 아이를 두고 군대를 가게 됩니다. 그 동안 가계수입은 ‘0’이고 그전에 저금해놓은 돈을 야금야금 까먹으면서 아내와 아이는 축구선수인 남편을 기다리겠죠.

여기까지는 보통의 K-리그 선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어린시절부터 나이대별 대표팀을 두루 역임하며 국가대표까지 입성한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에는 군대와 관련해 조금 다른 고민을 합니다. 군대 문제 때문에 자유롭게 해외진출을 하기가 힘들다는 게 그들의 고민인 거죠. K-리그와 국가대표를 오가며 얻은 명성으로 해외팀에서 오퍼가 들어오는데, 만약 그의 나이가 27세라면 축구선수로서는 딱 좋은 전성기의 나이대지만 이 나이는 이제 슬슬 군대 문제를 생각해야할 나이입니다. 28세에는 적어도 상무나 경찰청에서 군 생활을 해야 하는데, 해외 유명 클럽에서 딱 1년만 데리고 있을 선수를 위해 그 많은 이적료와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기는 힘듭니다. 차라리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 비슷한 레벨이지만 군대 문제에서 자유로운 선수를 영입하겠죠.

그래서 많은 축구선수들을 말합니다. 분단국가의 특성상 병역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국방의 의무는 국민이 지켜야할 기본 의무 중 하나다. 우리는 군대에 가기 싫은 게 아니다. 우리의 꿈을 해외에서도 펼칠 수 있도록 적어도 축구선수로 활동할 기간만은 군대문제에서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28세까지 미룰 수 있는 현 제도에서 35세 후 혹은 은퇴 후에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좋겠다. 등등의 이야기들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게 되면서 그들의 병역문제가 요즘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나이지리아전 종료 후 락커룸을 찾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저는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왜 지금?’ 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중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동안 야근에 지친 직원들에게 “고생 많았지? 오늘은 내가 쏜다!” 혹은 “직원들에게 각자 포상을 내리겠다”고 말하는 사장님 같아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군대문제와 관련해 축구선수들의 고민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바로 너무나 즉흥적인 협회의 태도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2007년 병역볍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병역특례 대상자를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제한했습니다. 기존의 월드컵 16강 진출 시 병역면제라는 조항을 없앤 거죠.

그런데 그때 협회는 당시 아주 조용하게 넘어갔습니다. 월드컵 16강의 경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했을 때만큼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의 효과가 있으니 선수들에게도 병역혜택을 줘야한다는 문제제기 조차 없었습니다. 월드컵에 진출했을 때 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16강 진출 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보고서라도 준비해 월드컵에 나서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군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그래서 지금의 박지성처럼 유럽리그를 휘젓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다져줄 수 있도록,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했던 거 아닐까요?

당시 많은 언론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에도 선수들은 군대를 가야한다는 등의 뉴스가 나왔지만 협회가 이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이 16강에 진출했으니 이제 할 일은 다했다며 다소 느슨해질 선수들을 채찍할 가능성은 큽니다. 8강을 넘어 4강진출까지 다시 한 번 노려볼 생각에 병역혜택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요?

이런 즉흥적인 모습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병역법 개정을 위해 이전부터 노력을 했더라면, 그래서 삭제된 조항이 다시 들어가거나 16강 진출 시 병역면제라는 조항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갑론을박은 나오지도 않았겠죠.

이미 다른 종목 선수들이 월드컵 16강 진출 시 병역면제 같은 자신들의 종목에서 유치하는 국제대회도 추가적으로 특례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정부는 2007년 병역특례 범위를 종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로 한정지은 바 있습니다.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의례적으로 병역면제를 받았을 때 이제는 다른 종목 선수들이 이번 대표팀의 예를 들며 병역면제를 요구할지 모릅니다. 만약 다음 WBC 대회에서 야구대표팀이 4강안에 들어갔다면 축구대표팀의 예를 들며 병역면제를 요청할 지도 모르죠. 이미 축구대표팀에 허한 ‘예’가 있기 때문에 월드컵과 WBC대회는 규모나 수준면에서 비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4강에 진출했다고 해도 병역혜택을 줄 수 없다고 과연 국방부에서 말할 수 있을까요? 그들로서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바로 ‘노’라고 말할 수 없겠죠. 그래서 이번에 그러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WBC 준우승 시에도 병역혜택을 주지 않았다며 선례를 남기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 역시 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아 더 넓은 무대에서 자유롭게 뛰며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말하고 행동하려는 협회의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깝고 슬픕니다. 병역혜택을 줘야한다, 말아야한다고 서로들 싸우기 전에 문제의 본질과 발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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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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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하루종일 월드컵 16강 진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행복하하셨죠? 축구가 우리모두의 삶을 이렇게나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웃던 하루였습니다.

그 가운데 지난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뛰었던 선배 선수들이 현 대표팀 선수들에게 감동어린 격려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을용의 편지>
다들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을 하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가슴 졸이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우리가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나이지리아에 선제골을 헌납했을 때 마치 현장에서 뛰던 선수들처럼 마음 안타까워하며 중계를 시청했고 또 응원했습니다.

국민들에게는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자 내게는 참으로 멋진, 그래서 아낄 수 밖에 없는 후배들은 기어코 해내고 말았습니다.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보며 새삼 2002년과 2006년, 태극마크가 박힌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뛰던 그 시절의 열정넘치던 제가 떠올라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당시 한솥밥을 먹으며 대표팀에 있었던 후배 이영표가 눈물 흘리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습니다. 함께 있지는 않았지만 기쁘고 감격스러워하는 그 마음이 제게도 전달돼 저 역시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며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떠나기 전에 해야할 일들 중 하나가 바로 16강 진출이었습니다. 현 대표팀에 남아있는 2002세대들에게는 어쩌면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릅니다. 주어진 시간은 짧았으나 후배들과 함께 이렇게 새로운 역사를 멋지게 썼다는 점에서 저는 마음 깊은 곳에서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세계의 벽은 높았습니다. 빅리그의 선수들과 즐비한 다른 국가들과의 대결에서 한국이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컸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는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왔으며 이제는 세계 선수들과도 해볼만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우리 가슴과 머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금 선수들은 분명 그때의 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투혼도, 열정도, 실력도, 자신감도, 모든 점에서 저보다 뛰어나는 생각을 하며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의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끝은 아니겠지요. 우리에게는 가야할 길, 개척할 길이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의 기쁨이 우리의 6월을 환희로 물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태극전사들이여, 승리의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십시오. 그리고 다시 뜁시다.


