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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Footballers

폭우속에서도 지소연은 빛났다

지소연을 만났습니다. 2년만의 만남이었어요. 2008년 8년 U-17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을 때 주장 완장을 차고 있던 꼬마 아가씨는 2년 만에 한국 여자축구의 희망을 넘어 세계 여자축구계를 지배하는 스타가 되었습니다. 앳된 느낌은 이제 없더군요. 그녀의 플레이가 성장한 것처럼 말이에요.



지소연은 2년 전 우리의 만남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 기억나요, 라며 라커룸으로 들어가는데 굉장히 밝아보였고 또 또랑또랑한 느낌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2년 전만에도 제가 던진 질문에 잘 대답하지 못하던 수줍던 소녀는 이제 없더라고요. 언론과의 인터뷰가 많았기 때문일까요. 이제는 저를 대하는 태도도 한결 자연스러워졌더군요. 부쩍 성장한 지소연의 모습에 제가 조금 압도되기도 했습니다.

통일대기 전국여자종별축구대회 결승전이 열린 강릉종합경기장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폭우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비가 내렸고 선수들이 뛰기에는 열악한 날씨였습니다. 유니폼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니폼은 비를 다 머금었고 꽤 무거웠습니다. 잔디는 미끄러웠고 몸은 무거웠고 비가 세차게 뿌려 시야는 좋지 않았고요.



그렇지만 지소연은 후반 23분과 36분에 연속골을 터뜨려 4-1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소속팀 한양여대에 우승트로피를 안겨주었죠. 악천후의 날씨 속에서도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지 않던 센스와 결정력.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날씨 속에서는 트래핑도 어렵고 볼이 예상을 빗나가며 튀기기 때문에 키핑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키더군요. 기본기가 너무나 좋았고 집중력도 뛰어났습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지소연은 반짝반짝 빛나더군요. 무엇보다 빗속에서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와준 몇 안 되는 관중들을 위한 세레모니도 빛났어요. 비로 젖은 잔디위로 미끄러지며 슬라이딩 세레모니를 보여주더니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치더군요. 학원축구에서는 보기 드문, 팬과 함께 하는 그녀의 세레모니에 이 선수, 참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감탄사를 연신 내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