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90kg이 끝나고 대한체육회에 올라온 글이다. 대한체육회도 송대남의 금메달을 예상하지 못했나보다. 사진이 없어 급하게 싸이월드에서 퍼온 사진으로 축하 포스팅을 작성했다. 이럴 때 사람들이 웃프다, 라는 말을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메달 세레모니 때 찍은 사진. 사진을 보니 그제야 송대남의 나이와 연륜이 느껴진다. 보통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다르게 웃으니 얼굴에 주름이 한가득이다. 바로 전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19살 김장미를 보다 송대남으로 시선을 돌려서인가. 프로필을 살펴보니 1979년생이다. 우리나이로 34살. 축구계에서는 노장으로 취급받는 나이인데, 유도계에서는 환갑으로 여겨지는 나이란다. 세계랭팅 17위의 ‘할아버지’ 선수의 금메달 획득은 대한체육회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사진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체육회를 마음 놓고 탓할 수만은 없겠다.

 

 

 


연장전에서 11초 만에 기습적인 안뒤축 감아치기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둘째손가락으로 관중석도 가리키더니 엄지로 KOR가 박혀있는 자신의 백넘버를 우리에게 보여주던 송대남. 매트에 인사를 하고 멋지게 내려왔는데, 동서지간인 ^^정훈 감독을 만나고 나서부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메달 세레모니 중에도 그는 울먹울먹했다. 활짝 웃다가 명치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울음을 꾹꾹 눌러 참는 모습이 보였다. 관중석을 한 바퀴 돌며 인사할 때도 같은 모습이 반복됐다. 현장에서 중계하던 김정일 아나운서는 결국 그런 송대남의 모습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물론 나 역시 그랬다.  

송대남은 34살에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동안은 인연이 없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권영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김재범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선발전에서는 한참 어렸던 후배 김재범에게 올림픽 티켓을 내줬다. 당시 김재범은 이원희를 제압한 왕기춘을 피해 체급을 81kg로 올렸고 같은 체급이었던 송대남에게 도미노처럼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그때 송대남의 나이가 서른이었고 10살 가까이 차이나는 어린 후배의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소식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은퇴를 생각했다.

 


그런 송대남에게 자신의 처제를 시켜주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사람이 유도대표팀 정훈감독이다. 그 뒤 81kg급에서 다시 정상을 달리게 됐지만 2010년 11월 무릎 수술로 매트 위를 떠나있어야했다. 끊어진 십자인대를 잇는 수술인데, 보통 축구선수들이 받는 수술과 비슷한 듯하다. 경기 중 손상된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의 경우 재활까지 4-5개월이 걸린다. 강원FC의 배효성의 경우 인대만 부분적으로 파열됐는데 복귀까지 3달이 걸렸다. 수술을 하고나면 재활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데 송대남은 1달만에 재활훈련을 끝냈다고 한다. 배효성도 근육이 촘촘히 자리 잡고 있어 회복이 빨랐는데 송대남도 비슷했다. 남다르게 발달한 근육세포 덕이라고 하나 여기에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첨가됐기에 복귀가 빨랐던 것 같다. 송대남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듬해인 2011년 3월 송대남은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90kg으로 체급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체급변경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도 66kg으로 체급을 올렸다가 밀리며 이번 런던올림픽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90kg으로 체급을 올리자 기존에 쉽게 사용했던 기술들이 근력과 파워에 밀리며 먹혀들지 않았다.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만 올림픽까지는 딱 1년 남았고 국가대표선발전까지는 이보다 더 적은 시간이 주어졌다. 상상을 넘어선 훈련량 말고는 달리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

34살 송대남은 유도 90kg급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37세 영국의 윈스턴 고든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나이 뿐 아니다. 유도국가대표팀에는 용인대-마사회라는 성골출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유도계에서는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청주대를 나와 시청 소속 선수로서 그 끈끈한 카르텔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주변에서 넌 안 될 거야, 라고 말하면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혹은 정말로 이루지 못할 것 같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부딪히고 도전하던 내 자신의 모습은 과거라는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고 만다. 슬픈 일이다.

태릉선수촌에서 띠동갑에 가까운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송대남은 나이 많고 체력 떨어진 34살 노장 선수가 무엇을 이룰 수 있겠냐는 주변의 안타까운 시선과 만났을 것이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 사회에, 송대남의 금메달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 우리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한다. 그래야 송대남처럼 편견 속에서도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고, 그처럼 꿈을 이룰 수 있는 법이다. ‘오빠’ 송대남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 

 

김병지 선수도 송대남 선수를 이렇게 멋지게 축하해주셨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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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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