<최순호 감독의 편지>
제가 월드컵에서 뛰던 시절 대표팀의 수준이 6점이었다면 지금 대표팀의 수준은 8점 이상 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을 희망적으로 보았습니다. 축구 인프라가 발전하게 되면서 선수들 개인 기량과 조직력도 좋아졌고 내심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허정무 감독의 승부사 기질도 남달랐기에 승리를 향한 대표팀의 열망으로 이어져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 앞에서 두려워하거나 긴장하기 보다는 경기 자체를, 또 축구라는 본질 자체를 즐기는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축구는 이기기 위해서만 하면 안되고. 즐기는 마음으로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습니다. 그간 허정무 감독이 항상 강조했던 ‘즐기는 축구’가 결실을 맺게 된 것 같습니다. ‘유쾌한 도전’이 드디어 현실이 됐습니다. 16강 이후에도 선수들이 지금처럼 즐기는 축구를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최진철 코치의 편지>
용형아. 내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 나갔을 때, 그때 내 나이는 32살이었다. 서른을 넘기고 늦깍이 태극전사가 됐을 때, 기쁨보다는 마음의 부담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에서,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폴란드와 첫 경기를 치르게 됐을 때, 그라운드로 나서는 순간 관중석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의 물결을 보면서도 역시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이대로 이기지 못했을 때 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줄텐데,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던 것도, 지금에 와서 고백하지만 사실이다.

공격수는 단 한골만 성공시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수비수는 단 한골만 허용해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를 패배를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보단 내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냐는 자신감을 갖고 당당히 싸워주길 바란다. 유럽 선수들과 많이 맞서봤지만 너도 알다시피 우리 대표 선수들도 이제는 그에 뒤지지 않는 실력들을 갖추고 있지 않더냐. 우리는 강하다. 가장 두려운 적은 우리 자신일 뿐. 그것을 잊지 말아라.


<정경호의 편지>
지성아!

2002년과 2006년과 달리 이번 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의 주장으로 부임하며 선수들을 이끌어야했지. 네가 가진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캡틴’이라는 수식어도 너에게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 이제는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대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이곳 강원FC에서 2010년 새 시즌 주장으로 뛰게 되면서 모름지기 주장이란, 단순히 오른발에 차는 완장 이상의 책임과 가치를 알고 지켜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어. 네가 그렇지. 그간 대표팀 주장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 그 어려운 고비들 앞에서도 너는 흔들리지 않았고 행동으로 실천하며 선수들을 격려했지. 주장인 네가 그렇게 중심이 잡혔기에 모든 선수들이 한마음이 되어 국민들의 염원을 이뤄냈다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나는 너를 ‘국민 주장’으로 부르고 싶다.

16강까지 정말 힘들었다며 이제야 속내를 털어놨지만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이겨내는 사람. 그게 바로 너라고 생각해. 일본 교토퍼플상가 시절에도 그랬고, 이어진 네덜란드와 영국생활에서도 너는 항상 당면한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고 너의 길을 걸어 갔잖아.

고교시절 너희 학교가 강릉으로 전지훈련을 오면서부터 알고 지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2006년 월드컵때는 대표팀에서 동거동락하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는데….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전화로 늘 나와 가족의 안부를 물어보고 우리 딸 예진이의 돌 선물까지 챙겨주고. 참 속정 깊은 친구다. 너라는 사람은.

남아공에 가지 못한 아쉬움은 너의 플레이를 보며 달래고 있다. 내 몫까지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쓰는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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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대한민국 대표팀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원정에서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죠. 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같은 시간 그리스를 2-0으로 이긴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그 역사의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기쁘네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얼싸 안으며 기쁨을 표했고 이청용, 김동진, 이영표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두다 천국에 있는 기분으로 그라운드 위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이정수, 박주영, 김남일, 기성용 이 4인방의 기분이 더욱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그리스전과 비슷한 위치에서 이정수는 기성용의 킥을 받아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마치 데자뷔와도 같았는데요, 수비수로서 팀 내 최다골(2)을 터뜨렸다는 점에서 새롭게 대표팀 내 골 넣는 수비수로 등극했습니다. 그러나 마음고생은 적잖게 많이 했지요. 곽태휘의 부상으로 백업멤버였던 이정수는 소위 말하는 ‘대타’로 그의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잘하면 본전이요 못하면 곽태휘가 있어야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 테니 얼마나 부담이 컸을까요.

그런 가운데 2경기에서 팀 첫번째 골을 넣어주며 16강 진출의 초석을 만들어줬으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특히나 아르헨티나전에서 4골이나 내주며 대패했기에 주전 센터백으로서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다시 한 번 선제골을 넣어줬으니 아르헨티나전 대패 아픔을 털고 천국에 갈 수 있었죠.

그리고 박주영.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며 대패의 시발점이 됐다는 지적과 함께 주전 스트라이커로서 무득점이라는 수모를 함께 겪어야만 했습니다. 4년 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스위스전에서 자신의 파울로 얻은 프리킥이 스위스의 득점으로 연결되는 바람에 16강 진출의 좌초가 됐다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멋지게 프리킥을 성공시키며 그간의 아픔을 한 번에 털어냈습니다. 평소보다 기도가 짧았고 포효가 꽤나 길었습니다. 동료 선수들이 얼싸 안은 순간에도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하늘을 향해 소리 쳤죠. 마치 그간의 가슴앓이를 포효로 풀어내는 것 같아 새삼 가슴이 짠해졌습니다.

김남일. 그에게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 될 듯합니다. 각오가 남다를테지요. 그러나 기성용-김정우 두 중앙MF 조합에 밀려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김남일은 교체멤버로 밀려나고 말았죠. 오늘 나이지리아전이 이번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김남일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의욕이 과했던 탓일까요.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의 깊은 태클로 결국 PK를 내주고 말았고 이는 나이지리아의 2번째 골로 연결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이겨주었고 덕분에 무승부만 기록해도 조2위로 16강에 진출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남은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겠죠. 만약 졌다면 그의 축구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경기로 남았을 것이고 16강 진출 실패의 역적으로 몰렸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경기에서 천국에 와있는 듯 한 기분을 가장 강하게 느낀 사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성용. 스코틀랜드리그로 이적 이후 기성용의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는 지적이 연일 계속됐습니다. 경기에 꽤 오래 나서지 못했고 그 때문에 경기를 읽던 그만의 너른 시야, 송곳 같던 패싱력, 정확했던 프리킥력들이 빛을 잃은 듯했고 급기야는 기성용 교체설까지 팬들 사이에서 흘러나왔죠. 그러나 기성용은 월드컵 본선무대에 가까워짐과 동시에 예전의 기량을 함께 회복했고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의 선제골을 모두 그의 킥으로 도왔습니다. 이정수의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올려준 기성용의 프리킥은 기라드라는 별명 대신 기긱스라고 불리기도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그간 절친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표현은 못했겠지만 많이 부러웠을 것입니다. 왜 자신에게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는지 자책도 많이 했을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목표의식이 뚜렷한 기성용이니까요. 그러나 그는 골보다 멋진 프리킥으로 팀을 도우며 누구보다도 밝게 빛났습니다. 그간의 우려도 한순간에 불식했고요.

