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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꿈의 구장/Off the pitch

5월4일 대전 vs 경남, 믹스트존 인터뷰

바쁜다는 핑계로 늘 가지 못한 대전 홈경기. 어린이날 휴일을 맞이하여 큰 마음 먹고 갔답니다. 역시나 대전은 늘 제가 갈 때마다 패배를 기록하는군요. ㅠㅠ 작년에도 제가 안가는 날만 골라 승리를 하는 바람에 지인들은 늘 제게 대전에 오지 않는 것이 대전을 진정 위하는 길이다, 라고 놀려대곤 했는데... 올해도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황병주 선수의 선제골을 너무 일찍 터지는 바람에 후반전에도 가슴 졸이며 봤는데, 역시나 경남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결국 또 패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종료 후 카이스트에 들려 대전 팬인 매튜를 만났는데 경기 결과를 전해주자 "또 졌어? 맙소사!"라며 속상한 표정을 짓더군요. 하지만 다음에는 꼭 이길 수 있겠죠. 작년 팀 100승에 이르는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해보세요. 뭐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김호 감독님의 200승은 꼭 홈에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열심히 했습니다." "동료 선수들 덕분입니다." 기자들은 이렇게 대답하는 선수들을 싫어한답니다. ^^;;; 열심히 하지 않은 선수가 어디있겠으며, 팀 스포츠라는 특성 탓에 동료 선수들 도움 없이 뛰는 선수가 어디있을까요. 질문에 작은 일화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선수를 좋아하는데 이날 김영우 선수가 그랬답니다.

롤 모델은 "자기 자신"이라며 올해 "김영우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밝힌 당찬 소감도 참 멋졌습니다. 골 넣으면 아이팟을 사주겠다는 팀 동료 김근철 선수의 이야기도 재밌었고 점심 식사 도중 "내가 골을 넣으려는데 네가 가로채서 골을 넣었다"며 "꿈은 반대니까 내가 넣겠다"던 이지남 선수 이야기도 모두 웃으며 잘 들었답니다. "200승 제물이 되면 평생 안고 간다. 고로 우리 꼭 파이팅해서 이기자"던 팀 고참 공오균 선수의 이야기도 상당히 좋았고요. 멘트 하나 하나가 다 기사감이라 오랜만에 '달변'인 선수를 만났다고 다들 칭찬이었답니다.


고경준 선수가 늘 "잘생긴 우리 영우 형"이라며 늘 의지하고 기대던 선수였던지라 그날 후반 교체 투입 당시부터 눈여겨 봤는데, 제 앞에서 프로 데뷔골까지 터뜨려 참 깜짝 놀랐답니다. 처음엔 경기에 투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말이죠.

감독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들어서려는 그에게 고경준 선수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2군 경기에서도 보이지 않고 컵대회 수원전에 이어 정규리그 대전전까지 2경기 연속 엔트리에 빠진 상태라 몸 상태가 걱정됐거든요. 부상을 당한 거냐는 질문에 그냥 몸이 좀 안좋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자세한 건 경준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세요"라고 말하며 그는 라커룸으로 들어갔지요.

하지만 우리는 전화로 몸 상태를 물어볼 수 있는 사이가 아닌걸요. 다시 복귀하면 기록지를 통해 알 수 있겠죠. 그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늘 주문을 거는 사람이니까 다시 그라운드에 씩씩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겠죠.


KBSN과 MBCESPN과의 연이은 인터뷰. 그리고 조광래 감독님과도 기념촬영을. 이날은 정말 김영우 선수의 날이었어요. ^^ 마침 4개 방송사가 생중계를 했던 날 종료 20초를 남기고 역전골을 터뜨리다뇨.

개인적으로 저는 대전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역전골이 터졌을 때 조금 속상했답니다. 그러나 그 골의 주인공이 김영우 선수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동안 고생을 견디며 열심히 뛴 선수의 프로 데뷔골이므로 축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날 인터뷰 내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그 모습을 보며 참 많이 기쁜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나 많은 기자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척척 말하던 김영우 선수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답니다.


동점 프리킥골의 주인공 김동찬 선수. 정말 깔끔한 곡선을 그리며 대전 골문 안으로 들어갔지요. 종료 20초 전 역전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는데요 김영우 선수의 골이 워낙 인상적이라 '1골1도움'라는 기록이 약간 바래진 감이 있지요.

저는 이날 김동찬 선수의 플레이를 처음 봤는데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중앙공격수로 출전하여 참 열심히 뛰더군요. 올 시즌 경남은 지난 해와 달리 공격수들을 국내파로만 꾸리고 있습니다. 서상민 선수가 최근 눈에 띄기는 하나 김진용 선수, 정윤성 선수는 그간 보여줬던 활약에 비해 다소 부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죠. 김동찬 선수. 이제 이름을 확실히 기억할 수 있겠군요. 앞으로도 지켜보겠습니다.

