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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형 선배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신문사 모임에 가도 인사만 드렸다지 딱히 나눈 이야기는 없었다. 그러다 2007년 광화문 벙개 때 처음으로 선배님과 길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늦게 오시는 바람에 자리가 없어 내 옆에 앉으셨기 때문이다.

82학번인 선배님이 첫사랑에 실패 안 하셨다면 아마 내 나이 정도 되는 딸을 두셨을 거다. 그러니까 그 정도로 나이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내 눈에 선배님은 소년처럼 보였다. 이럴 수가. 이 소년 같음은 도대체 뭐지? 내내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그게 10년 전 마지막 기억이다.

얼마 전 시사인 고재열 기자님 덕분에 다큐 <공범자들>을 단체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공범자들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화면을 보며 이심전심이 되기는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무려 3번이나 봤다. 그 다큐에서 강재형 선배님은 아주 짧게 2초 나오셨다. 워낙에 큰 고초를 겪은 분들이 많으시니 선배님은 조금 나왔나보다. 다행이네, 하며 영화관을 나섰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MBC와 KBS 파업과 관련해 옛날 뉴스들을 찾아보다 뒤늦게 선배님 소식을 알게 됐다. 2012년 파업이 실패로 끝난 뒤 선배님은 대기발령과 정직을 거쳐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버린 신천교육대를 돌고, 지금은 주조종실 MD로 근무하신다는 사실을. 주조실 근무로 낮밤이 바뀌었고, 화장실 갈 때만 자리를 비울 수 있는데 그럴 때도 착신된 전화기를 챙겨야 한다고 했다.

보기 싫고 외면하고 싶어도 하루 종일 MBC에서 송출하는 모든 방송을 모니터 해야 한다니. 우리말 나들이를 기획할 정도로 누구보다 바른말 고운말만 쓰셨던 선배님이 회사에 의해 마이크 앞을 강제로 떠났고, 이제는 주조실 근무도 어느덧 4년이 되어 최장기 MD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고 한다.

공범자들을 보며 뭔가 선배님을 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싶어 2주 전부터 케이크를 준비했다. 케이크를 디자인하기 전에 한 가지 고민에 빠졌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MBC 로고를 과연 써도 될까, 였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 고민하다가 일면식도 없는, 그러나 나의 페친이신 송일준 PD님께 쪽지를 보냈다. 당시 PD연합회장으로 뽑혀 바쁘신 가운데 고맙게도 친히 전화까지 주셨다. 마봉춘 MBC라고 하면 된다는 PD님 덕분에 마봉춘도 넣고 MBC 로고도 넣어 케이크는 예쁘게 완성될 수 있었다. 송일준 PD님께는 따로 감사 선물 드리겠습니다! ^^

지난밤 칼럼 마감을 무사히 마치고 선배님을 만났는데, 주조실에 근무하시면서 낮밤이 바뀌는 생활로 살도 많이 찌시고 몸도 상하셨다 들어서 걱정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게는 선배님이 똑같아 보이는 거지? 다만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담배가 너무 많이 느셨다는 것이었다.

전에도 담배를 태우셨는지 모르겠지만 몇십분마다 나가셔서 한대씩 태우고 오는데 사실 그 횟수가 너무 많아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작년에 위장에 '빵꾸'가 나는 바람에 그나마 자극이 덜한 게 이거라며 막걸리를 시키셨고. 담배가 늘고, 위장이 상할 정도로 술을 마셨다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혼자 머릿속으로 소설 한편 쓰며 괜히 짠해졌다.

서프라이즈 선물을 드렸을 때 예상 외로 덤덤해 보이셨는데, 나중에 선배님 단골집을 순회할 때마다 사장님들한테 이거 보라며 자랑하시는 거 보니 제법 맘에 드셨나 보다. ㅎㅎㅎ 가게 안에 있던 사장님이 우리 자리까지 와서 와, 이거 마봉춘 뭐야? 하면서 구경하시고, 나는 괜히 뿌듯해하고 그랬다.

며칠 전 주진우 기자의 “김성주 아나운서를 패 죽이고 싶었다”는 발언이 화제가 되었는데, 덕분에 선배님도 덩달아 화제집중이 되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화제집중 6시> 진행 맡았을 때가 생각난다. 그 얘기를 하며 우리 엄마가 선배님 대게 좋아하셨다고 하니 그 연배의 아주머니들한테는 원래 인기가 많았다며 당연하게 들으시더라. ㅎㅎ 어쨌건 김성주 아나운서의 누나, 그러니까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가 시사인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한다. 선배님이 시사IN에 기고한 파업일지 가운데 자신의 동생에 대해 쓴 부분을 문제 삼아 항의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나게 됐고, 내 선물을 받으시게 됐는데, 그래서 더 이 선물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또 혼자 소설 한편을 써 내려 갔다. 신기하게도 그때 마침 선배님이 나중에 책 한 권 내보라면서 조언을 해셨다. 큰 고민 없이 글 쓰는 편 아니냐며 평소 내 글쓰기 습관을 딱 짚어내서 깜짝 놀라기도. 워낙에 혼자 걸으면서도 생각이 많은 나는 시간이 나면 생각나는 대로 일사천리로 글을 쓰곤 하는데 선배님이 그걸 딱 아시더라.

