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 매직'이라고 들어보셨죠? 확실히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은 마법의 손을 가진 듯 합니다. 2007년 K-리그 우승컵을 거머쥔데 이어 FA컵 우승컵을 거푸 차지했고 그리고 올해는 컵대회 우승컵까지 손에 주었습니다. 극적으로 서울을 밀어내며 리그 2위에 올라 내년도 AFC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넸는가 하면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올라 K-리그 최초로 모든 대회 우승컵을 손에 쥐는 유일한 감독이라는 대기록까지 작성할 기세입니다.

포항은 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단판 결승전을 치릅니다. 상대는 K-리그 킬러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클럽 알 이티하드. 2006년 전북현대가 K-리그 최초로 AFC챔피언스리그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지난 2년간 AFC챔피언스리그 왕좌는 J리그에 넘어갔습니다. K-리그 클럽들은 고비마다 J리그 클럽들에 무너졌고 K-리그 위기론도 자연스레 나왔지요.


그런 가운데 포항이 다시 한번 명가재건에 성공했습니다. 파리아스 감독의 지휘 아래 거침없이 질주 중인 포항스틸러스. 주장 황재원 선수는 AFC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도 올랐고 -K-리그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죠- 데빡신 데닐손은 AFC 챔스 득점왕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포항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올까요? 전 가족의 힘이라고 보는데요. 아래의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포항 선수들의 자녀들은 경기 후 자녀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뛰며 팬들과 인사하고, 심지어 파리아스 감독과 노병준 선수 등은 기자회견장에 자식과 함께 나타납니다. 기자회견 책상에 같이 앉아 있는 자식들의 모습이란... ㅎ 처음엔 정말 충격이었답니다.

하지만 곱씹어서 생각해보니 그간 우리의 K-리그 문화는 관례라는 이름 아래 너무 경직돼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선수들이 경기 후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만나고 팬들과 인사하는 모습에서 저는 포항 특유의 자율적인 문화를 느꼈습니다. 가족의 힘이라고 제목은 지었지만, 결국엔 파리아스 감독의 자율을 강조하고 존중하는 지도력 덕분에 지금의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여타 클럽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 한번 보세요. ^^


데닐손 선수 아들 델손과 파리아스 감독 아들 이고르. 학교는 안다니고 과외를 받는대요. 저한테 소개시켜줬는데 나중에 과외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며 다가오기도.


선수들을 꿰 잘 알고 있기에 숨은 선수 찾기 놀이를 했습니다. ㅎ 김형일 선수랑 데닐손 선수 아들과는 대전시절부터 인연이 있던터라 제가 찾아달라고 했죠. 황재원 선수가 이날 출장하지 않았는데요 그것도 모르고 서로 막 찾고 있었어요. 감독님 아들 이고르는 황재원 선수를 '재이'라고 부르더군요.


움 살람과의 4강 1차전을 알리는 영상이 뜨자 파리아스 감독 아들 이고르는 "저 팀 정말 잘해요"라며
저에게 챔피언스리그 우승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아이였지만 축구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은 꽤나 확고하더라고요. 2007년 포항이 리그 우승했을 당시 아들이 그려준 포메이션 대로 경기에 나가 이겼다는 농담을 건넸던 파리아스 감독. 그 얘기가 생각나서 아들에게 요즘도 아빠한테 포메이션을 그려주냐고 묻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라고요.


스테보 선수의 예쁜 딸. 경기가 끝나면 요렇게 내려와서 아빠와 뽀뽀도 하고 너무 보기 좋더라고요.


데닐손 선수 아들과 딸, 파리아스 감독 아들이 함께 패스게임을 하며 놀더라고요. 경기 후에 이렇게 잔디에서 노는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부인의 남동생의 아들과 손을 잡고 팬들과 인사 중인 데닐손 선수. 팬서비스 정신이 너무 멋졌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강원과 대전과의 리그 15라운드 경기가 끝난 후. 오른쪽 발목에 아이싱을 한 김영후가 나타났습니다. 한데 표정은 좋지 못했습니다. 경기결과 때문인 듯했습니다. 강원은 전반 2골로 앞서나가다 후반 내리 2골을 헌납하며 무승부로 아쉽게 경기를 마쳤거든요.

그렇지만 김영후 개인에게는 참으로 의미 깊던 경기였습니다. 전반 36분 유현의 롱패스를 받은 김영후는 관록의 골키퍼 최은성을 제친 뒤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멋지게도 골로 성공시켰습니다. K리그 4경기 연속 골 행진을 이어간 순간이었죠.


4경기 동안 무려 5골 1도움을 기록한 김영후입니다. 그것도 이동국과 함께 공격포인트 부문 1위(12)를 기록하면서 말이죠. 이로써 내셔널리그의 괴물공격수는 K-리그의 괴물 공격수로 새롭게 역사를 쓰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팀적으로 봤을 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많다며, 기록은 중요치 않다는 말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면서 당분간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경기장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운동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부탁을 제게 했습니다. 아무래도 선수의 심적 상태가 가장 우선인지라 저는 알겠다고 답했죠. 참으로 속 깊은 선수더군요. 개인기록에 기뻐하기 보단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씨가 그랬습니다. 그러나 비단 그날만 그랬던가요.

지난 7월 2일 포항전 당시 김영후는 후반 16분 포항 골키퍼 김지혁과 부딪히며 이마에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급히 지혈을 했지만 거즈 사이로 피는 계속해서 배어나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김영후는 후반 39분 윤준하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팀을 1-1 동점으로 이끌었습니다. 물론 49분에 데닐손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패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투혼을 발휘하던 김영후의 모습은 저와, 또 그날 경기장을 방문했던 우리 모두를 눈물짓게 만들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병원으로 달려간 김영후는 무려 16바늘이나 꿰매야했습니다. 지난 3월 25일 성남과의 컵대회에선 조병국과 헤딩경합 도중 왼쪽 이마가 찢어지는 바람에 5바늘이나 꿰맸는데 말이죠. 왼쪽 오른쪽 할 것 없이 성한 곳 없는, 어느새 상처들이 훈장처럼 가득한 이마가 되고 말았네요. 응급실에 들어가 상처를 꿰매기 전 김지혁과 만난 김영후가 가장 먼저 했던 말은 바로 괜찮냐는 말이었습니다. 충돌 후 기절했던 김지혁의 상태가 염려스러웠던 거죠. 김영후는 “난 괜찮다. 너도 괜찮냐”는 김지혁의 대답에 안심한 뒤 응급실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3월 25일 성남전 당시 부상 모습.

그러고 보니 비슷한 상황이 지난 6월 27일에도 있었네요.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도 김영후는 전반 41분 전북 골키퍼 권순태와 슈팅하는 장면에서 충돌하고 맙니다. 한데 그 충격으로 권순태는 기절한 채 경기장을 나서야만 했죠. 이날 강원은 화끈한 공격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5-2 대승을 거뒀습니다. 당시 김영후는 4월 11일 전남전에 이어 또다시 멀티골을 터뜨리며 모두의 주목을 받았죠. 기자들이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 인터뷰이로 김영후를 지목한 건 당연한 결과였고요.

