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쿼터제를 활용해 영입한 재일교포 3세 수비수 오까야마. 1997년 J1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후 2008년까지 리그통산 268경기에 출장한 관록있는 수비수입니다.

지금까지 거쳐간 클럽들로는 요코하마 마리노스(1997년~2000년) 세레소 오사카(2001년) 가와사키 프론탈레(2002년~2004년) 아비스파 후쿠오카(2005년) 가시와 레이솔(2006년) 베갈타 센다이(2007년~2008년)가 있는데요 클럽 네임만 봐도 J리그에서 보여줬을 그의 활약상이 절로 그려집니다.

제가 오까야마를 기억하는 건, 작년 10월 강원의 포항 원정경기에서였습니다. 그때 강원FC에는 마사라는 J리거가 있었는데요, 오까야마가 경기 시작 전 잔디를 밟으러 나왔을 때 마사랑 굉장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블로그글을 읽으면서부터였습니다. 하프라인을 넘어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와달라고 외쳤는데, 그게 효력을 발휘했는지 실제로 마사가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그 이후 오까야마를 향한 관심은 사라졌죠.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포항 서포터들이 있는 N석으로 달려가 확성기를 잡고 같이 응원을 했다는 뉴스를 읽고 나서 K리그에 재밌는 선수가 등장했구나,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역시 포항에는 큰 관심이 없던 저로서는 다시 잊고 말았죠.

그리고 다시 1년 뒤 오까야마를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강원FC 홈경기장에서였는데요. 이날은 강원의 마지막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라 공군의장대 특별공연이 열렸습니다.

근엄하죠?

2DT 안무도 멋지게!

이렇게 댄스를 추는데... 갑자기 관중들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른쪽 끝에 보이시나요? 바로 이 분 때문이었어요. ㅎ 그런데... 누구죠? 동네 아저씨일까요?

포항의 재일교포3세 수비수 오까야마였습니다.

다 추고 이제 가야지, 하는 오까야마.

포항서포터들을 향해 만세도 외쳐주고. ^^

다른 동료선수들에게 묻습니다. 나 잘췄어? 라고.


진짜 의장대 공연할 때 관중들이 엄청나게 큰 소리로 웃어대는데... 저는 왜 웃나했습니다. 그런데 오까야마의 댄스를 보는 순간... 저도 웃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오까야마의 그 모습이 더 대단하게 보였던 건... 춤을 췄던 그 장소가 홈이 아닌 원정이었다는 사실이죠. 보통 선수들은 홈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만 생각하는데... 그날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은 오까야마에게는 원정팀 팬들이었는데, 그래도 너른 의미에서는 축구를 사랑하는 K리그 팬이었으니, 그는 그 생각만 하며 춤을 췄던 것 같습니다.

사실 팬서비스... 열심히 뛰고 사인 잘하는게 전부 아니냐고 생각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오까야마가 2시즌동안 보여준 모습은 팬서비스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를 보며 모름지기 팬서비스란 팬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오까야마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강원FC 팬들은 상대팀 선수였던 오까야마에게 즐거웠다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답니다. 저도 춤을 추고 락커에 들어가는 오까야마에게 인사를 했는데요, 굉장히 행복해하는 얼굴을 하고선, 주름이 잔뜩 질 때까지 웃으면서 들어가더라고요.

이승철씨는 그런 사람 없습니다, 라고 노래불렀는데, 같은 화법으로 저는 그런 선수 없습니다, 라고 노래부르고픈 오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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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강원FC가 2010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강원은 오는 7일 오후 3시 강릉종합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쏘나타 K리그 2010 30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지난 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짜릿한 3-1 역전승을 거둔 강원은 오는 포항전을 앞두고 기세가 오른 상태다. 인천전을 통해 김영후, 서동현, 안성남 등 공격진이 고루 골 맛을 본 만큼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홈 팬들에게 화려한 골 폭죽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강원은 포항과의 통산 전적에서 3패, 1득점 7실점으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강원 선수들은 시즌 마지막 경기인 포항전 승리를 통해 포항전 첫 승과 창단 후 첫 3연승 달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 달성에 나선다.

2010 강원, 2009 강원을 넘어서라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강원 최순호 감독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지난해 보다 1경기라도 더 승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강원은 7승을 거두며 지난해 기록한 7승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 오는 포항과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경우 8승 달성으로 지난해 기록보다 1승더 올라서 시즌 초 밝혔던 목표 달성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순호 감독은 지난해 한 차례도 못이겼던 팀들에게도 승리를 챙기고 싶다는 작은 목표도 밝혔었다. 즉, 포항전 승리는 올 시즌 강원의 두 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놓칠 수 없는 경기다. 또한 지난달 27일 광주 상무, 3일 인천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둔 강원은 올 시즌 첫 3연승 달성을 앞두고 있다.

포항전 승리는 올 시즌 두 가지 목표달성 뿐 아니라 강원의 올 시즌 첫 3연승 달성이 걸린 경기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 강원 선수단의 분위기는 최고조다. 지난 3일 인천과의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내리 세골을 몰아 넣으며 올 시즌 첫 역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순호 감독은 포항전을 앞두고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마치며 유종의 미를 더구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강원, 살아난 공격력
강원FC의 공격력이 살아났다. 강원은 7월 24일 전북전 2득점 이후 현재 14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중이다. 전반기 정규리그에서 단 한차례 3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공격력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지난 여름 강원에 합류한 서동현과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회복한 주장 정경호가 있었다.

그동안 강원은 주 득점원인 김영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상대팀들은 강원과의 대결에 앞서 김영후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며 김영후 봉쇄작전을 펼쳤고, 김영후의 발이 묶이면 강원의 공격력은 점감됐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영후가 막힌다 하더라도 그를 대신해 상대팀의 골망을 흔들어 줄 파트너가 존재한다. 바로 서동현이 그 주인공이다.

서동현은 강원 합류 후 12경기에 나서 4골을 기록중이다. 4골이라는 수치상 나타나지 않는 기여도는 그 이상이다. 장신 공격수 서동현이 상대 골문앞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선보이는 것 자체로 상대 수비진은 김영후와 서동현 두 공격수에게 분산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서동현의 가세로 김영후의 움직임이 한결 가벼워 진 것이다.

여기에 주장 정경호가 부상으로 인한 부진에서 벗어나며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회복하며 강원 공격의 한 축을 지탱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9월 10일 전북 현대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특유의 스피드와 정교한 슈팅력을 앞세우며 2골을 터트렸다.

지난 3일 인천과의 경기에서 강원 공격진은 김영후, 서동현, 안성남이 릴레이 골을 터트리며 3-1 역전승을 거뒀다.

강원 공격진은 지난 3월 20일 포항과의 첫 맞대결에서 모따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패했던 아픔을 떠올리며, 오는 맞대결에서 포항 골문을 향해 대량 득점을 통해 그때의 빚을 되갚아 주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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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강원FC가 창단하고 나서 알게된 사실은 강원도민들의 남다른 애향심입니다. 보통 소속감이 끈끈한 대표적인 집단 중에 하나가 호남 향우회잖아요. 그런데 강원도민들의 고향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 마음은 고스란히 강원FC에도 투영이 됐는데요, 그래서 강원도 출신 선수들은 강원FC 내에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남다른 사랑까지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고향으로 돌아온 큰형님과 삼척의 아들 정경호죠.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 축구천재 서동현이 돌아오면서 강원FC 베스트 11에서 강원도 출신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네요.

강원도민들이 강원FC에서 보고 싶은 선수는 더 있는데요,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홍천 출신의 이영표와 태백 출신의 설기현입니다.