90분이 900분처럼 느껴졌다며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던 주장 박지성의 말처럼, 쉽지 않은 길이었지요. 16강으로 가는 길은요, 하지만 16강이 이 길의 끝은 아니기에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하며 뒤에서 지켜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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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44년만의 꿈은 그렇게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갔습니다.

21일 케이프타운 그린포티인트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북한은 포르투갈에 0-7로 대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2002년 월드컵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0-8로 패한 이후 근래 들어 가장 큰 점수 차로 패한 경기로 남게 됐습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은 아시아국가 중 최초로 8강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포르투갈을 3-0으로 앞서 나가며 4강 신화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쓸 뻔 했지만 국제 경기 경험이 부족했던 북한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후 흑표범 에우제비우에게만 4골을 내주며 3-5로 역전패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이 보여준 모습은 호평을 받기도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44년 만에 다시 세계무대에 나선 북한. 지난 브라질전에서 보여준 경기 역시 1-2로 패했지만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벽은 44년보다 높았습니다. 44년 전 4골을 넣으며 북한 선수들의 선전을 8강에서 멈추게 만들었던 에우제비우는 자신의 후계자 호날두가 팀의 6번째 골이자 이번 월드컵 첫 골을 뽑아내자 엄지손가락을 들며 기쁨을 표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대세의 민족통일 염원 세레모니를 보지 못해 아쉬웠고 전반까지 밀어붙이던 기세가 후반 들어 급격히 무너지며 연속골을 내리 헌납하는 북한 선수들의 모습 역시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북한대표팀의 김정훈 감독의 경기 후 기자회견이 참으로 인상적이더군요. 김정훈 감독은 0-7 대패를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그것도 가장 큰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월드컵에서 감독 자신의 잘못이라며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김정훈 감독의 경기 후 소감은 참으로 덕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감독의 전술이 완벽하지 못했기에 많은 실점을 한 것 같다”며 상황에 맞는 전술을 제때 구사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습니다.


또 “실점 후 득점으로 만회하려고 하는 욕심이 강하다보니 공수의 조화가 맞지 않았다”며 “선수들이 흥분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이를 조절하지 못했다”며 다시 한 번 감독의 능력 부족으로 담담히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연달아 골을 허용하다 보면 선수들은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입니다. 미드필더까지 공격을 위해 전방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패스미스가 발생하다보면 단 한 번의 미스가 또 다시 실점으로 허용되기 쉽습니다. 대량실점은 이렇게 일어나게 되는 거죠. 오늘 포르투갈전에서 보여준 북한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전반까지도 견고했던 북한의 수비가 후반 8분 시망에 2번째 골을 허용하고 난 후 급격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비가 많이 내렸고 국제무대 경험이 미천한 북한 선수들은 이러한 악천후 속에서 전반 체력을 이미 너무 써버린 듯 했습니다. 90분 동안 체력을 안배하며 뛰어야했음에도 조국에 1승을 안겨주겠다는 마음이 컸던 탓인지 전반에 그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쓰고 말았단 것이죠.

북한의 돌풍을 기대했던 사람으로서, 그래도 휴전선만 있을 뿐 본디 한민족이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의 대패는 많이 아쉽습니다. 홍영조, 정대세 등 북한의 젊은 피들이 이번 대회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패배의 아픔 속에서도, 감독으로서 오히려 더 많이 힘들어하고 아파할 선수들을 다독거리고 감싸주는 북한대표팀 김정훈 감독의 모습을 보며 저는 크나 큰 아쉬움 속에서도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감독의 격려 아래 다시 명태 먹고 ^^ 마지막 경기 코트니부아르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며 다음 대회를 기약할 것이라 믿습니다. 아름답게 마무리할 북한대표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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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최근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의 뺨을 때린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유도국가대표 왕기춘 선수가 자신의 팬카페에 “앞으로 매트에 서는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라며 은퇴를 시사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왕기춘 선수는 얼마 전 열린 2009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73kg에서 우승, 베이징올림픽 은메달의 설움을 극복하며 세계선수권 2연패라는 금자탑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때 아닌 은퇴 선언은 모두에게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었는데요, 아마도 폭행시비가 생긴 장소와 폭행 대상이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이러한 발언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수입장에서 올 한해 가장 큰 국제대회는 세계선수권이었고 그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운동에만 집중했던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었겠죠. 그간 못 보던 친구들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장소가 하필 나이트클럽이었고 피해여성은 자신의 친구를 데리고 나가려는 모습에 놀라 따라갔다가 시비가 붙고 뺨을 맞았다고 하니 사건은 일파만파 파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거나 뺨을 조금 세게 만진 수준이었다고 하여도 폭행은 폭행이고, 더구나 여성에게 가했다는 점에서 더욱 용서받기 힘들 듯합니다.

최근 들어 운동선수들의 스캔들이 자주 터지는 듯합니다. 한데 연예들보다 선수들의 스캔들이 대중에게 충격 내지는 놀라움으로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까닭은 모름지기 운동선수라면 술, 담배, 이성은 멀리해야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캔들이라는 게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자주 발생하다보니 스캔들은 선수들의 또 다른 일탈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때문에 대중의 반향동안 클 수밖에 없는 거죠.

얼마 전에는 이천수 선수가 술집에서 여성에게 폭행을 가했다며 고소를 당하기도 하였는데요, 운동선수와 여자는 정말 따로 놓기 힘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불과 국내에만 국한되나요. 박지성 선수가 몸담고 있는, 그래서 우리에게는 국민클럽처럼 여겨지고 있는 맨체스터Utd. 역시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들이 자주 여자문제로 시끌시끌했었죠.

2007년에는 맨체스터Utd. 선수들이 주최한 크리스마스 파티(해마다 맨체스터Utd. 선수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크게 열기로 유명하죠. 이적 초반에는 박지성 선수에게도 파티에 초대받아 간적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었죠. )에서 조니 에반스가 26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었죠.


