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인왕 수상자 김영후. 그간 K-리그에서는 신인왕 수상자들이 이듬해 부진한다하여 2년차 징크스 혹은 신인왕 징크스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김영후에게는 예외인가 봅니다. 벌써 10골을 넣으며 득점 4위를 달리고 있거든요. 강원FC가 리그 13위로 부진하지만 김영후만은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팀이 살아났다면, 그의 득점행진은 더 가속되지 않았을까 해서요. 그래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말하는 그는 정말 K-리그에 내려온 천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있던 관중들은 일제히 있을 수 없는 골이라며 놀랐습니다. 김영후의 역전 프리킥 골 때문이었는데요, 당시 현장에서 제가 찍은 영상을 한번 보실까요?
사실 그 자리에서 프리킥이 났을 때 저와 지인들은 "영후존이다!"하며 골이 터질 것 같다는 예상을 조금은 해봤어요. 바로 2경기 전이었던 7월 24일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비슷한 위치에서 김영후는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거든요.
김영후는 올 시즌 3번의 프리킥을 차 3번 모두 성공시키며 100%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영광의 1번째 프리킥은 지난 5월 26일 전북과의 컵대회에서 터졌죠. 사실 지난해까지 김영후가 프리킥을 찬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킥력이 정확했던 일본 선수 마사 또는 중앙미들자원인 권순형 또는 이창훈이 번갈아가며 찼거든요.
한데 전북과의 컵대회에서 갑자기 김영후가 프리킥을 차게 됐어요. 그때만해도 강원FC에서 득점감각이 가장 좋았던 선수였기에 킥의 정확성보다는 김영후가 그간 보여줬던 '한방'에 더 무게를 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넣으면 좋은 거고 못 넣어도 뭐라 할 순 없겠지, 했는데. 세상에나.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요. 크게 휘어지며 골키퍼 손이 닿지 않던 골망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지 뭐에요. 그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찍지 못한게 두고 두고 아쉽습니다. 다행히 N석에 있던 어느 서포터 분이 찍으셔서 그때 GIF 파일을 올려드릴게요.
컵대회라서 중계카메라도 없었고, 이건 정말 이날 현장에 있던 몇 안되는 팬들의 머릿속에만 남을 듯합니다. 그래서 그 현장에 있던 제가 참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훌륭한 골을 직접 봤으니까요.
지난해 유병수와 신인왕 경쟁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유병수는 무회전 프리킥을 잘 넣는다고 하여 은근슬쩍 김영후에게 이제는 무회전 프리킥을 좀 연마해보자고 농담을 건넨 적이 있는데, 부러 연습을 한 건 아니었음에도 올 시즌 김영후도 무회전 프리킥을 잘 성공시키고 있네요.
그래서 그에게 프리킥 성공 비결을 물어봤어요. 과연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김영후는 수비벽을 생각하며 얼마큼 휘어감아차야겠다, 식으로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골문을 향해 정확하고, 세게 차야겠다. 딱 그 생각만 한대요. 머리가 복잡하면 슈팅을 하는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러면 골의 정확성도 함께 떨어지게 되죠. 오히려 간단하게 생각하는게 프리킥을 성공시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런 프리킥을 차기 위해서는 킥력이 꽤나 강력하게 합니다. 그래서 발목강화훈련도 하고 따로 중거리슈팅 연습도 자주 하곤 하는데, 그게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것 같아 지켜보는 저도 참 흐뭇합니다.
K-리그가 재미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김영후 프리킥 동영상을 추천으로 날려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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