특히나 올해 설기현이 포항에 입단하며 K리그 입성하며 설기현을 향한 아쉬움이 더 커진 거 같아요. 내년에 강원FC 홈페이지에 설기현를 영입하는 글이 종종 올라오기도 하고요.

설기현은 태백 광부 출신 아버지와 강릉에서 과일을 팔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강원도민들이 그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욱 애틋한 듯 합니다.

그랬던 설기현이 이번 주말 강원도를 방문합니다. 강원FC와 경기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죠. 벌써부터 설기현과의 맞대결에 많은 강원도민들이 기대감을 표하고 있는데요, 강원도 출신 강원FC 선수들의 마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을용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에서 4강신화를 함께 이뤘던 설기현을 드디어 K리그에서 만나게 된다”며 “많은 강원FC 팬들이 상대팀으로 강릉을 방문한 설기현의 등장에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 또 고향 후배와의 대결이니만큼 더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전했습니다.

정경호는 “2006년 독일월드컵 대표로 뽑히고 나서 많은 강원도민들이 강원도 출신인 나와 (이)을용이 형, (설)기현이형을 뜨겁게 응원해줬던 기억이 난다”며 “월드컵에서 강원도의 이름을 빛냈던 태극전사들이 이번 포항전에서 다시 만나게 돼 감회가 새롭다. 팬들의 관심이 큰 만큼 감동과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다부지게 말했고요.

마지막으로 서동현은 “강원FC로 이적하고 나서 홈경기 때마다 관중들이 보여주는 뜨거운 열기에 깜짝 놀라곤 했다”며 “설기현 선배에게 K리그에서도 빛나는 구도 강원도의 축구열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고향 선배와의 즐거운 맞대결을 기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정경호가 제게 해준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월드컵 당시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을 때 강원도 출신 국가대표 선수라고 이을용, 정경호, 설기현을 향한 강원도민들의 응원이 대단했대요. 그래서 언젠가 고향에 팀이 생기면 꼭 같이 뛰길 바랬는데, 그때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 주말 같은 경기장에서 만나 뛰게 됐으니 참 신기하지 않냐고 말이죠.

과연 이번 주말 강원도민들은 설기현의 플레이를 보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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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겨울 이적시장 개장과 함께 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선수들이 일종의 ‘붐’을 이루고 있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해외진출지는 단연 일본이다. 기존의 용병 보유한도에서 아시아 국가선수 한 명을 추가로 영입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제 시행과 ‘엔고 현상’에 탄력을 받아 조성환(포항→삿포로) 조재진(전북→감바오사카) 박동혁(울산→감바오사카) 이정수(수원→교토퍼플상가) 김진현(동국대→세레소 오사카) 등이 이미 대한해협을 건넜다. 연일 J리그행 뉴스가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또 한 곳, K리거들의 주요 이적 대상지로 오르내리는 나라가 있다.


멀게는 톨스토이와 차이코프스키의 고향으로 알려진, 가깝게는 히딩크 감독이 유로2008을 통해 다시 한 번 ‘마법’을 부린 그곳.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 커넥션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형태는 2002월드컵 이후 질과 양에서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다소 무모하게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빅 리그’로의 곧장 진출을 마냥 바라던 모습에서 차츰 ‘선배’ 설기현처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위성리그에 우선 진출해 실력을 검증받은 후 이를 발판으로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현실적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네덜란드, 프랑스, 포르투갈 등 ‘디딤돌’로 삼을만한 리그들이 주목을 끌기 시작했는데, 최근 러시아리그가 그중 하나로 급부상한 것이다.

2006년 울산 소속이던 현영민이 제니트에 진출한 이후 김동진, 이호(이상 제니트) 김동현(루빈 카잔) 오범석(사마라) 등 다수의 K리그 젊은 ‘재능’들이 러시아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오범석이 2008시즌 내내 주전으로 맹활약했고 김동진의 경우 비록 부상 때문에 마지막 방점을 완벽히 찍지는 못했으나 2007-08시즌 UEFA컵에서 팀이 우승하는데 일조하는 등 한국 선수들은 짧은 개척역사에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남겼다. 물론 성공소식만 들린 것은 아니다. 아드보카트 감독 부임 이후 벤치멤버로 밀린 현영민(울산)과 러시아 특유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김동현(성남)이 K리그로 유턴했고, 티모슈크에 주전 자리를 빼앗긴 이호 역시 K리그로 돌아왔다.

금번 이적시장에서 톰 톰스크가 조원희, 정경호, 신영록 등에 관심을 보이며 러시아리그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톰 톰스크는 지난 해 16개 팀 중 13위(7승8무15패/승점29)에 그치며 간신히 강등을 면한 중하위권팀으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부천(現제주)을 이끌었던 ‘신사’ 니폼니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K리그통’ 니폼니시 감독이 전력 강화 차원에서 정경호, 조원희, 신영록의 영입을 구단에 요구하며 K리거들의 러시아리그행 여부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오르기도 했다. (재정 악화에 따른 예산 축소로 신영록만이 “계약기간 1년에 연봉 40만 달러 조건의 구두계약에 합의”하는데 성공했으나 신영록은 최종적으로 터키로 기수를 돌렸다.)

유럽 리그의 블루칩
1992년 구소련 해체 이후 탄생한 러시아리그는 한국 뿐 아니라 유럽 축구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미 조(맨체스터 시티) 파블류첸코(토튼햄) 등이 러시아리그를 발판 삼아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고, 바그너 러브(CSKA모스크바) 아르샤빈(제니트) 등 유망한 선수들이 리그에서 활약했거나 활약 중이다. 2004-05시즌에는 CSKA모스크바가, 2007-08시즌에는 제니트가 UE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유로2008에서 러시아리그 소속 선수들이 주축이 된 러시아대표팀이 ‘4강 신화’의 기적을 쏜 것 또한 관심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찬란했던 구소련의 영광을 뒤로한 채 한동안 유럽축구의 변방으로 저평가되던 러시아리그가 이처럼 급부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역시나 프로스포츠에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 바로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으로 대표되는 러시아 에너지 재벌들이 러시아 클럽들에 막대한 투자를 쏟기 시작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자금력을 등에 업은 러시아 구단들은 선수 영입에 아낌없는 금액을 투자했고 세계적인 선수들의 러시아행이 꼬리를 물었다.

K리그 선수들이 러시아리그에 강한 유혹을 느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리그에 정통한 한 에이전트는 “K리그에서 3~4년 뛰어야 모을 수 있는 돈을 러시아에서는 한 시즌만에 받을 수 있다.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빅 리그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는데다 높은 연봉까지 보장되는, 한마디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러시아리그인 것이다.

뿐 아니라 외국인에게 다소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리그에선 외인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 텃새가 심하지 않다는 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등도 국내 선수들을 유혹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지적응 문제, 그중에도 특히 언어 문제는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해결해야 할 큰 문제 중 하나인데 현지어가 아닌 영어로도 의사소통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플러스요인이다. 리그 일정이 추춘제인 대다수 유럽 리그와 달리 봄에 시작해 초겨울에 끝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한국 선수들의 이적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조건 중 하나다.