여성 문제로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린 사람은 아무래도 C. 호날두가 아닐련지요.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는 건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2년 전 매춘부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나니, 안데르손 등 라틴계 선수들과 함께 파티를 벌인 일은 솔직히 쉽게 넘어가기는 힘든 사건이었죠.

현장에서 선수들을 접하다보면 이런 저런 고민들을 듣게 됩니다. 젊은 날 폭발적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보여줘서 인정을 받아야하는데, 그 시기가 남들보다 길었으면 한다는 것. 그것이 대다수 운동선수들의 목표입니다. 국가대표가 꿈인 선수들도 많지만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꿈보다는 프로에서 선수생활을 오래하고 싶다는 게 꿈인 선수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은퇴 후에는 선수시절 벌었던 연봉만큼의 소득이 보장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들은 더 오래 뛰길 바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운동에 해가 되는 술, 담배, 여자를 멀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선수들은 언제나 정해진 스케쥴 안에서 움직이며 경기를 앞두고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싸워가며 운동을 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이 받겠나요. 특히나 경기 결과에 따라 스트레스의 강도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이 단명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오는 것이겠지요.

시합이 끝나고 외박이나 휴가가 주어지면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에 손을 대며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게 바로 술과 여자입니다. 그런데 사실 전 휴가 때 술 마시고 여자 만나는 선수들에게 차마 돌은 던지지 못하겠습니다. 정말 군인처럼 일년에 쉴 수 있는 날이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시간에도 몸에 좋은 것만 먹고 일찍 자야한다면... 친구들과 술 마시며 회포를 푸는 것만으로도 직장 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걸 아는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은 못하겠더군요.

그러나, 역시나 조절은 필요하겠지요. 고참 선수들은 여자를 만나는 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오버’를 하는 바람에 몸이 축나기 때문이라고 다들 입을 모아 말합니다. 남녀사이를 가까워지게 만드는 게 술이고, 여자를 만나면 꼭 술이 함께 있게 되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어 몸이 축난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세상은 잘나가는 운동선수들이 살기엔 너무 많은 유혹들로 가득 차 있죠. 리그가 발전함에 따라 선수들의 연봉은 일반 회사원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기만 하고, 명예와 인기를 동시에 얻습니다. 거기에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까지 갖고 있는 터라 모델 못지 않은 옷발을 자랑합니다. 그런 남자들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않을 여자들은 없겠죠.

하여 제 주변 선수들만 봐도 무수히 많은 여자들에게서 연락이 쏟아지더군요. 심지어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에게도 No.2가 되도 좋으니 만나자, 바람이나 피자며 육탄공세를 안가리기도 하고요. 운동 선수들에 한해서 나이트나 가라오케 가격을 깎아주기도 하고요. 거기에 지갑은 늘 두둑하니 유흥에 빠지기 쉬울 수도 있겠죠.

뭐 그래도 전 선수들이 휴가 때 여자랑 데이트도 하고 술도 마시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는 편입니다. 반복되는 훈련과 시합, 그리고 경기 결과에 따른 희비 속에서 늘 초조하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휴가에도 성직자 같은 삶을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과유불급은 좋지 않는 법이므로 스스로 정한 ‘룰’에 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제가 이해하는 선은 보통 여자를 만나도 카페 데이트를 하거나 술이 고파도 맥주 몇잔에 국한되는 것이겠지요. 하여 닥치는 대로 여자 만나고 미친듯이 술 퍼마시는 선수는 이해못하겠습니다.

K-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인 김기동 선수나 U-20대표팀 서정원 코치 같은 경우는 지금도 탄산음료를 입에 대지 않습니다. 술자리에서 녹차를 마시고요, 인스턴트 식품 또한 멀리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김기동 선수는 현역 최고령 득점 기록을 갖고 있고, 그의 매 경기가 곧 기록 갱신의 순간이니 살아있는 레전드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정원 코치 역시 바른생활 덕분에 30대 후반에도 오스트리아리그에서 최우수 선수로 뽑히며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이어나갔던 것이고요. 확실히 유혹을 이겨가며, 극기의 고통을 이겼을 때 확실히 하늘은 원하는 것을 내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하나를 잃는다는 것은 결국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희생이 있어야함을 뜻합니다. 하고 싶은 걸 다하면서 원하는 걸 이루긴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아마추어 선수들일지라도 마음과 행동만큼은 프로처럼, 그리고 프로선수들은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력해야하는 것이겠지요.

그럴 때 대중은 비로소 존경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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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자 가장 위험한 무기이다.” 포르투갈과 체코와의 유로2008 A조 예선경기가 열린 스타드 드 제네브 스타디움. 결과는 3-1 포르투갈의 완승으로 끝났다. 체코의 패장 카렐 부뤼크너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그’를 가리키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바로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다. 유로2008 조별리그까지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가 세운 기록은 1골1도움. 수치상으로는 미약한 느낌이나 내용적으로는 영글었다는 평이 벌써부터 자자하다.




자국에서 열린 유로2004에서는 포르투갈의 기대주에 불과했던 호나우도가 불과 4년 만에 세계 축구의 흐름을 지배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거대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유럽의 진정한 별이 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유럽을 손안에
2007-08시즌 맨체스터Utd.는 행복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tm리그 우승컵을 모두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행복했던 ‘레드 데블’은 단연 호나우도였다. 그는 맨체스터 Utd.가 리그 2연패를 달성하고 ‘꿈의 무대’를 제패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자리매김 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31골, 챔피언스리그에서 8골을 터뜨리며 두 대회 공히 득점왕에 올랐는데 주 포지션이 오른쪽 윙어란 점을 감안한다면 가히 경이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기록이었다. 퍼거슨 감독 또한 루니와 테베즈가 부상 등의 이유로 전방에서 이탈할 시에는 호나우도를 톱으로 기용하며 그의 공격력에 신뢰를 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스카이스포츠 해설자 제이미 레드넵은 “공격 전 지역 소화가 가능하다. 그만큼 경기를 장악하고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그의 왕성한 움직임을 높게 평가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호평 역시 인상 깊다. 최근 그는 호나우도를 페르난도 토레스와 함께 2007-08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로 지목했다. 이렇듯 축구인생 최대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호나우도에게 유로2008이 찾아왔다. 축구가 흐름의 영향을 받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호나우도를 향한 기대감은 실로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카이스포츠 해설가 제프 스텔링은 “잉글랜드에서 보여 준 득점력을 세계무대에서도 보여주게 될 것”이라 말했고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인 매트 르 티지어도 “리그에서 얻은 자신감은 유로2008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포르투갈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찬스를 만들어 주느냐가 문제일 뿐”이라며 낙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스코틀랜드 국가대표 출신 앨런 맥키널리 역시 “호나우도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시련을 이겨낸 성장사
기실 유럽선수권은 호나우도에게 각별한 무대다. 안방에서 열린 지난 유로2004를 통해 비로소 ‘입신양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호나우도는 그리스와의 개막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하며 신성의 신호탄을 쐈다. 개막전골에 이어 네덜란드와의 4강전에서도 선제골을 기록한 그는 단 2번의 골로 이 대회 ‘Team Of the Tournament’ Best11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덕분에 호나우도가 누린 인기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고, 대회 기간 중 리스본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호나우도 마킹 유니폼이었다. 때문에 그리스와의 결승전 패배 직후 주저앉아 흐느끼던 호나우도 모습에 눈시울을 적신 축구팬들 또한 적잖았다.