2골을 터뜨린 소감을 묻자 김영후는 “먼저 2골을 넣었다는 기쁨보다 다쳐서 나간 권순태 선수의 상태가 걱정되는 마음이 큽니다”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상대 선수의 안부를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씨를 보며 저는 역시 김영후구나, 라고 생각했고요. 이번에도 김지혁의 상태를 체크하는 김영후의 모습을 보며 그의 고운 심성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그에게 감동받았던 건 바로 그 다음날이었습니다. 포항전 다음날인 7월 5일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강원FC 선수단이 사랑의 일일찻집을 여는 날이었습니다. 일일찻집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알려주기 위해 선수들이 점심을 먹던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마침 김영후가 보이기에 괜찮냐고 묻자, 머리가 조금 아프다고 하더군요. 여느 때 같으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괜찮아요, 라고 말할 법한데 오늘은 아프다고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조금이 아닌 제법 아픈 것처럼 보였습니다. 김영후는 새벽 즈음 마취가 풀리는 바람에 통증으로 인해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워낙에 피도 많이 흘렸던 탓도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식사 후 머리가 아프다며 고개 숙인 채 있던 김영후.

팬들을 위해 상처를 보여달라고 하자 그래도 웃으면서 보여주더군요. 이런 순박한 모습이 저는 참 좋습니다. ^^

그에게 그럼 팬들에게 인사만 드리고 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넌지시 얘기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어떻게 그렇게 해요. 선수들 다 같이 참여하는 행사인데. 이거 한다고 상처에 무리 가는 것도 아니니까 끝까지 참여할래요”라고, 참으로 다부지게 말하더군요. 어느새 프로선수로 거듭난 김영후였습니다. 때문에 그저 미안한 마음으로, 조금만 고생하세요,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죠.

아픈 몸을 이끌고 나선 김영후는 그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일했답니다. 커피를 나르고 구단용품을 판매하고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미소로 화답하면서 말이죠. 머리가 아프다는 말에 두통약을 챙겨왔지만 “참을 수 있는 걸요. 괜찮아요” 라는 말과 함께 팬들에게 달려가는 그 모습에서, 저는 다시 한 번 감동받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이런 선수가 우리 팀에 있다는 사실에 말이죠.

요렇게 사인도 해주고

팬들과 함께 정답게 사진촬영에도 응하고... ^^

자신의 기념티를 입고선 요렇게 커피를 나르고 구단용품을 팔았죠. 괴물공격수라는 별명답지 않게 평소엔 이렇게 귀엽답니다. ^^

늘 그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기에 저는 아직 김영후를 온전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어쩜 이건 김영후가 가진 달란트의 일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하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앞으로도 김영후는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동료 선수들과 팬들에게 먼저 감사하는 고운 심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는 또 얼마나 많은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줄까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강원FC의 ‘귀여운’ 괴물공격수 김영후였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강원FC는 7월 4일 오후 7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포항스틸러스와 2009 K-리그 14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지난 라운드 전북과의 원정 경기에서 무려 5골을 넣으며 3경기 연속 4득점 이상이라는 K-리그에 신 이정표를 세운 강원FC는 홈에서도 그 기세를 몰아 ‘리그 홈경기 무패행진’과 ‘다득점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고 있다. 글/플라이뭉치맨 정리/헬레나

원정의 피로는 없다
강원FC는 지난 달 27일 전주에서, 1일 광양에서 연달아 경기를 가졌다. 연이은 원정 경기로 피로가 쌓일 법한 상황이다.


그러나 원정의 피로가 쌓이기는 같은 날 고양에서 FA컵 16강전을 치르고 강릉에 입성한 포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최고의 피로회복제라고 할 수 있는 강원도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엎고 경기를 치르는 강원FC 전사들에게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정 2연전 기간 동안 최순호 감독은 선수단의 적절한 로테이션을 통해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신경 쓰며 포항전을 준비했다. 이미 지난 1일 전남드래곤즈와의 FA컵 16강전을 치른 뒤 “주말 벌어지는 포항전에서는 반드시 강원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번 포항전을 앞두고 강원FC 선수단 전력은 ‘맑음’이다. 날이 갈수록 그 위용을 더해가고 있는 ‘후-하 콤비’ 윤준하, 김영후가 출격 준비 중이며, 박종진, 오원종, 이창훈 등 측면자원들 또한 최상의 컨디션 아래 상시 대기하고 있다. 강원FC의 공격들은 울산 원정경기부터 이어오고 있는 다득점 행진을 금번 포항전에서도 이어가려는 기세이며, 날이 갈수록 안정감을 더해가고 있는 수비진은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 없는’ 수비를 보여주겠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중이다.

화끈한 한 판 승부가 벌어진다!
‘동해안 더비’로 불리는 이번 대결은 최근 절정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강원과 포항, 두 팀의 대결이란 점에서 특히 더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나 강원은 최근 치러진 리그 3경기에서 울산, 성남, 전북 등 만만치 않은 강호들을 상대로 13골을 작렬시켰다. 강원의 기세가 더욱 무서운 까닭은 바로 공격에서 수비에 이르기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고른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 마디로 전 포지션에 걸쳐 몸소 ‘공격축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강원FC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순수 국내 선수들로만 구성된 강원의 공격진들은 데닐손, 스테보 등 외인 공격수들이 대거 포진한 포항을 상대로 ‘토종 골잡이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뜨거운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포항을 이끌었던 최순호 감독의 포항과의 재회 또한 경기의 재미를 배로 만드는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경포대와 영일만, 두 곳 중 어느 곳의 파도가 더 거칠고 험난할지는 7월 4일 오후 7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K e y - P l a y e r

No.22__MF__박 종 진
세상의 모든 수비수들이여 그를 경계하라! 박종진의 공격력이 날이 갈수록 그 위용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라운드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윤준하의 팀 4번째 골은 박종진의 돌파와 질주에서 시작됐다. 전북 수비수의 깊은 태클을 가뿐히 점프하며 피한 뒤 보여준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는 한 마디로 ‘10점 만점에 10점’이었다.