진정 신세계인가
그러나 러시아무대를 마냥 장밋빛 신세계라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다른 리그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리그 역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도태되고 마는 잔혹한 ‘정글의 세계’인 까닭이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체격조건이 좋은 동구권 선수들을 상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사마라FC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오범석은 “선수들의 체격이 크고 경기 스타일 또한 꽤나 터프하다. 몸싸움 때 느껴지는 강도가 K리그와는 다르다. 잘못 부딪히면 십자인대가 파열되기 십상”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바깥에선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리그보다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러시아리그 빅4(CSKA모스크바, FK모스크바, 로코모티브모스크바, 제니트)의 수준은 유럽 3대 리그 클럽 못지않다. 이런 팀들과 경기를 치르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실력을 발휘해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는 법인데,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을 앞두고 오범석의 경기력을 체크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던 대표팀 박태하 코치는 “러시아리그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더라. 경기전개 속도가 상당히 빨랐고 파워도 넘쳤다. 깜짝 놀랐다”고 말하며 오범석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축구 외적으로 시선을 돌리면 ‘외로움’이란 난제와 만나게 된다. 아직은 치안이 불안해 여가시간을 오로지 집에서 보내야 하는 것도 젊은 선수들에게는 고충이다. 다른 유럽국가처럼 교민사회가 발달하지 않은 곳이기에 같이 어울릴 한국인 이웃조차 없다. 오범석이 머물고 있는 사마라에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이 때 만나게 되는 내부의 적이 바로 외로움이다. 워낙에 낙천적인 성격을 자랑하는 오범석은 “요리도 하고 한국 TV드라마를 보며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제니트에서 한 시즌을 뛰고 돌아 온 현영민은 “하루에 운동하는 시간은 고작 1~2시간인데 나머지 시간은 할 일이 없었다.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힘들었다”며 이국 생활의 고통을 토로했다.

어려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럽에서 제일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어웨이 경기 때마다 해외 원정에 버금가는 긴 여정을 감수해야한다는 점도 선수에게는 큰 짐이다. 최근엔 국제사회의 기류 또한 심상치 않다. 얼마 전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주식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으며 프리미어리그 구단주 재산 순위에서 3위로 미끄러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비단 아브라모비치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러시아리그의 부흥을 주도한 에너지 재벌들이 전 세계에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 한파에 직격탄을 제대로 맞은 상황이다.


당연히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리그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킨 ‘촉매제’ 톰 톰스크의 정경호, 조원희 이적설이 ‘없던 일’이 된 가장 큰 요인도 경기 침체로 인한 구단의 지출 축소 때문이었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두 감독만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는 러시아가 ‘신세계’로 자리 잡아 한국축구 해외진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까. 하지만 선수들이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달콤한 유혹’이면서 넘어야할 ‘적잖은 장벽’도 있다는 사실이다. 덮어두고 무작정 나간다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신세계가 어둔 터널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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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사까나시(Sacanage). 일본어처럼 들리지만 실지 포르투갈어로, 장난꾸러기 개구쟁이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오범석의 별명이기도 한 이 단어는 보통의 별칭이 그러하듯 그의 캐릭터와 더없이 잘 어울렸다. “안녕하세요. 범석이에요”라던 첫 인사를 들었을 순간에도, “저 와플 무지 좋아하는데, 먹으면서 해도 되죠?”라며 스스럼없이 말하던 모습을 보게 됐을 때도, 그의 별명이 생각나 가만히 고개를 끄덕끄덕 했었다. 그러나 “한국 사람과 이렇게 오래 이야기 나누기는 실로 오랜만”이라며 자신의 속내를 탈탈 털어놓던 이 청년은, 알고 보니 “꿈을 이룰 때까지 쉼 없이 달리겠다”며 자신을 향한 채찍질도 마다 않던 참으로 속 깊은 ‘프로’였다.


시베리아 바람과 만나다
유로2008에서 러시아대표팀을 맡고 있는 히딩크 감독을 필두로 최근 제니트를 UEFA컵 정상으로 이끈 아드보카트 감독과 그 휘하에 있는 김동진과 이호까지. 덕분에 러시아는 더 이상 ‘사회주의’ ‘붉은광장’ 등의 무거운 단어들만 연상되는 나라가 아니다. 그러나 가까워진 체감 거리와 달리 여전히 쉽게 소식을 접할 수 없는 ‘미지의 땅’인 것도 사실인지라 그곳 리그에서 뛰고 있는 오범석에게 던지고픈 질문들은 꽤나 많았다. 다행히도 그 역시 들려줄 이야기가 쌓였다며 주머니 속 꾹꾹 담아놓은 일화들을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러시아 리그 ‘빅4’는 CSKA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제니트를 가리켜요. 사마라FC는 현재 6위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 중위권 수준의 팀이죠. 입단 테스트는 거치지 않았어요. 이곳 감독님께서 제가 뛰는 경기를 DVD로 보셨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오케이’하셨거든요. 제 공격력이 마음에 들었대요.”

그의 데뷔전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동양에서 날아 온 ‘원더보이’는 3월15일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텔렉 그로니즈와의 경기에서 ‘Man Of the Match’에 뽑히며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증명했다.

“저희가 1-0으로 앞서고 있었는데 후반 19분에 상대 공격수가 골키퍼와 1-1 찬스를 만들어냈어요. 어떡하겠어요. 그냥 두면 골이니까 바로 태클로 끊었죠. 그 때문에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다행히 실축했고 그 후 저희가 2골 더 넣으며 3-0으로 경기를 마감했어요. 그날 단장님이 다가와서 ‘네가 최고였다’며 엄지손가락을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쓱 오시더니 ‘오범, 5포인트(주-러시아에서는 선수 평점 만점이 5점이다)’하셨어요. 라커룸에서도 선수들이 다들 잘했다고 칭찬해줘서 기분 좋았죠.”

그날 저녁 선수들은 호텔 근처 레스토랑에 모여 오범석의 성공적인 데뷔전와 개막전 승리를 자축하는 작은 모임을 가졌다.

“러시아 선수들이 ‘이걸 마셔야 진정 러시아에서 뛰는 선수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보드카를 권하더라고요. 마셨냐고요? 당연하죠. 그 자리에서 못 마시겠다며 혹여 몸이라도 사린다면 다시는 동료로 인정해주지 않을 거라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눈 딱 감고 한 잔 쭉 들이켰죠. 생각보다 독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 자리에 있었어요(웃음).”

일어나라, 부딪혀라, 그리고 이겨내라
“이제 러시아 생활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운동이 끝나면 언제나 혼자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죠. 아무리 둘러봐도 즐겁게 대화할 사람, 하루를 공유할 사람, 세끼 식사를 같이 할 사람 모두 없어요. 심심해요. 아니 외롭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그때마다 ‘여보세요’하는 제 목소리를 듣고 다들 깜짝 놀라곤 해요. 하도 말을 안 하고 있다 보니 목소리가 잔뜩 잠겨 있거든요.”

이렇듯 그가 모국어를 쓰는 시간은 하루에 몇 차례 지인들과 통화하는 순간이 유일한 듯 했다. 그래서 이방인들은 늘 외롭고 힘든가 보다. 오범석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근성이 없었다면 버텨내기 힘들었을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힘들어도 약한 모습 보이면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넘어질 때마다 ‘아, 역시 동양인들은 작을 뿐 아니라 약하기까지 하구나’라고 생각하며 얕볼까봐 외려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심지어 연습 도중 넘어져도 금세 일어나죠. 한번은 골키퍼 코치가 ‘참 신기하다. 왜 항상 그렇게 빨리 일어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아프지 않으니 빨리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되레 반문했죠. 여기서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개(собака, 싸바까)’에요. 사냥개처럼 한번 물면 안 놓는다고 붙여진 별명이에요. 그 정도로 다부지게 하고 있습니다.”
얼핏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듯이 비춰질 수도 있겠으나 오범석에게도 뿌듯한 순간은 있다. 사마라 시내를 나설 때면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얼굴 가득 번지는 웃음을 보니 그도 시나브로 쌓여가는 반응이 꽤나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한번은 러시아 선수들과 회를 먹으러 갔는데 현지 종업원이 ‘오범석?’하며 절 알아보더라고요. 사실 러시아에서도 동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심한 편이에요. 특히 형편이 어려운 고려인들이 주 타깃이죠. 저도 몇 번 겪었어요. 식당에 가면 종업원들이 주문을 제대로 안 받는 등 대놓고 무시하곤 했는데 이제는 식당에서 먼저 절 알아보니 참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요즘은 거리에서 절 알아보고 제 이름을 부르며 싸인 받는 사람들도 생겼어요. 그럴 때마다 기분 좋죠. 그렇지만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더 크게 느껴요.”