유로2004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활약에 힘입어 호나우도는 그해 ‘올해의 U-21유럽선수상’을 수상했고, 덕분에 10대의 마지막 순간을 화려하게 마칠 수 있었으니 유로2004는 여러모로 특별할 수밖에 없던 대회였다. 이후 호나우도는 피구, 후이 코스타, 파울레타 등으로 대표되는 ‘골든제너레이션’의 뒤를 이을 ‘넥스트 골든제너레이션’의 대표 기수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2006월드컵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다소 부진한 감이 없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2002월드컵 예선탈락의 트라우마를 씻어내고 4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그는 6경기에서 단 1골을 기록했을 뿐이다. 더구나 8강전에서는 루니의 퇴장을 부추겼다는 비난까지 한 몸에 받았다. 월드컵 이후에도 연이어진 언론과 팬들로부터의 뭇매를 견디기 힘들었는지 사실상 프리미어리그를 떠날 결심을 했지만 퍼거슨 감독은 채비를 하던 그의 발목을 잡았다. 계약기간을 2010년까지 연장하고 주급을 4배 가까이 인상하는 등 퍼거슨 감독의 끈질긴 회유 끝에 호나우도는 결국 맨체스터에 남기로 마음을 돌렸다. 팬들은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와 악담을 보냈지만 시련 속에 성장한 ‘프로’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2005-06시즌을 9골로 마감했던 호나우도는 2006-07시즌 그 곱절인 17골을 터뜨리며 프로데뷔 최고 기록을 세웠다. 물론 이 기록은 다음 시즌 31골로 다시 깨졌지만 말이다.

충고를 새겨듣다
이렇듯 발전의 발전을 거듭한 호나우도지만 그에게도 단점은 있었다. 우선 패스보다는 돌파를 즐겨하는 독단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문제였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수비수를 따돌리는 현란한 드리블은 그를 세계 정상급 스타로 만들어 줬지만 때론 무리한 돌파가 팀 공격의 흐름을 끊는 ‘악재’로 작용했다. 한때 라이언 긱스는 스카이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호나우도의 지나친 개인 플레이가 팀 조직력을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참을성 부족한 성격도 문제였다. 경기 도중 종종 상대에게 ‘보복성 태클’을 가하는 일이 발생했고 급기야 2007년 8월 포츠머스와의 리그 경기 중에는 ‘박치기’까지 선보였다. 후반 40분 코너킥 상황에서 자리싸움 중 자신을 마크하던 리차드 휴즈의 거친 수비를 참지 못하며 ‘보복성 박치기’를 가하고 만 것이다. 그간 ‘호나우도 감싸기’로 일관하던 퍼거슨 감독도 “이번 기회에 스스로를 자제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며 따끔하게 충고했다. 다행히 호나우도는 일련의 충고들을 새겨듣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곧 단순히 ‘스타’가 아닌 ‘월드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가 됐다.

2003년 맨체스터Utd.입단 이후 줄 곳 한 자릿수 득점(2003-04시즌 4골/2004-05시즌 5골/2005-06시즌 9골)만 올린 호나우도에게, 맨체스터Utd.의 전설 에릭 칸토나가 “골 결정력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자 이후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터뜨리며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호나우도는 유로2008에서 누차 지적되던 단점의 껍질들을 완전히 벗어 던지며 비로소 ‘환골탈태’했다.

다시 태어나다
일단 정신적으로 성숙된 모습이 눈에 띈다. 포르투갈은 유로2008 조별리그에서 2연승을 거두며 가장 먼저 8강행을 확정지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크로아티아가 독일을 꺾는 이변이 있지 않았던가. 우리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혹시라도 엄습할 자만을 경계했다. 그는 또 “축구는 팀 스포츠다. 우리는 한 팀으로 움직였고 팀을 위해 희생했다”며 오로지 조직력에 기반한 플레이를 선보였음을 강조했다. 앞선 발언대로 이번 유로2008에서 호나우도가 보여준 모습은 철저히 팀 중심적이었다.

통계치가 이를 설명해준다. 조별리그 2경기 동안 호나우도는 데코에게 11개의 패스를 보냈고 17번의 패스를 받았다. 여기서 데코를 향한 11개의 패스는 페레이라에게 보낸 패스(14개) 다음으로 많다. 이는 곧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데코가 적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풀백으로 나선 페레이라에게 가장 많은 패스를 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윙어라면 윙백에게 잘 패스할 줄 알아야 한다”던 소속팀 선배 긱스의 충고를 받아들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골 욕심도 버렸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터키전에서 호나우도는 활발히 움직이며 수비수를 몰고 다녔고 이는 곧 동료들에게 빈 공간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진가가 더욱 돋보였던 경기는 예선 2차전 체코전이다. 이날 포르투갈이 기록한 3골은 모두 호나우도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전반 8분 문전 앞을 파고들다 골키퍼 체흐에 걸려 넘어졌지만 이때 흐른 공을 달려들던 데코가 선제골로 연결시켰다. 어시스트로 잡히진 않았지만 전적으로 호나우도의 공이 컸다. 이후 호나우도는 1-1로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던 후반 18분 데코의 패스를 받아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렸고 후반 인저리타임에는 콰레스마의 쐐기골을 도왔다. 체흐와 1-1로 맞서는 상황이었지만 욕심내지 않고 반대편에 달려오던 콰레스마에게 패스를 내준 장면은 ‘호나우도가 진정 달라졌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패스의 질 또한 뛰어났다. 예선 2경기에서 호나우도가 보여준 패스 성공률은 68%. 팀 평균 성공률인 75%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지만 주전급 활약을 한 공격진들 사이에서 데코(69%) 다음으로 높은 성공률이다. 특히 터키전(59%)보다 다음 경기인 체코전(75%)에서 성공률이 높아졌다는 점은 그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황금 세대의 부활을 위하여
지난 체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인상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주장 누노 고메스가 교체 아웃되되며 어깨에 차고 있던 완장을 호나우도에게 직접 채워준 것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동기부여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 결과 그는 더 많은 드리블과 더 많은 패스를 했고, 결국 팀의 득점으로 이어졌다”며 ‘작전’으로서의 의미를 부각시켰지만 이는 앞으로 그가 포르투갈 축구를 이끌어갈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임을 시사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이 점점 호나우도에게 부가되고 있다.