청소년대표와 J리그 진출 등을 통해 어린나이임에도 적잖은 경험은 박종진은 강원FC에서도 빠른 속도로 적응했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탁월한 드리블과 돌파력을 무기로 강원FC의 공격을 이끌 ‘신형 엔진’으로 급부상 중인 박종진. 이번 포항전에서는 어떤 환상적인 플레이로 팬들을 감동시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지난해 대전이 보여준 뒷심은 무서웠다. 전반기를 11위(2승7무4패)로 마친 대전은 후반기 ‘8승5패’라는 확 달라진 승률로 6위를 차지하며 6강PO 막차에 올라탔다. 경남 역시 후반기부터 ‘항서매직’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는데, 공격트리오 까보레(18골) 뽀뽀(10골) 정윤성(6골)이 연달아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인 덕분에 정규리그 4위로 일치감치 6강PO행을 결정지었다. 기실 넉넉지 못한 예산 때문에 A급 용병, 혹은 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하기 어려운 시민구단이다. 그러나 그런 형편 속에서도 시민구단들은 특유의 뚝심과 조직력으로 매 시즌 예상을 뒤엎는 성적들을 올렸다. 리그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현재 인천(6위) 경남(7위) 대구(11위) 대전(12위)은 나란히 랭크돼 있다. 올해도 시민구단들의 6강PO 진출은 영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창을 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은 대전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3월9일 수원전을 시작으로 4월19일 성남전까지, 대전은 3무3패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리그 순위표 최하단으로 미끄러졌다. 다행히 5월 들어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대전은 5월11일 부산원정에서 2-1로 승리를 거둔 이후 7월20일 제주전까지 7경기 무패행진을 달렸다. 무엇보다 안정된 수비진 덕이 컸다. 전반기 대전이 기록한 실점은 15실점으로, 수원(10실점) 성남(13실점) 다음으로 적다. 다만, 적게 내준 만큼 적게 넣었다게 문제다. 전반기 동안 대전은 11골을 기록하는데 그쳤는데, 이는 14개 팀들 가운데서 가장 적은 수치다. 결국 부족한 골 결정력이 대전을 ‘10위’에 묶은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해 공격을 책임졌던 브라질 삼총사 데닐손(14골) 슈바(8골) 브라질리아(3골)가 합작한 골은 모두 25골로, 대전이 기록한 전체 34골 중 자그마치 74%나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은 2008시즌을 앞두고 모두 적을 옮겼고, 그들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용병농사는 유난히 박복했다. 까스톨 에드손 등 야심차게 영입한 대포들은 성능불량으로 판명돼 짐을 싸야만 했고 그중 에릭은 다행히 잔류에 성공했으나 단 2득점에 그치며 한숨을 낳았다. 그 때문일까. 후반기 대전의 전력보강은 ‘창’에 집중됐다. 우선 브라질 세리에A에서 경기 당 0.9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골잡이’ 바우텔과 K리그 4년 차 용병 셀미르를 영입했다. 여기에 김형일을 포항에 내주는 대신 권집을 데려와 고종수의 뉴파트너로 맺어줬다. 권집으로 하여금 중원을 강화시켜 고종수의 활동 폭을 좀 더 넓고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내준 수비의 핵 김형일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는 아직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동원과 민영기를 제하면 눈에 띄는 센터백 자원이 없는 대전으로선, 트레이드로 인한 공백을 메울 대안이 필요하다.

공격축구의 결말은
지난해부터 K리그에 불기 시작한 화두는 다름아닌 ‘공격축구’. 올 시즌 대구가 보여준 축구가 꼭 그러했다. 대구는 전반기 동안 성남 다음(35골)으로 많은 득점(31골)에 성공하며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비록 팀의 주포 루이지뉴가 떠난 뒤 영입한 알렉산드로와 조우실바가 정규리그 무득점으로 기대만 못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다행히 이근호(9골) 장남석(8골) 에닝요(6골)가 고루 활약하며 화력에 힘을 실었다. 공격본능은 비단 공격수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수비수 황지윤은 3월16일 부산전에서 2골을 넣는 ‘원맨쇼’로 ‘전원공격’의 진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많이 넣었지만 또 많이 내주는 바람에 리그 최다 실점(37골) 팀이라는 멍에도 썼다. 대전과 반대다.


게다 수비수들의 잦은 부상도 눈에 밟혔다. 양승원과 윤여산, 조홍규가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미드필더 진경선이 수비라인까지 내려오는 등 수비진 운용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은 결국 7월5일 성남전(4실점)과 7월12일 경남전(4실점)에서 대량실점을 하게 된 계기가 됐고 대구는 9위로 하락하며 중상위권 경쟁에서 한발자국 밀려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변병주 감독은 휴식기동안 수비수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성남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던 수비수 김종경과 외인 수비수 레안드로를 영입했다. 최근엔 윤여산이 부상에서 회복, 팀에 합류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6강PO 진출이 목표인 대구로선 공격력 못지 않게 수비조직력을 탄탄히 쌓는 게 가장 큰 관건이겠다.


그늘에서 벗어나
시즌 초 경남FC의 선전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었다. 지난해 돌풍의 주역들인 박항서 감독, 뽀뽀, 까보레가 자리를 옮겼고 주전 골키퍼 이정래마저 군입대로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개막전에서 대구를 상대로 무려 4골을 몰아치며 첫 승에 성공했지만 광주, 수원에게 연달아 덜미를 잡히며 불안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다행히 7월 한 달 동안 무패행진을 이어나간 덕분에 6위(6승3무6패)로 전반기를 마감하며 6강PO 경쟁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내밀었다. 이러한 결과 뒤에는 무엇보다 이광석과 박재홍 두 노장의 공로가 컸다. 이광석은 주전 골리 이정래의 군입대 공백을 무난히 메웠고 박재홍 또한 체력저하로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여준 산토스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이번 시즌 경남이 거둔 일대 수확은 뽀뽀와 까보레, 두 외인 공격수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있다. 두 공격수와의 작별은 초반 전력에 반짝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서상민 김영우 인디오 등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유도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돌아온 골잡이 김진용이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늦깎이 신인 김동찬도 공격포인트를 늘려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경남은 창끝을 더욱 날카롭게 갈았다. 새 용병 공격수 알미르와 브라질 유학파 출신의 공격형MF 이상민, 날개 공격수 박윤화를 영입, 공격자원을 한층 강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창에만 신경 쓴 나머지 상대적으로 방패에는 소홀히 한 경향이 없지 않다. 역시나 문제는 수비인데, 이상홍 산토스 박재홍을 제외하면 현 경남의 스쿼드에서 믿음직한 수비자원을 찾기가 어렵다. 남은 후반기 경남의 발목을 잡을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만은 없다.

중원을 장악하라
지난 시즌 ‘고난의 행군’ 끝에 아쉽게 6강PO 티켓을 놓친 인천은 잉글랜드 유학을 마친 장외룡 감독과 함께 ‘인내 희생 노력’의 정신으로 새 시즌에 임했다. 일단 분위기는 좋았다. 드래프트를 통해 안재준 안현식 이호진 등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대거 영입한 것도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초반 3연승으로 돌풍을 일으키는가 싶었지만 이후 서울 울산 수원 등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7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물론 그 와중에 결실은 있었다. J리그에서 임대복귀한 ‘미운오리새끼’ 라돈치치가 전반기 10골을 터뜨리며 ‘백조’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라돈치치는 어느새 2005년 13골을 터뜨렸던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에도 근접했다. 한 마디로 개과천선이다.


여기에 출장정지 징계가 풀린 방승환도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휴식기 동안 파이터형 수비수 이정열이 성남으로 떠났지만 임중용 김영빈 안재준 안현식 등 기존 선수들이 무난한 활약을 보이고 있기에 전력공백은 없을 전망이다. 그런 인천에게도 고민은 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연결되는, 단조로운 긴 패스 위주의 공격이 여전하다는 사실 말이다. 미드필더진에 대한 아쉬움이 일어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준영 김상록 보르코 등 측면 자원들이 활발히 움직이며 매듭을 풀어주고는 있으나 한계가 있어 보인다. 2005년 당시 중원에서 아기치가 보여준 활약 그대로를 십분 기대하는 것은 아니나 6강PO 진출을 위해서라면 앞으로 미드필더들의 분전이 좀 더 필요하겠다.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올 시즌 새롭게 팀 내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름 앞에 놓이던 ‘만년 유망주’ ‘벤치멤버’ 혹은 ‘No.2’라는 수식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간 주전 경쟁에서 밀려 ‘2인자의 그늘’ 아래 뛰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쏟은 땀은 결국 배반하지 아니했고 올 시즌 저마다 주전 자리를 꿰차며 팀 내 ‘옥석’으로 거듭났다. K리그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다다른 지금, 지난해까지는 마냥 평범한 ‘돌’로만 여겼던 이들 중 비로소 ‘옥돌’로 인정받은 선수들이 여럿 눈에 보인다. 노력으로 갈고 닦아 스스로 빛을 내는 이들로는 과연 누가 있을까.