확실히 축구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무언의 힘을 갖고 있다. 비단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할지라도 선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공과 함께 움직이는 몸놀림만으로 충분하다. 지금, 오범석이 어깨 가득 책임의식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처음 러시아에서 도착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김동진을 안다. 좋은 선수다. 다른 한국 선수들의 수준도 비슷한가?’였어요. 그때 깨달았죠. 제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저 혼자 감당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요. 저 때문에 다른 한국 선수들의 수준까지 폄하될 수도 있잖아요. 반면 제가 잘한다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형성될지도 모를 일이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후배들이 러시아에 진출하기도 좀 더 수월해질 테고 더 많은 길이 열릴 수 있을 거예요.”

러시아에 오기까지 크고 작은 부딪힘 속에 있던 오범석이기에 이 같은 헤아림은 당연한 마음인지도 몰랐다. 동시에 지금이 바로 이적과 관련한 가슴앓이를 물어볼 적절한 시간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난 2월 사라마FC 동계훈련에 참가했던 오범석은 월드컵3차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앞두고 허정무호에 추가 발탁되며 급히 귀국했다. 당시 공항에는 제법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포항과 사마라FC 사이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이적 난항을 겪고 있던 오범석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오범석은 극도로 말을 아꼈고 속사정을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여러 날이 지났고 이제는 그도 원하던 바를 이뤄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적과 관련된 질문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고맙게도 오범석은 “처음으로 털어 놓는 이야기”라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제 꿈은 오로지 ‘해외진출’이었습니다. 바이아웃 조항이 없었다면 포항과 계약하지 않았겠죠. 그 부분은 포항과 합의가 됐기 때문에 계약서에 넣은 것입니다. 시즌이 끝나고 러시아에서 접촉이 들어와 구단에 문의했는데 난데없이 벌써 성남과 얘기가 다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황당했죠. 그 뒤 여러 말을 들었어요. 몸값 올리려고 저런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심지어 포항 팬들에게선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었고요. 이젠 지나간 일이지만 여전히 그런 점들은 많이 아쉽고 속상해요. 전 절대로 포항을 배신하거나 완전히 저버린 게 아닌, 그저 선수로서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이루고자 잠시 떠난 거예요. 무엇보다 포항은 저를 키워준 곳이기에 마지막 인사는 그곳에서 꼭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멀어진 것만 같아요. 마음이 멀어지면 다시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아울러 그는 “지금에 와서 고백하지만 지난 겨울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러시아에 가겠습니다’던 발언 뒤에는 ‘K리그에서 더 이상 뛰지 못하게 되더라도 꼭 가겠습니다’라는 속뜻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기실 임의탈퇴 이야기까지 나왔을 때, 일순 고민은 있었으나 해외진출을 이룰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다짐한 오범석이다. 그만큼 간절했어요.” 그 짧은 한 마디에 모든 이유가 담겨 있었다.

꿈을 이룰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
“선수로 있는 동안만큼은 축구와 관련된 것들을 최대한 많이 배우고 또 경험하고 싶어요. 지금은 러시아에서 있지만 몇 년 안에 꼭 네덜란드 잉글랜드 등 서유럽 무대로 당당히 진출하고 싶어요. 당장은 큰 목표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천천히 계단을 밟고 있는 중이므로 언젠가는 꼭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물론 아직은 절반도 채 못 걸었지만요.”

오범석은 “몸과 마음이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원래 제가 아침잠이 상당히 많은 편이에요. 어머니가 아침마다 아무리 세게 흔들어도 잘 못 일어나는 아이였죠. 그렇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한 이후로는 아무리 졸려도 새벽 6시면 벌떡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러 나갔어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잠을 더 청한 적은 한 번도 없었죠. 그렇게 지금까지 마음먹은 것이 있다면 늘 실천으로 옮기며 살아왔어요. 지금도 그래요.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치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지난날의 단련은 이렇듯 스스로를 향한 믿음을 키워냈다. 그 시간들 속에서 켜켜이 쌓인 믿음이 없었다면 “러시아에서 뛰는 게 즐거워요. 꿈의 첫발을 내딛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오늘의 오범석 역시 없었을 것이다.

“맞아요. 전 제가 가진 능력을 믿습니다. 언젠가 (설)기현이 형이 벨기에를 거쳐 잉글랜드에 입성하기까지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는 자신과 같은 길을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말한 형도 결국 인내한 덕분에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며 결실을 맺었잖아요. 저라고 왜 못하겠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견딜 겁니다. 게다가 아직 전 제 한계조차 느껴보지 못했는걸요. 갈 길이 멀기만 한데 벌써부터 벽에 도달할 수는 없는 법이죠.”

24살이라는 나이가 도통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두둑한 배짱이 마음에 들었고 진지한 이야기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가 눈에 찼다. 모쪼록 계단을 밟고 가는 그 걸음이 부디 멈춤 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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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북한과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한국대표팀은 일찌감치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으며 3차예선을 통과했다. 물론 최종티켓을 따낸 공은 인정하나 3차예선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다소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에게 쓴소리도 좋다며 전반적인 평가를 부탁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이제 막 장도에 오른 대표팀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김호 <대전시티즌 감독>
일단 월드컵을 향한 고개 하나를 통과했다는 사실에 축하 인사말을 건넨다. 3차예선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누구보다 허정무 감독이 잘 알 것이다. 그동안 노출된 문제점들을 잘 분석해 최종예선에 임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난관도 있을 것이다. 전술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해 배치할텐데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각 전술에 적합한 선수를 배치하는 ‘눈’은 곧 감독이 가진 ‘능력’이다.

관련해 첨언한다면 공격수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만 한다. 쉽지만은 않다. 금세 만들어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게감 있는 중앙공격수도 필요하다고 본다. 수비 쪽에선 ‘리더’가 가장 필요하다. 수비라인을 조율하고 이끌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해야 한다. 현재의 자원 중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여 수비조직을 안정되게 이끌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맡겨야한다.

앞으로 최종예선을 통과하기 위해선 선수들의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기본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많이 땀을 쏟으며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에 대한 이해력을 키워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파와 국내파 상관없이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한 배를 탔다는 생각으로 지도자와 합심해야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공격수들이 골을 넣지 못했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다. 최종예선에서 만날 상대들은 3차예선보다 어렵고 강하다. 어떻게 하면 득점찬스를 골로 결정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이 필요하다. 수비 조직력에서도 문제점이 많았다. 상대 역습 시 중앙수비수 뒷공간으로 연결되는 패스나 공격에 허점을 노출했다는 사실은 많은 걱정을 낳게 한다. 중앙수비수들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경기장에서 가능한 많은 대화를 나누며 라인을 조율해야하는데 현 대표팀에서는 그런 리더 역할을 하는 선수가 없는 듯하다.