덧붙이자면 호나우도가 클럽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며 활약한 기간과 맨체스터Utd.가 2002-03시즌 이후 지속된 ‘무관의 한’을 극복하며 리그 2연패를 제패한 시기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는 충분히 포르투갈 대표팀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만큼 모두가 호나우도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본디 영웅은 위기에 강한 법이다. 화려함으로 모두를 매료시킨 이 젊은 용사가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늘 마지막 문지방을 넘지 못한 과거를 딛고, 난관들 속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해야만 한다. 발롱도르 수상은 그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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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쏟아지던 빗속에서 펼쳐진 승부차기 끝에 맨체스터Utd.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선연한데, 어느새 2008-09시즌이 시작됐다. E조에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석권한 맨체스터Utd, 프리메라리가 2위로 깜짝 등극한 비야레알, 스코틀랜드리그 절대강자 셀틱, 덴마크 슈페리가 챔피언 올보르그가 만나 16강행을 결정짓기 위한 일대 격전을 펼치게 된다. 일단 지난 시즌과 비교해 전력 누수가 크게 없는 맨체스터Utd.가 조1위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남은 티켓 1장의 향방인데, 1998년 1부리그 승격 이후 고속성장 중인 비야레알의 우세가 점쳐지는 판세다. 하나 꾸준히 꿈의 무대에 얼굴을 내민 관록의 셀틱과 덴마크 특유의 힘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올보르그 역시 결코 만만히 볼 수만은 없는 형국이다.

2연패에 도전하는 레드 데블스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최근 2연패를 기록한 팀은 AC밀란으로, 10여 년의 시간(1988-89, 1989-90)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별들의 전쟁에서 트로피 방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싶은 맨체스터Utd.는 일찌감치 올 시즌 목표를 ‘챔스 2연패’로 세워놨다.

하지만 시작부터 돌부리가 가로막았다. 팀 공격의 절반이라 일컬어도 과언이 아니었던 호나우도가 이적설에 이어 ‘노예’ 발언으로 한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퍼거슨 감독의 오른팔 케이로스 수석코치마저 포르투갈 대표팀으로 떠나고 말았다.

다행히 1990년대 초반 맨체스터Utd.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필란을 새 수석코치로 임명하며 재빨리 ‘난 자리’를 메웠고, 호나우도를 붙잡은데 이어 이적시장 문이 닫히기 전 베르바토프를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베르바토프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 전쟁에서 얻은 가장 귀한 전리품으로서, 그의 합류는 곧 루니-호나우도-테베스-베르바토프로 이어지는 ‘新판타스틱 공격 4인방’의 탄생을 가능케했다. 지난 시즌 26골을 합작하며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던 루니와 테베스 투톱에, 날로 진화 중인 호나우도를 지켜냈다는 사실도 든든한데, 여기에 패싱력 키핑력 결정력을 고루 갖춘 불가리아산 병기 베르바토프까지 더했으니, 퍼거슨 감독의 말을 빌려 적자면 실로 “환상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조 추첨 결과 정도쯤 되겠다. 퍼거슨 감독은 “이동 거리가 멀지 않아 다행이다”며 추첨 결과에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간 맨체스터Utd.는 셀틱과 비야레알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친 바 있다. 특히 비야레알과의 만남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일 정도다. 2005-06시즌 조별예선에서 비야레알과 처음으로 대결을 펼친 맨체스터Utd.는 홈과 원정 모두 득점 없이 비겼고, 결국 1승3무2패를 기록하며 예선탈락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해 겨울 맨체스터Utd.가 조 최하위에 머물며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반면 비야레알은 해를 넘겨 4강까지 진출하며 승승장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른 국면이다. ‘더블’의 영광을 이뤄낸 스쿼드를 그대로 지켜낸 맨체스터Utd.이기에, 무패행진(9승3무)으로 우승까지 이룬 지난 시즌의 기세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3년 만의 나들이
별들의 무대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내민 게 2005-06시즌이니, 무려 3년 만에 재입성한 비야레알이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를 뿐 아니라 스쿼드 면면에서도 부족함이 없기에 맨체스터Utd.의 독주를 저지할 E조 내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양웅 중 하나였던 바르셀로나를 일찌감치 제치고 2위에 올랐던 자신감이 이번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 시즌 29골을 합작했던 공격조합 니하트와 로시가 부상으로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나 바야돌리드에 영입한 킬러 요렌테와 미국 유망주 알티도어, 노장 프랑코가 그 공백을 고루 메울 예정이다. 중원은 ‘만능살림꾼’ 세냐가 변함없이 지키고 있으며, 마요르카에서 활약했던 ‘Great passer’ 이바가사와 스피드가 좋은 카솔라가 활발한 측면공략으로 챔피언스리그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이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강력한 구심점, 페예그리니 감독의 지도력도 눈여겨봄직하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2004년 부임 이래 2004-05시즌 리그 3위, 2005-06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2007-08시즌 리그 2위 등의 호성적을 거두며 비야레알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게다 지난 시즌에는 UEFA컵에 출전, 리그와 유럽대항전을 병행하며 운영 감각을 익혀왔기에 선수단 지도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 미드필더 피레스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2위로 예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탈락하고 말 것이다. 주의 깊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발언을 남겼다. 요컨대, 선수단 전체가 16강 진출을 위해 경계심을 늦추고 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같은 자세라면, ‘노란 잠수함’의 항해는 32강에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의 강호와 도깨비팀
셀틱은 레인저스와 함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양강’으로 분류되는 저력의 팀이다. 리그 1,2위를 오가는 호성적 덕분에 거의 매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자산이다. 최근엔 2시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E조 최강으로 분류되는 맨체스터Utd.를 상대로 이겨본 경험(2006-07시즌 32강 2차전/1-0승)까지 갖고 있기에 마지막까지 16강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 예상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지난 시즌 득점왕(25골) 맥도널드가 사타구니 부상으로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프리킥의 마술사’ 나카무라와 아일랜드의 ‘호나우딩요’ 맥기디의 측면공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덴마크의 올보르그는 베일에 가려진 ‘도깨비’ 같은 팀이다. 1998-99시즌 덴마크 리그 우승 이후 9시즌 만에 리그 정상을 차지하며 실로 오랜만에 꿈의 무대를 밟게 됐다. 처음으로 참가했던 1995-96시즌에는 1승1무4패라는 최하위 성적으로 조별예선에 탈락, 높은 벽을 실감했고 1999-00시즌에는 3차예선에서 디나모 키예프와 접전을 벌였으나 합계 3-4(홈1-2, 원정2-2)로 패하며 32강 문턱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물론 선수단 면면으로 살펴 봤을 때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6-07시즌 조별예선에서 맨체스터Utd.(1-0)와 셀틱(3-1)을 홈에서 꺾으며 덴마크 축구의 매운 맛을 보여준 바 있는 FC코펜하겐처럼 덴마크 특유의 조직력을 살린다면, 또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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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A조
6월11일 체코(1) VS 포르투갈(3)