새로운 공격 선봉대
2008시즌 수원의 ‘독주 체제’를 예견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일단, 확실한 해결사의 부재로 지난 시즌 고비를 넘지 못했다는 내부적 평가 속에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시즌에 임했다.

올 초 수원은 안정환 박성배 나드손을 보냈지만 그 빈자리를 메울 대체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인 2007K리그 신인왕 하태균의 복귀 시기는 자꾸만 늦어졌다.

차범근 감독이 에두의 새로운 투톱 파트너를 찾는 노력이 쉽지 않아 보였는데 이때 두 젊은 공격수 서동현과 신영록에게 시선을 보낸 이는 거의 없었다.



수원FW 신영록

특히 지난해 3경기 출장에 그친 신영록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신영록은 현재(6월20일 기준) 13경기 출장 5골 2도움을 기록하며 2003년 데뷔 이래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최다 관중(44,239명)이 몰린 4월13일 서울전에서는 홀로 2골을 터트리는 ‘원맨쇼’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5년간 31경기에 출장했지만 선발 출전은 단 ‘2경기’에 불과했던 신영록으로서는 벤치 설움을 한 번에 날린 순간이었다.

수원FW 서동현

물론 반짝이기로는 서동현 역시 부족함이 없었다. 시즌 초반 서동현에게 주어진 역할은 후반 반전용 ‘조커’. 그런데 벌써 9골이나 터뜨리며 에두(10골)에 이어 팀 내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다. 덕분에 벤치의 신임을 두둑히 얻었는데 12경기 중 7경기 교체 출전, 4골에 그쳤던 지난 시즌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서동현과 신영록, 두 젊은 주포의 활약에 힘입어 수원은 올 시즌 리그 1위에 오를 뿐 아니라 무패행진(13승2무) 기록 또한 이어나가고 있다.

경남FW 김동찬

경남에서는 중고신인 김동찬의 ‘조용한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김동찬은 2006년 경남 창단 멤버로 팀에 합류했지만 그간 주로 2군 경기에만 나섰다. 그러나 올 시즌 신임 조광래 감독 눈에 띄며 1군으로 승격했고 4월26일 서울전에서 인디오 대신 교체출장하며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찬스도 놓치지 않았다. 김동찬은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대전전(5월4일)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2-1 역전승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를 시작으로 이후 5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경기에 나서며 조광래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젊은 공격수들 중 김동찬이 특히 잘해주고 있다”며 기여도를 높이 평가했다. 실질적으로 최전방 뿐 아니라 측면 공격수 및 공격형MF로도 활용이 가능해 최근 경남이 원톱에서 스리톱을 오가며 다양한 공격 옵션을 실험하는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확하고 강한 오른발 프리킥을 지닌 덕분에 전담 프리키커로 활약, 올 시즌 프리킥으로만 2골을 성공시키며 뽀뽀의 공백을 무난히 메우고 있다는 평이다.

그 이름, ‘믿을필더’

포항MF 황진성

올 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미드필더 자원들 중 가장 도드라진 활약을 드러낸 이는 두말없이 포항의 황진성이다. 시즌 초 포항은 따바레즈의 이적 후 생긴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해 난항을 겪어야만 했다. 이적생 김재성에게 중원을 맡겼지만 만족스럽지 못했고 적재적소로 찔러주는 패스와 골과 다름없는 프리킥으로 ‘공격의 절반’으로 불리던 따바레즈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만 느껴졌다. 중원에서 볼을 배급하던 핵심이 사라졌으니 공격수들이 골 가뭄에 허덕인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때 등장한 해결사가 바로 황진성이다.

황진성의 진가는 AFC챔피언스리그 장춘 야타이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황진성은 코뼈 부상으로 안면 보호대를 쓴 채 출장, 시야각이 좁고 호흡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최전방에 포진한 데닐손과 남궁도에게 시종일관 순도 높은 패스를 배급했다. 이날 포항이 얻은 2골 모두 황진성의 발끝에서 시작했다는(1골1도움)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겠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황진성의 등장과 포항의 상승세가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다.

황진성이 경기에 나서지 못한 3월과 4월 초반 포항이 세운 기록은 1승2무2패. 그러나 황진성이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4월19일 대구전 이후 그와 함께한 5경기에서 5연승 행진을 이어 나갔고 결국 수원(10승1무/승점31)과 성남(6승4무/승점22)에 이어 3위(6승2무3패/승점20)로 뛰어 올랐다.

황진성의 지원에 힘입어 포항 공격수들의 창끝은 더욱 예리해질 수 있었고 특히 3월과 4월 단 ‘1골’에 그쳤던 데닐손은 5월11일 광주전과 5월17일 경남전에서 2경기 연속 2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득점랭킹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근성’과 ‘세대교체’로 빛을 보다

포항DF 김광석

포항의 중원에서 황진성이 빛났다면 후방에서는 김광석이 돋보였다. ‘늦깎이’ 김광석에게는 남모를 아픔이 있다. 2003년 포항 입단한 첫해, 9경기에 출장하며 도약을 꿈꿨지만 이듬해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며 ‘눈물의 상무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곧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고 김광석은 광주에서 2시즌(2005시즌 10경기/2006시즌 14경기)을 보내며 실전감각을 쌓을 수 있었다. 2007년 포항 복귀 후에는 주로 교체멤버로 경기에 투입됐지만 올 시즌 김성근이 전북으로 이적한 이후부턴 ‘붙박이’로 거듭났다. 게다 앞으로 김광석이 맡을 책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조성환이 5월24일 수원전에서 보여준 ‘과도한 항의’와 ‘경기장 무단이탈’로 6경기 출장징계를 받았고 황재원은 여전히 개인신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온전히 리그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나,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인천DF 김영빈

반면 세대교체로 빛을 본 수비수들도 있다. 인천의 김영빈과 전북의 임유환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인천에 입단한 김영빈은 올 시즌 장경진이 상무에 입대하고 김학철이 플레잉 코치를 겸업하며 생긴 인천의 수비 공백을 임중용과 함께 효과적으로 메우고 있다는 평이다. 학창시절 줄곧 공격수로 뛰었던지라 남다른 ‘공격DNA’를 바탕으로 올 시즌 벌써 3골을 터뜨리며 ‘골 넣는 수비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전북DF 임유환

전북의 임유환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임유환은 올 시즌 수비형MF에서 중앙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하며 최진철 김영선 두 노장 센터백이 떠난 빈자리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전 경기(정규리그 11경기 컵5경기)에 출전한 전북의 유일한 수비수로, 젊은 플랫4의 젊은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리그 경기에서만 2골을 터뜨리며 조재진(5골)에 이어 팀 내 최다골을 기록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만하다.