참. 첫 인상은 약간 체조 선수, 혹은 역도 선수 같았답니다. 다부졌거든요. ^^


늘 예쁜 말, 고운 말만 해주는 황병주 선수. 저를 볼 때마다 항상 먼저 고개 숙이는데 너무 예의바른 그 모습에 저도 늘 아, 네,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맙니다. 동료들과 있을 때는 재밌을 것만 같은데 저를 볼 때만 늘 조근조근 조용하게 말한답니다.

지난 울산전에 복귀전을 치렀다고 하는데 그 경기는 제가 보지 못하여 이날 경기가 제게는 복귀전으로 각인됐습니다. 보통 경기 시작 전에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편인데 이날은 이상하게 황병주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지요.

여전히 그는 뽀얀 피부를 자랑하고 있어서 축구 선수가 무슨 피부가 이렇게 하얗냐며 구박하기도 했죠. ^^ 자리에 돌아와 언니들에게 황병주 선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신기하게도 그때 골을 넣더군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동료 선수들과 그라운드 위에서 '나뒹구는'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형일 선수가 달려가 껴안고 같이 잔디 위를 구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몇몇 아가씨들은 "너무 야해요!"라고 외치기도 했고요. ^^

그와중에도 벤치 쪽으로 달려가 두 명의 코치 선생님과 악수를 한 뒤 김호 감독님께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데 부상을 이겨낸 자신을 믿고 기용해준 감독님의 의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6년 마지막 전국대회에서 숭실대가 우승하던 당시, 고양종합운동장에 가서 취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 경기가 황병주 선수의 대학시절 마지막 경기였죠. 상당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터라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부상 때문에 그 시간이 조금 늦어졌네요.

지난해 FC서울과의 경기를 앞두고 서울에 왔었을 당시 최윤겸 감독님과 데닐손 선수 영상을 찍으러 호텔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최 감독님이 저녁 식사를 하고 가라고 해서 호텔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고 동영상 촬영을 마친 뒤 1층에서 오현주 에이전트, 우승제 선수, 김형일 선수와 함께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황병주 선수도 합류, 아주 잠깐 이야기를 나눴지요.

그때 저녁 식사 도중 황병주 선수를 보고 감독님께 부상에서 회복된 거냐고 묻자 감독님은대답 대신 미소만 지었답니다. 알고 봤더니 후보 골키퍼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이더군요. 부상에서 막 회복됐기에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합니다. 감독님은 팀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경기 후 계속 염려스런 말씀을 기자들에게 건네셨죠. 그 모습 역시 잊혀지지 않네요. 지난 봄, 대구와의 원정경기에서 최은성 선수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유재훈 선수가 선발로 경기에 나설 때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또 다른 골키퍼 양동원 선수는 올림픽대표팀 훈련 때문에 팀에 없던 상태라 후보 골키퍼로는 필드 플레이어가 대신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었죠. 그리하여 그때 황병주 선수가 선택된 것이랍니다.
 
그날 호텔 로비에서 만난 황병주 선수는 몸에 살짝 붙는 흰색 긴팔 티셔츠를 입었는데 팔, 다리가 상당히 길어, 또 축구 선수치고는 다소 마른 체격인지라 축구 선수가 아닌 발레리노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굴도 투명할 정도로 하얀 상태였고요.

그날 두세마디 한게 전부였는데 후에 그는 제게 "더운 날에도 고생하시는 멋진 분"이라는 상당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제게 해줬답니다. 그해 여름, 저는 제 담당구단이었던 대전시티즌 취재에 상당히 열심히였거든요. 대전경기장, 혹은 숙소룰 방문할 때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취재에 열중했는데 대전 선수가 그 사실을 알아줬다는 것은 감동이 아닐 수 없었겠지요.

그리하여 그날 이후로 황병주 선수는 제게 '만점'을 받은 몇 안되는 선수로 등극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요. ^^


퍼플아레나에서 또 다시 터진 휴지폭탄.  정말 멋있죠? 대전선수들에게 이 장관을 선물로 주기 위하여, 대전의 필승을 위하여 대전시티즌 서포터스 퍼플크루는 늘 열심히 휴지폭탄을 준비하고 또 준비하죠. 그 노고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아스날의 센더로스 같은 외모로 나타난 김형일 선수. 작년 신인시절에는 늘 제게 표정이 그게 뭐냐며, 좀 밝은 표정을 지어보라며 구박했던 그가 요즘은 늘 이렇게 시무룩한, 때론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믹스트존을 나선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그냥 지나갈 때도 많고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와 욕심이 많은 까닭이겠지요. 지금의 고민과 숙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