해외파들의 경기력 난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최종예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일단 그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한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던 선수들의 등장은 반가웠다. 데뷔전에서 이청용이 보여준 움직임이나 패스연결 등은 기존 선수들이 갖고 있지 못한 부분들이었다. 대표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또 수비형MF로 출전한 조원희는 그동안 단순히 수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3차예선 동안 공격상황에서 보여준 패스나 움직임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또 괜찮았다. 김치우도 칭찬해주고 싶다. 3차예선에서는 투르크메스탄과의 2차전 때만 출장했지만 스피드, 크로스, 오버래핑 등 모두 좋았다.

김정남 <울산현대 감독>
2010월드컵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최종예선 진출은 축하할 일이다. 월드컵 진출을 향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다들 부담이 많을 것이다. 다행히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희망적이다. 물론 일부 팬들은 경기 중 노출된 몇몇 단점들을 지적하며 성을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때 대표팀을 맡았던 경험자로서 말한다면 그럴 때마다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다 보면 감독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동시에 선수들이 겪는 압박감도 상당하다.

월드컵 진출을 위한 걸음은 이제 막 시작되지 않았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에 그들이 좀 더 힘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칭찬하는 일이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월드컵 참가 경험이 가장 많다고들 하지만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실정이라 월드컵 최종티켓을 따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긍정적인 점은 선수들에게서 자신감이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이 자신감이 앞으로 쌓을 조직력, 포지션별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 등과 잘 버무려진다면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축구에서는 늘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순탄치 않을 때도 많겠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마지막에는 꼭 좋은 성적이 이에 보답할 것이다.

신문선 <한국축구연구소 책임연구원>
최종예선을 앞두고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수비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되풀이 됐고 전방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할 뿐 아니라 골 결정력에서도 문제를 보였다. 미드필드 지역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간 한국이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는 흐름으로 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이 3선의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이청용에 관한 부분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청용이 요르단과의 1차전에서 부상당하기 전까지 보여준 모습이 인상깊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 1경기만으로 선수의 능력을 논한다는 것은 어려고 위험한 일이다. 그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될까 걱정스럽다. 그가 가진 가능성과 능력은 대표팀에 선발됨으로서 이미 평가받은 것 아닌가. 선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우리는 1경기에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해외파 선수들이 리그에서 뛰지 못한 탓에 컨디션 난조가 있었지만 몇 경기만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 선수들이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모습들과 기여도를 생각해봐라. 성급한 평가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 대표팀은 과거에 비해 훈련일수가 줄어들어 조직력을 쌓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허정무 감독 이하 선수들 역시 이러한 변화 적응, 노력 중이므로 조금 더 지켜보자.

장외룡 <인천Utd. 감독>
이제 3차예선을 마친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그러나 대표팀 내에서 세대교체가 진행됐다는 부분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지 않나. 유수 클럽들을 살펴보면 20대 초반 선수들이 팀 스쿼드의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로2008만 봐도 그렇지 않나. 지난 대회에 나섰던 선수들을 고수한 팀들은 새 얼굴과 함께 등장한 팀들에게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2002월드컵 이후 제대로 된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했다. 그 때문에 허정무 감독이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듯하다. 특히 요르단전에서 이청용을 기용한 사실은 상당히 좋았다고 본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박지성 이영표 같은 해외파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다. 게다 이청용은 A매치까지 소화했으니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최종예선에서는 젊은 선수들에게 이 같은 기회가 많이 생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실상 최종예선에서 여유 있는 행보를 보일 나라가 얼마나 있겠는가. 최종예선은 월드컵에 진출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승부의 장이지 영건들이 경험을 쌓는 장은 아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최종예선에 들어서기 전, 좋은 젊은 선수들을 발굴, 육성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과제는 신구조합을 통한 조직력 강화뿐이라고 본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
전방에 위치한 3명의 공격수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다. 골 결정력의 부재 또한 뼈아팠다. 미드필드 지역에서는 전방을 향해 보내는 패스의 날카로움이 떨어졌고 2선에서 침투하는 능력 역시 부족했다. 수비라인 쪽에서는 중앙수비들이 뒷공간을 자주 노출시키며 불안했고 풀백들은 공격의 시발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요르단과의 1차전에서 김용대가 불안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2실점을 골키퍼만의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앙에서 후방으로, 계속해서 상대에게 공을 내주며 밀리다 실점으로 이어졌는데 실상 골키퍼의 결정적인 실수가 아니었으므로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희망을 찾는다면 이청용을 거론하고 싶다. 부상 때문에 원정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첫 경기에서 보여준 가능성은 성공적이었다고 칭찬하고 싶다. 득점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까지 가는데 보여준 날카로움이 꽤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차전에서 김두현의 플레이가 살아났다는 점, 김치우 최효진의 투입으로 측면 공격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마지막으로 김두현의 2번째 득점 장면을 칭찬해주고 싶다. 최근 대표팀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보여준 모습은 날카롭지 못했고 기대 이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김두현의 득점이 바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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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K-리그에서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전 김두현 선수가 좋았습니다. 경기 중 관중석을 바라보며 간간히 보여주던 환한 눈웃음과 그때마다 가지런히 빛나는 하얀 치아가 좋았습니다. 팬들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먼저 인사해주던 그의 성품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김두현만의 자신감이었습니다.



2006년 초 다음과 같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올해도 K-리그 베스트11에 뽑힐 수 있겠어요?”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죠. “올해도 작년처럼 열심히 하면 3년 연속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열심히 뛰는 것만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게 그저 '열심히'만 뛰던 이 사람은 결국 해냈죠. 2006 K-리그 MVP의 최종 주인공은 우리들의 영원한 꾀돌이 김두현 선수였습니다.

다시 1년의 시간이 흐르고 2007년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그때도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지요. "올해도 열심히 해서 4년 연속 K-리그 베스트 11에 꼭 뽑히겠어요. 지켜봐주세요"라고요. 그리고 2007년 그는 또 다시 K-리그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실력을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입증했죠.

그런데 그가 중대한 결심을 했다고 고백하더군요.

“모따가 종종 제게 말했어요. 왜 아직도 여기 있냐면서요. 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거라며 꼭 도전해보라고 조언해 줬어요. 그런 말들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자극도 많이 받았고요. 그러다 2006년 말 K-리그 우승컵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면서 생각했죠. ‘그동안 K-리그에서 뛰면서 참 많은 것을 이뤘구나. 이젠 나가야할 시간이다’라고요. 제겐 큰 전환점이 된 순간이었어요.”

그는 K-리그 경험을 발판으로 더 크게 도약하겠다고 말했죠.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테스트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하더군요.

“누군가는 그랬어요. K-리그 MVP 출신이 테스트를 받으면서까지 가야하겠냐고요. 그렇지만 전 그런 자세로는 절대 해외진출에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축구 종주국이 아니에요. 월드컵 4강에 올랐지만 그렇다고 아직 축구 강대국도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K-리그 선수들의 실력은 아직 검증받지 못한 상태죠. 속상하지만 이를 인정해야해요. 그리고 하루 빨리 우리 스스로 수준을 높여야겠죠. 그래야 비디오 혹은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 하나만으로 뽑히는 날이 올테니까요.”



결론은 다들 아시죠? 입단 테스트를 통과한 김두현은 그로부터 6개월 후인 지난 5월 결국 웨스트 브롬위치와 2년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웨스트 브롬위치가 프리미어십에서 우승하며 1부리그에 진출했으니 드디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5번 째 선수가 됐군요. 그 사실만으로도 대단한데 이번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골가뭄에 허덕이던 한국대표팀에 ‘단비’가 돼줬네요. 문득 인터뷰 도중 그가 제게 했던 말이 생각합니다.

