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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강원도의 힘, 강원FC

꼴찌 강원FC가 만든 기적의 드라마

대전월드컵에서 열린 대전시티즌 대 강원FC와의 K-리그 경기. 14위와 15위의 싸움이었습니다. 이 경기로 꼴찌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팀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ㅠㅠ 강원과 대전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경기였답니다. 전반 35분 리춘유의 프리킥을 서동현이 골 에어리어에서 받아 그대로 오른발 슈팅에 성공, 팀 1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미가 깊은 골이었어요. 수원에서 강원으로 이적 후 처음으로 기록한 골이었거든요. 한데 상당히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다음 장면에 일어났습니다.

보통 강원FC 선수들은 선수들끼리 기뻐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서동현은 골을 넣자마자 바로 N석 강원FC 서포터스 나르샤 쪽으로 달려가 춤을 추더라고요. 엉덩이를 오른쪽-왼쪽으로 왔다갔다 하는데... 무슨 춤이냐고요? 바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이었답니다.

누군가는 한물 간 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그 세레모니에도 깊은 뜻이 숨어있었답니다. 강원 서포터스인 나르샤를 위해 나르샤가 활동 중인 브아걸의 춤을 춘 거거든요. 나르샤를 위해 나르샤의 춤을 춘다. 이 뜻이었죠. 첫번째 골은 꼭 나르샤에게 바치겠다는 깊은 의미가 숨어있던 특별한 골 세레모니였습니다.

그렇지만 전반 44분, 그러니까 종료 1분 전 대전의 한재웅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전반을 어렵게 마감하고 말았죠.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후반 시작하고 나서였습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11분에 서동현이 경고를 받았고 4분 후에 또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10명이서 경기를 풀어나가야하는데 아직 후반 초반이었으니 어려움이 예상됐죠. 여기에 후반 21분에는 유현이 양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안성남과 권순형이 교체대기 중 권순형 카드를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현 대신 김근배 골키퍼가 들어갔는데 김근배는 팀 내 No.2 골키퍼. 강원에서 부동의 골키퍼는 언제나 유현이었고 작년 9월 유현이 부상당했을 때 김근배가 대신 1경기를 나선 적이있었죠. 리그 출장은 이번이 2번째. 경험이 부족한 골키퍼의 출장으로 다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데 더 어려웠던 건 센터백 김봉겸 또한 쥐를 호소한 거죠. 더이상 교체 카드는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의무 트레이너가 달려가 침을 놓아 피를 내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쥐는 계속 났고 통증을 참아가며 김봉겸을 뛰어야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42분. 미드필드 정면에서 살짝 왼쪽으로 빗겨간 자리에서 프리킥 찬스가 났습니다. 지난 전북전에 이미 그 자리에서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바 있던 김영후였기에 우리는 영후존이라며 골이 터질 것이라 믿었죠.

한데 정말 마법같은 기적의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골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그대로 골망을 향해 출렁. 강원의 역전골이 터지고 만 것이죠. 늘 자리에 앉아 기도세레머니를 펼치던 김영후도 이날만큼은 벤치에 있던 동료들에게 달려가 격한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눴죠.

경기 내내 힘든 고비가 많아 승점 3점을 손에 쥔다는 게 이렇게나 어렵구나, 했는데, 강원 선수들은 결국엔 그 난관은 이겨내고 11경기만에 승리를 하며 꼴찌에서 탈출했습니다.

퍼플아레나에서.

서동현이 보여준 시건방춤 세레모니.

김영후, 정경호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서동현.

형님들, 저만 믿으세요~

김영후의 프리킥골.

역전골이 터지고 기도도 잊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김영후.

벤치에 있던 선수들과 가쁨을 나누기 위해.

룸메이트 권순형과 격한 기쁨을 나누고 있는 김영후.

경기 종료 후 무실점으로 선방한데 감사드리고 있는 김근배 골키퍼. 왼쪽에 초점이 안맞은 사람은 김영후 입니다.^^

선수들을 격려 중인 김원동 대표이사.

나르사에게 감사 인사 드리고 있는 강원 선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