4년 전 유로2004에서 나란히 4강까지 올랐던 포르투갈과 체코는 객관적으로 A조에서 8강 진출이 가장 유력한 국가로 꼽혔다. 맞대결에 앞서 각각의 서전도 승리로 장식했던 터였으니 보다 흥미로운 일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분위기가 같지는 않았다.




결과와 내용 모두 완벽에 가까웠던 터키전 승리 후 포르투갈은 자신감이 충만했고 만족스럽지 않은 과정 속에 어렵사리 개최국 스위스를 꺾었던 체코는 무언가 불안했다. 더군다나 포르투갈에는 호나우도라는 걸출한 플레이어가 있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포르투갈에는 호나우도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체코의 수비라인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선제골을 허용했을 때 자칫 쉽게 무너질 수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불과 10분 뒤 코너킥을 통해 동점을 만들며 균형추를 돌려세웠다는 점이다. 실상 이후 한동안은 밀고 밀리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짚자면, 밀었던 포르투갈에 체코가 밀리지 않았을 뿐이다. 데코를 축으로, 호나우도가 거침없었던 포르투갈의 공세는 그야말로 파괴력이 넘쳤으니 이를 버터냈던 체코의 수비력과 수문장 체흐의 능력에도 박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후반 18분 데코의 패스에 이은 호나우도의 슈팅으로 체코와 체흐는 무너졌다. 인저리타임 콰레스마의 추가골로 3-1 종료. 포르투갈은 2연승으로 8강행을 확정지었고 체코는 답답해졌다.

6월15일 터키(3) vs 체코(2)
포르투갈의 진출과 스위스의 탄락이 확정된 상황이었기에 이날 맞대결의 승자가 8강행 티켓을 거머쥐는 외나무 승부였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아무래도 이름값을 견줄 때 체코가 다소 유리하지 않겠냐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는 동일한 압박감에서 이름값보다 중요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기세’였다. 앞서 포르투갈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체코. 반대로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역전골로 기사회생했던 터키. 분위기는 사뭇 달랐고 이것이 결국 성패를 갈랐다. 실상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던 체코다. 전반 34분 콜레르가 축복받은 신체를 앞세운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은 것이 컸다. 더구나 후반 17분에 플라실이 추가골까지 기록했으니 이것으로 끝났다는 느낌이 강했다. 공격 쪽으로의 조직력은 미흡했으나 여전히 막아내는 견고함은 흠잡을 데 없었던 체코의 전력을 감안할 때 2골차는 터키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예기치 않은 전개가 흐르기 시작한다. 후반30분 2차전의 ‘신데렐라’ 아르다가 만회골을 터뜨리며 일방적이던 물줄기를 차단했다. 새내기의 패기는 행운까지 불러왔는데, 종료 3분을 남기고 철옹성 같던 체코 골키퍼 체흐의 실수를 틈타 니하트가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하는데, 다잡았던 승리가 물거품 되자 체코는 심히 흔들렸고 다시금 니하트의 비수에 꽂힌 지난 대회 4강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B조
6월8일 독일(2) VS 폴란드(0)

2006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맞붙었던 질긴 인연이 유로2008에서도 계속되며 독일-폴란드는 B조 예선 중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지난 월드컵 때와 다르지 않았다. 독일은 우승 후보다운 짜임새를 과시하며 한 수 위의 전력을 선보인 반면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 속에 깜짝 이변을 노린 폴란드는 전차군단 앞에서 또 한번 분루를 삼켜야 했다. 차대전 당시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유태인 학살로 인해 ‘유럽의 한일전’이라 불리는 라이벌전답게 양 팀은 경기 시작과 함께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전반 20분, 0-0의 팽팽한 흐름을 깬 건 ‘운명의 장난’처럼 폴란드 태생의 클로제와 포돌스키였다. 클로제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는 발락의 패스를 이어받아 포돌스키에 연결, 선제골을 만들어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독일의 ‘세밀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선제골을 빼앗겼지만 폴란드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벤하커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며 부진했던 주라프스키를 빼고 브라질 출신으로 대회 직전 귀화한 게레이로를 투입한 것. 게레이로는 투입과 동시에 날카로운 패싱력을 선보이며 폴란드의 공격에 숨을 불어넣었지만 독일의 골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폴란드의 역공도 잠시, 포돌스키는 환상적인 발리슈팅으로 또 한번 폴란드의 골망을 흔들었고 그의 ‘또 다른 조국’은 그대로 쓰러졌다.