“중학교 때 숙소 앞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어요. 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때까지 참고 견디며 노력하자. 그 문구를 보며 운동했는데 정말로 현실이 돼서 나타났어요. 정말 기분 좋았죠. ‘나도 이제 대표구나’ 하는 사명감도 생겼고요. 경기가 끝났는데도 다시 뛸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넘쳤어요. 늘 그때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며 뛰려고 해요.”

지금도 김두현 선수는 처음 국가대표가 됐던 순간, 태극마크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A매치에 데뷔했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의 해트트릭 비결은 바로 ‘초심’에 있는 게 아닐까요? 물론 그의 해트트릭은 공수를 아우르는 기동력, 너른 시야, 남다른 슈팅력 등등 그가 가진 장점들이 잘 어우러진 덕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전 ‘처음의 마음’을 지금도 잊지 않는 김두현 선수만의 근성이 지닌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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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2010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요르단과의 경기 전날 우리 대표팀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마지막 연습훈련을 가졌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이청용 선수에게 “내일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그는 “저도 좋은 일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로 화답했습니다. 여기서 좋은 일이란 바로 ‘요르단전 출격명령’을 뜻합니다.



그간 대표팀 부동의 오른쪽 날개는 프리미어리거 설기현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소집훈련 전부터 언론에서는 설기현 선수의 경기력 저하에 의문을 던져왔습니다. 지난 1월 이후로 설기현 선수가 소속팀 풀럼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소집 첫날 가진 국민은행과의 연습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설기현 선수는 2퀴터와 3쿼터 연이어 뛰었지만 움직임은 예전과 달리 날카롭지 못했으며 특유의 돌파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3쿼터 말미에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답답했는지 소매까지 걷어 올린 채 짧은 탄성을 뱉으며 뛰었지요.

물론 그날 이청용 선수 또한 크게 도드라진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평소 리그에서 보여주던 모습만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국민은행과의 연습경기가 중요할 것 같으므로 잘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스스로의 발언에 반한 경기력 때문인지 조금은 실망한 듯 한 얼굴이었습니다. 1쿼터를 마치고 선수들은 둥글게 앉은 상태에서 허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었죠. 그 짧은 시간 내내 이청용 선수는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설기현 선수가 요르단전까지 경기력을 회복하기란 어려운 듯 보였습니다. 시간이 짧았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조심스럽게 이청용 선수의 선발이 점쳐지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도 그런 쪽으로 흘러가는 듯 한 모습이라 부러 이청용 선수에게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던 것이지요. 평소 자신의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은 이청용 선수인지라 티는 내지 않았으나 짧게나마 지은 미소에서 저는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그는 절대로 웃지 않았을 테니까요.

경기 당일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자석으로 이동하려는데 후배 기자가 제게 말해줬습니다. “이청용 선수가 선발 명단에 들었어요.” 설마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그의 A매치 데뷔전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고백하건데, 그는 제가 무척이나 특별한 선수였습니다. 저의 기자 데뷔전과 그의 프로 데뷔전이 같았기 때문이죠.

처음 기자증을 갖고 프로 경기를 취재하러 갔던 그날, 그러니까 2006년 3월 13일, 그는 수원과의 원정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그는 슈팅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팀 내 ‘최다 파울자’로 이름을 올리며 경기를 마쳐야만 했습니다. 경고까지 하나 받으면서 말이죠. 이렇게나 파울이 많았던 까닭은 그만큼 긴장이 컸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담담히 그의 데뷔전 모습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 저 역시 그날의 기억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기자 출입구를 찾지 못해 경기장을 뱅뱅 돌다가 결국은 물어물어 입장해야만 했지요. 덕분에 저는 선수들이 에스코트 어린이와 경기장에 입장할 때서야 겨우 기자석에 도착할 수 있었죠. 이청용 선수나 저나 그날만큼은 ‘어수룩했던 나 자신’으로 기억할 듯합니다.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후로 리그에서 그의 모습을 볼 때면 자연스레 제 모습을 투영했던 이유가. 2004년 열여섯 어린나이로 프로에 입단한 이후, 2006년 2년 만에 기회를 잡았지만 4경기 1도움이라는 다소 실망스런 성적으로 그해를 마감해야만 했습니다. 2006년 7월 29일 전남전이 마지막 경기였으니 그 해 시즌 절반을 그는 관중석에서 보냈습니다. 조금만 더 잘했다면 기회를 잡았을 텐데, 라는 실망감으로 그는 남은 시즌을 보냈겠죠.

하지만 2007년 귀네슈 감독의 부임과 함께 그는 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귀네슈 감독은 FC서울의 어린 선수들에게도 주전 기회를 보장했고 2006년 당시의 아픔을 기억한 그는 특유의 끈기로 그 기회를 잡고 말았습니다. 2007년 3월 21일 수원전. 박주영 선수가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수원을 4-1로 이겼던 그날, 상암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머릿속에는 비단 박주영 선수의 이름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연한 움직임으로 수비수들을 따돌리며 최전방까지 침투한 뒤 박주영 선수에게 보낸 패스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그해 7월 맨체스터Utd.와의 친선경기에서 FC서울은 0-4로 졌지만 이청용 선수의 측면 플레이만큼은 유독 빛났습니다. 덕분에 그는 호날도와 함께 기자들이 선정한 경기 MVP에 뽑혔습니다. 평소 가장 존경하던 선수가 바로 호날도였으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겠죠. 그날 전 조금씩 자신의 꿈에 다가가는 이청용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요즘도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을 좋아하고 밥보다 빵이 좋다며 팬들이 건네주는 던킨도너츠 앞에서 웃음을 거둘 줄 모르는 그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소년 같습니다. 여느 사커키즈처럼 새벽에 중계된 해외리그 경기를 찾아 노트북에다 다운받는 모습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와중에도 그는 시나브로 한국과 K-리그를 책임질 선수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LA갤럭시와의 친선경기에서는 베컴을 상대로 전혀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는가 하면(저는 그날 베컴이 이청용 선수의 포커페이스에 외려 말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청용 선수의 깊은 태클에 베컴이 성을 냈는데 보통 그럴 때 어린 선수들이 기죽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후에도 전혀 기죽지 않으며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쳤죠.) 지난 5월 25일 성남전 후반21분 선제골을 터뜨린 후에는 FC서울 서포터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기뻐하는 팬들을 상대로 반응을 유도하는 그의 모습이 진정 프로다웠기 때문이죠.

그런가 하면 이따금 교체할 때마다 보여주는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두 손을 위로 올린 채 박수를 치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기 때문이죠. 수줍어하며 제대로 인사조차 못하던 2년 전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시간이 참 많이 흘렀음을, 어느새 프로선수가 다됐음을 저는 깨닫곤 합니다. 이렇듯 기자와 선수로 자신의 영역에서 같은 날 출발했지만 그는 참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제자리에 머물러있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지금의 모습은 곧 이청용 선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땀 흘렸음을 증명하는 것이겠지요.

피 끓는 청춘이기에 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즐기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도 그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디고 이겨냈습니다. 외려 그런 것들에 빠지는 자신을 경계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관심을 받는 여느 선수들이 보여준 행보와는 사뭇 달랐죠. 그래서 저는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인격적으로는 성숙한, 그를 존경합니다. 좀처럼 인내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그가 대단하게 보일 수밖에요.