No.2를 넘어서
부산GK 정유석

부산GK 정유석

이번 시즌도 골문 앞 단 하나의 자리를 둔 각 팀의 경쟁은 치열했다. 5월25일까지 단 한 명의 키퍼가 골문을 지킨 팀은 세 팀(수원-이운재/전남-염동균/대구-백민철)에 불과했다. 그만큼 주전 경쟁이 치열했다는 방증이다. 그 중 가장 뜨거운 경쟁이 치러진 곳이 바로 부산 제주 인천이다.

부산의 경우 2000년 이래 이어진 ‘정유석 독주’를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관록의 골키퍼 서동명이 정유석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부산GK 서동명


기록상으로는 정유석(2007시즌 26경기 36실점/2008시즌 6경기 9실점)이 서동명(2007시즌 9경기 9실점/2008시즌 9경기 13실점)에 앞서나 최근에는 서동명이 중용되는 분위기다.

제주GK 조준호

제주는 조준호(15경기 17실점) 최현(16경기 19실점)의 2인 체제로 유지했던 지난 시즌처럼 올해에도 조준호(12경기 15실점)와 한동진(6경기 8실점)의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내부경쟁으로 시너지를 얻겠다는 복안이다.

제주GK 한동진




인천은 가장 흥미로운 골키퍼 대결 구도가 벌어지고 있는 팀 중 하나다. 2005년과 2006년, 김이섭-성경모를 동시에 가동했던 인천은 지난해에는 권이섭-권찬수로 변화를 주더니

인천GK 김이섭

올해에는 김이섭과 올림픽대표 출신 골리 송유걸을 경쟁시키고 있다. 올 시즌 출전 기록을 살펴보면 김이섭이 9경기 10실점, 송유걸이 8경기 10실점으로 ‘난형난제’인 상황이다.

인천GK 송유걸



한편 주전 골키퍼의 ‘이탈’을 메우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예들도 눈에 띈다.

전북GK 홍정남

전북은 권순태(10경기 11실점)가 지난 4월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홍정남(6경기 9실점)이 약관의 나이답지 않은 선방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최강희 감독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홍정남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칭찬에는 이유가 있다.

울산GK 최무림

서울과 울산은 상황이 비슷하다. 시즌 초 부동의 수문장 김병지와 김영광이 각각 부상과 징계(6경기 출장정지)를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대신해 나선 김호준(서울)과 최무림(울산), 두 무명 골키퍼는 각각 10경기 11실점, 6경기 7실점을 기록하며 무난히 합격점을 받았다.

서울GK 김호준

특히 김호준은 LA갤럭시와의 평가전 당시 경기 종료 후 우승팀을 가리기 위해 가진 승부차기에서 무려 4개의 PK를 막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2008K리그 개막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채 일주일도 안 남았으니 말이에요. 이번 시즌에도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팀을 옮기는 대이동을 했습니다. 뽀뽀와 까보레, 따바레즈처럼 한국을 떠나 새로운 리그에서 새출발을 시작한 선수들이 있었는가 하면 더 좋은 조건 하에 다른 팀으로 옮긴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선수들은 후자입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 덕분에 타 팀에서 열렬한 구애를 보냈고

그 덕분에 올시즌부터는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시작하는 외국인 선수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브라질 삼총사 데닐손, 루이지뉴, 두두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분석글이다 보니 편하게 말을 놓겠습니다.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승리를 부르는 브라질 탱크, 데닐손
3월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K리그 개막전에서 대전은 수원에 2-1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후 8경기 무승(4무4패)을 기록하며 팀 전체는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꿋꿋이 제 몫을 한 선수가 있었다. 데닐손이다. 연속무승행진을 기록하던 기간 중 대전이 올린 전체득점은 겨우 7골. 그중 절반(4골)이 넘는 골이 데닐손의 발끝에서 터졌다. 데닐손의 진가는 이후 더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전은 4월15일 전북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2골 모두 데닐손의 작품이다. 4월18일 광주전에서는 1-0으로 이기며 창단 10년 만에 100승 고지에 올랐다. 데닐손의 결승골 덕분이었다. 4월은 데닐손에게 ‘잔인한 달’이 아니었다. 데닐손은 5경기 연속골(4월7일~4월22일) 행진을 펼쳤고 대전 선수들은 그에게 ‘데닐신(神)’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데닐손은 대전에서 다양한 진기록들도 세웠다. 데닐손은 4월11일 열린 컵대회 서울전에 전반 35초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2007시즌 최단시간 골 기록이었다. 물론 한 달 뒤에 방승환(11초)에 의해 밀려났지만 K리그 전체로 봤을 땐 12위에 해당한다. 9월22일 대구전에서는 해트트릭에도 성공했다. 전반 42분 만에 3골을 성공시켰고 이는 2007시즌 최단시간 해트트릭 기록으로 남았다. 동시에 대전에게는 창단 이래 첫 해트트릭을 선물했다. 데닐손은 후반 12분에브라질리아의 추가골을 도왔고 ‘북치고 장구까지’친 데닐손 덕분에 대전은 홈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대전은 2007시즌을 데닐손 타이슨 페르난도, 이렇게 세 명의 용병과 함께 시작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영입한 타이슨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페르난도는 리그 적응에 실패했다. 국내 공격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식은 부상-수술-재활 수순을 밟고 있었고 우승제는 슬럼프가 심했다. 정성훈만 간신히 면치레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데닐손은 꾸준히 제 기량을 보여줬으니 대전 입장에선 구세주일 수밖에 없었다. 데닐손은 지난해 24경기에 출장하며 14골이나 넣었다. 득점순위로만 따지면 18골을 넣은 까보레에 이은 2위다. 데닐손을 처음 영입했던 최윤겸 前감독은 “골 결정력이 탁월하다”며 칭찬했다. PO에서 데닐손을 상대했던 박병규(울산)는 “탱크처럼 힘이 상당히 좋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데닐손은 파워 넘치는 드리블러답게 문전 앞까지 위협적으로 달려드는 스타일이다. 찬스가 생기면 놓치지 않고 바로 슈팅으로 연결한다. 슈팅수로만 따지면 87회로 정규리그 1위다. 어찌보면 골 욕심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데닐손은 골 수당 때문에 과욕을 부리는 일부 용병들과 다르다. 그의 진가는 슈바 영입 이후 더욱 드러났다. 대전은 여름 휴식기 동안 타이슨과 페르난도를 내보내고 슈바와 브라질리아를 데려왔다. 지난 시즌 데닐손이 올린 5도움 중 4도움이 바로 이들의 합류 이후 이뤄진다. 특히 슈바와의 콤비 플레이가 눈부셨다. 3경기 연속도움(9월22일~10월6일)도 이때 이뤄졌다.

