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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강원도의 힘, 강원FC

장애인손 놓지 않던 중국선수 리춘유


강원FC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을 맞아 중국선수 리춘유를 영입했습니다. 이미 바제(마케도니아) 라피치(크로아티아) 헤나토(브라질)을 보유하고 있던 강원FC가 또 한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던 건 아시아쿼터제 덕분이었죠. 아시아축구연맹 소속 국가의 선수는 한명 더 영입이 가능한 3+1제가 바로 아시아쿼터제입니다.

리춘유는 중국이 2008년 자국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을 대비해 유소년 시절부터 국가의 특별관리를 받던 엘리트 선수였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며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돼 훈련을 받았지만 아쉽게 올림픽 본선무대에는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6월 아시안컵을 대비한 국가대표에 발탁되며 오성기를 가슴에 달게 됐죠.

사실 중국선수를 가까이서 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J리그 출신 일본선수들은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중국은 가까이 있음에도 그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까이서 보게 된 중국선수 리춘유는 굉장히 성실하고 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기특합니다. 다행히 같은 아시아권국가라 한국음식을 좋아하고요, 한류의 영향을 받은 덕에 한국영화, 한국음악, 한국 TV쇼 프로그램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음악이 좋다며 제 차에 탔을 땐 흥얼흥얼 따라부르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첫인상들로 가득했는데, 그런 리춘유가 저를 감동시키고 말았습니다. 바로 얼마전 1급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 <정다운 마을>을 방문했을 때였죠.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느낀 건, 그들의 영혼이 참 맑다는 것입니다. 맑기 때문에 낯선 이들을 봐도 그들에게 두려움과 경계란 없습니다. 그저 반가운 마음만 가득합니다, 그래서 저희를 보면 늘 먼저 달려와 반갑다며 손을 잡고 인사하고 팔짱을 끼고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강원FC 선수들에게 이런 시설 자원봉사는 처음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익숙하게 장애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리춘유는 이곳이 처음이었기에 다소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더구나 말도 안통하니 더 그랬겠죠. 그래서 저는 리춘유를 따라다니며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지켜보았습니다.

한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요 리춘유는 자신을 잘 따르던 장애인의 손을 꼭 잡고 같이 걸어다니고 텔레비전을 시청했습니다. 채널을 바꿔달라며 손짓하자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통했던 덕에 열심히 채널도 바꿔주고 같이 비빔밥도 먹고 그날 하루 장애인의 좋은 친구가 되어줬답니다.

봉사활동 내내 장애인의 손을 놓지 않던 리춘유의 모습은 참 감동이었어요. 국적도, 언어도 달랐지만 나와 다른 사람일 뿐 틀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제게도 느껴졌거든요. 그 따뜻한 마음을 K-리그 팬들도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리춘유를 만나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