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관련 기사만 쓰던 제게 유도는 참으로 낯선 스포츠입니다. 한판, 절반, 유효, 지도 등등 용어만 알지 실제로 절반과 유효의 차이는 잘 모릅니다. 몇 체급으로 나눠지는지 경기 시간은 몇 분인지 조차 모릅니다. 그런 제가 회사에서 야근 도중 유도 81kg급 준결승이 열린다고 하길래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으며 경기를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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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이라는 낯선 이름의 한 사나이가 서 있더군요. 이미 8강에서 연장 혈투를 치르느라 지친 상태였을 법도 한데, 그는 맹수처럼 상대 엘몬트(네덜란드)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도 그는 연장전을 치러야했고 공격의 공격을 거듭한 끝에 결국 종료 6초 전 누르기로 간신히 결승행을 결정지었죠.
그런데 준결승을 치른지 1시간 반 쯤 뒤에 결승전이 열리더군요. 매트와 도복 위로 땀이 후두둑 떨어지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왜 하루에 결승전까지 다 치르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말을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그만큼 그의 체력 소진이 걱정됐습니다. 마치 내 가족의 일처럼 말이죠.
역시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열심히 싸웠지만 체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고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은 상대의 다리 공격에 넘어지며 유효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종료 직전 화면에 클로즈업된 그의 얼굴에서는 패배의 그림자가 느껴졌고 그래서 마음이 안쓰러웠습니다. 폴짝폴짝 뛰며 코치를 무등 태우던 비쇼프(독일)가 왜 그리 얄미워보이던지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그 모습을 보며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 조금은 알겠다며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죠. 4년 동안 라면 하나 쉽게 먹지 못하고 체중감량의 압박에 시달려야했으니까요. 대표 선발전이라는 경쟁이 주는 무게에 늘 눌렸을테니까요. 자신과의 싸움에 매 순간 흔들렸을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마다 열리는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위해 그는 모든 것을 참고 이겨내고 또 감수했겠죠. 그것이 5분 만에 이긴 자와 패한 자로 극명하게 갈린다는 그 현실이 참으로 야속했을 것이고 또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죠.
저는 시상식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무실 자리로 돌아와 다시 일을 해야했으니까요. 그런데 다음 싸이트에 접속하려는 도중 활짝 웃는 한 청년의 얼굴에 깜짝 놀라 클릭 버튼을 눌러봤습니다. 김재범이었습니다.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고 두 손을 번쩍 든 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애써 지어보이는 어색한 웃음이 아닌, 정녕 마음에서 우러나온 그의 미소를 보며 저 역시 웃었습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바라고 또 그리던 모습이었으니까요. 알다시피 더욱이 유도라는 비인기종목에서 ‘금메달’은 참 많은 의미가 있을텐데도, 그는 자신의 목에 걸린 ‘은메달’에 그저 감사할 뿐이라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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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여 우리는 또 김재범이라는 유도 선수를 통해 세상의 진리를 배우게 됩니다.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후회란 없다고, 앞으로의 정진만 있을 뿐이라는 진리 말입니다. 물론 지금은 2번째로 끝났지만 지금의 마음가짐이라면 4년 뒤 그는 꼭 '첫번째'가 되어 지금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그럴 수밖에 없다고 믿어봅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준 김재범 선수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 인사 전합니다.
김재범 선수에게 우리 네티즌들이 순금 펜던트를 만들어드립시다. 5000명의 댓글이 달성되면 펜던트가 그에게 수여된다고 하니 아래 주소를 클릭해서 댓글 남겨주세요.
http://petition.beijing2008.media.daum.net/petition/view?id=224
참, 요 사진들은 언제나 진중한 연합뉴스의 멋쟁이, 진성철 선배가 찍은 사진입니다. ^^
김재범 선수에게 우리 네티즌들이 순금 펜던트를 만들어드립시다. 5000명의 댓글이 달성되면 펜던트가 그에게 수여된다고 하니 아래 주소를 클릭해서 댓글 남겨주세요.
http://petition.beijing2008.media.daum.net/petition/view?id=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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