후반기 대전은 3-4-3에서 4-3-3 포메이션으로 새 옷을 입었다. 최전방 데닐손을 중심으로 좌우날개로 브라질리아와 슈바가 섰다. 그러나 라인을 따라 뛰는 브라질리아와 달리 슈바는 살짝 처진 상태에서 데닐손과 자주 스위칭을 시도하며 그를 도왔다. 확실히 데닐손 혼자 고분분투하던 전반기와는 달랐다. 시즌 종료 후 몸값이 오른 데닐손은 아랍에미레이트리그에서 뛰기로 결정하며 11월 중순 경 두바이로 떠났다. 그러나 러브콜을 보냈던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되는 바람에 허공에 붕 뜬 상태가 됐다. 다행히 포항이 적극적인 영입의사를 밝혔다. J리그 某팀보다 더 좋은 조건이었다. AFC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다는 사실도 그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지난 시즌 우승팀 포항은 3-4-1-2 포메이션으로 성공시대를 이뤘다. 올해도 포메이션은 크게 변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부상이라는 이변이 없는 한 투톱 중 한 자리는 데닐손 몫이다. 데닐손의 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알도, 이광재, 남궁도, 고기구 중 유력한 후보는 알도와 남궁도다. 그중 데닐손-남궁도 투톱이 눈여겨볼만하다. 동계훈련 기간 중 데닐손은 남궁도와 함께 뛰며 루미니아1부리그 소속팀 U.클뤼를 2-0으로 눌렀다. 골도 사이좋게 하나씩 기록했다. 데닐손을 향한 파리야스 감독의 믿음은 크다. 지난 해 야심차게 영입한 마우리시오(전반기) 슈벵크 조네스(이상 후반기) 모두 ‘실패한 농사’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그 중심에 데닐손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울산의 별을 꿈꾼다, 루이지뉴 
2006시즌 대구FC 브라질 트리오 에듀(3골) 지네이(4골) 가브리엘(2골)이 성공시킨 골은 도합 9골이다. 용병 셋의 합작이라고 말하기엔 심히 부끄러운 성적표다. 그래서일까. 이듬해 박종환 감독 후임으로 온 변병주 감독은 터키에서 진행된 동계훈련 기간 동안 용병 영입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그런데 때 마침 변 감독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선수가 나타났다. 그가 바로 루이지뉴다. “루이지뉴는 화려한 드리블과 빠른 스피드, 거기다 골 결정력까지 겸비한 선수였다. 보는 순간 ‘저 선수다’ 싶었다.”

루이지뉴는 산토스FC의 촉망받던 유망주 중 하나다. 1997년 산토스 유스팀에 들어가 호빙유(레알마드리드) 디에고(브레맨) 등과 같이 축구를 배웠다. 그중 디에고와는 함께 방을 쓰며 우정을 쌓았다. U-17 및 U-20대표팀(2001년~2005년)에서 뛰었으며 파리아스 감독과 그때 처음 연을 맺었다.

루이지뉴를 향한 변 감독의 신뢰는 컸다. 루이지뉴는 그 덕분에 FC서울과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3월 첫 달, 6경기 연속 선발출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플레이는 감독의 기대와는 반비례했다. 개막달 루이지뉴가 기록한 골은 단 2골. 그것도 2번 모두 필드골이 아닌 PK골이다. 보다 못한 변 감독의 따끔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런 식이라면 다시 브라질로 돌려보내겠다는 엄포도 있었다. 그뒤 4월에 다시 만난 루이지뉴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4월에만 무려 9골을 몰아넣었다. 루이지뉴는 그 비결을 ‘에닝요 덕분’이라 설명했다. 요지는 이렇다. “에닝요는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갈 줄 아는 선수다. 3월 말부터 합류한 에닝요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됐다.” 컵대회에서 7골을 넣은 루이지뉴는 5골을 넣은 데얀, 데닐손을 제치며 득점왕을 수상했다. “데뷔 첫해 받은 상이라 더 기쁘다”는 소감처럼 K리그에서 보낸 첫 시즌은 스스로도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렇지만 소속팀 대구는 2007K리그에서 12위를 기록했다. 그나마 12위도 감독내홍으로 수난시대를 맞이한 부산(13위)과 만년꼴찌 광주(14위) 덕분이라는 이야기도 들어야만 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다. 그러나 칭찬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근호-루이지뉴 투톱의 위용만큼은 여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 그것이다.

루이지뉴는 수비수와 일대일 상황일 때 개인기를 이용, 돌파하는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주로 수비 배후 공간으로 돌아들어가는 걸 즐기는 편이다. 이때 보여주는 놀라운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은 그간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대구에서 함께 운동했던 조홍규는 “문전 앞에서 보여주는 공을 향한 집착과 집중력, 위치선정은 무서울 정도로 좋다”라고 평했다. 그의 말처럼 루이지뉴는 문전 앞에서만큼은 기가 막힐 정도로 골 냄새를 잘 맡는다. 지난 해 기록한 18골 가운데 PK 3골을 제외해도 자그마치 14골을 골에어리어 안에서 성공시켰다. 조홍규는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골에어리어 안에서 뒤엉킨 상황에도 기가 막히게 골이 될 만한 위치를 찾아냈다”고 회상했다. 175cm의 단신이지만 공중볼 장악능력도 좋다. 4월14일 수원전에서는 수원의 장신수비벽을 뚫고 동점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그런 루이지뉴에게도 단점은 있다. 스리백을 쓰는 팀을 만날 때면 ‘한없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맨투맨 수비에 약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럴 때면 이근호가 나타나 좌우 중앙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이를 뚫어줬다. ‘태양의 아들’ 이근호의 커버 플레이가 빛났기에 루이지뉴도 동반상승할 수 있었다. 덧붙이자면 지난 시즌 이근호가 8골로 득점순위 8위(국내선수 1위)에 오를 수 있던 까닭도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2007시즌을 끝으로 대구와 계약이 만료된 루이지뉴는 울산에 새둥지를 틀었다. 지난 해 울산은 공격수들의 연이은 악재 때문에 FC서울 못지않은 분루를 삼켰다. 호세를 시작으로 마차도 양동현이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야만 했다. 여름 이적시장 때 이천수는 네덜란드로 떠났고 정경호와 맞트레이드 한 염기훈은 피로골절로 시즌 막바지였던 PO때 겨우 출전할 수 있었다. 노장 우성용 혼자 울산의 공격을 담당하기엔 버거웠다. 울산이 올 시즌을 영입한 용병은 루이지뉴 브라질리아 레안드롱(임대복귀)이다. K리그를 통해 이미 검증된 선수들과 하고 싶다는 김정남 감독의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올해도 울산은 스리톱과 투톱을 적절히 혼용하며 경기에 임할 계획이다. 투톱일 경우 루이지뉴는 우성용(양동현)과 함께 빅 앤 스몰 조합을 구성할 예정이다. 반면 스리톱에서는 중앙이 아닌 측면에서 타깃맨을 지원사격할 듯하다. 오른발을 주로 쓰기 때문에 염기훈이 아닌 이상호 또는 브라질리아와의 경쟁이 예상된다. 이천수가 떠난 뒤 울산은 ‘스타’없는 밤하늘을 바라봐야만 했다. 2008년 루이지뉴는 과연 그곳을 빛낼 별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마의 날개가 되어라, 두두
“두두는 20분 만에 2번이나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그 중 1번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정확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두두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2007년 3월11일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FC서울은 정조국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귀네슈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쓴소리를 가했다. 골을 넣지 못한 두두의 위치선정과 감(感)을 보고 배우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날 두두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귀네슈 감독 부임 이후 벤치멤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FC서울은 개막전에서 대구를 상대로 2-0으로 이겼지만 두두에게는 잊고 싶은 경기였다. 승리가 거의 확정적이던 후반42분 아디 대신 투입됐기 때문이다. 두두의 수난시대는 그 뒤로도 계속됐다.