3년 전, 2005년 3월 13일 박주영 선수가 데뷔골을 터뜨렸던 그날, 이청용 선수는 탄천종합운동장 한켠에 앉아 언젠가는 박주영 선수와 꼭 경기를 같이 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 그 꿈을 이뤘고 그 꿈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지게 됐습니다. 요르단전에서 함께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니까요. 경기 시작 전 김남일 선수는 손수 이청용 선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치며 격려를 해줬습니다. 박주영 선수 역시 경기 내내 이청용 선수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넸고요. 나중에 물어보니 뺏겨도 좋으니 과감히 하라고, 뒤에서 도와줄 테니 자신감 갖고 하라는 이야기였다네요.

대표팀 소집 첫날 그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이번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면 어떻겠냐고요. 그는 “긴장도 되겠지만 설레기도 해요. 자신있게 하다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해서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들려줬습니다.

그의 대답이 놀라운 이유는 ‘설렌다’는 표현에 있습니다. 저는 그 말에서 이청용 선수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죠. 아니나 다를까 요르단전이 끝난 후에도 그는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쩔뚝거리며 경기장을 나서는 그에게 데뷔전 소감을 묻자 그는 “형들 도움 때문에 쉽게 무사히 경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K리그 데뷔전보다 훨씬 덜 긴장했어요”라고 말했지요.

큰 경기에서 주눅 들기보다 부담을 털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그 모습에서 저는 이청용 선수가 가진 당참과 강함을 느낍니다. 쉬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것을 가슴 속 깊이 되새김질하며 뛰는 그 모습에서 뭐든지 쉽게 말로 뱉는 제 모습을 반성합니다.

요르단과의 2-2 무승부 결과에 많은 팬들은 걱정했고 우려를 표했고 또 그 중에는 성낸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희망을 걸고 싶습니다. 그날 우리는 이청용이라는 새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지요. 그 희망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누군가는 초심을 잃지 않을까, 라는 우려를 표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꿈은 무척 높기에 쉽게 닿지 않을 것이며 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목표를 이룰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처음과 끝이 같을 사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저는 조용히 그의 성장을 바라볼 것입니다.

그의 성장이야말로 우리 대표팀의 선전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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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박지성 선수의 선제골과 박주영 선수의 PK골로 전반 2-0으로 앞서갔지만 후반에 내리 2골을 내주며 결국 2-2 무승부로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

동점골이 터지자 하산 압델 파타는 유니폼까지 벗어 던지며 기쁨을 표현하더군요. 2골 모두 자신의 발끝에서 터졌으니 그럴 수밖에요. 때문에 경고 카드를 받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듯 했습니다.


믹스트존에서 우리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요르단 선수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렸습니다. 요르단 선수들은 일부러 보란 듯이 믹스트존에 있던 문을 활짝 연 다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더군요. -.-;

그리고 잠시 후 나타난 우리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 고개를 푹 숙인 채 갔고 기자들 역시 그 마음을 이해하는지라 꼭 멘트가 필요한 선수들에게만 가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지막에 나타난 박지성 선수는 대부분 기자들이 김남일 선수에게 몰린 틈을 타 조용히 가려했으나 결국 그를 발견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해야만 했지요.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하더군요.

박지성 선수의 인터뷰가 궁금하신 분들은 동영상을 확인해보세요. 마침 박지성 선수가 제 앞에 자리를 잡은 덕분에 정면에서 박지성 선수의 멘트를 딸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떠난 후 믹스트존을 나서려는데 요르단 축구협회 관계자 분께서 우리 한국 기자들에게 요르단 기념품을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제 재킷 왼쪽 깃에다가는 특별히 요르단 배지를 달아주시더군요.



물론 선물을 주는 그 마음에는 감사했으나 2-2라는 스코어 때문에 씁쓸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나섰습니다. 열심히 뛰었으나 막판 뒷심 부족으로 2골을 헌납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은 또 오죽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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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설기현 선수가 몸 담고 있는 클럽 풀햄의 홈경기장으로 알려진 크레이븐코티지. 지난 2일(한국시간)에는 맨체스터Utd.와의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죠. 전반 44분 P.스콜스가 PA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GA안쪽에 있던 박지성 선수가 헤딩으로 연결, 시즌1호골을 성공시켰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시즌1호골이 터진 크레이븐코티지는 여타 런던 클럽(아스날, 첼시)와 달리 수용인원이 24,510명 뿐인 작고 아담한 경기장입니다. 1904년에 완공됐으니 벌써 지은지 100년이 넘었네요.

경기장 가는 길 내내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줄 지어 서있었는데요, 위용이 느껴지더군요. 봄이 오면 짙고 푸른 나무 숲들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반겨주겠죠. 경기장 옆으로는 템즈강이 흐르더군요. 자연과 어우러진 경기장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마침 해가 질 때라 노을은 하염없이 수면 위로 녹아내리더군요. 그 모습에 감탄하여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바로 전까지 넋을 잃은 채 있었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여건이 안돼 미처 방문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자연과 어우러진 풀햄경기장 '크레이븐코티지' 풍경이 담긴 동영상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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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서 경기장까지 약 15분 정도 걸어야합니다.
봄이 오면 울창한 나무 숲이 반겨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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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풍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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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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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때라 더 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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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첼시 같은 다른 런던클럽과는 달리
작고 아담한 경기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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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갈 때 찍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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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자체가 주는 포근함이 참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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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얼마전 런던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발전부터 미리 계획표를 짜는 등 열심히 여행준비에 몰입했답니다. 그 목록 중에는  ‘꼭 방문해야만 하는 곳!’이라는 항목도 있었습니다. 그 중 1순위는 바로 풀햄의 홈구장 ‘크레이븐코티지 방문’이었죠. 다행히 풀햄 경기 티켓을 구하기는 쉬웠답니다. 경기 전날임에도 표가 많이 남아있었거든요. (현지 사람들 말론 런던클럽 중 아스날과 첼시에 밀려 인기가 없대요. ㅠㅠ 게다가 팀은 강등위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매표소 직원은 풀햄 목도리를 선물로 줬답니다. 그리고 좌석은 제일 좋은 자리(W석)로 끊었습니다. 설기현 선수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바로 다음에 발생했습니다. 지인이 제 대신 카드로 계산을 했는데 하필이면 그 카드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카드였지 뭐에요.

갖고 있던 카드는 그것 하나 뿐이라 하는 수 없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쓱 내밀었죠. 그러자 매표소 직원들은 “맙소사!”를 연발하며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한 직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서 빨리 나가라는 시늉을 하더군요. ^^; 그 순간의 표정들을 하나 하나 묘사하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크레이븐코티지는 무척 아담한 경기장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시야감이 좋았죠. 제가 앉은 자리 바로 앞에서 선수들은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풀햄 팬들이 경기장 자랑을 정신없이 한 까닭이 이해되더군요.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프리미어리거들이 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설기현 선수도 있었습니다. 설기현 선수를 만나기 위해 이곳 크레이븐코티지까지 온 것이지만 막상 실제로 보게 되니 아무 말도 안 나오더군요. 수십분 전까지 저는 이곳이 말로만 듣던 프리미어리그구나, 라며 감탄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꿈의 무대 위에 설기현 선수가 있었네요! 그 대단함이 주는 위압감에 눌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설기현 선수는 몸을 풀고 있던 와중에도 한국에서 온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해줬습니다. 하프타임 때는 동료와 패스를 주고받다 사인을 해주기 위해 관중석까지 왔고요. 돌아서서 가던 그에게 친구가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더군요.


그러나 아쉽게도 설기현 선수는 그날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습니다. 로이 호지슨 신임 감독 부임 초기였던 지난 1월, 설기현 선수는 4경기나 뛰었지만 골을 기록하지 못했죠. 그 때문에 점점 입지가 좁아진 듯합니다. 경기에 나설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호사가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설기현에게도 위기가 왔다”고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누구보다도 설기현 선수만의 묵묵함과 꾸준함, 그리고 뚝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 묵묵히 피치 위를 뛰며 출전 준비하던 그의 모습은 제게 다음과 같이 말했지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시련을 이기겠노라고 말입니다.