쭉쭉 잘 읽히는데, 그러면서도 괜찮게 쓴 글이라고 칭찬해주셨다. 그래도 비문이 많아서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하니 그렇게 많이 없다고 또 칭찬을. 그것도 우리말 나들이 프로 창시자님께서 해주시다니! 알렐루야. ^^ 신이 나서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내용들에 대해서 정신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무려 5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선배님의 인기 많던 대학시절 반경 20km 이야기에서 빵 터지고(빵 터지니 3km로 정정 ^^ 3km 내외 여성들 사이에서 '화제인물'이셨답니다), 그러다가도 회사 내에 부당한 일들에 대해 직언하셨던 이야기에서는 미남투사의 모습도 엿보였고, 왜 뉴스에서 연예인,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씨라는 호칭을 안 붙이는지에 대한 의문도 참 신선했다. 대학 4학년 때 고대 앞에서 '숨은 그림 찾기'라는 카페를 운영했는데, 군대 가면서 팔았을 때 그 가게를 인수한 사람이 무려 가수 김광석씨였다는 눈이 번쩍하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어렸을 적 선배님이 진행하던 장학퀴즈를 즐겨봤는데, 시작 전에 나오던 선경CF에서의 perhaps love가 참 좋았다고 하니 넌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이런 거까지 아냐며 놀리기도 하셨다. 무엇보다 김재철, 안광한 前 사장 이야기 중에 나온 자존감 강의가 참 좋았던 것 같다.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PD(지금은 사장님이 되신!) 피해서 도망다니는 모습이 짠했다니 자존감 부족 때문이라면서 강의까지 해주셨음.

우리는 압구정 로데오 사거리에서 청담역까지 걸었는데, 9월 바람이 딱 적당히 좋았다. 선배님은 바로 전날 노조원들과 춘천MBC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서울행 itx열차에서 역마다 내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강촌, 가평, 청평 등 중간중간 역마다 내려서 10분쯤 뒤에 오는 다음 열차를 탔다고 한다. 왜 그러셨어요? 하고 여쭤보니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바람이 너무 좋아서, 라고.

부당함과 치열함이 어지럽게 섞여있던 그 시간에도 선배님은 소년다운 순수함을 잃지 않으셨더라. 바람도 좋았고, 선배님도 좋았고, 모든 게 완벽했던 시간이었다.

덧1. 난 자꾸 '까닭이'를 '까다기'로 발음하는데, 선배님은 '까달기'라고 하셔서 신기했다. ㅎㅎ 분명 같은 단어인데 나와 선배님의 발음이 너무 많이 달랐던 시간이기도 했다.

덧2. 헤어질 때 선배님이 나를 안아주셨는데 다음엔 내가 더 세게 안아드려야겠다.

덧3. 선배님의 대학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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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강재형 선배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쓴 글이다. 그 날로부터 100일이 지났다. 많은 일들이 MBC에 일어났다. 2012년 사측으로부터 부당해고 당했던 해직자들이 복직했다. 2012년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김재철 당시 사장 퇴진을 외치며 ‘170일 파업’을 했던 MBC 노조원들 가운데 노조위원장 정영하 기술감독, 사무처장 강지웅 PD, 홍보국장 이용마 기자, 기자협회장 박성호 기자가 해고됐다. 그리고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또한 그 뒤를 이어 해고당했다.

지난 12월 11일 정영하, 강지웅, 이용마, 박성호, 최승호, 박성제 이상 해고자들은 해직 2000일 만에 복직자로 상암에 나타났다. 그 중 최승호 PD는 해고자에서 신임 사장으로 나타났다는! 그의 복귀를 보고 있자니 한편의 잘 만들어진 히어로 영화를 보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최승호 신임 사장은 부임 첫날부터 빠르게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은 평직원으로 발령을 낸 뒤 공석에 강재형 선배님의 이름이 올라갔다.

강재형 선배님. 한동안 눈물이 많아지셔서 내가 참 많이 놀렸는데. 선배님은 김용민의 맘마이스에 출연해 부당하게 아나운서국을 떠난 동료 아나운서 12명의 이름을 부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다. 가슴에 맺힘이 느껴져서 보던 나도 울컥했는데, 그 지난 고통의 시간이 부디 보상받을 수 있기를.

87사번(김장겸 전 사장과 입사동기였다는ㅠ)인 강재형 선배님은 올해가 MBC입사 30주년이 되셨다고 한다. 그 30주년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멋있게 바뀔 좋은 친구 MBC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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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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