2007시즌 초 귀네슈 감독은 4-4-2 포메이션으로 팀을 재정비하며 ‘공격축구론’을 펼쳤다.  두두에게는 왼쪽 측면을 맡겼다. 갑작스레 왼쪽 윙어로 보직을 변경하게 됐지만 두두는 스트라이커 출신답게 중앙을 파고들며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이렇듯 귀네슈 감독의 공격축구에 힘을 실어주는 듯 했지만 문제는 ‘주전’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박주영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수원을 4-1로 이겼던 그날도 두두는 후반43분 교체선수로 투입됐다. 시즌 시작 이래로 6경기 연속 교체출전. 말이 좋아 ‘조커’였지 한때 성남에서 최고의 공격 삼각편대를 이뤘던 두두에게는 자존심에 금이 갈 법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4월29일 홈에서 경남에게 3-0으로 지는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그날이후 두두는 사라졌다. 배가 아프다는 이유였다. 몇몇 선수들은 태업(怠業)에 들어갔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곧 병명이 밝혀졌다. ‘스포츠 헤르니아’였다. 두두는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 브라질로 돌아갔다. 그리고 여름 휴식기가 끝날 쯤 두두는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한 상태로 팀에 복귀했다. 당시 FC서울은 김은중, 정조국, 박주영, 심우연 등 주전 공격수들의 부상으로 신음 중이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두두는 복귀전이었던 8월8일 포항전에서 귀중한 결승골로 귀네슈 감독에게 승리를 안겼다. 이어 열린 제주전에서는 1골 1도움으로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마치 2년 전 FC서울로 팀을 옮기자마자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던 그때를 보는 듯 했다.

2004년 8월 브라질1부리그 크루제이루에서 뛰던 두두는 계약금 10만 달러에 성남과 계약했다. 이듬해 두두는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박주영, 마차도와의 득점경쟁은 모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두두는 2005시즌 10골 4도움으로 마차도(13골 1도움) 박주영(12골 1도움)에 이어 득점랭킹 3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함께 성남 공격 삼각편대를 이뤘던 김도훈은 5위, 모따는 9위(7골 4도움)였다.

당시 김도훈-두두-모따로 구성된 삼각편대의 공격력은 매서웠다. 지금은 모따를 더 인정하지만 그때만 해도 모따보다는 두두였다. 상대 수비수들이 두두만 잡으면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두두는 성남을 2004컵대회 우승과 2004AFC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05후기리그와 2006전기리그 우승컵도 들었다. 2006컵대회에서 준우승을 했을 때엔 히칼도(前서울,4도움)를 제치고 도움왕(5도움)도 수상했다. 두두는 컵대회를 마치고 FC서울로 전격 이적했다. 당시 팀을 이끌던 이장수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기리그 내내 득점이 없어 고민이었다. 그렇기에 두두의 영입은 큰 의미가 있다. 만족스런 보강이다.” 2006 후기리그 때만 해도 두두는 2년차 슬럼프에 빠졌던 박주영을 제치고 주전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두두는 전형적인 브라질리언이었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는 절제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체중은 점점 증가했다. 성남시절에는 팀 규정상 아침저녁으로 몸무게를 체크하며 관리했다. 그러나 FC서울에서는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하고 관리해야만 했다. 볼 컨트롤과 왼발 프리킥은 여전히 뛰어났지만 늘어난 체중 탓에 결국 움직임은 예전만 못했다.

2008시즌을 앞두고 두두는 비록 임대지만 다시 친정팀 성남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성남으로의 복귀는 그에게 전화위복이 될 듯하다. 왼쪽 윙포워드 자리를 다시 찾았기 때문이다. 2005후기리그와 2006전기리그 우승컵을 들 당시 성남에게는 ‘두두’와 ‘모따’라는 양 날개가 있었다. 두두가 다시 찾은 날개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 아래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면 두두는 부활이라는 이름하에 분명 천마의 화려한 날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내겐 기쁨과 감동으로 점철됐던 시간.
20071014 @퍼플아레나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2007 K-리그 올스타전이 8월 4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아침부터 중부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졌고 그 때문에 행사가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습니다. 다행히 경기 시작 전 비는 언제나 그랬냐는 듯 멈췄고 시원한 날씨 속에서 올스타전이 시작됐습니다. 이날 상암에는 2만5,832명의 관중들이 찾았고 37명의 K-리그 올스타 선수들은 그 성원에 힘입어 평소 K-리그에서는 보기 힘든 재미난 모습들을 많이 연출했죠. 박주영 선수와 김남일 선수가 경기 끝나기 전 깜짝 출연해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이근호 선수는 돌파 도중 넘어지는 실수로 우리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올스타전 MVP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닐손 선수에게 돌아갔습니다.

오늘 날씨 때문에 경기장에 못 온 분들을 위한 동영상입니다. 재밌게 보세요. ^^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

대전 선수들은 눈물이 참 많습니다.