지난 날 광운대 축구부를 이끌던 어린 공격수는 올림픽대표로 성장했고 어느 날 벨기에리그로의 진출을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에 입성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지요. 이렇듯 설기현 선수는 한 계단, 한 계단 씩 차근차근 노력했고 결국에는 꿈을 이뤄냈습니다. 저는  이것을 전적으로 설기현 선수 특유의 인내심과 노력이 빚어낸 결과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설기현 선수는 곧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알았는지 그는 지난 2월6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조별리그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4-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으로 뽑힌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는 지금도 기억하겠죠. 2만5천여 명의 관중들이 한마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던 그 순간을요. 그리고 그날의 환호성을 잊지 않는다면, 그 목소리에 감사한다면 다시금 부활의 날개짓을 필 것이라 믿습니다. 설기현 선수의 선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참, 그날 경기가 끝난 후 출장하지 못한 선수들은 경기장에 남아 가볍게 러닝을 했는데요, 그 모습을 보던 중 "설기현 선수, 저희 이제 가요. 힘내세요!"라고 끝인사를 했습니다. 관중석에 서서 아주 큰 목소리로요. 그랬더니 러닝 중이던 설기현 선수는 양손을 흔들며 화답해줬답니다. 헤헤, 설기현 선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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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올 한해  몇 번이나 경기장을 갔는지 궁금해 다이어리를 꺼내 하나 하나 세어봤습니다. 정확하게 72번이더군요. 많기도 하여라. ^^ 그래도 제 머리와 가슴은 그 모든 경기들을 기억하고 있답니다. 어쩜 다이어리와 이곳 블로그에 후기를 끄적인 덕분인지도 모르겠죠.


그 수많은 경기들 중 저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뛰었던 경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도 제 머릿 속에는 텅빈 운동장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모습이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 자리 잡아 있네요. 경기장이 너무 조용한 나머지 관중석에 앉아있던 제게도 선수들이 하는 말이 또렷이 들려 언젠가는 멋쩍어하며 웃었던 기억도 나는군요.


올 한해 대학 축구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면 늘 경기장에 가곤 했습니다. 8월에는 안동까지 가서 뙤약볕 아래서 경기를 지켜보다 일사병에 걸려 쓰러지기도 했고(승부차기까지 갔거든요! 140분 동안 햇볕 아래 있었으니 몸이 축날 수 밖에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10월의 어느 날에는 찬 바람을 쐬며 수원종합운동장에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학축구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양구까지 내려갔고요.


가끔 사람들은 묻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리도 열심히냐고요. 전국을 헤매면서까지 봐야만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냐면서요.


물론 그때마다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치열함 때문에요."


치열함.


그렇습니다. 전 그저 그들의 지독한 치열함이 좋아서 그럴 뿐입니다.


경기장에 서 있을 때면 그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때론 상대를 향해 욕을 하고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맙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곧 일어섭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달리지요. 공 하나를 향해 뛰는 그들을 바라볼 때면 저는 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단지 힘들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려는, 늘 잘할 수 있을까? 라며 자주 주저앉은 제 자신에 대해 말이죠.


하지만 그들은 그런 저와 다릅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저 공을 향해, 공과 함께 뜁니다. 단지 비장한 각오가 있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희망, 바로 희망 때문이지요.


언젠가는 관중들로 가득 찬 경기장에서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말입니다.


공과 잔디, 그리고 땀방울 하나 하나가 바로 그들이 품는 품입니다. 그렇게 온마음으로 키워내는 꿈이지요. 저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치열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 배운답니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서 저는 그들과 잠시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보라고 말했지요. 그랬더니 선수들은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렇지만 마음 속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하더군요.


“이번 경기만 그러는 게 아니라 일단 예선, 16강, 심지어 결승에 가도 가족들이나 선수들 주위 사람들 이외에는 경기를 보러 안 오세요. 항상 마찬가지에요. 이번 경기는 수도권에서 했는데도 주위 사람들 외에는 안 오더라고요. 좀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저희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뛰고 있는데 많이 안 오시니까 속상하죠.”


“K-리그 가기 전까지의 성장과정이라 보면 되요. 저희가 대학에 있으면서 이런 대회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하거든요. 그러고 나서 K리그에 가게 되면 더 잘하게 되는 거죠. 성장과정이라 보면 되요.”


저희가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다보니 K-리그보다는 경기 흐름도 조금 늦고 재미없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K-리그보다 인기가 없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그렇지만 저희 열심히 하고 있어요.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K-리그에 나가기 전의 성장과정 속에 있는 거니까 가끔 보게 되더라고 큰 응원 부탁해요.”


“오늘은 좀 많이 온 건데… 관중 없는데서 많이 뛰어봤어요. 관중이 많으면 신나겠지만 아마추어는 어쩔 수 없이 적잖아요. 그래서 프로에 가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 많은데서 뛰고 싶은 마음에,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하게 되죠. 앞으로도 죽어라 해야죠. 관심 갖고 많이 지켜봐줬으면 좋겠어요. 대학 축구도 한국 축구인데 프로만큼 실업만큼은 아니더라도 관심 가졌으면 좋겠어요.”


좀 실감이 안 나죠. 관중들이 없으니까. 아마추어 축구라도 많이 보러왔으면 좋겠어요. 많이 오면 뛰는 우리도 재밌어요. 아마추어 축구도 똑같아요. 프로축구처럼 박진감 넘치고 파워있고 스피드 있고… 프로랑 틀릴 게 없어요. 그러니 프로축구만 사랑해주실 게 아니라 아마추어도 많이 보러 와서 응원해주면 저희가 더 힘을 받고 열심히 할 것 같습니다.”


“관중이 없어요. 그렇지만 프로랑 별 차이 없어요. 압박이나 스피드도 좋고요. 프로에 있는 선수들도 다 아마추어 리그를 거친 뒤 가는 거랍니다. 그러니 아마추어 축구도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스타들이 다 거치고 가는 곳이에요. 박지성 선수도 여기에서, 이런 아마추어 무대에서 뛰다 프로에 간 거잖아요. 좋은 선수들 아마추어 리그에도 진짜 많아요. 많이 봐주세요. 아마추어 경기를 많이 봐줘야 저희도 발전되고 그렇게 많이 응원해주신다면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열심히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들도 다 이렇게 아마추어 리그를 거치고 갔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아마추어 축구도 재밌고 스피드 있고 압박 부분에서도 프로랑 별 차이 없으니까 많이 봐주세요(웃음).”


선수들은 제게 말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달라고요. 스타는 갑자기 탄생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렇게 작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자라는 법이니까요.


물론 그들은 딱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없을 지라도 묵묵히 제 몫을 해낼 것입니다. 달릴 때만큼 행복한 순간은 또 없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이 가장 잘하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끝없이 노력하겠지요.


그렇지만 칭찬해주세요. ‘그들만의 리그’에서 ‘모두의 K-리그’에 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세를 말이에요. 그리고 격려해주세요. 언젠가는 한국을 빛낼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요.


박지성 선수도, 설기현 선수도, 또 이천수 선수와 박주영 선수 또한 이렇게 텅빈 운동장에서 뛰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그들 역시 한때는 대학무대를 빛냈던 선수들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시선을 낮춰 바라봐주세요. 


별은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그들 이마 위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처럼 그렇게 반짝반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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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