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5일. 제 60주년 광복 음악회 전경. by 꿈을 쓰는 사람>
지난 2005년 8월 15일. 시내 곳곳에서는 하루 종일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렸다. 보수단체들은 광화문 앞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주장하며 인공기를 태우려 했다. 한편 진보단체들은 ‘반전,반미,통일’ 구호를 외치며 대학로에서 종로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8월 15일 거리의 모습은 그랬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은 지 60년째 되는 해다. 예부터 우리는 나이 육십을 이순이라고 부르곤 했다. 이 말은 육십이 되서야 비로소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60년 생일을 맞은 광복절에 우리가 보여준 모습은 ‘이순’ 이 주는 뜻과는 사뭇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 그날의 거리에는 이념의 대립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수많은 대립 가운데서도 우리는 화합을 보았고 또 다른 희망을 꿈꾸었다. 남북통일축구대회는 우리에게 그것을 보여주었다.
8월 14일 저녁 7시 상암월드컵경기장. 대회 시작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울리자 태극기와 인공기 대신 한반도기가 올라갔다. 거대한 한반도기는 밤바람에 흔들리게 또 하나의 장관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
상암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모두가 우리 편’ 이라 말하며 열심히 응원하했다. 그 속에서 선수들은 하나로 그려진 한반도기를 바라보며, 통일조국을 바라는 간절한 외침을 들으며 뛰었다.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 달려와서 먼저 손을 내밀었고 다독거리며 함께 뛰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북한 선수의 슛이 아깝게 빗나갈 때는 아쉬운 탄식 소리가 경기장을 메우기도 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하나가 되서 뛰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며 함께 어깨동무를 한 채 아리랑을 불렀다. 통일을 염원하는 뜨거운 마음이 담겨있던 그날의 아리랑. 선수들도 그 마음에 답하고자 함께 한반도기를 든 채 경기장을 돌았다.
한편 세종로에 모여 '아시아 대동 한마당'에 참석한 시민들도 중앙 무대에 설치된 대형 화면으로 경기를 보며 ‘통일조국’을 외쳤다. 그들의 양손에는 통일을 상징하는 한반도기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사실 이번 행사는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태극기를 흔들어서도, 대한민국 구호를 외쳐서도 안 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일반인은 경기를 볼 수 없다는 보도가 나가자 누구를 위한 경기냐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날 경기를 본 사람들은 알 수 있으리라. 단순히 이벤트성 정치행사에서 벗어나 1945년 해방되던 그날처럼, 하나가 된 KOREA를 꿈꾸며 모두가 즐거워했다는 사실을.
그것은 남과 북, 두 정상과의 만남이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6자회담이나 북한의 핵 포기 선언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땀은 솔직하다. 뛰어다닌 만큼 흐르는 법이니까. 그래서 그 땀이 경기 내내 쏟아지는 스포츠는 더 솔직하다. 이를 통해 남과 북이라는 지리적 거리만큼 떨어져있던 우리 마음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리라.
경기를 뛴 선수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당신들. 모두가 자랑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속에 축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