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에서 브라질에게 0-3으로 패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을 상대로 혼신의 힘을 다해 준결승까지 올라갔지만 잃은 것 역시 많은 경기였다. 선수들은 혈투로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조2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이동시간이 많았다. 카디프에서 맨체스터로 다시 카디프로. 이동경로가 짧았던 일본에 비해 불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현지에서 전해들은 올림픽대표팀 소식. 체력이 이미 떨어져 몸이 많이 힘들다고 하였다. 걱정이 컸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몸이 힘들 새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가 져서 마음이 아픈 것일까.
한데 선수들의 대답은 달랐다. 홍명보 감독님과 올림픽 대표팀 동료들과 뛰는 마지막 경기였기에 선수들은 몸이 힘들다는 것을 생각할 새도 없었다고 한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뛰는 올림픽 대표팀의 이야기는 한편의 영화와도 같았다고 했다. 이 영화가 런던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군면제. 그보다 더 중요하는 것은 홍명보 감독님과 올림픽팀을 위해서 자신들이 무언가 해줄 수 있는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군면제보다 중요한 것. 팀을 위한 희생. 선수들의 마음에는 그것 뿐이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것이 이 팀의 명제였는데, 다시 한번 그 명제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대회에 나가기 전에 강원FC의 불멸의 풀백 오재석이 그랬다. 준비된 사람이 기적을 일으키는 법이라고 배웠어요, 런던에서의 기적같은 결과 상상합니다, 그 생각을 하면 행복해져요, 라고.
올림픽팀과 함께한 4년 간의 시간.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에 이 팀에서 보답하고 싶었다고 한다. 선수 한명 한명이 흘린 땀들은 값졌다. 그리고 그들이 모인 팀은 위대했다.
군면제 타이틀이 걸린 아시안게임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하며 강박감에 눈물 흘렸던 어린 소년들은 어느새 남자가 되었고 전사가 되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상대로, 영국 홈에서 7만 관중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뛰었다. 배운데로 플레이를 하며 팀을 생각하면 우리는 행복할 것이라고, 올림픽팀만의 행복한 축구만 생각하며 뛰었다.
언론과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식었다를 반복할 때 박주영은 선수들을 모아서 그랬다고 한다. 우리가 잘하면 박수보내고 우리가 못하면 쓴소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말들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 우리는 팀이다. 팀을 생각하며 우리가 얼마나 즐겁게 함께 훈련했는지만 생각하자고.
오늘 이 축구가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었다는 주장 구자철의 소감. 우리 올림픽대표팀은 마지막이라는 간절감을 가슴에 담고 싸웠고 결국은 간절함의 차이가 승패를 가로질렀다. 한일전 2-0승리라는 스코어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저희의 도전이 빛을 발할 시간입니다. 4년간 고생한 우리의 꿈이 꼭 이뤄어지도록 기도해주세요.”
런던으로 출국하기 전 오재석이 팬들에게 남긴 인사말. 그 도전의 끝이 해피엔딩이 되어, 축구공 하나로 온 국민이 함께 행복할 수 있어서 나도 행복했다. 그래서 이 태극전사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준결승에 올랐을 때, 아직 역사를 쓰지 못했다고 했던 선수들. 그러나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따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02년 월드컵을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운 이들이 10년 후 런던에서 기적을 썼듯이 이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울 키즈들이 새롭게 쓸 축구역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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