지난 해 8월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하나은행 FA컵 축구선수권대회 16강전이 생각납니다. 당시 대전은 수원을 만났습니다. 모두가 대전의 별이 될 것이라 믿었던 이관우 선수를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수원은 초반부터 이관우를 축으로 세운 뒤 거세게 대전을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나 대전은 굳건히 버텼지요. 그리고 마침내 후반 36분 공오균 선수의 시원한 헤딩골에 힘입어 1-0으로 달아났습니다. 이렇게 대전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수원 역시 이대로 무너질 팀은 아니었나봅니다. 곧 이어 이싸빅 선수가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1-1 상황까지 만들어 놓습니다.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나저나 눈물 이야기를 하던 중 왜 FA컵 16강전 이야기를 하냐고요? 그날 대전은 두명의 키커가 실축하는 바람에 2-4로 지고 말았습니다. 토너먼트로 이뤄지는 FA컵 특성 상 대전 선수들은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죠. 제가 눈물 이야기를 꺼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날 PK를 실축한 뒤 장현규 선수가 흘렸던 그 눈물이 생각나서이기 때문입니다. 자신 때문에 진 거라며,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펑펑 쏟던 장현규 선수. 동료들이 괜찮다며 어깨를 두드렸지만 장현규 선수는 오히려 그게 더 미안했던지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10월 22일 후기리그 대구와의 홈경기가 열렸던 날도 생각납니다. 비가 참 많이도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그 비를 다 맞으면서 응원하고 있는 양 팀 서포터즈를 바라보며 대단하다 생각하고 있을 때였죠. 대구 선수의 반칙으로 대전에게 PK가 주어졌습니다. 키커는 정성훈 선수. 가볍게 성공했지만 사전에 골키퍼를 속이는 손동작을 했다는 이유로 무효 처리가 됐습니다. 다시 정성훈 선수 앞에 놓인 공. 그러나 그 공은 무심히도 크로스바 위를 올라갔습니다. 결국 대전은 오장은 선수의 선취골 때문에 1-0으로 지고 맙니다. 그날, 정성훈 선수는 잿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눈물을 흘렸습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정도로 그의 얼굴은 서럽게 젖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데닐손 선수는 정성훈 선수를 꼭 안아주고 있었지요. 때론 백 마디 위로보다 말 없는 포옹이 더 큰 위로가 되는 법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고 보니 데닐손 선수의 눈물도 생각나는군요. 지난 해 9월 16일 전북와의 홈경기가 열렸던 날입니다. 김형범 선수의 크로스를 받은 보띠 선수가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터뜨린 결승골로 대전이 1-0으로 패한 날이기도 합니다. 종료 1분 전까지 대전 선수들은 계속해서 전북 골문을 몰아붙였습니다. 너무 입술을 꽉 깨물고 뛰어서 저러다 피라도 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마저 들 정도로 대전 선수들은 정말 절박하게 싸웠습니다. 그렇지만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죠. 지금도 저는 대전 선수들의 골 결정력 문제라기보단 전북 수문장 권순태 선수가 너무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전북이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기까지 권순태 선수가 보여줬던 신들린 선방은 그야말로 야신 같았으니까요. 그날도 그랬고요. 로스타임이 3분 주어졌던가요? 후반 47분 보띠 선수가 정인환 선수와 교체하기 위해 나갑니다. 그런데 천천히 걸어나가더군요. 누가 봐도 명백한 시간지연 행위였습니다. 보다 못한 강정훈 선수가 달려가 보띠 선수의 어깨를 감싼 뒤 뛰어갑니다. 결국 보띠 선수도 같이 뛸 수밖에 없었죠. 강정훈 선수의 뒷모습에서 저는 다시 한 번 승리를 향한 대전 선수들의 염원과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들려오는 심판의 종료휘슬. 허탈한 모습으로 앉아있던 정성훈 선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시 경기장 전체로 시선을 돌려봤습니다. 엎드린 채 꼼짝도 않은 한 선수가 보이더군요. 누굴까요? 네. 데닐손 선수였습니다. 한참동안 웅그린 채 머리를 감싸쥐고 있던 그는 곧 다시 일어났습니다. 괜히 걱정스러운 마음에 데닐손 선수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역시, 그의 눈가는 눈물로 젖어있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여름 이관우 선수가 떠난 뒤 8번은 결번이 됐습니다. 그때 데닐손 선수가 그 번호를 자신에게 달라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침 대전시티즌 유소년캠프행사장에서 데닐손 선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8번의 의미를 아냐고 묻자 데닐손 선수는 “8번이 갖고 있는 그 특별함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8번을 달고 대전의 승리를 위해 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그를 어떻게 불렀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대전 용병 데닐손. 저는 그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물론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용병’이라 불렀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예로부터 전쟁 시 돈을 주고 데리고 온 병사들을 가르켜 '용병'이라 부르곤 했습니다. ‘외국인 선수’라고 부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용병’ 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데닐손 선수의 눈물은 더 특별하게 기억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데닐손 선수의 큰 아들 델손의 눈물도 기억납니다. 델손은 참 밝고 붙임성 있는 아이입니다. 경기가 끝날 때면 늘 “다음 대전 경기 때 또 볼 수 있죠?”라며 웃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경기장에 서 있더군요. “델손, 왜 그래?”하고 물어보니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우선은요, 대전이 져서 속상해요. 아빠가 내 생일 선물로 골을 넣어주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 속상해요. 이번에는 대빡이 세레모니 보여준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노란카드가 3장이 돼서 다음 경기에 못 나오게 됐어요. 그런데 다음 경기도 대전 홈경기잖아요. 대전에서 아빠가 뛰는 경기를 못 보게 돼서 속상해요.” 어느새 대전을 ‘아빠가 뛰는 팀’ 이자 ‘나의 팀’ 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 참 오랫동안 델손을 꼭 안아줬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결국 델손의 아빠, 데닐손 선수는 바로 다음 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키며 대빡이 세레모니를 보여줬죠.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말이죠, 어제는 제가 울고 말았답니다. 삼성하우젠 컵 2007 개막전이 열린 지난 3월 14일. 안정환 선수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반지의 제왕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대전은… 0-4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전반 끝날 무렵 수원 에두 선수의 골이 들어가며 0-3으로 됐을 때만 해도 제 마음에는 희망과 믿음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후반 36분 수원에게 네 번 째 골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고개 숙인 최은성 선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더군요.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제대로 된 연습구장이 하나 없지만 마음까지 가난한건 아니라며, 오히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지 아냐고 묻던 선수들 얼굴 하나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입고 있는 자주빛 유니폼, 그 한 가운데에 새겨진 'It's Daejeon'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말이던가요. 그렇지만 오늘의 패배가 조금은 오래 그들 가슴에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내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전사이며 영웅인 당신들이 혹시 이대로 무너진다면 이제 나는 어떡하냐며 스탠드 위에서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네. 물론 압니다. 그 경기 하나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시즌은 막 시작됐을 뿐입니다. 이제 3월입니다. 앞으로 9개월이나 더 남아있는데 말이죠. 잠깐 넘어졌다고 울어서는 안 되는 법이거늘 참 바보같이 울고 말았네요. 경기를 마치고 데닐손 선수에게 인사말을 건네자 빨갛게 변한 제 눈을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더군요. 그리고 나서 데닐손 선수는 제게 말했습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 오늘 졌다고 내일 지는 건 아니다. 그런 게 바로 축구다. 우린 다시 일어날 것이고 다시 뛸 거다.


 "That is football, isn't it?"


데닐손 선수의 그 말은 참 많은 위안이 됐습니다. 물론 그날 밤 선수들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테지만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님을 그들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울지 말아요. 대전시티즌. 그리고 퍼플아레나를 사랑하는 당신들 모두 말이죠.


베컴도 최근에 광고를 통해 그렇게 말했잖아요. 누구나 언젠가는 시련을 겪지. 중요한 건 그 시련에 꺾이지 않는 거야, 라고요. 내가, 당신들이, 그리고 우리가 그러하기를 믿습니다. 꿈 꿉니다. 그리고 희망합니다. 


지난 밤에도 퍼플아레나는 아름다이 빛났을 것입니다. 우리가 슬퍼하며 뒤척이던 그 밤에도 말이죠. 눈물을 쏟으며 경기장을 나서는 날에도 늘 아늑한 어머니의 품처럼 우리를 안아줍니다. 그 덕분에 빛조차 없는 그런 날에도 그곳은 언제나 따뜻하기만 하지요. 기억에는 없지만 어머니의 자궁도 퍼플아레나처럼 그렇게 따뜻했을 것입니다. 퍼플아레나에 갈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끼는 이유도 어쩜 그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숫자로 값이 매겨지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그보다 값진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당신들은 땀으로 내게 알려줬습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고마움을 앞으로 무한한 사랑과 지지로 갚아 나가려고 합니다. 눈물은 이제 끝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블로그 이미지

Helena.

경기장을 찾을 때면 언제나 행복합니다. 온 몸의 감각이 열리니까요. 푸른 잔디의 반짝임, 조금은 톡쏘는 파스 냄새, 선수들의 땀방울,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성. 이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혹시, 여름밤의 축구를 좋아하시나요?