6월12일 크로아티아(2) vs 독일(1)
1차전에서 똑같이 승점 3점을 획득했건만 독일은 폴란드를 상대로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을 선보였던 반면, 크로아티아는 한 수 아래 오스트리아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따라서 전차군단으로 승부의 추가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독일을 물리쳤고 세간의 예상이 틀렸음을 보란 듯이 증명했다. 강력한 수비조직력과 중원에서의 우세가 빚어낸 값진 승리였다. 1차전과 동일하게 꾸려진 크로아티아의 포백라인은 전차군단의 예봉을 철저히 무력화시켰고 공격시, 모드리치의 볼배급을 기반으로 빠른 역습 전개를 시도하며 전차군단의 수비진을 당황케 했다. 반면 독일은 유난히 무기력했다. 최전방에 투입되는 패스는 번번이 차단당했고 세트피스와 중거리 슈팅에 의존한 채 공격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전반 24분 프라니치의 크로스를 받은 스르나가 기습적인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전반을 리드한 채 끝마쳤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뢰프 감독은 얀센을 제외하고 오돈코를 투입,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오히려 후반 17분 올리치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패배의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워졌다.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포돌스키의 만회골로 추격의지를 불태웠지만 경기를 뒤집기에 크로아티아의 수비력은 매우 촘촘했다. 1998월드컵 8강에서의 완승(3-0)에 이어 또다시 메이저무대에서 전차군단을 물리친 크로아티아의 8강행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C조
6월9일 네덜란드(3) VS 이탈리아(0)

무려 30년 동안 ‘낮은 땅’을 지배한 징크스가 있었다. 네덜란드는 1978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단 1번도 이탈리아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선기간 네덜란드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공격력을 떠올리며 오렌지군단의 ‘아주리 징크스’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카테나치오’로 월드컵을 제패한 이탈리아를 상대로 3골이나 뽑아내며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모든 것은 전반26분 PA 왼편에서 슈나이더가 보낸 낮고 빠른 패스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반 니스텔루이 발에 맞고 들어감과 동시에 분위기는 네덜란드 쪽으로 기울었다. 5분 후 반 브롱코스트의 다리에서 시작해 쿠이트의 머리를 거친 패스를 슈나이더가 환상 발리슛으로 마무리 지었을 때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강하고 빨랐던 네덜란드에 반해 이탈리아는 시종일관 무거웠고 또 무력했다. 토니는 외롭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고립됐고 이따금씩 머리를 향해 올라오는 크로스를 보며 뛰기 바빴다. 그러나 오이에르와 마티센, 두 센터백에 가로막히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AC밀란이 자랑하는 중원의 삼총사 가투소 피를로 암브로시니는 중원장악에 실패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이탈리아의 중요한 패인으로 분석됐다. 가투소의 터프한 장악력을 찾을 길이 없었고 악전고투하던 피를로는 안쓰러움마저 자아냈다.

6월17일 프랑스(0) VS 이탈리아(2)
개막 전만 해도 우승 후보 간의 만남으로 이목을 끌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벼랑 앞에서 가진 대결이었다. 도메네크 감독은 지난 네덜란드전에서 무려 4골이나 허용한 수비라인에 변화를 줬다. 체력저하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튀랑 대신 아비달에게 중앙수비를 맡긴 것. 이에 맞서는 이탈리아는 카사노-토니 투톱으로 공격에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도메네크 감독의 무리한 용병술은 결국 ‘화’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센터백’이라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아비달은 불편해보였고 계속해서 토니에게 뒷 공간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선보였다. 급기야 전반 23분에는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만든 토니에게 무리한 반칙을 가한 뒤 레드카드로 경기장을 떠나고 말았다. 키커로 나선 피를로는 빠르고 강한 슈팅으로 선취골을 기록했다. 실점도 실점이나 전반 10분 리베리가 부상으로 교체된 데 이어 아비달까지 레드카드로 잃었으니 프랑스 입장에서는 전의를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프랑스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17분 데 로시의 프리킥이 벽을 쌓았던 앙리의 발을 맞고 굴절되며 이탈리아의 2번째 골로 연결된 것이다. 같은 시각 루마니아를 2-0으로 누른 네덜란드의 ‘덕’까지 보태 이탈리아는 조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고 지네딘 지단의 은퇴 이후 첫 메이저대회에 나선 프랑스는 총체적인 부진 속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D조
6월10일 스페인(4) VS 러시아(1)
‘에이스’ 아르샤빈이 지역예선 최종전에서 퇴장을 당해 본선 2경기에 나설 수 없었고, 2007-08UEFA컵 득점왕 포그레브니야크는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V.베레주츠키의 부상으로 줄곧 손발을 맞춰온 플랫3 대신 익숙지 않은 플랫4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러시아는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필드에 나서야했고 그러한 약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물론 스페인은 조직력이 정비되지 않은 러시아의 약점을 놓치지 않고 유효적절하게 공략했다. 스페인이 기록한 4골 모두 상대공격 차단 후 기습적인 역습에 의한 카운터 펀치였다. 전반20분 카프데빌라가 수비진에서 단박에 넘겨준 볼을 토레스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비야에게 이어주며 첫골을 만들어냈고, 전반44분 카프데빌라-이니에스타-비야로 연결된 단 2번의 패스로 골 폭죽을 쏘아 올렸으며, 후반30분에는 파브레가스가 센터서클 부근에서 넘겨준 원터치 패스를 비야가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러시아의 혼을 빼놓았다. 4번째 파브레가스 골 역시 비야의 저돌적인 역습돌파가 시발점이었다. 물론 러시아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전반23분 시체프의 크로스를 지리아노프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포스트를 맞추는 등 불운도 따랐다. 그때 ‘정점’을 찍어줬더라면 결과가 이렇게까지 참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참이나 늦은 후반41분 코너킥을 파블류첸코가 헤딩골로 연결했지만 러시아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6월14일 스웨덴(1) VS 스페인(2)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온 호적수끼리 대결답게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일단 먼저 폭발한 쪽은 스페인이었다. 전반15분 실바의 크로스를 토레스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발에 맞추며 자신의 유로대회 1호골을 터뜨렸다. 허나 전반24분 '위험지역의 파수꾼' 푸욜이 발바닥 부상으로 알비올과 교체되어 나가며 암흑의 그림자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흔들리기 시작한 수비진은 10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를 자초했는데 상대 풀백 스투르가 오른쪽 측면에서 넘겨준 볼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 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힘없이 골문을 열어주고 만다. 하지만 암초가 드리운 건 스웨덴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이브라히모비치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로젠베리와 교체된 것이다. ‘승리의 열쇠’는 핵심선수의 부상으로 좌불안석했던 스웨덴에 차분히 대응한 스페인의 몫이었다. 스페인의 수비진이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감을 더해간 반면 스웨덴은 이브라히모비치의 공백을 여실히 체감한 채 마지못해 잠그기를 선택한다. 이에 스페인은 후반14분 공격성향이 강한 파브레가스와 카솔라를 투입하며 스웨덴을 쉴 새 없이 두드렸다. 기어코 후반종료 직전 카프데빌라가 후방에서 길게 넘겨준 볼을 비야가 상대 수비수 한손을 가볍게 유린한 뒤 골키퍼 이사크손 옆을 스치는 슛을 작렬시키며 치열했던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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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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