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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싱글즈 중에서)


영화 ‘싱글즈’에서 동미(엄정화)는 소꿉친구 정준(이범수)와의 하룻밤으로 인해 아이를 임신하고 맙니다. 자,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길은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정준에게 고백한 뒤 아이를 키우며 같이 살기로 한다. 2. 정준에게 고백한 뒤 함께 병원에 가 중절수술을 받는다. 3. 나난(장진영) 손잡고서 수술하러 병원에 간다. 물론 정준에겐 비밀로.


그러나 동미의 선택은 모두를 ‘뜨아’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바로 싱글맘이 되기로 한 것이지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엄마’가 돼서 잘 살겠다는 결심까지. 동미는 이 모든 과정을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맡깁니다. 그 가운데 뱃속 아이 아빠인 정준의 개입(?)은 전혀 있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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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허수경 씨가 지난 12월 31일 낮 12시 경에 건강한 딸을 낳았다고 합니다. 그녀의 출산사실이 알려지자 각 포탈싸이트에는 그녀와 관련된 뉴스, 그리고 그에 관련된 네티즌들의 설전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허수경 씨의 임신은 애초부터 세간의 화제를 낳았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지난 7월 임신 사실을 공개할 당시 그녀는 ‘돌아온 싱글’이었으니까요. 그 때문에 사람들은 ‘도대체 아이 아빠는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그녀를 바라봤죠.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증 받은 정자로 두 번의 실패 끝에 임신에 성공했습니다. 아이 아빠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아침방송에서 임부복을 입고 나온 그녀는 “지난 3월 시험관 아이 시술을 통해 임신했다”라며 ‘싱글맘’으로서의 시작을 당당히 ‘커밍아웃’했죠.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발언은 내내 모든 사람들을 놀래게 만들었습니다.


“혼자 아이를 갖는 일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할 계획은 없지만 아이는 혼자서 잘 키우겠다.”
“생물학적 아버지의 존재는 중요하지 않다.”
“100% 나를 닮은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파급은 꽤나 셌습니다. 이 역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그 어떤 여성이 하지 못한, 그리고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허수경 씨 입에서 나왔으니까요. 어쩜 그녀의 모습을 보던 이 땅의 수많은 싱글맘들은 그 옛날 잔다르크가 지금 한국에 다시 태어났다며 감탄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방송이 끝나고 몰아칠 후폭풍이 염려돼 저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확실히 그녀가 쏟은 말들은 ‘너무 시대를 앞서나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불러 일으켰으니까요.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그녀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에서 극으로 갈렸습니다.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그녀에게 던졌지요.


“당신의 선택으로 인해 평생 불행할 아이 미래를 떠올려봤는가?”
“어린 시절부터 사회적 편견과 싸울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인가?”
“처음부터 아버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될 아이에 대해 생각해봤는가?” 


하지만 전 혼자서 아이를 낳고 기르겠다는 그녀의 선택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여자 혼자서 무엇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간 여자들은 수많은 편견과 차별 속에서 전쟁 같은 나날들을 보내야만했습니다. 특히 이혼녀와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들은 더욱 그러해야만 했지요. 그 속에서 키운 것은 8할이 눈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 시련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마음을 길러야만했지요.


그런 가운데 허수경 씨의 선택과 발언은 여러모로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해왔던 가족의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점입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나’ 이것이 그간 우리가 ‘가족’이라 여겼던 구성원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손녀도 가족입니다. 아빠와 딸로 이뤄진 가족도 결국엔 가족입니다. 그것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증받은 정자로 임신, 출산까지 한 허수경 씨와 이제 갓 세상과 만난 그녀의 딸 역시 마찬가지겠죠.


양부모 가족만 ‘정상’이라고 여기는 사고는 어쩜 처음부터 ‘비정상’적인 사고일지도 모릅니다. 가족에 있어 정상적인 범주란 애초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땅의 수많은 편부모 가족들은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렸습니다. 특히 ‘부’, 혹은 ‘모’ 입장에 선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양육해야만 하는 고통 위에 있었습니다. 단지 전통적으로 이어진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는 이유, 그 하나 때문에 말이죠.


그런 와중에 허수경 씨가 싱글맘으로서의 커밍아웃을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준만큼 또 대단한 이슈를 낳았지요. 그렇지만 그녀의 바람몰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가족의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녀에게 지지의 한 표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음으로는 싱글맘의 재해석입니다. 그간 ‘싱글맘’은 이혼이나 사별로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된 여성을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허수경 씨 때문이라도 우리는 싱글맘을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입니다. 허수경 씨처럼 배우자 없이 스스로 아이 낳기를 선택한 여성들도 이젠 당당한 싱글맘인 것이겠죠.


혹자는 이를 가리켜 ‘미스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미스맘’은 미스인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엄마가 되길 선택한 여성을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무엇보다 여성의 ‘의지’를 깊이 담고 있는 단어인 거죠. 어쨌거나 싱글맘이든, 미스맘이든 그 안에는 결국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허수경 씨의 임신과 출산은 앞으로 홀로 아이를 키워야할, 혹은 지금도 키우고 있는 여성들에게 분명 많은 용기가 됐을 것입니다. 그녀는 공인으로서 안정되고 명예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힘든 길을 선택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여성들은 그 모습에 자신의 현실을 투영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실로 많은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허수경 씨를 비롯한 자발적 싱글맘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많습니다. ‘아버지 없이 자랄 아이의 행복’과 ‘제대로 된 훈육의 유무’에 대해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혹시 당신들은 아시나요? 그 우려 속에는 우리들의 편견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일요.


아이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사람들은 우리가 아닙니다. 먼저 태어나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지금과 같은 편견 속에서 자라지 않도록 해주는 것뿐입니다.


허수경 씨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출산 전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는 고백을 인터뷰를 통해 넌지시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출산 마지막 전, 그녀는 웃었지요. 자신의 모성애를 믿는다면서 말입니다. 이 땅의 모든 엄마가 그렇듯 강한 생명의 힘으로 모든 세파를 이겨낼 것이라 했지요.


그러니 우리 모두 ‘애비 없이 자랄 애가 제대로 크겠어?’라는 조소 대신 힘든 선택을 기꺼이 한 그녀에게 축하의 인사와 믿음의 시선을 던져줍시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허수경 씨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의 선택이든, 혹은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인한 결과든, ‘싱글맘’이 된 모든 여성들이 그녀처럼 당당해질 수 있도록,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엄마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녀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줍시다.


생각해봐요. 이 글을 쓰는 저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는 어머니 없이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던가요. 그러니 부디 당신이 그녀들을 자신의 어머니라 생각한다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2008년에는 부디 허수경 씨처럼 당당한 싱글맘들의 세상이 도래하길 기원합니다. 진심으로 두 손 모아 이렇게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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